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2019] 확률형 아이템, 매출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게임뉴스 | 윤서호 기자 | 댓글: 12개 |


▲ 블라디미르 크라실리니코프 픽소닉 CPO

'확률형 아이템'

현재 게임계에서 가장 핫한 이슈이자, 게임 개발자의 화두처럼 다가온 개념이다. 게임 아이템 중 원하는 것을 비교적 저렴하지만 100%가 아닌, 일정 확률로 얻을 수 있게 설정된 또 다른 아이템을 구매한다는 이 개념은 처음에는 동아시아권에서만 이슈가 되었었다. 그러나 이윽고 유럽, 북미에서도 이와 관련된 법이 논의될 정도로 빠르게 이슈가 된 문제이기도 하다.

확률형 아이템의 필요성에 대한 논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는 유저들이 관련 법안의 제정을 건의할 정도로 뜨거운 이슈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어떨까? 일부 국가에서는 도박과 연관짓는다는 기사가 들려오기도 했지만, 직접 개발사가 확률형 아이템에 관련해서 소회를 털어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일부 국가에서 법률이 제정되기도 했다는 소문이 들렸지만, 이를 생생하게 들을 기회는 크게 없었다.

이번 GDC에서 강연을 하게 된 블라디미르 크라실리니코프 픽소닉 CPO는 모바일 게임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는 처음 게임 서비스를 할 당시에 확률형 아이템을 채택했지만, 그로 인해서 잃은 것들도 많았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그는 지금 확률형 아이템을 대체할 또 다른 방안에 대해서 고민 중에 있다. 이번 GDC 강연에서 크라실리니코프 CPO는 자신이 설계했던 확률형 아이템과 그 결과, 그리고 그것이 팀원에게 미친 영향 그리고 그가 생각하고 있는 대안에 대해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크라실리니코프 CPO는 자신이 7년 동안 모바일 게임 개발 과정에 참여하면서, 가장 어려웠고 신경 쓰이는 일 중 하나로 '가챠', 즉 우리가 확률형 아이템이라고 통칭하는 것을 꼽았다. 이미 확률형 아이템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일반화되어있지만, 이 개념을 단순히 유저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것은 이미 곤란하다고 크라실리니코프 CPO는 설명했다. 확률형 아이템을 채택하는 요인은 회사 사정이나 시장 환경, 그 외에도 다양한 요소가 있기 때문에 섣불리 언급하기는 아직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자신의 입장에서 볼 떄, '확률형 아이템'은 지금은 더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다만 그 역시도 처음에 확률형 아이템을 기반으로 게임을 설계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로 인해서 여러 가지를 겪었다는 것도 고백했다.

픽소닉의 대표작인 '워 로봇'은 6;6의 PVP 게임이다. 각 유저가 자신이 키운 로봇들을 이끌고 6:6의 실시간 전투를 벌이는 MOBA 장르로, 다운로드 수는 1억을 돌파했으며 DAU는 150만 명에 도달하는 등 꽤 성과를 올렸다고 크라실리니코프 CPO는 설명했다. 특히 DAU는 최근의 성과로, 이 수치가 더 의미가 있다고 크라실리니코프 CPO는 강조했다.




결론부터 말해서 '워 로봇'은 현재 확률형 아이템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의 과금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어떻게 이와 같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으며, 왜 그들이 확률형 아이템이 아닌 다른 과금 모델을 선택했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서 크라실리니코프 CPO는 초기 서비스 때부터 이어진 '워 로봇'의 과금 모델 변천사를 일례로 들었다.

최초에 '워 로봇'이 러시아에 출시됐을 때, 러시아에서는 그만한 퀄리티의 모바일 게임이 드물었다. 자연히 다운로드 수는 높았지만, 기대한 것에 비해서 매출은 높지 않았다고 크라실리니코프 CPO는 고백했다. 따라서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 회사 차원에서 여러 가지로 고민을 했으며, 또 유저 커뮤니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다각도에서 고려를 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그는 모바일 게임의 수익 모델을 크게 두 가지로 정의하고 있다. 하나는 과장된 모델(Hype Model) 두 번째는 가치 성장 모델이다. 우선 과장된 모델을 살펴보면, 유저로 하여금 자신이 요구하는 것을 금방 채울 수 있게끔 믿도록 하는 모델이다. 그렇게 해서 획득한 아이템의 가치를 유저가 금방 느낄 수 있으며, 그로 인해서 초반부터 그 격차나, 아이템의 평가가 이루어지는 모델이라고 크라실리니코프 CPO는 정의했다.

