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메타크리틱 30점짜리 망겜, '더 콰이어트 맨'이 남긴 것

기획기사 | 정필권 기자 | 댓글: 13개 |



지난 11월 초 출시된 '더 콰이어트 맨'은 E3 2018 당시 독특함을 강조했던 게임이다. FMV(Full Motion Video)로 구성된 게임인데다, 청각 장애인 주인공을 소재로 삼은 모습은 게이머들에게 그럴듯한 인상을 제공했다. 실험작이라는 느낌은 있었지만, 그래도 스퀘어 에닉스가 유통하는 만큼 최소한의 퀄리티는 보장될 것이라 생각할 만했었다.

그러나 더 콰이어트 맨의 실제 게임 플레이는 실망을 넘어 폐기물과 같은 모습을 보였다. 메타크리틱 30점이라는 처참한 점수는 물론이고, 게임을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 본인도 마찬가지다. 도저히 참지 못하고 게임을 지워버렸으니까. 게임을 하며 너무도 고통스러웠던 경험은 그야말로 간만이었다.

하지만 게임이 '망'했다고 해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중간에 포기한 이 게임이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었느냐다. 100이면 100, '망겜'이라고 평가할 만한 것임에도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은 있기 마련이니까.


컨셉은 좋았다. 아니, 컨셉 '만' 좋았다.
버그 문제도 아닌데 30점. 거기엔 이유가 있다.

PS4 기준 메타크리틱 30점, PC 기준 40점이라는 점수는 보통 둘 중 하나다. 게임의 진행을 방해할 정도로 버그가 있거나, 게임의 완성도가 매우 떨어지거나. 하지만 '더 콰이어트 맨'은 이와 같은 단점과는 별개의 문제다. 이 게임의 부정적인 평가는 완성도의 문제도 아니고, 버그의 문제도 아니다. 거의 없다시피 하는 게임 디자인 . 바로 그 점이 이 게임에 빨간불이 들어오게 하는 이유가 됐다.

개인의 평가를 이야기하기 전에, 이 기사는 원래 리뷰로 나갈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게임을 굳이 오래 할 필요성을 못 느낄 정도로 게임 디자인은 엉망이었다. 적어도 엔딩 가까이는 가야 리뷰를 쓸 것 아닌가? 더 콰이어트 맨은 오직 컨셉만이 공허하게 남는다. 게임으로서 갖춰야 할 것들이 사라진 결과물이기도 하다.

'청각 장애인' 주인공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진행한다는 컨셉은 좋았다. 기존과는 다른 시각에서 게임을 바라볼 수 있었으니까. 여기에 요즘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제 촬영 영상을 게임에 넣으면서, 자기 나름의 정체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여러모로 독특한 시도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 그래. 여기까지는 좋았다.



▲ FMV도 넣고, 액션 플레이도 넣고. 여기까진 좋았다.

문제는 게임 전반에서 '게임 디자인'이 부재했다는 것이다. 좋은 컨셉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게임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컨셉에 모든 것은 매몰되었고 게임이 갖춰야만 하는 요소들은 사라졌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게임에 '소리가 없다는 점'이다. 게임은 청각장애인 주인공을 구현하면서 게임의 소리를 삭제시키는 결정을 했다.

때문에 게임은 기괴한 모습을 보인다. 영상, 컷신, 실제 게임 플레이 모두 소리가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 배경음도 없고, 환경음도 없다. 들리는 것은 오로지 내 캐릭터가 길을 걸어갈 때 나오는 신발 진동음, 몸을 타고 전해지는 둔탁한 타격음뿐이다. 이마저도 물속에서 소리를 듣는 것 같이 미적지근하게 구성되어 있다. 플레이어의 행동에서 전해지는 피드백은 극도로 제한된다. 그야말로 나사가 한 두어 개쯤 빠져있다.

