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뒤바뀐 운명? 갓콤이 된 캡콤, 무너지는 스퀘어

기획기사 | 윤홍만 기자 | 댓글: 19개 |



캡콤과 스퀘어에닉스(이하 스퀘어)를 바라보는 게이머들의 시선이 최근, 극과 극을 이루고 있다. 뜨는 캡콤, 지고 있는 스퀘어라는 분위기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도 없는 반응이다. 6~7년 전까지만 해도 캡콤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았다. DLC 장사질이나 하는 게임사, 대표가 게임을 창피해하고 와인 장사나 하는 게임사(물론 이 부분은 전 대표인 츠지모토 켄조에 대한 이야기가 와전된 사례다), 발전 없이 퇴보하기만 하는 게임사라는 게 그 당시 캡콤을 바라보던 게이머들의 시선이었다.

스퀘어는 반대였다. 파이널 판타지13 시리즈의 혹평으로 예전만 못하단 인식이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JRPG의 양대산맥인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개발사라는 명성은 여전했다. 물론,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가 전부였던 것도 아니다. 데이어스 엑스 시리즈의 부활을 알린 '데이어스 엑스: 휴먼 레볼루션'의 성공과 '툼레이더 리부트'의 흥행은 스퀘어의 명성을 더욱 공고히 해줬다. 파이널 판타지13 시리즈는 어디까지나 잠깐의 실수일 뿐, 여전히 앞으로가 기대되는 게임사라는 게 당시의 스퀘어였다.

하지만 최근 두 게임사에 대한 게이머들의 평가는 정반대로 바뀌었다. 게임사 캡콤과 못 믿을 게임사 스퀘어로 말이다. 도대체 뭐가 이 두 게임사의 희비를 엇갈리게 한 걸까?


돈콤에서 갓콤으로
바이오하자드7, 몬스터 헌터: 월드, 데빌 메이 크라이5 - 연타석 흥행 홈런을 치다

사실 이유는 단순하다. 캡콤의 경우 지금까지의 부진이 거짓말인 것처럼 최근 들어 연타석으로 흥행 홈런을 치고 있고 스퀘어는 반대로 줄줄이 혹평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의 시작은 캡콤의 '바이오하자드7'으로부터 시작됐다.



▲ 캡콤 부활의 신호탄을 쏜 '바이오하자드7'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라고 하면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거다. 호러 게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게임. 하지만 이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도 당시에는 몰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4편 이후 시리즈는 어느덧 호러에서 액션으로 노선을 변경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변화는 팬들의 불만을 불러일으켰다. 시리즈의 정체성이 사라져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초심으로 돌아가 호러로의 회귀를 알린 '바이오하자드7'은 여러모로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누구도 '바이오하자드7'의 성공을 장담하진 못했다. 지난 시리즈로 인한 불신과 더불어 1인칭 시점으로의 변화, 호러 장르가 가진 한계(실제로 호러 장르는 인기에 비해 판매량이 많이 나오는 장르는 아니다) 등 장애물 역시 많았다.

그러나 '바이오하자드7'는 이런 우려에도 성공했다. 물론 매출만 놓고 보면 전작보다 부진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무너져가던 시리즈의 인기를 다시금 궤도로 올렸다는 점에서 더욱 의의가 있었다. 실제로 국내외 수많은 매체가 바이오하자드의 부활을 호평일색할 정도였다.

단순히 '바이오하자드7'만의 성공이었으면 우연으로 치부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다 보니 운 좋게 성공한 거라고. 하지만 캡콤은 여기서 '몬스터 헌터: 월드'로 다시 한 번 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이 성공이 우연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 '몬스터 헌터: 월드'는 대격변급 개선을 통해 시리즈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헌팅 액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이렇다 할 부진 없이 꾸준히 잘 나간 게임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잘 나가기만 한 건 아니었다. 오래도록 발전 없는 그래픽과 불편하기 짝이 없는 시스템으로 무장한 탓에 일각에서는 하는 사람만 하는 게임, 일본 내수용 게임이란 오명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픽에서부터 시스템까지 말 그대로 완전히 환골탈태한 '몬스터 헌터: 월드'는 시리즈 역대급 흥행을 기록하며, 전 세계 누계 1,200만 장 이상의 출하고를 기록했다. '몬스터 헌터: 월드'를 제외하고 휴대용으로 나온 포터블까지 포함해 13개 시리즈가 그간 4,000만 장을 팔았던 것과 비교해봐도 전무후무할 정도의 기록을 세운 셈이다.