반면 가치 성장 모델은 초반부터 획득한 아이템의 가치가 눈에 보이지 않고, 그 평가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좀 더 진득하게 시간을 들이고, 키워보고, 여러 가지를 시도했을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과장된 모델의 대표적인 예시로 그는 확률형 아이템을 손꼽았다. 확률형 아이템은 플레이어가 요구하는 것을 과금을 하면 금방 얻을 수 있다고 믿게끔 하는 모델이다. 그리고 때로는 주사위의 확률보다,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이 더 그럴 듯해보인다고 크라실리니코프 CPO는 설명했다. 사람의 심리상, 정말 공평한 무작위성보다 약간 편중된 무작위성의 환상이 좀 더 공평하고, 나아보이게끔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 심리는 크라실리니코프 CPO도 계속 연구하는 과제지만, 그가 지켜본 바로는 유저들 중 상당 수가 공평하게 1/36 확률인 스네이크 아이(두 주사위의 눈이 다 1이 나오는 경우)가 나올 확률보다 .더 편중된 확률형 아이템에서 '자신이 그 소수에 걸리겠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높았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워 로봇'에서는 2016년 할로윈 이벤트에서부터 처음으로 확률형 아이템 상자를 판매했었다. 당시에는 한 종류의 확률형 아이템 상자만 판매했고, 이벤트 재화도 전투를 통해서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소프트한 형태의 확률형 아이템을 채택했었다.그 뒤로 2017년 새해, 2017년 설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점점 더 심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2017년 설에는 확률형 아이템에 차등을 두고 판매하는 등, 격차가 심해지면서 유저의 불만이 점차 불거지기 시작했다.



▲ 2016년 할로윈부터 확률형 아이템 판매를 시작한 뒤



▲ 1년도 채 지나지 않아서 확률형 아이템에 붙는 조건이 달라졌다

그리고 3주년에 와서는 확률형 아이템을 귀속 재화가 아닌 유료 재화로만 개봉할 수 있도록 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서 유저들은 페이투윈의 연계가 계속 된다고 비판했으며, 커뮤니티에서도 점차 악평을 다는 유저들의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징조를 그 당시에 크라실리니코프 CPO가 몰랐을까? 그는 '아니오'라고 답했다. 그는 그때에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계속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매출'이라고 즉답했다. 그가 제시한 그래프를 보면, 특정 확률형 아이템 이벤트를 할 때마다 매출이 폭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부정적인 반응을 들었다고 한 때나, 혹은 확률형 아이템에 관련해서 새로운 시도를 할 때가 특히 더 많은 증가폭을 올렸던 것이다.



▲ 그럼에도 가챠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가챠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매출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가의 입장에서 크라실리니코프 CPO는 가챠 모델을 포기하기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결국 그가 선택한 방안은 우리가 말하는 '한정 뽑기'였다. 특정 아이템 상자를 열기 위한 키를 제한된 시간에만 얻을 수 있도록 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열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상자를 여는 데 사용되지 못한 키들은 다른 재화로 보상하는 식으로 재화를 설계했다.

2017년 9월에 있던 진행했던 이 방식은 기존 매출에서 2-3배가 뛰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에 자극을 받으면서 확률형 아이템의 또 다른 버전과 아이디어들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그것이 역효과를 불러오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가장 큰 전환점으로 크라실리니코프 CPO는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로 인해 불거진 확률형 아이템 이슈를 꼽았다.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에서 채택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 유저들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하고, 이를 정치인과 국회의원들이 도박과 연관해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워 로봇'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워 로봇'의 매출과 평가도 덩달아서 감소했던 것이다. 특히 매출의 감소는 눈에 띄게 급격하게 감소하지는 않았지만, 평가는 드라마틱할 정도로 낮아졌다고 크라실리니코프 CPO는 회고했다.



▲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 확률형 아이템 이슈 이후, 워 로봇의 평가는 급속도로 떨어졌다

그것이 과연 개발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크라실리니코프 CPO는 우선 팀의 사기가 굉장히 떨어졌다고 고백했다. 유저의 평가가 낮아지고, 부정적인 피드백이 늘면서 일부 개발자들은 "우리가 한 일이 부끄럽다"라고 공공연히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유저의 증오 섞인 피드백을 계속 들었기 때문이었다.



