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텐센트, 죽어야 산다

기획기사 | 원동현 기자 | 댓글: 32개 |
중국의 공룡 기업 텐센트가 비틀거리고 있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텐센트는 이상하리만치 스스로를 옥죄고 있다. 자사의 최고 인기 게임에 셧다운제를 적용하고, 성가시기 그지없는 아동 보호 시스템을 도입하며 아이러니한 '모범'을 보이고 있다. 최고의 매출을 자랑하던 게임 기업이 돌연 자세를 바꾼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텐센트는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 텐센트는 지금 살아남기 위한 대비태세에 들어간 것이다.

기라성처럼 휘황찬란한 제국을 창조해낸 텐센트에 불온한 정적이 찾아왔다.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영원한 대마불사라 여겼던 그 철옹성에 금이 그어졌다.


어째서, 유독 텐센트만?
중국의 핏줄과 같은 텐센트




왜, 대체 어째서, 텐센트만 이토록 두드려맞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텐센트의 중국 내 입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텐센트는 1998년 설립된 종합 인터넷 기업으로 비교적 신생 회사에 속한다. 과거 QQ라는 메신저를 개발해 유통했으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일개 메신저 개발사에 불과했다. 이후 중국 내에 본격적으로 인터넷이 보급되자 QQ의 사용자가 급증, 일약 스타 회사로 발돋움했다.

중국 정부가 주목한 것은 바로 QQ의 사용자풀이었다. 전국민을 하나로 묶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QQ를 잘 활용하면 굉장히 효율적인 선전 플랫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QQ는 이후 대중 플랫폼으로서 진화를 시작했고, 2000년 중후반 게임을 비롯해 다양한 서비스를 접목시키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이후 텐센트는 QQ 외에도 위챗이라는 두 번째 메신저를 선보였고, 여기에 위챗페이 기능을 더해 또 한 번의 혁신을 이뤄냈다. 현금이나 카드 없이 메신저 하나만으로 대부분의 결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미니프로그램 등을 통해 택시, 자전거 대여 서비스 등을 접목해 이용률을 끌어올렸다.

2018년 위챗 데이터 리포트에 따르면, 일간 활성 이용자 수는 10억 8,250만 명, 미니 프로그램 이용 횟수는 1,000억 회에 달한다. 이렇듯 텐센트는 중국의 핏줄과 같다. 전국 곳곳을 흐르며 모든 것을 유통하고 관리하는 거대한 유기체, 그게 바로 텐센트다.


다시금 강화되는 중국의 검열, 어째서?
너무나도 위험한 인터넷의 범람

중국의 아동 보호 정책은 하루 이틀 이어져 온 것이 아니다. 사회주의에 기반한 중국 정부의 특성상, 그리고 공산당에 의존하는 정권의 기조상, 문화적인 검열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창 많은 것을 배워가고 흡수하는 청소년들에게 철저하게 검열된 '올바른 것들'만을 주입해야 훗날 뒤탈이 없다.

다만, 이러한 중국 정부의 만리장성 같은 기조도 2000년대에 들어서며 틀어지기 시작했다.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며, 청소년들이 무분별한 정보에 노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 속에서 어떤 '올바르지 못한 것'을 청소년들이 접할지 알 수가 없기에 중국 정부 측은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모든 것을 중국 자체 서비스로 대체하는 금순공정을 계획한 것이다.



▲ 출처 : thomascrampton.com

가장 유명한 사건은 역시나 '유튜브' 차단 사태였다. 지난 2008년, 티벳 유혈 사태가 일어나고 중국 정부가 티벳을 잔혹하게 진압하는 영상이 유튜브에 넘쳐나자 중국 정부는 유튜브의 접속 자체를 차단해버렸다. 이후 전세계적 SNS인 페이스북 등을 차단, 독자적인 SNS 웨이보, 쇼핑몰 타오바오 등을 구축해 사실상 자체적인 인트라넷을 구성했다.

