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로그라이크 + 덱 제작 + 액션 = '네오버스'

인터뷰 | 김규만 기자 | 댓글: 19개 |



지난 1월 10일, 티노게임즈는 자사의 신작 '네오버스'를 스팀 얼리액세스 버전으로 출시했습니다.

정가 18,500원(얼리액세스 할인가 15,720원), 확률형 아이템을 필두로 한 부분 유료 서비스가 일상이 된 국내에서 티노게임즈는 네오버스를 유료 게임으로서, 유저가 한 번 게임을 구매하면 앞으로 업데이트될 예정인 콘텐츠까지 모두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요즘은 잘 들리지 않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로그라이크 덱 빌딩 게임을 표방한 '네오버스'는 매번 랜덤으로 주어지는 카드와 랜덤한 몬스터를 조우해 나가면서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도달하는 것이 목표인 게임입니다. 또한 로그라이크 게임이기 때문에 한 번 죽으면 모든 것을 잃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죠. 지난 2017년 출시된 '슬레이 더 스파이어'를 아신다면, '네오버스' 또한 비슷한 문법으로 진행되는 게임이라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티노게임즈는 슬레이 더 스파이어가 게이머들에게 보여준 틀 위에, 자신들만의 게임성과 특징을 살리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전작인 '마제스티아'에서 보여줬던 개성 있는 그래픽을 들 수 있고, 경기창조오디션에서 TOP10에 선발될수 있었던 요소인 액션성, 그리고 독자적인 카드 시스템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오픈 약 5일째를 맞이하고 있는 네오버스는 스팀 내에서 '현재 유행하고 있는 게임'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순항하고 있는 중입니다. 인벤에서는 티노게임즈의 김동효 대표를 만나 게임을 출시한 소감 및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로그라이크 덱 빌딩 게임 '네오버스'
"'슬레이라이크(Slay-Like)'라고 해도 별로 반감은 없어요"



▲ 티노게임즈 김동효 대표

Q. 먼저 '네오버스'를 개발하게 된 계기가 있으시다면 들려주세요.

김동효 대표 - '네오버스'를 만들게 된 계기는 먼저 회사를 처음 설립한 시점의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티노게임즈를 설립한 것은 2015년이고, 그 전에 2014년부터 팀을 만들었어요. 처음 팀을 꾸릴 때부터 만들고 싶었던 게임이 전략게임, 그중에서도 카드를 베이스로 하는 게임이었죠.

그 바탕에서 방향을 고민하면서 크게 나온 아이디어가 두 가지였는데, 그중 하나가 발판 위에, 카드를 소환해서 움직이며 싸우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가 주인공의 행동을 카드로 결정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후자는 '하스스톤'과 비슷한 방향이어서, 저희만의 특색을 가진 발판을 만들어서 유저들이 그 위에서 즐겁게 놀 수 있는 게임을 만들자고 생각했죠. 그리고 그렇게 개발했던 게임이 '마제스티아'였습니다.


Q. 그렇다면 '주인공의 행동을 카드로 정하는' 아이디어가 바로 네오버스의 모태가 된 셈인가요?

김동효 대표 - 그렇죠. 마제스티아 출시를 통해 겪었던 것들과 배운 것들을 토대로, 초심으로 돌아가서 만들고 싶었던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개발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위에서 말씀드린 이런 게임을 개발하려고 보니, '슬레이 더 스파이어'라는 게임이 등장한 거죠. 그래서 처음에는 이 방향이 우리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고, 아예 신나는 게임을 만들자며 잠시 액션게임을 만들어보기도 했어요.

작년 경기 게임창조 오디션에 선발된 것이 바로 그 액션게임의 액션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었어요. 오디션 과정에서 약 30명의 평가단분들이 게임을 보시더니 모바일보다는 "이 정도 퀄리티면 모바일보다는 PC, 콘솔이 낫겠다", 또 "지금 모바일 시장에서 액션 RPG 장르로 괜찮겠냐"는 반응을 많이 주셨어요. 저희도 깊게 고민하는 부분이었고, 액션 RPG는 퍼블리셔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장이 됐잖아요. 그래서 다시 '잘하는 걸 만들자'며 원래 아이디어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Q. 얼리액세스 출시 이후 약 5일 정도 됐는데, 지금까지 반응은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김동효 대표 -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구매율로 따지면 북미, 한국, 중국 순으로 유저가 많은데, 중국 유저들의 댓글을 제외하면 '매우 긍정적'인 평가가 되더라고요. 부정적인 평가 또한 유저의 의견이라고 생각하고 번역기를 통해 읽고 수정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은 따로 있었어요. 게임의 플레이 문법이 '슬레이 더 스파이어'와 비슷하거든요. 그런데 어떤 북미 유저가 "슬레이 더 스파이어의 카피인 줄 알고 플레이해봤는데 아니더라. 뭔가 다른 재미가 있다"고 평가해주셔서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Q. 회사 설립부터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지만, 슬레이 더 스파이어때문에 어느 정도 비교될 수밖에 없었겠네요.