더 콰이어트 맨의 디자인 전반은 이렇듯 굉장히 나사가 빠진 상태로 마감되어있다. 전투뿐만 아니라 시나리오, 영상 면에서도 모두 마찬가지다. 게다가 개발사인 휴먼 해드 스튜디오가 자신들의 컨셉을 너무나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크다. 소리가 나오지 않는 이 게임은 2회차를 진행해야만 게임 내에 소리가 해금 된다. 의도야 분명하긴 하다. 1회차에서 소리가 안 나와 듣지 못하는 부분을 2회차에서 알아가라는 의도일 것이다. 문제는 2회차를 할 플레이어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는 것이지만.



▲ 응~ 소리 없어서 안들리는데~

비슷하게 장애와 병을 소재로 한 게임들, '헬블레이드', '스타이플드(Stifled)'와 더 콰이어트 맨을 비교해보면 차이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정신장애를 소재로 했던 헬블레이드는 독특한 연출과 스토리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팬들의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적어도 게임으로서의 틀과 재미를 갖췄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스타이플드는 플레이어를 어둠 속으로 빠뜨려 시각적인 요소에 제한을 두고, 소리를 통해 사물을 파악할 수 있게 구성했다. 플레이어는 소리를 내고, 주위 환경에서 물체가 어디 있는지 파악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소리를 내야만 상황을 파악할 수 있고, 상대가 되는 괴물은 플레이어가 내는 소리를 따라온다. 일반적이지 않은 소재와 활용하면서도 이를 게임의 형태로 어떻게 구현할 것이지 고민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 스타이플드의 사례를 보면, 더 콰이어트 맨의 문제는 명확히 드러난다.


무엇이 게임을 게임답게 만드는가
피드백, 행동과 결과. 그에 따른 재미.

더 콰이어트 맨은 다르게 생각해보면, 컨셉은 괜찮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더 콰이어트 맨은 소비자와 팬들로 하여금 극도의 실망감이 들게 할 정도의 결과물로 마감됐다. 게임 디자인이라는 측면에서 불만족스러운 결과물이 튀어나왔고, 희대의 괴작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쯤에서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게임 외적인 존재에도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이름으로 게임 요소가 들어가고 있는 시대다. 그러므로 게임 디자인 면에서 접근하고, 의미 있는 고민을 던져야만 한다. '무엇이 게임을 게임답게 만드느냐'를 말이다.

디자인의 부재라고 볼 수 있는 더 콰이어트 맨과는 반대로, 얼핏 보기에 게임 같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게임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가 대만의 개발사 포디자이어(Fourdesire)의 게임들이다. 포디자이어는 사회와 문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게임들을 만든다. 이들이 만든 모든 게임이 전부 독특한 스탠스를 가지고 있다. 순수한 게임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운 구성임에도, 내부 디자인 면에서는 매우 훌륭한 설계를 보여준다.

▲ 차라리 포츈시티가 더 게임 같은 요소를 가지고 있다.

포디자이어는 그간 '워커', '포츈 시티(Fortune City)', '플랜트 내니' 등과 같은 게임을 만들어 왔다. 개인의 습관을 고치고 게임 내부의 보상을 받는 등 게임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게 하는 동기를 게임으로 풀어내, 사용하는 셈이다. 사실상 가계부 앱에 가까운 게임, 포츈시티를 보자.

가계부는 결국 꾸준하게 자신의 소비를 적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포디자이어는 이를 마을 경영이라는 요소와 접목했다. 가계부에 항목을 추가할수록 도시는 발전되고, 플레이어는 그에 따른 피드백과 보상을 얻는 구조다. 행위와 보상, 유저 피드백을 치밀하게 디자인하고 배치하면서 게임으로서의 정체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적어도 '허투루 만들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게임 내에서 직접적인 조작을 하지 않더라도, 소비를 기재하는 행위를 기반으로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소비를 정리하는 행위를 중심으로 보상과 의뢰, 새로운 무언가가 주어진다. 이를 통해 단순한 가계부 앱은 생명을 가진다. 게임 디자인은 이렇듯 단순해질 수 있는 소재와 시스템에 무게를 부여하고, 플레이어를 몰입하게 할 수 있다.



▲ 게임 디자인은 가계부 앱도 재미있게 만들어준다.


