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캡틴 '스맵' 송경호, 팬들에게 들려주는 kt 롤스터 이야기

인터뷰 | 손창식, 남기백 기자 | 댓글: 32개 |



이적 시장이 끝난 지 꽤 시간이 흘렀다. 그중 kt 롤스터는 마지막까지 팬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다. 오리무중인 원거리 딜러, '비디디' 곽보성의 가계약, '스코어' 고동빈의 입대 문제 그리고 '스맵' 송경호의 의아한 잔류 결심.

그런데 꽤 단순했다. '스맵'은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도 단순하기로 유명한 인물이다. 프로에게 우승만큼 단순하고 달콤한 목표는 없다. 방법도 쉽다. 열심히 준비해서 잘하면 된다. '스맵'은 복잡한 이적 시장에 뛰어들기보다 kt 롤스터에 잔류함으로써 더 빨리 목표를 설정했다.

팀의 레전드니 프랜차이즈 스타니 전부 '스맵'에게는 먼 이야기였다. 인터뷰하는 동안 많이 내려놓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유로워졌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서였을까 '스맵'은 자연스럽게 '마타' 조세형과의 불화, 코칭스태프에 대한 루머 그리고 '프레이' 김종인의 합류 등 팬들이 궁금해했던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Q. kt 롤스터 레전드의 길을 택했다. 비시즌 기간에 어떻게 보냈나.

사실 팀의 레전드가 되고 싶다기보다는 충분히 여러 팀을 돌아다녔다 생각해서 이제는 자리 잡고 싶었다. 마음 편안한 곳에서 하고 싶다는 마음이랄까. 그리고 팀에서 나를 많이 챙겨줬기 때문에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최근 이적 시장 추세가 '누구랑 하고 싶다, 누구랑 같이했으면 좋겠다'다. 나도 항상 그런 생각을 했지만, 이제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들 좋은 팀원을 찾으니 그냥 내가 먼저 계약해서 나를 보고 오는 선수가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기존 선수들도 충분히 훌륭했지만, 그 친구들이 나가더라도 그만큼 좋은 선수들이 또 올 수 있는 곳이 kt 롤스터라고 알리고 싶었다.


Q. 결국 자신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자신감은 있었지만, 외부 평가가 안 좋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팀에서 나를 높게 평가해준 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이적 시장에서 나를 원하는 팀이 꽤 있었다는 것도 자신감을 갖추는데 한몫했다.


Q. 그렇다면 새로운 선수들이 들어오는 것보다 기존 선수단이 유지되는 게 전력의 더 도움이 되지 않나.

당연히 같이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그런데 정말 다들 고생 많았다. 함께 울고 웃으면서 마음고생을 그렇게 했는데, 한번 더 같이 하자는 말을 쉽게 못하겠더라. 심지어 '스코어' (고)동빈이 형은 입대 문제 때문에 게이머 생활을 계속 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냥 기존 팀원들이 고생한 만큼,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고 싶은 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Q. kt 롤스터는 소문도 참 많았다. '마타' 조세형과의 불화설에 대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불화라고 보기 어렵다. 사이가 안 좋고, 싸워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지 않았다. 루머일뿐이다. 게임 내적으로 서로 성향이 달랐다. 모든 팀이 이 정도의 문제는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상상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1년 차에나 많이 의견이 안 맞았지 2년 차 때는 오히려 호흡을 맞추려고 서로 양보를 많이 했다.


Q. 계속 팀원들의 고생을 이야기하는 거 보니 정말 힘들었던 모양이다.

프로게이머 생활 중 올해와 지난해가 가장 힘들었다. 다른 팀원들도 그만큼 압박감을 받고, 힘들었을 거다. 말로 표현하기 쉽지 않다. 모든 프로게이머가 느끼겠지만, 주장이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정말 힘들었다. 이렇게 힘들다는 이야기를 공식적인 인터뷰에서 말한 적은 처음인 것 같다.





Q. 더불어 코칭스태프도 고생이 정말 많았다.

나는 솔직하게 말하고 싶다. 코칭스태프를 질타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밴픽 실수가 있다 하더라도 밴픽은 선수들과 논의를 하고 완성한다. 절대 코칭스태프가 단독으로 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선수단 전체가 충분히 토론하고 내놓은 결과물이다. 그래서 비난하는 분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기 어렵다.