김동효 대표 - 제 마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네오버스를 '슬레이라이크(Slay-Like)'라고 해도 별로 반감은 없어요. 그만큼 슬레이 더 스파이어가 완성도가 높은 게임인 것이 사실이고요. 그렇지만, 게임 속에 저희만의 재미를 녹여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하고 큰 선두주자가 있는 시장에 겁 없이 뛰어들었죠. 또 슬레이 더 스파이어에 대한 유저들의 호응도 결정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저도 1,000시간씩 플레이할 정도로 팬이거든요.

지금까지는 유저 여러분들의 평가도 그런 부분에서 나뉘는 편이에요. 제 생각엔 슬레이 더 스파이어가 출시되기 전까지는 이런 장르, 덱 빌딩 장르라고 할까요? 그런 게임이 뚜렷하게 없었다고 봐요. 전체적인 진행이 카드든 유물이든 아이템을 획득해나가면서 스테이지를 깨고, 죽으면 모든 것을 잃고 처음부터 새로 하는 문법의 게임이 없었죠. 그런 부분에서 좋은 레퍼런스가 되어줬습니다.

개발자 두 분이서 만들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정말 대단한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 현재 가장 많이 알려진 로그라이크 덱 빌딩 카드게임, '슬레이 더 스파이어'

Q. '슬레이라이크'라는 용어가 인상적이네요. 확실히 두 게임 모두 부담 없이 즐기기 좋은 방식의 게임들인 것 같습니다.

김동효 대표 - '덱빌딩 로그라이크 장르'...라고 할까요? 앞으로 이런 시스템이 하나의 장르로 정착할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배틀로얄도 이미 하나의 장르로 정착했잖아요. 로직과 룰은 같으면서, 어떻게 다른 부분에서 재미를 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배틀그라운드와 포트나이트 사이에도 작년에 갈등이 조금 있었잖아요. 하지만 포트나이트는 자신만의 재미를 전달하고 큰 성과를 이뤄냈고요. '네오버스'도 저희만의 재미가 있다는 부분을 유저 여러분께서 넓은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스트리트파이터'와 '철권' 사이의 차이처럼, 다른 재미있는 게임들이 더 등장해서 이 장르로 많은 재미를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재미의 가치를 유저들이 느낄 수 있느냐라고 생각해요. 게임의 겉보기, 흐름이 똑같다는 것은 중요한 팩트가 아니라고 믿고 있어요.

슬레이 더 스파이어가 아니었다면 이런 덱 빌딩하며 재미를 느끼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저희도 선뜻 '네오버스'를 개발하지 못했을지도 모르죠. 이런 게임이 오랫동안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을 확신시켜 주었기 때문에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하지만, 앞서 이야기하셨듯 성공한 게임이 이미 있기에 그만큼 차별점을 두는 것이 중요했을 것 같습니다.

김동효 대표 - 그렇죠. 첫 번째는 원래 액션 게임을 개발하고 있었고, 전작인 마제스티아에서도 캐릭터들의 액션에 신경을 썼던 것처럼 '액션'을 게임에 녹여내는 게 중요했어요.

그리고 카드를 드로우하는 방식 카드 게임에서는 정말 중요하거든요. 패를 어떻게 깔았나, 카운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게임이 되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같은 대전 게임이라도 '스트리트파이터'와 '철권'이 다르듯이, 그런 식으로 풀어나가고자 했습니다.

'네오버스'의 코어한 드로우 시스템은 저희만의 시스템이에요. 저희가 처음 개발했던 것도 마제스티아 때였고, 거기서 차용해서 사용하고 있는 부분이고요.


