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노조 "사측이 노조 활동 보장 취소" VS 넥슨 "노동법 따르고 있다"

게임뉴스 | 이두현 기자 | 댓글: 123개 |
넥슨노조 '스타팅 포인트(지회장 배수찬)'는 '넥슨 코리아'가 노조 활동 보장을 취소했다고 주장했다.

스타팅 포인트에 따르면 노조는 사측과 처음 만나는 상견례 자리에서 임시 전임을 교섭 기간 동안 연장할 것을 요구했다. 그동안 넥슨 코리아는 1차 교섭 전까지 운영진 2명에 대해 전임을 인정했다. 전임은 회사가 노조 활동을 근로 시간으로 보는 것으로, 신생 노동조합이 교섭을 진행하는 데 필요하다. 스타팅 포인트는 전임 요구가 "현재 규모에 비해 과하지 않으며, 오히려 법적 상한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스타팅 포인트의 최소 요구 조건은 두 가지로, 전임 보장과 사무실 제공이다.



▲ 교섭 이후 전임은 연장되지 않았다

배수찬 지회장은 넥슨 코리아가 "노조 범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라 제안했다고 전했다. 노조 가입 범위에 따라 조합원 수가 달라질 수 있고, 그에 따라 전임 시간을 확정 지을 수 있다는 것이 배 지회장이 전한 넥슨 코리아의 주장이다. 그는 넥슨 코리아가 "범위가 결정되지 않으며 전임을 줄 수 없고, 사무실만 제공하겠다"라 밝혔다고 전했다.

넥슨 코리아가 정한 노조 가입 범위를 적용하면, 총 545명이 노조에 가입하지 못한다. 팀장급 이상은 324명, 직원은 221명이다. 배수찬 지회장은 "넥슨 코리아가 전체 임직원의 약 20%를 가입 제한 대상으로 봤다"라고 전했다. 넥슨 코리아가 정한 노조 가입 제한 대상은 다음과 같다.

넥슨 코리아가 제안한 노조 가입 제한 대상 (대외비 부서는 비공개)

1) 팀장(리더) 이상 직책자, 2) ***실 소속 직원, 3) ***실 중 사내 IT팀, ***팀 소속 직원, 4) *** 소속 직원, 5) 재무관리본부 소속 직원, 6) 지원본부 소속 직원, 7) 대외정책실, 홍보실 소속 직원, 8) 법무실 소속 직원, 9) *** 직속 조직 소속 직원, 10) *** 직속 직원, 11) *** 직속 조직 소속 직원, 12) 수습사용 중인 자 및 계약직 근로자, 13) 노사가 협의하여 제외하기로 정한 자, 14) 기타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는 자, 15) 회사와의 근로관계가 종료된 자는 지회에 가입할 수 없다.

노조 범위를 정하자는 넥슨 코리아의 제안을 스타팅 포인트가 거절했다. 배수찬 지회장은 "노동조합에 대한 임시 전임 제공은 넥슨 코리아가 노조를 인정하고 존중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다"라며 "결코 단체협약과 연결 관계도 아니고 거래 대상도 아니다"라며 거절 이유를 설명했다.

일례로 넥슨 코리아는 '팀장' 직급 이상은 노조 가입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팀장은 팀원에 대한 평가 권한이 있기에 노조 가입은 부적절하다는 게 사측의 논리였다. 배 지회장은 게임 회사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넥슨 코리아의 경우에도 조직이 매우 유동적이기에 프로젝트에 따라 팀장이 팀원이 되고, 팀원이 팀장이 되는 일이 많다. 배수찬 지회장은 "조합원 범위를 정하는 문제로 양측이 엇갈리자, 사측은 노조에게 전임을 못 주겠다고 통보했다"라고 전했다.

"마린 없는 벙커와도 같다"고 배수찬 지회장은 현재 노조 상황을 설명했다. 전임이 주어지지 않은 상태로 사무실만 제공되자, 그 안에서 일할 사람이 없어서다. 지금으로서는 노조 가입을 희망하는 넥슨 직원이 사무실을 찾아도 상담해줄 사람이 없다. 이에 배 지회장은 "스마일게이트, 네이버, 카카오와 비교했을 때 넥슨 코리아는 굉장히 퇴보된 모습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다음은 스타팅 포인트 배수찬 지회장과 나눈 노조 상황 일문일답이다.