Q. 꼭 밴픽뿐만 아니더라도 코칭스태프에 대한 루머도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연습이 끝나자마자 술을 마시러 간다거나 하는 이야기 정도는 들었다. 그런데 연습이 끝나고 술을 마시는 게 왜 잘못인가. 다들 일 끝나고 맥주 한잔하면서 피로를 풀지 않나. 그리고 시즌 중일 때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술을 마시러 같이 가면 갔지, 우리 코칭스태프가 그렇게 개인 생활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선수여도 마찬가지다. 정해진 시간에 열심히 연습하고 술 한잔할 수 있다. 꼭 정신을 잃을 정도로 마셔야 하는 게 아니지 않나. 또 날마다 마시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선수들이 스크림이 끝나고 솔로 랭크를 하는 건 개인 시간을 활용해서 추가로 하는 거다. 술 한잔에도 이렇게 가혹한 질타를 받아야 하나 안타까운 마음이다.

너무 휴식에 취하면 관리가 필요하겠지만, 나는 선수건 코칭스태프건 그 어떤 관계자들이건 정해진 일을 끝마치고 개인의 시간을 가지는 게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지지부진한 영입 때문에 더욱 부정적인 시선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솔직히 불안했다. 불안했는데, 그런다고 해결되는 일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불안하기보다 우리 팀을 기다리고 믿었다. '프레이' (김)종인이 형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는데, 나도 살짝 기대하기는 했다.

우리 둘 관계가 단순히 외적으로 잘 맞는 게 아니다. 그냥 재미있게 봐주는 팬들이 많은데, 게임 내적으로 정말 잘 맞는 형이다. 기회가 닿으면 이번에 같이 할 수 있겠다 싶었지만, 뜻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와 별개로 현재 들어온 원거리 딜러 선수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겠다.





Q. 그래도 팬들이 가장 만족하는 영입은 '비디디' 곽보성이다. 지내보니 어떻던가.

나의 불안감을 덜어준 이적 소식이었다. 개인적으로 (곽)보성이가 '올까?'라는 의문이었다. 그런데 연습실에서 만나니 굉장히 반갑더라. 성격이 밝은 친구들이 오길 바랐는데, 그에 맞는 선수가 와서 만족스럽다.

우리 팀의 밥이 맛있다고 엄청 유명한데, 보성이는 식사 시간을 그렇게 기다린다. 연습이 끝나자마자 얼른 밥 먹으러 가겠다고 뛰어갈 정도다(웃음). 내가 차려주는 밥상은 아니지만, 괜히 뿌듯한 마음이다.


Q. '비디디'뿐만 아니라 현재 들어온 선수들도 전부 밝은 성격인가.

아이들이 정말 시끄럽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옆에서 보고만 있어도 그저 즐겁고, 재미있다. 보고 있으면 옛날 생각도 나고, 보기 좋았다. 나도 같이 어울려보려고 동생들이 어려워하지 않도록 노력 중이다(웃음).


Q. '슈퍼팀'이었던 kt 롤스터에서 '드림팀' SKT T1으로 스포트라이트가 넘어갔다.

개인적으로 SKT T1이 정말 기대된다. 얼마나 잘할지 궁금하다. 보기만 해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팀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연 우리처럼 1년 차에 휘청거리지 않을까 아니면 기대에 맞게 처음부터 끝까지 잘할까. 아마 다 같은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페이커' 이상혁에 대한 팬심이 있다. 2018년에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2019년에는 더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팀은 더 이상 '슈퍼팀'은 아닐지 몰라도 활발한 분위기 속에서 다들 의지가 강하다.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 많아서 벌써 선수들 간의 신뢰가 쌓이는 느낌이다.


Q. 팀원 말고도 다른 변화는 없나. 출퇴근 구조를 바꾸고 싶어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출퇴근보다 연습 공간과 숙소가 한곳에 있는 게 편하긴 하다. 그런데 그건 그냥 귀찮음 때문이다. 내가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지독할 정도로 귀찮아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제는 그냥 운동한다는 생각도 들고, 맑은 정신으로 연습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Q. 혹시 이번 이적 시장을 경험하면서 선배로서 하고 싶은 말은 없는지.