Q. 그렇다면 네오버스의 드로우 시스템에 대해서 잠깐 소개해 주세요.

김동효 대표 - 일반적으로 카드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패를 얻는 '드로우'는 아주 중요한 요소에요. 보통은 일정 조건을 만족시켜서 드로우 기능을 발동시키는 것으로 카드를 손으로 가져오는데, '네오버스'에서는 카드를 한 장 사용하면 무조건 한 장을 뽑게 되어 있어요. 손에 들 수 있는 카드는 다섯 장으로 고정되어 있고요. 이런 식으로 플레이를 단순화한 것도 특징이에요.

계산을 해서 즐겨야 할 부분도 있는데, 덱이 0장이 되면 다시 드로우가 안되거든요. 그런 부분은 유저들이 직접 계산하도록 남겨둔 부분이고요. 저희도 유저 여러분들이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주시는 것을 모니터링하고 있는데요, 자세히 보면 "'슬레이 더 스파이어'랑 똑같애"라고 말하시면서 플레이하시는 분은 끝까지 못 가시더라고요. 이 게임만의 특징을 인정하고, 확인하신 분들은 보스를 만나거나, 클리어도 하는 반면에 말이죠.


Q. 드로우 시스템 등과 같은 차이만으로도 그렇게 다른 결과가 나오는군요.

김동효 대표 - 제가 슬레이 더 스파이어를 즐겨 할 때부터 보던 스트리머 한 분이 계세요. 한 게임만 1,400시간을 했으니, '네오버스'가 슬레이 더 스파이어와 똑같은 게임이라면 바로 엔딩을 보고 끝났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이틀동안 6시간 정도를 플레이하셔도 엔딩을 보지 못하시더라고요.

꼭 드리고 싶었던 말이 있는데, "슬레이 더 스파이어 아니에요" 라는 거에요. 코스트, 카드 능력치, 드로우 시스템 다 다르거든요. 특히 카드게임이 이런 작은 부분에서 만들어지는 차이가 큽니다. 같은 카드 게임이라도 '매직 더 개더링'이 다르고, 또 '하스스톤'이 다른 것 처럼요.




Q. 네오버스는 현재 36개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운이 좋다고 가정했을 때, 한 번 클리어하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 궁금합니다.

김동효 대표 - 전투시간만 따지면 가장 빠르게 클리어한 분들이 18~19분 정도? 최고기록도 15분대까지 나온 유저도 있었는데, 이건 순수하게 전투하는 시간만 측정한 것이고 나머지 상점을 이용하거나 덱을 보는 것은 포함이 되지 않은 시간이에요.

짧게 게임을 끝내면 30~40분, 단어 하나까지 다 읽어야겠다고 생각하시는 유저분들은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걸린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희 게임이 딱 언어영역과 수리영역만 있어요. 국어랑 산수만 잘 하면 누구나 네오버스를 잘하실 수 있습니다(웃음).


Q. 또 하나 궁금한 게 있어요. 전작인 '마제스티아'는 로우 폴리 스타일의 그래픽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번 네오버스의 경우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이러한 그래픽 스타일을 채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김동효 대표 - 마제스티아를 평가하면서, 저희는 나름대로 트렌드라고 생각하고 게임에서 선도해 나간다고 했던 로우폴리 스타일이 일반 유저들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어요. 돌이켜보면서 오히려 이쁘고, 좀 더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대상이 게임에서는 더 낫다는 것을 배운 거죠. 아트 스타일만으로는 게임의 재미가 결정되지 않는다는 깨달음도 얻었고요.

또 마제스티아는 장르 자체가 희소한데, 그래픽 자체도 호불호가 갈리는 그래픽이었어요. 그래서 100명의 유저가 있다면 아무리 많아봐야 25명 이상의 유저에게는 어필할 수가 없었던 거죠. 이러한 사례를 통해서 장르가 매니악하다면 그래픽만이라도 대중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게 됐습니다.


Q. 그래도 몇몇 몬스터들의 경우는 로우 폴리 그래픽으로 등장하는 것 같았는데, 맞나요?

김동효 대표 - 네 등장합니다. 리소스가 있기 때문에...(웃음)

사실, 마제스티아는 모바일로 개발되다 보니까 로우폴리 스타일을 다 표현하지 못했어요. 로우 폴리 스타일을 제대로 살리려면 실질적으로 폴리곤 개수가 더 많이 들어가야 하거든요. 그런데 모바일에서는 그게 안 되니까 유저 여러분들이 '버추어파이터1'같은 그래픽으로 받아들이실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모바일의 제약 때문에 많이 표현할 수 없었던 부분들을, 원본을 다시 다듬에서 네오버스에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게임 자체가 여러 가지 다중 우주를 돌아다니는 세계관이거든요. 그 몬스터들은 말하자면 모든 것이 로우 폴리 스타일로 왜곡되어 보이는 세계에 있는 것이라고 봐주시면 좋겠어요.




