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검은사막 모바일,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시작됐다

기획기사 | 원동현 기자 | 댓글: 66개 |



인플레이션, 참 무서운 단어다. 화폐를 유통하는 현대 국가라면 늘 가슴 한 켠에 품고사는 시한폭탄이다. 성장은 언제나 인플레이션을 동반하지만, 이에 잡아먹혀서는 안 된다. 화폐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 나날이 필요한 '숫자'가 늘어난다는 건 경제의 근간이 병들었다는 걸 의미한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 내에 재화와 화페가 있고, 경제 체계가 있으면 인플레이션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 특히 자유경제를 추구하는 검은사막 모바일은 더욱이 그렇다.

최근 검은사막 모바일은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게임의 기본 재화인 은화뿐만 아니라, 강화 재료인 블랙스톤, 심지어는 전투력과 장비까지 급속한 성장과 확장세를 보이며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임 경제의 가장 기본은 경쟁을 통한 소모다. 끊임없는 투쟁을 강조하며 플레이어가 재화를 소모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소모에는 단순한 소비품 뿐만이 아니라 강화 등을 통한 장비의 증발도 포함한다. 경쟁 구도를 부추기며 기존 재화의 소모가 꾸준히 이루어져야 경제는 안정성을 갖는다.

다만, 검은사막 모바일의 경제 시스템에는 가장 중요한 '재화의 소모'가 거의 없다. 물약이나 기타 소모품으로 은화를 소모할 일이 거의 없으며, 대부분의 장비는 소멸되지 않는다. 강화 비용이 어느 정도 들어가긴 하지만, 이 역시 공급량에 비하면 부족하다.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은 나날이 심각해졌다. 자동 사냥 등을 통해 생겨난 은화와 재화가 경제 전반에 쌓여갔다. 매일 은화를 지급하던 월정액 상품 역시 이러한 현상을 가속했다. 오픈 첫주 최대 8만 은화를 지급하던 일일 은화 지원 상품이 3월 16일에는 25만 은화, 4월 28일에는 85만 은화, 7월 13일에는 300만 은화, 그리고 11월 9일에는 3,000만 은화를 지급하기에 이르렀다.

인플레이션을 인플레이션으로 따라잡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 8개월간 375배 치솟은 일일 은화 수급량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소모성 콘텐츠가 등장했다. 태양의 신전이 대표적이다. 태양의 신전은 특정 시간대에 열리는 돌발성 이벤트로 매회 일정 금액을 지불해 봉납을 하면, 막대한 양의 인게임 보상이 따라온다. 동시 최대 1,000명이 참여해 경쟁적으로 봉납을 하는 만큼 재화 소모량도 만만치 않다. 1회 참여당 평균 3천만 은화 가량이 소모된다.

하지만, 태양의 신전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았다. 기존 재화 가치가 폭락했다. 은화 소모를 유도할만큼 매력적인 보상을 제시해야 하기에 태양의 신전에서 얻을 수 있는 물품들은 하나 같이 가성비가 좋다. 몇달 전 현금 3만원으로 사던 물품이, 오늘 태양의 신전에서는 몇백만 은화에 구할 수도 있다. 시세로 따지자면, 수십배가량의 차이가 난다.



▲ 은화를 소모해 각종 재화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태양의 신전'

이는 또 하나의 인플레이션이다. 은화의 가치를 최대한 보존시키기 위해 다른 재화를 희생했다. 블랙스톤은 끊임없이 쌓여 최상급을 넘어 흑결정이 등장했고, 여기에 상급 흑결정, 그리고 순도높은 흑결정이 추가되며 스펙과 대체 재화의 인플레이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검은사막 모바일 측이 게임 내에서 직접적으로 재화를 판매한다는 점이다. 은화, 블랙스톤, 고대 금주화 등 게임 내 전투력에 영향을 미치는 재화가 상품으로서 꾸준히 판매되어왔다. 앞서 언급한 급격한 인플레이션 탓에 상품들의 가치가 시시각각 변한다.

3월에 11,000원에 팔던 은화 상자는 구매시 50만 은화와 대형 생명력 회복제 50개를 지급했다. 6월에 판매된 누베르의 금고는 33,000원의 가격에 5,000만 은화와 500 블랙펄, 여기에 고대 금주화 5천개를 더해 구성됐다. 11월에는 55,000원의 메디아의 유산이 출시되었으며, 2천펄과 2억 5천만 은화를 제공했다.

부가적인 보너스 상품을 제외하고 은화만 계산하더라도, 6월 상품이 3월 상품에 비해 33배, 11월 상품은 3월 상품에 비해 정확히 100배 효율적이다.