'누구 오면 할게요'는 나도 그랬기 때문엔 충분히 이해는 한다. 비판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e스포츠가 더 발전해서 프로 축구나 야구처럼 체계적으로 바뀐다면 조금 덜하지 않을까 싶다. 이적 시장 시스템에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 올해 나랑 상관없는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이적하려는 선수와 영입하려는 팀들은 오죽했을까.


Q. 해외 이적에 대한 생각은 없었나. 충분히 매력적인 선수인데.

친한 선수들에게 해외 경험담을 듣다 보니 마음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그런데 아직은 한국에 있고 싶다. 아직 못 이룬 목표도 있고, 여전히 팬들이 응원해주니까 해외 진출이 쉽지 않다.


Q. 이제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팀의 예상 성적부터 짚어보고 싶다.

농담이 아니라 우리 팀 전력이 꽤 좋다. 선수들의 의지가 무척 강하고, 서로 잘하는 부분을 흡수하려고 노력한다. 자연스럽게 피드백도 잘 받아들이고, 잘할 일만 남았다. 다들 우승이 고파서 그런지 열심히 달릴 생각뿐이다.





Q. 떠난 동료들에게 전할 덕담은 없나. 다들 한마디씩 하는 모습이었는데.

전에 '데프트' (김)혁규의 인터뷰를 보니 나한테 피드백을 더 받아야 한다고 하더라. 이제 '투신' (박)종익이랑 하게 됐는데, 축하한다. 물론, 종익이는 축하받을 일이 아니다. 고생길이 열렸으니(웃음). 혁규가 조금 더 성장했으면 좋겠다. 워낙 부족해서 종익이한테 많이 배우길 바란다(웃음).

이게 다들 고생했으니 어딜 가더라도 잘됐으면 좋겠다고 해야 멋있는 모습인데, 막상 흩어지니 무조건 이겨야겠다는 생각부터 든다. 경기에서 적으로 만나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고, 특히 혁규랑 '폰' (허)원석이에게는 형의 중요성을 깨우쳐주고 싶다. 내가 얼마나 그 친구들에게 힘이 됐는지 보여줄 일만 남았다(웃음).


Q. 이제 kt 롤스터의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팀을 대표하는 선수가 되는 느낌이다.

선수라면 당연히 욕심낼만한 요소다. 그런데 그동안 관심을 워낙 많이 받다 보니 그런 욕심은 많이 줄었다. 내가 꼭 우리 팀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지금은 그런 부가적인 목표보다 우승 하나가 더 간절하다.


Q. 프리시즌 메타는 어떤가. 본인이 선호하는 형태의 경기가 많은데.

일단 속도가 빨라졌다. 전투가 빈번해졌고, 현상금 때문에 역전도 많이 나온다. 벌써 KeSPA컵에서 흥미로운 경기가 많이 나온다. 현상금 시스템이 참 재미있는 게 내가 현상금이 많아지면 감정이입이 된다(웃음). 도망자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상대가 현상금이 많으면 그 챔피언만 바라보고.


Q. 세계 대회에 대한 욕심은 더욱 커졌을 것 같다. LCK식 운영이 정말 고였나 알고 싶기도 하고.

진심으로 2019년에는 LCK 팀들이 다시 잘할 거라 믿는다. 내가 현역이다 보니 LCK가 고였다고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물론, 내가 고였을 수는 있다. 그리고 신예들이 발굴되지 않는 이유가 '고인물' 때문이라는 말에 동의하기도 어렵다. 적어도 나는 신인 선수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진 적은 없다. 한국에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내년에는 충분히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다.


Q. 그동안 팀이 고생한 이야기를 많이 늘어놨다. 똑같이 마음고생 했던 팬들에게도 한마디 해달라.

어느덧 kt 롤스터에서 3년 차를 맞게 됐다. 처음으로 한 팀에서 3년째 하게 됐는데, 편안한 마음이다. 열심히 하는 만큼, 좋은 결과물을 팬들에게 선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전에는 팬들과 SNS나 방송으로 소통을 많이 했다. 하지만 최근에 개인 사정으로 대화를 많이 나누지 못했다.

2019년에도 kt 롤스터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고, 이렇게 한국에 남은 이유도 팬들 때문이니 계속 사랑해주시길 바란다. 그동안 소통하지 못한 시간은 KeSPA컵과 롤챔스 성적으로 보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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