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2019] 퍼즐 같던 나의 사랑 '플로렌스', 그 뒷이야기

게임뉴스 | 원동현 기자 | 댓글: 2개 |


▲ 마운틴 켄 웡(Ken Wong)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작년 초봄, 수많은 게이머가 게임 하나에 울고 웃었다. 특유의 사근사근하고 아련한 느낌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마음 속 깊이 침투하여 눈물을 짜냈다. 누군가는 과거의 상처가 치유되는 느낌이라 말했고, 또 누군가는 과거의 연인이 생각나 오랜만에 다시금 목놓아 울었다고 고백했다.

마운틴에서 개발한 ‘플로렌스(Florence)’는 달콤, 때로는 씁쓸한 사랑의 맛을 다룬 게임이다. 게임 내의 서사와 게임 전반의 메카니즘을 훌륭하게 통일시킨 것이 특징이며, 특유의 작품성을 크게 인정 받아 지난해 GOTY를 2개 수상하기도 했다.

수많은 전세계 게이머에게 사랑의 의미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 플로렌스, 과연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마운틴의 대표이자 아트 디렉터인 ‘켄웡’의 강연을 통해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 본 강연 기사는 '플로렌스'에 대한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 모뉴먼트 밸리에서 놀라운 감성을 선보인 켄 웡

켄 웡은 과거 어스투에서 모뉴먼트 밸리 개발에 참여한 바 있다. 모뉴먼트 밸리에 참여한 경험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고 밝힌 그는 이를 양분 삼아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다. 그는 런던에서 게임 스튜디오 ‘마운틴’을 창업했으며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유니크한 게임을 만들고자 했다. 이윽고 안나푸르나 인터랙티브로부터 투자금을 유치받는데 성공해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가동시켰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우리가 잘 아는 ‘플로렌스’다.

마운틴의 게임 제작 방식은 다소 특이하다. 수많은 반복 작업을 통해 실패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며, 비주얼을 확립하기 위해 꾸준한 플레이 테스트를 이어갔다. 또한, ‘짧은 게임’도 퀄리티만 받쳐지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마인드를 갖추고 작업에 임했다. 그는 모뉴먼트 밸리가 ‘플레이 시간’은 반드시 길 수록 좋다는 게임의 오랜 고정 관념을 없앴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 작업에 임할 때 남다른 게임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3D 오브젝트를 터치 스크린을 통해 조작하는 것’을 기본 골자로 삼고 다양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갔다. 모뉴먼트 밸리와 비슷하게 특정 캐릭터가 3D 맵을 일방통행하는 버전도 있었으며, 사람의 모형을 루빅스 큐브처럼 만들어 퍼즐을 맞추는 형태도 만들어냈다. 이러한 퍼즐 요소 속에 ‘관계’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하지만, 3D 퍼즐은 예상 외로 난점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아이러니는 3D 퍼즐이라 해서 스토리텔링에 별다른 강점을 보이는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에 그는 2D 직소 퍼즐로 개발 방향을 전환하고, 게임을 점점 심플하게 바꿔나갔다. 아울러 챕터 하나하나에 색다른 요소를 집어넣어 플레이어의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 시작은 3D였지만



▲ 2D로 방향을 전환했다

켄 웡은 처음 기획 단계에서 주인공들의 성격과 외형을 최대한 평범하게 설정할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특징적인 요소를 배제해 일반적인 유형의 타입으로 만들어 플레이어가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었으며, 심지어 이름도 짓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굉장히 개성적인 캐릭터가 완성됐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게임 내 플로렌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생활하는 중국계 미국인이다. 여는 사람과 다르지 않게 일과 소소한 일상을 만끽하는 루틴을 하루하루 반복하고 있는 인물이다. 어느날 크리시라는 남자를 만나고, 이 둘의 관계가 발전해가며 ‘플로렌스’가 바라보는 세상은 점차 변화해간다. 둘은 살아온 방식도, 피부색도, 취미도 다르지만 점차 사랑에 빠져간다. 켄 웡은 이를 통해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플로렌스의 독특한 분위기를 표현할 아트 스타일을 정립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여러 시도 끝에 만화적인 표현법이 플로렌스 전반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가장 잘 어울린다는 확신을 가졌으며, 게임의 상징과도 같은 배경 이미지는 특히나 마음에 들었다고 전했다. 배경뿐만 아니라 게임 내 챕터의 구성도 소셜 미디어와 만화책의 느낌을 강조해 보다 생동감을 살렸다.




켄 웡은 게임 내에 젠더 옵션을 추가할 지 깊은 고민을 했다고 회고했다. 안나푸르나 인터랙티브가 주인공의 성별을 플레이어가 고를 수 있도록 제작하는 것이 어떻냐는 의견을 제시해왔고, 이 의견을 받아들이면 개발 예산을 늘려주겠다는 제안까지 이어졌다. 이에 그는 여러모로 고민을 했지만, 애초에 머리 속에 그려냈던 이성애자 커플의 이야기를 담아내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엔딩에 대해서도 여러 옵션을 줄 생각이 었었다. 오랜 시간 개발을 이어가며 그는 어느 순간 플로렌스가 진짜 사람처럼 느껴지기 시작했고, 그녀에게 진짜 사랑을 안겨주고 싶었던 욕심에 플로렌스가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엔딩을 그리고자 했다. 물론 작품 전체의 흐름을 위해 결과적으로 이루어지진 않았다.

플로렌스의 게임 디자인은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감정을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전통적인 게임 디자인은 ‘스킬’을 중시하며, 길고 긴 플레이 시간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는 게임 메카니즘을 통해 개인의 감정을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시간은 반드시 길 필요가 없다고 확신했다.



▲ 건넬 말을 머리 속에서 천천히 조립한다



▲ 때로는 인물이 퍼즐처럼 무너져내린다

게임 전반의 메카니즘을 살펴보면, 플로렌스의 모든 게임 플레이 스타일은 플레이어에게 특정 감정을 유발하고 상황을 이해시키는 데 특화되어있다. 예를 들어 플로렌스가 이빨을 닦을 때 화면 하단의 칫솔을 좌우로 직접 흔들어 준다던가, 간단한 퍼즐로 회계 업무를 풀어나가는 등 메카니즘으로 스토리텔링을 구현했다. 이 외에도 손수 직소 퍼즐을 무너뜨려가는 챕터를 구현해 플로렌스의 쓰라린 심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터치 스크린은 정말 강력한 미디어라고 말했다. 직접 손수 만져 조작하는만큼 감정 역시 여과없이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는 Gay’s Life라는 중국의 한 게임을 소개하며 이 작품 역시 플로렌스 특유의 아트스타일과 내러티브 방식을 차용했다고 전했다. 해당 게임은 전세계적으로 160만번가량 플레이된 인기 게임으로 우리의 스타일이 많은 이들에게 보다 효과적인 스토리텔링 수단으로 쓰이는 게 자랑스럽다며, 이러한 내러티브 테크닉을 원한다면 언제든지 써도 좋다고 입장을 밝혔다.






! GDC2019 최신 소식은 박태학, 정필권, 원동현, 윤서호 기자가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직접 전달해드립니다. 전체 기사는 뉴스센터에서 확인하세요. ▶ GDC 뉴스센터: http://bit.ly/2O2Bi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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