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첫 우승, 그 이상의 '성장' - 서울 다이너스티 '플레타' 김병선

인터뷰 | 장민영, 석준규 기자 | 댓글: 26개 |



'프로'라는 말이 붙는 직업을 가진 이들의 경기를 보면 놀랍습니다. 당대 최고의 경기력을 넘어 시간이 지나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시작부터 뛰어난 기량에 대한 검증을 어느 정도 마쳤지만, 더 높은 곳에 올라선다는 게 놀라울 뿐이죠.

서울 다이너스티의 '플레타' 김병선은 또 한 번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 프로게이머입니다. 오버워치 APEX부터 리그를 거쳐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더니 오버워치 월드컵까지 출전하게 됐는데요. 국가대표가 된다는 건 국가를 대표한다는 책임감으로 남들보다 더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합니다. 우승이 확실하지 않은 한, 누군가는 개인의 입장에서 국가대표 일정이 희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플레타'는 모든 게 처음인 국가대표 활동을 잘 해냈습니다. 단순히 우승 경력을 쌓는 것, 그 이상으로 본인 역시 성장하면서 말이죠. 한국팀 경기를 해설하면서 좀처럼 마음을 놓지 못했던 '용봉탕' 단장 역시 본선 무대에 적응하는 그를 칭찬할 정도로 말입니다. 그렇다면 오버워치 월드컵을 통해 '플레타'는 어떤 면에서 한 층 더 성장했을까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프로게이머 '플레타' 김병선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오버워치 월드컵이 끝난 뒤, 휴식 기간은 어떻게 보냈나요?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면서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많이 못 만났어요. 4일 정도 있었는데, 친구들과 같이 영화도 보고 맛있는 거 먹으러 다녔죠. 휴가 때 미세 먼지가 심해서 자주 나가지 못해서 조금 아쉬웠어요.


Q. 오버워치 월드컵이 끝나고 바로 삼겹살을 먹으러 갔던데, 팀원들이 모두 삼겹살을 먹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미국에서 오버워치 월드컵을 연습하느라 연습실에만 있었습니다. 거기서 나오는 음식이 서양식과 일본식만 나왔는데, 팀원들 입맛과 잘 안 맞았어요. 비슷한 음식만 계속 먹다 보니 한국 음식이 자연스럽게 그리워지더라고요. 오버워치 월드컵 끝나면, 다 같이 고기 먹으러 가자고 해서 LA 한인 타운에 있는 고깃집에 갔죠.


Q. '플레타' 선수는 처음으로 국가대표가 된 거잖아요. 국가대표로 본선 무대에 뛰는 것까지 확정됐을 때 기분이 궁금합니다.

사실, 서울 다이너스티 팀 일정이 있어서 본선에 참가하기 힘들 것 같았어요. 테스트 기간도 짧았고, 그냥 팀 일정에 합류할라고 했었죠. 그런데, '새별비' 박종렬 선수의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제가 대신 합류하게 됐습니다. 막상 뽑혔다는 소식을 들으니, 다시 이런 기회가 찾아올지도 모르니 열심히 하자고 다짐했어요. 짧은 기간이지만, 그 안에서 팀 합을 맞춰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Q.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면서 처음으로 우승해본 거잖아요. 첫 우승을 해보니까 어떤 기분이 들던가요.

그렇게 큰 무대에는 처음 올라가봤는데, 우승까지 해서 더 기뻤어요. 그리고 다양한 국가의 선수들을 만나봤잖아요. 열띤 응원도 받아서 저에겐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한국 응원석에 정말 열정적으로 응원해서 눈에 띄는 팬이 있었는데, 응원을 보고 큰 힘을 받았죠.


Q. 팀에 오버워치 월드컵 경험자들이 많아요. 미국에 가기 전과 후에 혹시 어떤 말을 했나요.

무조건 우승하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다들 점점 다른 국가들이 강해진다는 걸 알잖아요. 거기에 대한 압박감을 잘 이겨내야 한다고 말해줬습니다. 우승하고 돌아오니 축하해줬고요.