규칙, 동기와 보상이 없는 디자인
더 콰이어트 맨이 망한 진정한 이유

다시 더 콰이어트 맨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게임의 구성요소를 기준으로 이 게임을 풀어본다면 단점은 더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게임으로서의 구성요소를 온전하게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비노기 영웅전을 기획한 바 있는 이상균 디렉터가 언급한 게임의 구성요소로 더 콰이어트맨을 해석하면 문제는 확실히 드러난다.

이상균 디렉터는 자신의 저서와 강연 등을 통해 게임의 구성요소를 '규칙(Rule)', '동기(Motivation)', '보상(Reward)'의 세 가지로 구분한다. 더 콰이어트 맨은 규칙 면에서는 흥미가 있을 만한 게임이긴 했다. 청각장애인 주인공의 이야기와 액션은 소재 자체로는 흥미로울 만한 것이었으니까. 그러나 제대로 풀어내기 위한 동기와 보상을 제공하지 못했다.

소재 또한 스타워즈 구공화국의 개발자 '대미온 슈버트(Damion Schubert)'가 언급했던 '개미 농장 효과'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개미 농장 효과는 개발자가 "이런 기능이 있으면 정말 재미있겠군"이라고 생각하고, 자기만족을 위해 집어넣은 기능이 플레이어에게 재미를 주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규칙의 설계자가 플레이어가 아닌 관객에 몰입하기 쉬워 발생하는 오류다. 더 콰이어트 맨은 여기서 치명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청각장애를 소재로 선택하고 규칙으로 삼았지만, 효과음도 대사도 없는 실제 게임은 플레이어에게는 단순한 고통으로 다가가고 있다.

▲ 이 영상에서 BGM이 없다고 생각하면? 그게 게임 플레이다. 진짜다.

게다가 게임 플레이를 지속하기 위한 동기를 제공하지 못한다. 독특한 규칙을 앞세울 것이었다면, 그만한 동기를 마련했어야 했다. 플레이어에게 있어 가장 강력한 동기가 될 수 있는 시나리오 또한 허술한 형태다. FMV로 이루어진 시나리오 진행에서도 소리가 전달되지 않기에, 플레이어는 주인공에게 이입할 수 없다. 그나마 이야기에 개입할 수 있는 전투 또한 맥이 한참 빠지고, 이야기를 보다 적절하게 전하기 위한 고민이 느껴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게임 내적인 보상 또한 무의미하게 구성되어 있다. 플레이에서 무언가 보상을 줄 수 없는 구조의 게임들은 엔딩에 심혈을 기울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더 콰이어트 맨의 보상체계는 매우 잘못되어 있다. 직접적으로 게임 플레이에서 무언가를 제공하지 않을뿐더러, 고통을 참고 도달한 엔딩도 맥이 빠진다.

1회차 엔딩을 본 다음에는 음성을 추가로 제공하는 2회차 플레이가 존재하나, 앞서 설명한 구조적인 문제로 그저 고통의 연장선이 되어버린다. 플레이어는 이 과정에서 어떠한 즐거움도 보람도 얻을 수 없다.


개발자 혼자 재미있었을 게임 '더 콰이어트 맨'
우리가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 '설계'

결국, 더 콰이어트 맨이 남긴 가치는 '기획과 설계, 디자인을 잘할 것'이라는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소재의 독특함에서 실험작 취급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적어도 고민을 했다면 이 정도의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개발을 맡은 휴먼 헤드 스튜디오는 아마도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와 내가 이런 생각을 했어. 분명히 독특하고 재미있을 거야'라고 말이다.

그러나 실제 결과물은 플레이어에게 아무런 가치를 주지 못했다. 개발자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한 방식은 아예 다른 방향이 됐고, 결과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며 우린 고통만을 받는다. 게임으로서의 요소가 강하다기보다는 개발자의 자기만족을 위한 결과물이 되어버렸다.

개발자 스스로의 고민과 결정이 망겜을 만들어버리는 상황. 그렇기에 더 콰이어트 맨은 나름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무엇이 게임을 게임답게 만들고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가'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 게임을 플레이해보라. 한 시간도 되지 않아 고민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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