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리뷰 #12] '고증'이라는 양날검을 쥐다, 블소 레볼루션

리뷰 | 정재훈 기자 | 댓글: 18개 |



일반적으로 국내 대형 게임개발사를 뭉뚱그려 말할때는 숫자에 N을 붙여서 말하곤 합니다. 한국은 신기하게 N으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진 개발사가 많았으니까요. 좀더 큰 규모의 개발사만을 찝어 말할수록, 앞의 숫자가 줄어드는 식입니다. 최상위 3개 회사를 말하면 3N, 그보다 약간 작은 규모의 두 회사를 더하면 5N이 되는 식이죠. 체험기를 쓰기 앞서 이런 구구절절한 게임업계 일반론을 쓰는 이유는 제가 체험한 게임이 국내 최상위권인 3N 중에서도 두 개발사가 연관되어 있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이하 블소 레볼루션)'은 엔씨소프트의 원작을 가져다 넷마블이 제작한 모바일 게임입니다. 일찍이 엔씨 IP와 넷마블 개발의 협업은 '리니지2 레볼루션'으로 만족스러운 성과를 보여줬습니다. 리니지2 레볼루션이 약간의 모험이었다면, 블소 레볼루션은 안정을 향한 첫걸음인 셈입니다. 이번 작품까지 성공한다면, 아이온 레볼루션이 나올 가능성도 점쳐지는것이죠.

하지만 동시에 약간은 미묘한 타이밍입니다. 얼마 전, 엔씨소프트는 하반기 신작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무려 세 종의 블레이드&소울 IP 모바일 게임을 발표했습니다. 블레이드&소울2, 블레이드&소울M, 블레이드&소울S까지, IP의 모든 것을 모바일로 만든것 같았죠. 엔씨소프트는 이번 지스타에 참가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블소 레볼루션은 이 애매한 관계의 이복형제들과 함께 서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개발사: 체리벅스 ⊙장르: MMORPG ⊙플랫폼: 모바일 ⊙출시: 12월 6일



◆ 양날의 검 '충실한 원작 고증'

지스타 2018 체험에서는 총 두 가지 콘텐츠를 플레이할수 있었습니다. 하나는 혼천교와 무림맹으로 갈리는 전장형 PVP인 '세력전'과 캐릭터를 만들고 처음 시작하는 일반적인 레벨업 콘텐츠죠. 두 가지 모두 체험하면서 공통적으로 느껴진 점은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느낌 뿐만 아니라 게임 자체가 원작을 모바일로 포팅해놓은 것이라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 오랜만입니다...

일반적으로 온라인 게임의 IP를 가져온다 해도,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게 되면 다른 게임이 되기 마련입니다. PC의 환경을 따라가기엔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이 워낙 제한적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블소 레볼루션은 이와 같은 상황을 비웃듯, PC 버전을 그대로 모바일로 옮겨 두었습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익숙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간만에 만나는 화중 사형이나 곧 배신할 무성의 목소리는 원작 그대로입니다. 블소 시리즈의 아이덴티티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경공, 활강 시스템과 용맥도 충실히 구현해두었죠. 전투 시스템의 경우 그 많은 키보드를 똑같이 배치할수 없으니 약간의 편법이 들어갔습니다만, 최대한 원작과 가깝습니다. 차이점이라면 이건 자동 진행을 한다는 점이겠네요. 그냥 '자동'만 눌러두면 혼자 싸우고 퀘스트도 깨고 보상도 받습니다.



▲ 원작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이 '충실한 고증'은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원작인 '블레이드&소울'을 모바일 환경으로 똑같이 포팅하는건 불가능합니다. 다른걸 다 떠나서 하드웨어의 피지컬이 모자라니까요. 당연히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그래픽 다운그레이드가 이뤄졌습니다. 때문에 좀 멀찍이서 보면 그럴싸해보이고, 가까이서 보면 뭔가 어색한 그래픽이 만들어졌죠.

조작 체계도 약간은 아쉽습니다. 애초에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은 최악의 조작체계를 가진 기기입니다. 때로는 복잡한 컨트롤이 요구되는 온라인 MMORPG의 조작 체계를 모바일에 맞추다 보니 타겟 자동추적같은 기능이 필요하게 되죠. 이 기능들이 들어가니 전투는 조금 밋밋해지고, 카메라 조작이 매우 불편해지는 두가지 단점이 생겼습니다. 어쩔수 없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게임 플레이에는 확실히 거슬리는 부분이었어요.



▲ 전투 조작은 그렇다 치고 카메라 조작은 꽤 어렵습니다.


◆ 이복형제들 사이에서 오롯이 선 '정통성', 통할까?

재미있게도, 원작을 개발한 엔씨소프트가 내놓은 세 종의 B&S 모바일 타이틀은 후속작이거나 스핀오프에 가깝습니다. IP만 차용할 뿐 완전히 다른 게임들이죠. 그렇기에 블소 레볼루션은 엔씨의 모바일 작품들이 가질수 없는 '정통성'을 손에 쥐었습니다. 엔씨 게임의 정통성을 유일한 외부 개발 타이틀이 가져간 미묘한 상황이 된 것이죠.




'체험기'라는 글 컨셉에 맞게 게임 내용만 가지고 평가하면 '무난'이라는 단어가 맞을 겁니다. 원작을 그대로 옮겼다는 점에서 놀라웠고, 진짜 똑같아서 한번 했던 게임을 또 한다는 느낌에 조금은 지루했습니다. 원작의 경공과 용맥을 그대로 살린 모습에서 감탄했고, 시점과 전투 조작이 손꼬이게 답답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이 느낌들을 뭉뚱그려 평균을 내보니 무난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이 체험을 통한 평가는 잠시 보류하고 싶습니다. 윗 내용을 읽으신분들이라면 이해하시겠지만, 블소 레볼루션은 그간의 모바일 게임과는 접근 방식이 다른 작품입니다. 이 게임을 평가하려면 모바일 게임보다는 온라인 게임에 걸맞는 평가 방식에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적 특성을 섞어 고민해야 할 문제겠지요.




정리하면, 저는 블소 레볼루션에 '잠재성 있는 작품'이라는 평을 남기고 싶습니다. 확실히 '이런 작품이다'라고 말하기엔 시연 시간이 너무 짧았습니다. 그 와중에 느낀 감정을 굳이 말로 표현하면 무난하다고 말하겠지만, 머리로는 그것이 전부가 아닌걸 알고 있으니 쉽사리 말을 꺼낼수 없습니다. 혹시나 블소 레볼루션이 궁금하시다면, 더 늦기 전에 지스타 2018을 방문하셔서 직접 체험해 보시는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11월 15일부터 11월 18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지스타 2018이 진행됩니다. 현지에 투입된 인벤팀이 작은 정보 하나까지 놓침없이 전해드리겠습니다. ▶ 인벤 지스타 2018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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