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스타 2018, 숨어있는 작은 게임을 찾아서

기획기사 | 정필권 기자 |



게임 기자라는 직함을 달고, 지스타를 방문한 지도 어느덧 5회째. 그 사이 지스타는 참 많이도 변했다 싶다. 첫해 미친 듯이 시연작이 쏟아졌던 2014년부터 지스타는 계속해서 몸집이 커졌다.

BTC는 이제 바로 옆 동인 컨벤션 홀까지 장소를 확장했다. 작년부터 더욱 많은 부스들이 BTC로 현장에 자리하기 시작했다. 다만, 작년에는 갑작스러운 조기 마감 탓에 추가적인 장소를 확보했다는 의미가 컸다면, 올해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올해 컨벤션 홀은 말 그대로 인디 개발자 등 작은 게임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려졌다. 1층은 물론이고, 컨퍼런스가 진행되는 2층에 이어, 3층까지 구글플레이가 자리한다. 그리고 커다란 BTC 본관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게임들을 선보이고 있다.


■ 컨벤션 홀 1층 - BIC 지스타 부스

컨벤션 홀 1층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스는 역시 'BIC' 부스다. 지난 9월 진행한 BIC 2018의 연장선에서 자리한 곳이기도 하다. 작년에도 이 자리에 있었던 BIC는 올해 40종의 시연작을 선보인다. 시연작도 작년보다 늘어났고, 개발자가 관람객과 소통할 수 있는 특징도 여전하다.

"작년보다 부스도 그렇고 넓어진 것 같아요. 시연작도 늘었고요" 올해에도 BIC 부스에 자신의 게임을 내놓은 한 인디 개발자는 이렇게 전했다. 보다 많은 게임을 만날 수 있었고, 시연하기 위한 장소도 여유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말을 듣고 둘러보니, 작년과 비교해서 폭에 여유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부스의 공간을 넓게 사용하면서 행사장에는 더 많은 사람이 방문하고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변했다. 순서를 기다리면서, 다른 사람이 게임을 하는 것을 구경하기도 하고, 개발자 서로 자신의 게임을 플레이하며 의견을 교환하기도 하는 모습이다.

시연작이 40종이나 되다 보니, 어떤 게임을 플레이할지 고민이 올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별도의 리뷰 책자도 준비됐다. 시연을 어느 정도 마치면 소정의 선물과 교환할 수 있는 스티커도 발급한다. 해외 방문객도 여럿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뮤즈대시의 개발자는 해외에서 찾아와 직접 부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는 곧 관람객과 인디 개발사 모두에게 있어서 하나의 기회로 작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에 부스를 내면서, 특정 게임의 시연을 해보고 구입을 결정하게 됐다"는 개발자. 그리고 게임의 소감을 바로바로 전하는 관람객의 모습은 다른 부스에서는 볼 수 없는 BIC 만의 독특한 정체성이기도 하니 말이다.














■ 컨벤션 홀 3층 - 구글플레이 부스

올해 처음으로 사용된 3층은 구글플레이가 부스를 꾸렸다. 행사 첫날 오전에는 개발자와 미디어를 위한 장소로 행사를 진행했고, 15일 오후부터는 일반 관람객을 위한 시연과 행사의 장소로 탈바꿈했다. 일종의 투 트랙 전략인 셈인데,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각국의 인디 게임들을 시연하고 설명하는 기회를 마련한다.

일단, 3층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는 시작부터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벤트가 진행되는 피크 시간대에는 헉 소리가 나올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렸다. 부스가 외부에 공개된 방식이 아니라, 스트리머들이 참여하는 대결 이벤트에 참여해야 입장할 수 있는 구조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스트리머의 인기를 반영하듯 관람객 구성도 가족단위가 많은 장소다.

어둑어둑하고 위엄있는 입구를 지나면, 내부는 세계 각국의 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자리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나라에서 서비스를 하는 구글 플레이인 만큼, 쉽사리 만나볼 수 없는 게임들이 전시되어 있다.

대만에서는 포디자이어의 '포춘 시티', 녹시 게임즈의 '라노타'가 자리했고 베트남에서는 울프펀 게임의 '탱크 레이드 온라인'이, 일본에서는 스퀘어에닉스의 'FFBE', 크라브의 '캡틴 츠바사: 드림 팀', 트랜스리미트의 '크래프트 워리어즈'가 시연대를 마련했다.

중국에서는 슬립 플라이의 'Built it Up'과 미호요의 '붕괴 3rd'가, 필리핀에서는 모치비츠의 'Bounce.io'가 한국에서는 자라나는씨앗의 'MazM: 지킬 앤 하이드', 지원이네 오락실의 '트릭아트 던전', 코스믹 아울의 '코스믹워즈'를 만날 수 있다. 홍콩에서는 식스웨이브의 '삼국패왕전기', 스카이트리의 '억만유적'까지 게임을 출품하여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인기 게임들을 지스타에서 만나볼 수 있도록 했다.

스트리머 이벤트를 모객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할 것 같다. 그러나 행사 전반을 쭉 지켜보고 있노라면, 확실히 효과적인 전략으로 보인다. "풍형 보러가자"는 외침은 컨벤션 홀 근처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기도 했다.

"사실, 스트리머 때문에 오기는 했는데, 다른 나라 게임을 해보는 것도 흥미로웠다"는 관람객의 반응은 구글 플레이가 노리는 결과를 대변한다. 게임에 관한 관심을 늘리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구글플레이의 전략은 일단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 큰 게임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찾아서

현장에서 만난 또 다른 개발자는 "그래도 올해는 인디 게임을 따로 분리한 것 같은 느낌이다"라는 반응을 전했다. 본관 BTC가 대규모 게임사들의 게임을 선보이는 자리라면, 컨벤션 홀은 작은 게임들. 또는 단독 부스를 낼 수 없는 게임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지 않았냐는 설명이다.

물론, 본관 전부가 대형 게임사를 위한 장소로 변한 것은 아니다. 대형 게임사 사이에서 자리를 꾸린 산업진흥원 부스에서도 많은 게임을 만날 수 있고, 학생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장소도 만들어졌다. 작년과 비교하자면, 해당 부스들의 크기와 숫자도 조금씩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서 '대형 게임사의 참여가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말은 곧 '대형 게임사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 만큼, 작은 게임들이 갖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올해 지스타는 이러한 작은 게임을 위한 공간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제 작은 게임의 의미를 되묻고, 탐구할 기회를 마주하고 있다.

작은 게임을 마주한 관람객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인가. 그리고 빈자리를 채우는데 그치지 않고 큰 게임쇼에서 '작은 게임이 보여줄 수 있는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인가. 앞으로 이런 구조가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올해 지스타의 '작은 게임'들은 나름의 위치를 굳히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관람객들이 작은 게임들을 플레이하며 보여주는 모습에서 개인적으론 희망과 가능성을 볼 수 있었으니까.

물론, 기자 본인이 아닌 관람객들은 다른 결론을 내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형 게임에서 느낄 수 없는 무언가를 찾고 싶다면, 컨벤션 홀을 방문해 보라. 다른 결론이 나올지라도, 게이머로서 가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할 테니 말이다.



11월 15일부터 11월 18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지스타 2018이 진행됩니다. 현지에 투입된 인벤팀이 작은 정보 하나까지 놓침없이 전해드리겠습니다. ▶ 인벤 지스타 2018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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