Q. 다중 우주 세계관이라 그런지 세 명의 주인공들이 각각 다른 시대를 반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주 요원과 성기사, 그리고 소환사라는 점이 독특하다고 생각했어요.

김동효 대표 - 감사합니다. 또 모든 캐릭터들이 각자 독특한 전투 스타일을 가지고 있기도 해요.

여담이지만, 카드를 설계할 때 전체적인 느낌을 현대를 투영하거나 풍자, 패러디하는 요소를 가미하고 싶었어요. '에이전트 나야'를 보면 방사능이라는 디버프를 활용해 공격하는데, 이걸 가지고 적을 공격하면 적에게 방사능을 옮겨줄 수 있다든지. 이렇게 소소한 부분에서 말이에요.

성기사 클레어의 경우도 직업이 성기사이지만, '믿음'을 획득할수록 회복력이 높아지지만 반대로 믿음을 져버릴 수도 있는 캐릭터에요. 이를 통해서는 인간이 가진 자유도를 표현하고 싶었는데, 이런 것들을 플레이하면서 조금씩 체감되기를 바랐어요.

마지막으로 소환사인 헬레나의 경우는 게임 안에서는 드래곤과 사자, 그리핀과 같은 환상의 동물로 표현됐지만, 인간과 동물의 소통이라는 키워드를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죠.

말로 풀어내는 스토리보다는 이렇게 직접 겪으면서 느끼는 스토리가 더욱 호소력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전혀 개의치 않고 게임을 즐기는 유저분들도 계시겠지만, 누군가는 알아주시지 않을까요?


Q. 커뮤니티를 보니 몇몇 유저들은 플레이 가능 캐릭터가 여성뿐이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혹시 추후 남성 캐릭터도 기대할 수 있을까요?

김동효 대표 - 원래는 뒤에 보이는 관우를 닮은 캐릭터도 주인공으로 등장할 예정이었는데요, 저희가 주요 타겟층으로 보고 있는 북미 지역 게이머들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으로 현재 게임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아직은 결정된 사항은 없지만, 곧 '토탈워:삼국'이 출시를 앞두고 있으니까 앞으로 북미 게이머들의 중국 문화나 아시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기대는 하고 있어요. 그런 날이 온다면 어쩌면 저 캐릭터를 추가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 현재 게임에는 포함되지 않은 주인공 캐릭터의 디자인


스팀 얼리액세스로 '네오버스'를 출시한 이유
"유저들과 '상생'하면서 게임을 발전시켜나간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Q. 카드 게임을 만들기 위해 회사를 설립하시고, 정말 카드 게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것 같습니다.

김동효 대표 - 어릴 때부터 정말 좋아했어요. 제가 고등학생이었을 때가 1997년 정도였는데, 그때는 매직더개더링 카드를 사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시절이었잖아요. 잠깐 유행했던 MLB, NBA 카드샵 같은 곳 귀퉁이에서나 구할 수 있었고, 카드를 사도 전교에 하는 사람이 저를 포함해서 두명이었어요(웃음)

그 정도로 그때부터 (카드 게임을) 좋아했고, 당연히 코에이의 삼국지같은 전략 게임도 너무 좋아했고요.

제 생각에 이런 덱 빌딩 카드 게임의 원류는 JRPG같아요. 턴마다 자신의 행동을 선택하는 것에 카드의 랜덤성을 접목하고, 어떤 카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하는 거죠. 제가 처음 생각했던 아이디어도 이런 콘셉트였고요.

가만,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때 처음에 '네오버스' 개발을 포기했던 이유가 생각났네요. 역시 BM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Q. 앗 갑자기... BM 때문에 개발을 포기했던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동효 대표 - 게임을 처음 구상할 때는 스팀이 지금처럼 알려져 있지 않았어요. 물론 스팀이야 그 전부터 거대했지만, 국내 한정으로는 '배틀그라운드'가 흥행하기 이전 스팀과 이후 스팀은 전혀 다르거든요. 배틀그라운드가 탄생하기 이전에 스팀으로 어떤 타이틀을 출시해서 먹고 살 만큼 돈을 번다는 생각은 사실 힘들었어요.