이렇게 문화 검열의 체계를 재정비한 중국 정부는 한숨 돌리는 듯하였으나, 또다른 위기가 찾아왔다. 모바일 디바이스의 보급이라는 두 번째 파동이 도래한 것이다. 더군다나 모바일 게임의 범람이 이어지며, 해외의 낯선 이데올로기에 청소년들이 마구잡이로 노출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의 신세대에 속하는 지우링호우(90后, 90년~99년도 출생자)는 개혁개방 이후 성과가 뚜렷한 시대에 태어나 이전 세대와는 사뭇 다른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 중국 내에서도 지우링호우가 참 유별난 세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유로운 사고 방식을 지닌 것으로 유명하며, 이는 정보화 시대의 중심에서 해외 문물을 비교적 자유롭게 접한 데에 기인한다.

결과적으로 지우링호우는 이전 세대에 비해 학습 능력이 높고, 자존심이 강해 성취도 역시 높은 편이지만 지나치게 자아가 강하다는 문제 아닌 문제가 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선 이에 걸맞는 프로파간다가 필요했다.

▲ 시다다(시진핑 주석의 애칭) 같은 사람을 만나라(출처: Laosun hu)

또한,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 정부의 태도가 이전과도 사뭇 다르다는 점 역시 변화의 기점이 됐다. 시진핑 주석은 개헌을 통해 장기집권의 가능성을 스스로 열었을 만큼 권력에 대한 야욕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인물이다. 더불어 자기자신에 대한 우상화 작업 역시 노골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젊은 지식인층은 이에 대해 반발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텐센트는 중국 정부에게 있어 반드시 길들여야 할 열쇠 중 하나다. 중국 전체를 관통하는 종합 미디어로서, 프로파간다의 수단으로서 말이다.


텐센트, 성장 수호 플랫폼의 출범
위기 모면을 위한 저자세




2017년, 텐센트는 '성장 수호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출범했다. 당시 텐센트는 청소년의 올바른 게임 이용을 추구, 건전한 정신과 사회주의 도덕체계를 바로 잡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성장 수호 플랫폼의 골자는 간단하다. 청소년의 게임 이용 시간을 현실적으로 제한하고, 부모에게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직접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다.

1. 언제 어디서든 아이의 결제 기록과 플레이 기록 열람 가능
2. 아이가 결제를 하는 즉시 알림
3. 아이가 게임에 접속하는 즉시 알림
4. 플레이 시간 설정 가능
5. 단 한 번의 클릭으로 진행 중인 게임 제한 가능

이 첫발을 내딛은 것이 바로 '왕자영요 셧다운제'다. 2017년 7월, 자사의 최고 인기게임인 왕자영요에 텐센트는 과감히 셧다운제를 적용했다. 이용층의 상당수가 청소년인 만큼 그 후폭풍은 막대했으며, 실제로 셧다운제 적용 하루 만에 시가총액 15조 원가량이 증발하기도 했다.

이러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 중국 정부 관영 매체인 인민일보의 부정적 보도 때문이었다. 청소년 게임 중독 문제를 꼬집던 인민일보가 왕자영요의 중독성을 독약에 비유하며 신랄하게 비판한 것이다.

이후 텐센트는 정부에 보다 순종적인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당시 여러 말이 나돌았다. 새로운 정권이 반(反)텐센트라는 것, 실각한 인물이 텐센트의 주주라는 등 여러 소문이 돌았다. 말 그대로 소문이기에 어떤 것이 맞다 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텐센트의 위기는 명백해 보였다.

텐센트는 이러한 위기를 몸소 느낀 듯 2018년 들어 청소년 보호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 시작했다. 학부모에게 큰 권한을 부여하는 초급가장, 담임교사와 반 학생들을 연결해 직접적으로 게임 이용 실태를 감시하는 성성수호, 게임 이용 시 등록증과 실제 사용인이 같은지 확인하는 얼굴 인증 시스템, 그리고 최초 등록 시 보호자의 동의 및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 아동 자물쇠 등 여러 가지 시스템이 출범했다.

■ 셧다운제

미성년자는 텐센트의 게임 중독 방지 시스템에 의해 관리를 받게 되며, 이로 인해 플레이 시간 및 획득 보상에 제재를 받는다. 12세 미만은 하루에 1시간, 13~18세는 2시간까지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또한, 미성년자는 21시부터 익일 8시까지는 게임을 이용할 수 없다.