이 정도만 해도 캡콤에 대한 세간의 인식을 바꾸긴 충분했다. 실제로 이때를 기점으로 점차 캡콤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게 피부로도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DLC로 장사를 한다던 이미지가 사라져가기 시작했고 게임 잘 만드는 개발사라는 얘기가 슬슬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나온 게 바로 '록맨11'이었다. '록맨11'은 여러모로 캡콤으로서도 도전적인 타이틀이랄 수 있었다. 오래도록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던 록맨 시리즈의 신작. 그렇기에 기대감도 컸지만, 불안도 큰 타이틀이었다. 잘해도 중박이고 못하면 쪽박인 셈. 여기에 자칭타칭 시리즈의 아버지였던 이나후네 케이지가 개발한 '마이티 넘버9'의 몰락 역시 이러한 불안감을 부채질했다. 하지만 불안한 시선에도 '록맨11'은 예상외의 성공을 거두며 시리즈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대박이라고 할 정도의 성적은 아니었으나 몰락해가던 시리즈 부활의 가능성을 보여줬으니 충분히 선방한 셈이랄 수 있다.

이 정도만 놓고 봐도 캡콤의 변화는 눈부실 정도다. 조금 잘 팔렸다, 나쁘지 않다 수준이 아닌 연타석 대박으로 흥행과 비평 모두를 잡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캡콤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그간의 비판을 의식한 듯 '바이오하자드 RE:2'와 '데빌 메이 크라이5' 두 개의 대형 타이틀을 연이어 공개하며 흥행의 정점을 찍고자 했다.



▲ '바이오하자드 RE:2'는 완벽한 리메이크의 정석을 보여줬다

게이머들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바이오하자드 RE:2'의 경우 느리지만 끈질긴 좀비를 통해 퇴색된 좀비가 가진 공포의 힘을 부활시켰음은 물론이고 시리즈가 가졌던 한계 또한 극복했다는 평을 받았을 정도. 원작의 향취를 살리되 장점을 추가하고 단점을 개선한다는 리메이크의 핵심을 놓치지 않은 덕분이다.

그리고 이러한 호평은 '데빌 메이 크라이5'를 통해 정점을 찍었다. 캡콤이 돌아왔다(CAPCOM IS BACK)!고 캡콤 북미 대표가 직접 트위터를 통해 알릴 만큼, '데빌 메이 크라이5'는 캡콤의 연타석 홈런을 훌륭하게 잇는 데 성공했다. 외전인 'DMC'를 제외하면 무려 11년 만의 복귀작. 보통 이쯤 되면 감을 잊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하지만 '데빌 메이 크라이5'는 게이머들이 원하던 바를 명확히 캐치했다.



▲ 대충 봐도 느낄 수 있는 화끈한 액션의 향연!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는 솔직히 말해서 스토리를 보는 게임은 아니다. 스토리는 어디까지나 장식으로 핵심은 캐릭터와 액션이다. 이 점을 의식한 듯 '데빌 메이 크라이5'는 길 찾기와 퍼즐 등 자잘한 건 버리고 액션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그 결과 11년 만의 복귀작임에도 스타일리시 액션의 원조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하나의 게임, 하나의 시리즈가 아닌 캡콤을 지탱하는 전 시리즈가 연타석 홈런을 날리던 이때, 스퀘어의 상황은 어땠을까? 안타깝게도 이즈음 스퀘어는 캡콤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었다.


캡콤의 실수를 답습하는 스퀘어
좋은 IP도 잘 만들어야 팔리는 법



▲ 준수한 성적을 기록한 '파이널 판타지15'였지만...

시작은 '파이널 판타지15'였다. 사실 '파이널 판타지15'의 성적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준수한 평가에 7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을 정도. 하지만 문제는 '파이널 판타지15'가 10년의 시간과 돈을 투자한, 스퀘어의 블록버스터 프로젝트였다는 데 있었다. 그만큼의 시간과 돈을 들인 것치곤 아쉬운 성적인 게 사실이었다.