Q. BM 이야기가 나온 김에, 현재 얼리 액세스 출시된 네오버스의 가격은 정가 18,500원인데요. 이러한 가격을 책정한 이유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김동효 대표 - 지금은 얼리액세스 할인이 일부 들어가 15,000원 대에서 구매하실 수 있고요. 가격은 저희가 유저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가치가 최소한 이정도는 돼야 한다고 봤던 거죠.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지금 모바일게임 시장의 유통구조나 과금을 이끌어내는 부분들은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게임이 재미의 정도로 판단되어야죠. 재미의 가치를 유저들에게 정확히 전달하는지, 그리고 유저가 그것을 느끼고 충분히 즐길 수 있는지가 중요한 가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모바일게임 시장은) 얼마나 인기가 있고, 얼마나 매출을 기록하는지만을 보고 '인기 있는 게임이구나'라고 판단하는 시스템이어서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시스템이 전체 시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지도 않고요.

이런 부분에서 저희가 드리고 싶은 가치에 대한 가격을 책정한 것이라고 봐주시면 좋겠고요, 그 가치만큼 충분히 만족시키도록 앞으로도 발전시켜나갈 계획입니다.



▲ '즐겨야 하는' 콘텐츠에 대한 추가 과금은 없을 계획

Q. 그렇다면 이후 추가 캐릭터나 카드 등을 DLC 형식으로 판매할 계획을 가지고 계신가요?

김동효 대표 - 캐릭터와 카드들은 게임을 즐기는 요소들이잖아요. 이런 '즐겨야 하는' 콘텐츠를 추가 과금이 필요한 DLC로 출시하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그밖에 부가적인 요소들, 예를 들면 코스튬 같은 요소들은 DLC로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사안은 전혀 없습니다.


Q. 얼마 전 에픽게임즈가 '에픽 게임 스토어'를 발표하며 개발자들에게 수익 88%를 보장하기도 했습니다. 에픽 게임 스토어로 출시할 계획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김동효 대표 - 출시를 거의 앞두고 소식을 들었는데, 굉장히 고민했죠. 하지만 지금 당장은 스팀이 지원하는 것들이 굉장히 잘 되어있어요. 업적이라든지, 랭크, 이런 시스템을 별도의 서버를 사용하지 않고도 웬만한 것들이 다 준비되어 있거든요. 이런 것들도 수익 배분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유저만 많다고 게임이 잘 돌아가는 건 아니니까요.

또 한 가지 문제는 에픽 게임 스토어가 자체 제공하는 커뮤니티가 없을 것이라고 했잖아요. 그 부분은 저희 게임과 맞지 않다고 판단한 부분도 있어요.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면서 포럼 버튼을 눌러서 글을 남기는 것과, 별도의 웹사이트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다른 얘기고, 저희에게 필요한 것은 전자이기 때문이죠.


Q. 스팀 얼리액세스 기간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김동효 대표 - 적게는 약 6개월로 잡고 있어요. 저희 큰 계획은 최종적으로 네오버스에 멀티플레이 PvP 시스템을 추가하는 것이에요. 그래서 그 전까지 밸런스를 최대한 완성시키고 싶습니다. 그런데 얼리액세스로 유저들과 소통하면서 개발한다는 것이, 다른 게임의 사례를 봤을 때는 예상했던 기간 내에 끝내는 게임이 별로 없더라고요. 새로운 것들이 추가되면 새로운 문제가 생기니까요.

일단은 얼리액세스라고 출시하기는 했지만, 게임의 볼륨 자체는 정식 출시라고 해도 승산이 있을 정도의 분량을 제공하고 있어요. 모든 덱을 만들어본다고 하면 시간은 끝도 없고요, 한 캐릭터마다 엔딩을 보는 것만 해도 10시간은 넘게 플레이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출시한 지 만 5일째인데, 지금도 50~60시간찍 즐기는 유저분도 계세요. 플레이하면서 평가 남겨주시고, 버그도 제보해 주시는데, 저희도 일요일 빼고는 매일같이 버그 하나, 밸런스 하나라도 패치를 하고 있어요. 스팀이 이 부분이 정말 용이한것 같아요. 모바일게임은 업데이트에 스토어마다 확인절차가 있는데, 스팀은 바로 적용하면 되거든요.