Q. 다른 선수들과 달리 월드컵 예선전을 경험해보지 못했는데, 바로 본선 무대에 들어서는 부담감은 없었나요?

저는 무대에 대한 부담보단 새로운 선수들과 합을 맞춰본다는 것에 대한 기대가 컸어요. 새롭게 배울 것도 많았어요. 원래 긴장을 잘 안 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Q. 팀 스케줄로 국가대표팀에 가장 늦게 합류했다고 들었어요. 시간이 많지 않았을 텐데, 빨리 적응하기 위해 어떤 것에 중점을 뒀나요?

다들 예선전에서 합을 맞춰봤고, 같은 팀인 선수들도 있잖아요. 저만 팀도 다르고 합도 안 맞춰본 상황이었죠. 팀원들이 해오던 스타일이 다 다르니까 제 의견을 최대한 많이 말했던 것 같아요. 아마추어 시절에 함께 했던 '퓨리' 김준호 선수를 제외하고, 모두 처음으로 한 팀이 된 거죠. 서로의 스타일을 잘 모르다 보니 말을 많이 해서 합을 맞추는 것에 중점을 뒀어요. 그렇게 해서 이전보다 더 나아진 점이 많아졌습니다.





Q. '용봉탕' 국가대표 위원회 단장이 본선을 진행할수록 '플레타'의 기량이 점점 오른다고 칭찬하더라고요. 본인도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았나요?

네. 국가대표 경기를 하면서 다른 국가나 한국대표팀 선수들 경기를 보면서 많은 걸 배웠어요. 자연스럽게 생각도 많이 하게 됐죠.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팀원들과 말을 많이 하면서 발전한 거 같아요.

또 개인 스타일과 팀 스타일이 다르잖아요. 국가대표팀만의 플레이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저 역시 제 스타일을 바꿔보려고 많은 시도를 했어요.


Q. 이번 오버워치 월드컵에서 정말 다양한 조합이 나왔어요. '3탱-3힐'을 할 때는 딜러들도 완전히 새로운 역할까지 소화해야 했는데, 힘들진 않았나요.

새로운 조합에 맞게 새 영웅을 소화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어요. 그런데, 탱커나 힐러가 팀에서 해야 하는 역할이란 게 있잖아요. 팀 합적인 부분에서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힘든 부분이 있었죠. 순간적으로 '콜'이 서로 잘 맞아야 하거든요. 영국을 상대로 고전했던 걸로 기억해요. 다행히 영국전을 통해 배운 걸 바탕으로 대화를 많이 해서, 중국과 대결하기 전에 문제점을 고칠 수 있었습니다.

모든 걸 잘 다루기는 힘들어요. 아무래도 영웅도 저와 잘 맞아야 빨리 그 플레이에 적응할 수 있거든요. 기본적인 제 성향 자체가 좀 수비적이라서 다른 역할군 할 때도 그런 영웅을 많이 쓰죠. 수비적으로 팀하고 같이 플레이할 수 있는 브리기테와 같은 영웅을 이번 오버워치 월드컵 때 많이 썼고요. 제 성향이나 팀 성향에 잘 맞는 영웅을 잘 찾은 거 같습니다.


Q. 국가대표팀에서 리그 최고의 팀원들과 함께 해봤어요.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다면?

확실히 MVP를 받은 '쪼낙' 선수의 플레이가 기억에 남아요. 그냥 잘하더라고요. 제가 역할상 앞에서 싸우는 경우가 많은데, '쪼낙' 선수와 할 때는 뒷 라인을 걱정 안 해도 됐어요. 알아서 잘 살고 잘해주니까요. 뒷 라인이 든든하니까 저도 편하게 게임할 수 있었죠.

우승하는 데 큰 역할을 해준 '퓨리'도 기억납니다. 게임 내에서 반응 속도가 정말 빨라요. 뒷 라인 캐어, 앞 라인 지원까지 팀 상황에 맞게 잘해줬어요. '쪼낙-퓨리' 선수 모두 같이 하는 팀원을 굉장히 편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Q. 앞서서 국가대표팀에서 배울 게 많았다고 했는데, 어떤 점을 배웠나요.