물론,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사실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아쉬운 점은 어떤 게임에든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진짜 문제는 출시된 이후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허술한 시나리오에 대한 혹평이 쏟아지자 스퀘어가 완성까지 DLC를 업데이트해 보완한다고 밝힌 거였다. 사실 DLC를 업데이트한다는 거 자체는 큰 문제랄 것도 없다. 하지만 이걸 유료로 팔겠다는 건 다른 문제였다. 미완의 게임을 팔아놓고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DLC를 사라고 하니 게이머들의 시선이 고울 리가 없었던 거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DLC를 판다는 것도 문제인데 스퀘어는 이마저도 완성하지 않고 개발 중지를 선언했다. 2차 DLC인 'The Dawn of the Future'를 통해 '파이널 판타지15'의 피날레를 장식하겠다고 밝힌 지 고작 7개월 만의 일이었다.



▲ 2차 DLC 개발 중단 소식은 게이머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가 됐다

이때를 기점으로 스퀘어가 출시한 게임들이 점차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늘 어딘가 부족하단 평이 따라다녔던 저스트 코즈 시리즈의 경우 '저스크 코즈4'에 이르러선 그래픽을 비롯해 콘텐츠, 시스템 등 전체적으로 전작만 못하단 비난을 받으고 시리즈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정도였다.

이는 '저스트 코즈4'만이 아니다. '쉐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 역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했다. 물론 망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성적 자체는 '파이널 판타지15'처럼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리부트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다는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아쉬운 퀄리티였는데 여기에 리부트 시리즈를 줄곧 개발한 크리스탈 다이나믹스가 아닌 스퀘어가 인수한 에이도스 몬트리올에서 개발해 그렇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스퀘어로서는 여러모로 뒷맛이 씁쓸한 결과다. 그래도 이 두 게임의 경우는 나은 편이었다. 진짜 문제는 '더 콰이어트맨'과 '레프트 얼라이브'였다.



▲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라고 밖에 할 수 없던 '더 콰이어트맨'

온갖 시도가 들어간 '더 콰이어트맨'은 섣부른 시도는 안 하느니만 못하단 걸 다시 한 번 증명한 사례가 됐다. 실사 촬영 영상과 인게임 그래픽을 접합한 탓에 외려 위화감을 불러일으켰고 여기에 미흡한 스토리텔링, 조잡한 애니메이션 등 혹평이 이어졌다. 결국, 재미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고 이에 메타크리틱 선정 2018년 최악의 게임 TOP 10에서 당당히 1위에 들었다.

이는 '레프트 얼라이브' 역시 마찬가지였다. 프론트 미션의 세계관으로 바탕으로 한 정신적 후속작인 '레프트 얼라이브'를 바라보는 게이머들의 시선은 뜨거웠다. 하지만 '레프트 얼라이브' 역시 당당히 스퀘어 몰락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 그 스퀘어의 게임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의 조악한 퀄리티에 일각에서는 PS3 게임이냐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 여기에 액션 게임에 대한 노하우와 인식이 전무한 듯한 시스템 등으로 인해 벌써부터 2019년 최악의 게임이 될 거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 독창적인 시도도 없었으며, 시리즈를 답습하지도 못한 '레프트 얼라이브'


지금 스퀘어에 필요한 건?
언제까지고 이전의 영광을 답습해선 안 된다

이처럼 지금에 이르러선 두 게임사를 바라보는 게이머들의 시선은 정반대가 됐다. 작년에 깜짝 발표한 '몬스터 헌터 월드: 아이스본'처럼 캡콤은 발표하기만 하면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반면, 스퀘어는 제대로 만드는 건 맞는지 걱정만 될 뿐이다. 여기에 시리즈의 명운을 가를 수도 있는 비장의 수인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점 역시 이러한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볼 때 캡콤과 스퀘어의 운명을 가른 건 그들 스스로의 태도랄 수 있다. 캡콤 역시 그랬다. 오래도록 시리즈를 답습하기만 했다. 그 결과 오래도록 돈콤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수많은 게이머가 캡콤의 신작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이 가진 IP의 장단점을 명확히 파악해 게이머들의 니즈에 맞춘 신작들을 내놓은 덕분이다.


우선 '킹덤하츠3'로 큰 불은 끈 스퀘어다. 하지만 아직 잔불이 남아있는 상태다. 큰불이 꺼졌다고 무시했다간 언제 다시 불타오를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 막중한 역할이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의 손에 달렸음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수많은 게임이 쏟아져 나오며, 어제의 명작이 최악의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스퀘어 역시 이 점을 알아야 한다. 과거의 명성은 과거일 뿐이다. 이제는 과거는 잊고 다시 한 번 게이머들이 원하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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