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건복지부의 게임보고, 실체없는 '중독세' 만드나

칼럼 | 이두현 기자 | 댓글: 76개 |



보건복지부가 오늘(11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2019년 보건복지부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보고했습니다. 지난 2018년 복지부가 어떤 일을 했고, 무엇을 잘했으며, 또 아쉬운 건 무엇인지 살펴봄과 동시에 올해 로드맵을 제시하는 계획서죠. 이 계획서를 살펴보면, 복지부의 업무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게임도 언급됐습니다. 계획서 17쪽을 살펴보면, '인터넷 게임 과몰입 고위험 청소년 조기발견 및 상담, 자세교정, 인식개선 등을 위한 기초 건강 증진 프로그램 개발 및 교육 등 추진'이라고 쓰여있죠.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보니 '아동 건강증진'을 위한 여러 방법의 하나였습니다.

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의 삶의 질은 OECD 기준 60.3점입니다. OECD 내에서 최하위 수준입니다. 회원국 중에서는 네덜란드가 94.2점으로 가장 높았고요. 우리나라 바로 앞순위인 루마니아도 16점 이상 차이가 났습니다. 반면, '아동 결핍지수'는 54.8%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습니다.

복지부가 어떤 보고서를 인용해졌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거슬러 올라가니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13년 12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제출한 보고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보고서의 이름은 '아동종합실태조사'입니다. 우리 사회의 미래 주인공인 아동을 위해 어떤 사회적 문제가 있는지 미리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함이죠. 아동의 양육, 생활환경, 안전, 학대 등 여러 실태 조사가 보고서에 담겨있습니다.

우리 아동의 삶의 만족도가 60.3점이란 근거도 이 보고서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OECD 국가를 대상으로 유니세프(UNICEF) 기준을 사용해 조사했었습니다. 관련해서 인터넷 및 스마트폰 중독 지수는 총 60점 만점에 32.38로 나왔습니다. 중고생, 남자, 일반 가구, 농어촌 및 중소도시 거주 아동의 '중독'비율이 높았고요. 초등생의 16.3%, 중고생의 9.3%가 '고위험군'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런데, '아동종합실태조사'를 쭉 보니 의문점들이 하나씩 생겨났습니다. 6년 전 보고서라는 점부터 아쉬웠지만, 현실적 문제로 보입니다. 먼저 보인 것은 보호자와 아이를 대상으로 한 조사표에서 '아동 결핍' 부분입니다. 결핍은 식습관 상태, 장비보유 여부, 환경적 측면으로 나뉘는데요. '실내용 게임 및 기구' 는 장비보유 여부에 해당합니다. 실내용 게임 및 기구가 없으면 아동 결핍이 걱정된다는 거죠.

다만, 아쉬운 것은 게임기 보유 여부가 아동결핍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보고서에는 없었습니다. 이유는 '장난감, 교육용 실내 활동 도구 보유'에 병합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외에 게임은 '남자 청소년 중 25.5%가 휴일에 즐기는 것', '게임기의 사용을 제한하는 방법의 훈육' 정도로만 쓰였습니다. 게임은 수준 낮은 놀이 또는 채찍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아쉬웠습니다.



▲ 보건복지부의 이상한 게임 보고서는 한두 번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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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대하는 복지부의 '답정너' 태도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했습니다. 당장 지난 국정감사만 해도 그렇습니다. 게임 중독에 관한 논란은 뒤로 한 채 진행된 국감이었습니다. 국감에서 최도자 의원이 박능후 장관에게 "WHO의 게임장애 질병 등록에 복지부가 빨리 받아들여 달라"라고 하자, 장관이 동감한다는 뜻을 바로 밝혔죠. 이어 이해국 교수가 "병으로 분류할 수 있는 상태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한다"며 지지 의사를 전했습니다.

마치, FC 바르셀로나의 전성기 시절 메시-이니에스타-사비의 '티키타카'를 보는 듯한 호흡이었죠.

다시 오늘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계획서를 살펴보겠습니다. 아동과 청소년 보호? 좋습니다. 세상에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게임 규제 의사를 밝혔던 복지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입니다. 정말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뜻을 품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기자처럼 복지부의 행태에 의문을 표한 학자의 의견을 보고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의 이장주 박사는 오늘 복지부의 보고에서 술과 담배의 규제를 보았다고 밝혔습니다. 담배는 '국민건강증진법'을 근거로 미성년자 대상 판매 금지, '건강증진기금 출연'이 이루어집니다. 담배 재배와 생산은 농림수산부과 관리하고, 규제는 복지부가 맡는 것이죠.

게임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습니다. 게임 진흥은 문화체육관광부, 규제는 보건복지부가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복지부의 의도대로 흘러간다면, 앞으로 복지부가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하고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게임사에게 세금을 걷어갈 수도 있습니다. 아, 여성가족부도 이 세금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복지부가 갑자기 게임에 눈독을 들이는 걸까요? 이장주 박사는 술과 담배, 그리고 게임이라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술과 담배가 많이 팔릴수록 복지부의 재정은 탄탄해집니다. 그런데 최근 국민의 술, 담배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에 주류세 인상이 검토되기도 했지만,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정적인 뜻을 밝혔죠. 또한, 금연인구가 늘어나면서 담배 세수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난 2년 사이 담배세는 2,800억 원이 줄었습니다. 국민이 건강해질수록 복지부의 곳간은 줄어드는 아이러니입니다.

이에 이장주 박사는 한가지 가설을 내세웠습니다. 이번 아동과 청소년 보호 대책은 건강증진기금을 게임사로부터 징수하기 위한 밑 작업이란 가설입니다. 123층짜리 건물도 땅 다지기부터 시작하니까요. 이장주 박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돈을 걷어서 어디다 쓸까요? 게이머들의 건강에 아주 일부 쓰는 시늉을 할 겁니다"라며 "그리고 나머지는 '건강증진기금'에서 구멍 난 액수들을 채울 것으로 의심됩니다"라고 기우를 전했습니다.

앞서 말한 데로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은 좋습니다. 그렇지만, 복지부의 게임 관련 정책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 또, 세금으로 어떤 광고를 만들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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