그리고 유저들이 의견을 남기는 것도 모바일 플랫폼보다 편하잖아요. 이런 편의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편하게 개발자들에게 의견을 전달해주시고 계시고, 이런 부분들이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좋다고 생각합니다.


Q. 스팀 얼리액세스 이후 다른 플랫폼으로의 고민은 없으신지도 궁금해요.

김동효 대표 - 스팀을 통해 유저들과 충분히 소통해 나가면서 개발을 완료하고, 정식 출시까지 간 뒤에 닌텐도 스위치 및 콘솔 버전으로 포팅하는 것이 목표에요. 콘솔로 진출하는 것은 게임이 거의 정립된 상태여야 하니까요. 멀티플레이까지 목표로 한다면 또 충분히 밸런스가 맞는 상태에서 (포팅을) 해야 하고.

콘솔 다음이 아마 모바일쪽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같은 게임을 모델로 하고 있어요. 플랫폼을 막론하고 크로스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말이죠.



▲ 큰 목표는 정식 출시 이후 닌텐도 스위치, 콘솔, 모바일 순으로 이식하는 것

Q. '네오버스'의 개발 기간은 어느정도인가요? 또 카드 하나를 만드는 데는 어느 정도의 기간이 필요한지도 궁금합니다.

김동효 대표 - 현재까지 약 1년이 넘게 개발을 해오고 있습니다. 카드는 독립적으로 한 장씩 만들지는 않고요, 일단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모두 종합해 나열해 놓고, 캐릭터의 콘셉트와 밸런스를 맞춰가면서 설계하는 식으로 만들어집니다. 한 캐릭터의 기본 카드 구성을 만드는 데 약 2개월 정도 걸리고, 또 이를 다듬어 내는데 2개월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만들어진 카드들에 대한 테스트를 할 때도 유저와 똑같은 환경에서 랜덤성을 테스트하고 있어요. 그래야 유저들의 감성을 느낄 수 있잖아요. 그러다보니 테스트 시간도 굉장히 오래 걸리는 편입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얼리액세스를 진행하는 거니까요. 저희 네 명이 아무리 머리를 맞대봐야 유저들의 집단 지성을 절대 능가할 수 없어요. 아무리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라도, 유저들이 의도를 느끼지 못하면 죽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요. 유저들이 재밌게 즐기는 플레이 패턴을 따라갈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밸런스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Q. 그렇다면 정식 출시 이후에도 자체 서비스를 이어가실 계획이신가요?

김동효 대표 - 아무래도 퍼블리셔와 함께 있을 때는 유저들을 직접 응대할 수가 없으니 이야기를 전달받게 되잖아요. 자체 서비스는 이런 소통이 바로바로 되는 부분이 정말 좋다고 생각해요.

물론, 저희가 직접 유저분들과 소통할 때 가끔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그런 것들도 대처해 나가면서 정말 유저들과 '상생'하면서 게임을 발전시켜나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Q. 마지막으로, 이제 막 얼리액세스를 시작한 '네오버스'가 유저들에게 어떤 게임으로 남았으면 좋겠는지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김동효 대표 - 당장 길게, 많이 즐기는 게임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그보다는 오랜 기간을 두고, 새로운 카드와 캐릭터, 모드가 추가되는 것을 차근차근 즐기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앞으로도 추가 과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요.

또 한 판, 한 판을 하면서 유저분들이 충분한 재미를 느끼실 수 있도록 게임을 만들어나갈 계획입니다. 한가지 팁을 드리자면 '슬레이 더 스파이어'가 아니라는 점을 빨리 인식하실수록 더 게임을 재밌게 즐기실 수 있다는 거에요.

카드게임도 마찬가지고, 제 생각에는 좋은 게임들은 보통 커뮤니티에서 이야기할 때 '입롤, 입하스' 같은 이야기들을 많이 하잖아요. 그렇게 게임을 하지 않으면서도 상상할 거리가 많은 게임이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도 그런 게임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수정해 나가는 중입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 자체도 문화적인 경험이 되지만, 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그것을 상상하고, 대화를 나누고 하는 파생적인 문화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까지 제공해줄 수 있는 게임이 되고 싶습니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