■ 초급가장(超级家长)

초급가장은 보호자에게 직접적인 게임 관리 감독 권한을 부여하는 아동 관리 시스템이다. 보호자는 해당 시스템을 이용해 아이들이 플레이하는 게임의 명칭과 시간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게임 플레이 시간을 설정하고, 게임 머니 충전을 금지하는 것 역시 가능하며, 버튼 하나로 게임 플레이 즉시 중단시킬 수도 있다.

■ 위팀(WeTeam)

위팀은 가족 전체가 가입하여 하나의 팀으로서 서로의 게임 데이터를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가족 구성원이 어떤 게임을 플레이하는지, 몇 시간을 플레이했는지 등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건전한 게임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 성성수호(星星守护)

성성수호는 교사와 학생이 같이 이용하는 관리 플랫폼으로 각자의 신원정보를 등록해 실제 담임교사가 학생의 건전한 게임 이용을 지도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교사는 성성수호를 통해 자신이 관리하는 학생의 아이디와 게임 이용 시간과 소비 패턴을 파악할 수 있으며, 일단위로 학생의 게임 이용 관련 보고서를 받아 지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아동 자물쇠(儿童锁)

아동자물쇠는 13세 미만 청소년이 보호자의 인증 하에 게임을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다. 최근 '왕자영요'와 '절지구생 자극전장'에 접속하는 베이징, 청두 등 중국 내 일부 지역 신규 유저를 대상으로 테스트가 진행됐다. 해당 게임에 접속을 시도하는 13세 미만 청소년은 우선 '보호자'의 신분증과 가족관계증명서 그리고 인증 동영상을 준비해 인증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 얼굴 인증

얼굴 인증은 미성년자로 의심되는 유저를 대상으로 성인 인증을 진행하는 절차다. 얼굴 인증 절차는 1) 60세 이상의 신분증으로 성인 인증을 마친 유저 2) 특정한 날짜에 오랜 시간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 등 등록 정보상 성인이지만, 게임 내 행동이 미성년자로 의심되는 유저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이미 미성년자로 등록되어있을 경우, 별도의 인증을 요구받지 않는다. 해당 인증 절차를 거부하거나, 통과하지 못할 경우 미성년자로 간주되어 이용 시간에 제한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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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중국몽의 일부인가?
"중국몽은 인민의 꿈에 기반한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중흥을 실현하는 것이 근대 이래 가장 위대한 꿈입니다. 이 꿈은 몇 세대에 걸친 중국인의 숙원을 응축한 것이고, 중화민족과 중국 인민 전체의 이익을 체현한 것입니다. 나는 믿습니다.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에는 소강사회 완성의 목표가,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주년에는 부강하고, 민주적이며, 문명이 있고 조화로운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의 목표가 꼭 달성되어 중화민족의 위대한 중흥의 꿈이 꼭 실현될 것입니다. - 시진핑의 '중국몽', 2012년 중흥의 길 전시회에서

오늘날 중국은 진정한 의미에서 거대해졌다. 과거 인구와 대륙 규모로만 이름을 알렸던 것과는 달리 사회 전체가 급격한 진보를 이루며 한국과 일본을 넘어서려 발돋움하고 있다. 이제 중국은 더이상 단순히 매력적인 무역국가가 아니다. 자신들의 힘과 규모, 그리고 잠재력을 너무나 잘 파악하고 있다. 불리한 거래에 응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조금은 뻔뻔하게 행동해도 누구 하나 쉽게 건드리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다.

이러한 정세에 시진핑은 중국의 꿈, '중국몽(中国梦)'을 내세웠다. 이는 덩샤오핑 전 주석이 펼친 도광양회(빛을 감추고 은밀히 힘을 기른다)와는 사뭇 다른 노선의 정책이다. 중국의 야욕과 방향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새로운 부강사회의 미래를 부르짖고 있다.

중국몽은 현대 중국의 가장 중요한 프로파간다로 자리 잡았다.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공개되며 멈출 수 없는 급행열차의 발진을 예고했다. 중국 정부의 텐센트 길들이기는 중국몽의 단편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그 열차의 승객 명단에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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