□ 은화 상자(11,000원) = 500,000 은화 + 대형 생명력 회복제 50개(3회 구매시 50만 은화 추가 지급)
□ 누베르의 금고(33,000원) = 50,000,000 은화 + 500 블랙펄 + 고대 금주화 5,000개
□ 메디아의 유산(55,000원) = 250,000,000 은화 + 2000 펄

핵심 강화 재료인 블랙스톤 역시 이러한 흐름을 피해가지 못했다. 3월에 판매되던 '잠재력 상자'는 33,000원에 중급 200개, 상급 20개, 그리고 3개 구매시 보너스로 최상급 1개를 추가 지급했으나 11월 추가된 '돌파 패키지'는 동일한 가격에 상급 12,000개, 최상급 750개, 흑결정 45개, 상급 흑결정 21개에 360펄을 추가로 제공한다. 비교 자체가 힘든 수치다.

□ 잠재력 상자(33,000원) = 중급 블랙스톤 200개, 상급 블랙스톤 20개, 전투의 흔적 획득 확률 증가권 20개 (3회 구매시 최상급 블랙스톤 1개 추가지급)
□ 돌파 패키지(33,000원) = 상급 블랙스톤 12,000개, 최상급 블랙스톤 750개, 흑결정 45개, 상급 흑결정 21개, 360펄

게임 경제 전반에 은화가 범람하고, 이를 소모시키기 위해 태양의 신전과 같은 콘텐츠를 선보여 다른 재화로의 치환을 유도했다. 반대급부로 각종 강화재료들이 손쉽게 풀리자 기존 유료 상품들 역시 파격적으로 구성되기 시작했다. 소모를 유도하기 위해 새로운 등급의 장비가 추가됐고, 새로운 강화 시스템을 도입해 천장을 높였다. 자연스럽게 상위 유저 간에도 전투력의 격차가 발생했다.

2018년 12월 13일 기준, 1위 전투력은 8185, 상위 1%는 6134, 상위 3%는 5209다. 1위와 상위 3%간에 57%가량의 격차가 존재한다.



▲ 사실상 제한없이 치솟고 있는 전투력

앞서 언급했듯 경제의 성장에는 인플레이션이 언제나 동반된다. 상품 가치의 변동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경제의 축인 재화를 직접적으로 판매하는 상품을 다룬다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게임 내 각종 재화가 범람하는 현재, 다음 한 수가 중요하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인플레이션을 따라잡기 위해 '더욱 혜택이 큰 상품'을 판매한다면, 끊이지 않는 딜레마가 형성된다. 자유로운 경제, 모두가 상부상조하는 오픈월드를 꿈꾼다면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

아래는 펄어비스 측과의 일문일답이다.

Q. 은화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계획과 어긋난 점은 없는지?

검은사막 모바일도 다른 MMORPG 장르의 게임과 마찬가지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총 경제 규모 및 유저의 게임 자산 보유량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이 속도가 너무 늦으면(은화 공급량이 적으면) 게임을 즐겁게 플레이하기 힘들고, 이 속도가 너무 빠르면 상위 유저의 박탈감이 심해지기에, 검은사막 모바일에서는 태양의 신전 등 은화를 소모시키는 기본 콘텐츠를 제공해 왔으며 최근 상위 던전 및 월드 경영 등 은화 공급 콘텐츠가 추가되기도 했다.

이 밸런스 조절이 중요하기에 최근 총 은화량 조절과 밀접한 콘텐츠인 잠재력 돌파 시스템 개편, 캐릭터 및 연금석 각성 등을 추가했으며 앞으로도 은화 공급과 소모를 계속 모니터링하여 유저들이 게임의 재미에 더욱 더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하겠다.

Q. 매달 과금 상품의 효율성이 급격하게 달라지는데, 이러한 점이 인플레이션을 가속한다는 지적이 있다. 과금 상품의 재정비 계획이 있는지?

애초부터 추구했던 검은사막 모바일의 컨셉은 강화/ 데스 패널티에서 유저의 상실감을 최소화하고 합리적 과금(무과금 유저는 인게임 플레이를 통해 재밌게 얻어 나가고, 과금 유저는 만족감을 얻고) 모델을 지향하는 것이었다.

이 컨셉 하에 런칭 후 모두가 1레벨, 0은화에서 자산 규모가 증가하면서 은화 가치가 변동되어 왔고 이에 따라 과금 상품 효율성도 조정해 왔던 것은 사실이다. 단, 서비스 안정화 단계에 접어 들면서 강화 시스템 개편 및 각성 업데이트 등으로 엔드 콘텐츠를 다듬어 왔기에 앞으로 은화 가치 및 과금 상품 효율의 변동폭이 적어질 것으로 보인다.

Q. 은화의 주 소모처가 강화와 태양의 신전인데, 해당 콘텐츠 등장 이후 전투력과 기타 재화 인플레이션이 반작용으로 일어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을까?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당장은 일부 밸런스가 안 맞아 보일 때도 있으나 은화 공급 콘텐츠와 은화 소모 콘텐츠의 완급 조절 및 엔드 콘텐츠를 다듬어 나가고 있기에 조만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Q. 금괴와 같은 대체 재화 도입 가능성 있는지?

주 거래 재화인 ‘은화’는 이용자의 아이템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거래금액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나, 계산하지 못할 정도의 가치는 아닌 것으로 판단되어, 신규 재화의 도입은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