▲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해서 여러 가지 잃은 것이 많았다

그것이 계속 이어지자 픽소닉 사에서는 새로운 과금 모델을 고려해야 했다. 그래서 새로 채택한 과금 모델이 자신들이 '와일드 오퍼'라고 지칭한 모델이다. 와일드 오퍼의 핵심은 유저 맞춤형 결제 상품으로, 시스템 내 결제 내역, 유저의 게임플레이 스타일, 게임플레이 시간에 따라서 게임 내 재화나 기타 상품을 랜덤박스가 아닌, 정량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즉 확률형 아이템으로 얻는 것이 아닌, 로봇의 셋업, 강화, 장비, 혹은 기타 작업에 필요한 재화 혹은 관련 상품을 일정 가격에 정량으로 파는 방식인 것이다.

처음에 이 방식을 채택했을 때 여러 모로 문제가 많았다고 크라실리니코프 CPO는 평가했다. 우선 확률형 아이템과 달리, 유저가 원하는 아이템을 다이렉트로 제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산출하는 데에 더 많은 정보와 수고가 필요했다. 뿐만 아니라 매출이 잠식되는 등, 눈에 보이는 손해들이 막심했다. 그 외에도 자신들이 생각한 플레이어의 니즈와 실제가 다른 것 때문에 사업팀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일도 있었다.

이에 대해서 픽소닉 사가 채택한 솔루션은 각 유저의 결제 내용을 위주로 살펴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각 유저가 필요로 하는 자원을 선정한 뒤 그에 맞아서 특별 할인을 각각 제시하는 식이었다. 뿐만 아니라 유저가 '어떤 시점에서' 과감하게 결제를 하게 되었는지를 좀 더 체크하는 등, 데이터에 의거해서 확실하게 파악하는 방식을 취했다.



▲ 처음 시도한 과금 모델은 문제가 있었지만, 이를 점차 해결해나갔다

회사의 이러한 노력에 '워 로봇'은 2017년 9월의 한정 이벤트 이후로 빠져나갔던 매출과, 유저 수를 일부 회복했다고 크라실리니코프 CPO는 고백했다. 확률형 아이템 자체가 게임사가 휘청거리게 할 정도로 위험한 경우는 최근에 많지 않다. 그렇지만 크라실리니코프 CPO는 커뮤니티와 그 외 다른 곳에서 반발, 그리고 그것이 미칠 영향력으로 인해서 가족이나 팀이 받게 되는 영향을 무시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매출이 늘면 게임사의 입장에서는 호재이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매출의 증가로 조직이 급성장한 나머지 자신이 제어를 하지 못할 정도가 될 경우도 왕왕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그가 만든 게임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게임도 많고, 더 큰 성공을 거둔 게임이 많기 때문에 크라실리니코프 CPO는 강연을 잠시 멈췄다. 그리고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한 가지를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성장은, 게임이나 게임사 자체에 좋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매출이 갑자기 증가하면서 일어난 일처리를 원활히 수행하기 어렵거나, 혹은 갑작스레 일거리가 줄어들어서 못 버티기도 하기 떄문이다.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다른 분야의 사업도 마찬가지지만, 게임 업계도 안정적인 성장이 중요하다고 크라실리니코프 CPO는 강조했다. 실제로 확률형 아이템에서 와일드 오퍼로 처음 옮겼을 떄, 단기간 매출은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나 확률형 아이템 중 테마 상품이 판매될 시기와 평상시의 매출을 비교하면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그렇지만 그가 고안한 또 다른 맞춤형 모델,' 와일드 오퍼'를 통해서 그는 전 기간 고르게 안정적인 매출을 얻을 수 있었으며, 특히나 마케팅팀이나 사업팀에서도 추가로 드는 비용을 예상하기 쉬웠다고 전달했다.



▲ 단기간 매출 비중은 줄었지만



▲ 평균적인 매출은 늘었다

다만 이 결과는 게임의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는 만큼, 어디까지나 참고 사항이라고 크라실리니코프 CPO는 덧붙였다. 게임이 싱글플레이 위주냐, 멀티플레이 위주냐에 따라서 게이머들의 동기부여가 달라질 수 있고, 플레이 목적도 달라질 수 있다. 그에 따라서 개발사가 제공하는 재화나 서비스의 방향도 천차만별로 갈라지게 된다. 그러나 크라실리니코프 CPO는 단 한 가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어떤 수익 모델을 선택하든 꼭 이익만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불이익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좀 더 길게 본다면, 궁극적으로는 확률형 아이템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임을 즐겨주는 유저들이 적어지면, 그 값어치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 GDC2019 최신 소식은 박태학, 정필권, 원동현, 윤서호 기자가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직접 전달해드립니다. 전체 기사는 뉴스센터에서 확인하세요. ▶ GDC 뉴스센터: http://bit.ly/2O2Bi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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