▲ 스타팅 포인트 배수찬 지회장

Q. 여전히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과 이메일로 노조 활동을 못 하나?

= 못한다. 사실, 사측은 업무와 무관한 내용이기에 사용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에는 잡다한 내용이 이미 올라오고 있다.


Q. 만약 사내 인트라넷에 노조 관련 글을 올리면 불이익을 받게 되나?

= 나도 궁금하다. 사측이 시스템적으로 노조원의 활동을 막은 건 아니다. 다만, 사측과 싸우는 모습으로 가기 싫어서 순순히 응하고 있다.


Q. 네오플 교섭은 제주도에서 이루어진다. 참석은 어떻게 하나?

= 네오플 교섭 참석 외에도 노조 활동은 개인 연차를 사용해서 활동한다. 지난 14일 네오플 교섭에 참여하는 게 내 마지막 연차였다. 넥슨 코리아는 업무 시간에 업무비를 쓰면서 노조 대응을 할 수 있지만, 노조는 그렇지 못해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Q. 조합원 가입 범위를 정하는 게 일반적인가?

= 일반적이지 않다. 화섬노조 측에서도 넥슨 코리아가 퇴보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하더라. 큰 의미 없이 노조의 힘을 약하게 하려는 시간 끌기 전략이라고 본다. 특히 사측이 이미 줬던 전임을 뺏은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Q. 무엇이 문제인가?

= 게임사인 넥슨 코리아의 직급 체계는 일반 회사와 차이가 있다. 특히 프로젝트에 따라 굉장히 유동적이다. 3, 4명만 관리해도 팀장인 경우가 있고, 팀장이 팀원이 되는 경우도 많다. 갑자기 어떤 프로젝트의 팀장이 됐다면? 넥슨 논리에 따르면 그는 노조에서 탈퇴해야 한다. 그러다 프로젝트가 사라지면 다시 노조 가입 대상이 될 수 있다. 넥슨 코리아의 주장은 게임업계에선 불합리하다.


Q. 교섭 위원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 사측은 넥슨 코리아 인사총괄이사가 나서고, 법무법인 태평양의 김형로 변호사를 고용했다. 우리는 화섬노조 측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다.


Q. 노조가 바라는 최소한의 조건은 무엇인가?

= 전임 보장, 조합원과 넥슨 직원이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사무실 제공이다.


Q. 이전 사무실은 어땠나?

= 10층 회의실에 마련됐었다. 10층은 넥슨 법무팀, 인사팀, 홍보팀 등이 모여든 곳이다. 그리고 우리의 사무실은 인사총괄이사 맞은편이었다. 지회장과 운영팀은 얼굴이 언론이 노출돼서 괜찮지만, 일반 노조원과 가입을 희망하는 직원은 드나들기 다소 껄끄러운 자리였다.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그랬는지 모르지만, 인사총괄이사는 항상 문을 활짝 열고 근무하시더라.



▲ 노조가 사용했던 사무실에서 바라본 총괄이사 사무실, 정면에 있다

Q. 마지막 수단으로 시위도 고려하나?

= 게임 노동자의 시위에 대해 일부 유저분들이 걱정하시는 것을 안다. 예를 들어 버그나 서버 이슈를 방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유저가 불편할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시위 방법은 고민 중이다.

한편, 넥슨 코리아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넥슨 코리아은 "노조와 교섭안 전반에 대해 협상 중인 단계로, 관계 법령에 따라 노동조합 가입 및 적용 범위를 구체화하기 위해 1차 제안을 한 상황이다"라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근거해 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법' 제 2조 4항은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해 행동하는 자'의 가입을 허용할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조합이 생길 때 사측은 범위를 논의하고 정한다.

현재 스타팅 포인트에 인정된 임시 전임은 0명이다. 스타팅 포인트 운영진은 근무 외 시간에 노조 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임시 전임 0명은 노조 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수단"이란 스타팅 포인트 의견을 사측에 문의하자, 넥슨 코리아는 "당사는 노사관계와 관련한 모든 사항은 노사자치로 정한다는 원칙 아래 성실하게 교섭에 응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넥슨 코리아는 "최초 교섭안 작성을 위한 전임시간 및 업무 공간에 대한 요청을 수용해 편의를 제공한 바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스타팅 포인트는 "노조를 만들면서, IT 회사에서는 직원을 동반자로 여기는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를 했었다"라며 "그러나 노조의 자주성을 위한 조항마저 악용하여 가입자 범위를 제한하는 안을 보면서, 노동조합을 회사의 하위 기관쯤으로 여기는 구시대적 인식에 실망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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