유현상 코치님이 게임 외적으로 많은 부분에서 큰 힘을 줬어요. 팀원들이 힘들어할 때마다 괜찮다고 말하면서 기운을 북돋아 주더라고요. 그런 '화이팅' 넘치는 모습을 배웠죠. 선수 중에는 아무래도 같은 역할군을 맡고 있는 '카르페' 이재혁 선수에게 배울 게 많았던 거 같아요. 게임 내에서 공격적인 플레이로 변수를 만드는 능력이 뛰어났습니다. 이 시간 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더라고요. 게임 전반을 잘 이끌어가던데요.





Q. 이번 오버워치 월드컵에서 명장면이 끊이질 않았어요. 오버워치 월드컵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떠올려보자면?

영국과 대결할 때 마지막 리알토 전장이 떠오르네요. 당시 우리가 밀리고 있었고, 한 세트를 내주게 되면 흐름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팀원들이 모두 위험할 때, '아나모' 정태성 선수가 루시우의 '소리방벽'으로 아군을 모두 살려주면서 극적으로 수비에 성공했거든요. 대표팀 전체적으로 보면 잘한 건 아닌데, 그때가 가장 극적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Q. 중국과 마지막 세트에서 상대가 기습적인 바스티온-라인하르트-오리사 조합을 꺼냈잖아요. 최근 잘 나오지 않은 전략이었는데, 팀원들이 당황하진 않았나요.

그 조합을 예상하진 못 했는데, 상대 조합을 보자마자 다들 빠르게 포지션을 바꿨어요. 다행히 다들 당황은 안 했던 거 같아요. 화물 주변을 지키지 못해서 위기도 있었는데, 다들 감각적으로 잘 대처하더라고요.


▲ 한국팀 환상적인 자폭 연계 (출처 : 댈러스 퓨얼 출신 '시걸' 스트리밍)

Q. 해외에서 '퓨리-플레타-아나모'의 자폭 연계 장면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어요. 특히, 디바 궁극기가 터질 때 브리기테의 '방패 밀쳐내기'와 루시우의 합이 좋았는데, 어떻게 이런 장면이 나올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렇게 세세하게 콜을 주고받진 못했어요. 워낙 짧은 시간에 일어난 일이잖아요. 그냥 '퓨리'가 "자폭 하나로 가자"는 말을 하면, 다른 팀원들이 거기에 맞춰서 플레이 하는 거죠. 브리기테는 당연히 라인하르트를 밀어내는 게 당연하고요. 상대도 디바의 궁극기를 보면 포지션이 흐트러지게 돼 있어요. 그럴 때 빠져나온 상대를 밀어 넣는 게 루시우를 비롯한 다른 팀원들의 역할이에요. 밀치는 타이밍은 서로를 믿고 개인이 판단했습니다.

당시 상황에서 '아나모' 선수와 콜을 맞춘 건 아니지만, 평소 '3탱-3힐' 조합을 할 때 브리기테와 루시우의 콜이 잘 맞아야 해요. 영국 경기를 보더라도 '크루즈'의 루시우가 합류할 때 철저히 계획대로 움직이더라고요. 우리도 그런 점을 보면서 어떻게 할지 미리 말을 많이 해뒀습니다.


Q. 이제 서울 다이너스티 이야기를 해볼게요. 리빌딩을 마치고 다른 팀보다 빨리 연습에 들어갔다고 들었습니다. 요즘은 어떤 준비를 하는 중 인가요.

새로운 선수들이 오다보니까 친해지고 서로의 스타일에 적응하는 단계에요. 각자 플레이가 다르니까 저와 잘 맞는 팀원이 있는지, 어떻게 서로 맞춰갈지 확인해보고 있어요.


