[기자수첩] "고술 따위가" 라니... 비주류에 대한 인식, 존중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게임뉴스 | 장요한 기자 | 댓글: 101개 |
"고술 '따위'가..."

최근 WoW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어느 한 공격대에서 퇴출당한 고양 주술사의 이야기다. 여러 확장팩 동안 주술사가 약한 전문화, 비주류로 분류된 것은 사실이지만, '따위'라는 표현으로 멸시를 받은 사건이 벌어지자 그동안 설움을 겪어왔던 고양/정기 주술사, 암흑 사제 등 비주류 전문화 유저들이 들고 일어나 성토의 장이 되었다. 물론, 전체적인 진행을 살펴보면 여러 일이 있었고 더 복잡한 상황이지만, 그 발언이 사건을 이렇게 커지게 한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사건은 울디르 악취나는 포식자 신화 난이도를 트라이하던 공격대에서 상당한 딜 수준을 보여준 고양 주술사가 퇴출당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원래 비주류지만 이번 확장팩에서 유독 성능이 좋지 못한 고양 주술사가 울디르 신화 레이드에서 주류보다 높은 딜 내역과 더 좋은 모습을 보였음에도 '공대 내 상황과 시너지적인 문제, 공략 이행'에 대한 문제로 퇴출됐다. 이에 해당 주술사는 푸념하는 듯 성토를 했고, 공대장과의 논쟁을 통해 이슈가 점점 커지게 됐다.

공대장은 고양 주술사를 퇴출한 배경으로 "공략적인 부분으로 제크보즈 안광 때 산개라던가 일이 터진 당일에 벡티스 오메가 전이가 그러한 문제"라 말했다. 일부 공격대원도 공략 이행을 문제로 삼았다.



▲ 이슈를 확산시킨 문제의 귓속말 - 출처 : 주술사 게시판 내 당사자 게시물 中


이슈를 접하고 트라이 로그를 살펴본 유저들은 대중화된 택틱을 바탕으로 공략 이행에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발견하고, 오히려 주류보다 더 높은 딜을 보여준 해당 주술사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략 이행으로 문제로 삼은 안광 대상자임에도 빠지지 않았다는 점, 오메가 매개체 중첩을 적게 받은 점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안광은 현재 많은 공격대가 개개인 8m 산개를 기본으로 대상자 주변 사람이 살짝 피하고, 솟구치는 어둠과 겹칠 때만 안광 대상자가 빠지는 택틱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야 대처가 쉽기 때문. 벡티스의 오메가 매개체 파티 내 전이 방식은 테러 방지를 위해 근접 딜러의 중첩을 최소화하고, 원거리 딜러가 주도적으로 11 중첩 이하로 관리하여 마지막 페이즈에 산개하는 택틱이 대중적이다. 트라이 로그를 살펴본 유저들은 전체적으로 고양 주술사의 공략 이행에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딜러라면 성실히 공략을 이행하는 것을 전제로 최고의 딜을 보여주면서 공격대 상황에 따라 이타적인 플레이를 '공략딜'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비록 고양 주술사의 이타적인 모습이 적었다고는 하나, 성실히 공략의 의무를 수행했고 주류보다 더 높은 딜 내역을 보여준 점에 때문에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특정 공격대원이 해당 고술사에게 "고술 '따위가'..." 라고 발언한 것이 문제가 되어 이슈가 더욱 커졌다. 단순히 어느 한 공격대에서 퇴출당한 이슈가 비주류 직업/전문화에 대한 멸시 이슈로 확대된 것이다.



▲ 포식자는 변이체 위치가 반 고정이 됨에 따라 6근딜 구성도 무리없이 공략 할 수 있다


단순히 어느 한 공격대에서 발생한 해프닝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연장선에서 발생한 발언으로 인해 비주류 직업/전문화를 플레이 중인 여러 유저들의 공분을 샀다. 퇴출당한 유저가 고양 주술사가 아니라 도적이었다면 공격대에서 퇴출당하지 않고, 이슈가 더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격전의 아제로스에서 비주류로 전락한 전문화부터 여러 확장팩을 거치고도 빛을 못 보는 전문화들이 이와 유사한 피해를 보거나, 또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차별 피해를 보기도 한다. 우스갯소리로 쿠엘세라와 아지노스의 보루 방패, 티어6 형상을 한 방어 전사들을 '그 전사'라 지칭하고 복원 주술사를 '복원삼디', 주술사를 '푸른거'라 부르지만, 이면에는 비주류 직업/전문화에 대한 일부 유저들의 차별 의식이 깔려있기도 하다.

어느 사회에서든 비주류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비주류를 대하는 태도, 이에 대한 인식이 좋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인정은커녕 존중받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비주류는 더 큰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어느 분야에서든 말이다.

그래서 비주류를 논할 땐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좋고 나쁨을 떠나 색안경 없이 봐야 하지 않을까. 이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해도 늦지 않다. 어떠한 것이든 해악이 아니라면 인정을 하진 못해도 최소한 존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저 이상적인 얘기일 뿐, 비주류가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내도 주류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비주류를 낮게 보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 아이디까지 무협풍이면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그 전사' - 출처 : 형상 변환 게시판 음주운전신


비주류를 우스갯소리로 '푸른거' 등으로 부르더라도, 쐐기돌과 레이드 신청을 거절하더라도, 해당 전문화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그 선택을 존중하고 폄하해서는 안된다. 물론, 비주류 역시 소수이기에 실수 하나가 눈엣가시가 될 수 있고, 같은 비주류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현재 비주류에 대한 인식과 밸런스 문제는 공식 포럼과 레딧에서 끝없이 언급되는 토론 주제이기도 하다. 근접 딜러가 많으면 공략에 어려움이 따르고, 일부 네임드는 특정 전문화를 다수 요구하는 등 레이드/던전의 설계적인 문제도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되길 원하는 목소리도 계속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확장팩은 전문화별 밸런스가 최악이라 평가되기에 단순히 핫픽스로 반짝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조정이 있어야 한다.

블리즈컨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시스템적인 변화와 신규 콘텐츠 소식만큼이나 전문화들이 평준화될 수 있는 구체적인 개선안이 공개되길 기대한다. 비주류가 소외되지 않고, 그릇된 평가로 차별받지 않기 위해 블리자드의 지속적인 관심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개선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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