Q. 확실히 감독님부터 선수들까지 새로운 얼굴들이 많아요. 서울에 새롭게 합류한 팀원과 코치진에 대해서 소개해본다면?

먼저, 김동건 감독님은 선수들보다 더 게임에 몰입하는 분이에요. 다른 게임은 절대 안 하고, 오버워치 연습하고 영상 돌려보는 것만 해요. 그리고 게임을 볼 때, 다시 보지 않는 이상 선수들도 실수를 찾아내기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감독님은 한눈에 잘못된 점을 발견하더라고요. 팀원들도 놀랄 정도였죠.

그리고 '피셔' 백찬형 선수는 팀을 잘 이끄는 선수 같아요. 그런 것이 메인 탱커의 역할이기도 하죠. 그런데, 확실히 이전 LA 글래디에이터즈에서 확실히 해오던 스타일이 강해서 지금은 우리 팀에 맞게 조율해가고 있어요. 그래도 쾌활한 성격에 본인 생각에 대해 말도 잘해서 잘 지내고 있답니다.

마지막으로 '미셸' 최민혁-'젝세' 이승수-'마블' 황민서 선수가 새롭게 합류했잖아요. 지난 시즌까지는 제가 막내였는데, '마블'이 막내가 됐죠. 저와 동갑인 선수도 많아져서 새로운 분위기에요.




▲ 시즌1 위도우메이커에 전념한 '플레타' 영웅 통계

Q. 개인적으로 시즌1에 대해 아쉬움이 많이 남을 거 같아요.

여기서 말할 수는 없는 내부적인 사정으로 팀이 힘들었어요. 서로 헷갈린 부분이 많았는데, 이런 점들이 쌓여가다 보니 어느 순간에는 잘 돼다가, 갑자기 안 되는 경우가 반복됐죠.

개인적으로는 제가 팀에서 많은 영웅을 담당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워요. 리그가 시작되고 위도우메이커가 중심이 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전담하게 됐습니다. 저도 위도우메이커를 시작한지 얼마 안 돼서 거기에 전념하다 보니 원래 해오던 다른 영웅을 신경 쓰지 못했죠. 그래서 다음 시즌에는 좀 더 다양한 부분에 신경 써보려고요.


Q. 시즌2에서는 그래도 '이것만큼은 변화하겠다'는 게 있나요.

리그 중에 팀 합보단 개인기로 팀이 승리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번에는 팀적인 플레이로 무언가 보여주고 싶어요. 패배하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요.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지만, 시즌2를 앞두고 팀플레이를 완성해보려고 합니다.


Q. 첫 시즌에서 위도우메이커 대결이 굉장히 중요했잖아요. '플레타' 선수 역시 위도우메이커로 좋은 기록을 보유했는데, 다음 시즌에 어떤 영웅이 중요해질까요.

아직 다음 시즌까지 시간이 남아서 바뀔 것 같긴 해요. 그래도 패치대로 가면 역시 솜브라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둠피스트는 팀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서 주력 픽까진 아닐 거라고 예상해봅니다. 패치 버전 그대로라면 ‘3탱-3힐’ 조합은 당연히 강력할 것 같고요. 브리기테 방패 밀쳐내기 너프 소식이 있는데, 그래도 라인하르트 대신에 윈스턴이 그 자리를 채울 거고, 또 거기에 맞춰 라인하르트가 등장해서 결국 이전과 비슷한 양상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Q. 새 시즌에 본인이 잘하고 싶은 영웅도 있을까요.

오버워치 프로를 처음 시작할 때 투사체 영웅들이 제 주력이었거든요. 겐지-파라와 같은 영웅을 지난 시즌에는 못 꺼내는 경우도 많았는데, 전 시즌보다 더 연습 많이 해서 보여주고 싶어요.


Q.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서울 다이너스티와 본인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시즌1에서 우리팀도 그랬던 만큼 팬들도 힘들었을 겁니다. 새 시즌에는 새로운 코치진-팀원들과 함께 연습 많이 해서 승리하는 모습 자주 보여드릴게요. 많이 노력할테니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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