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팀 스위니 대표, "에픽게임즈 스토어 오픈, 그리 멀지 않았다"

인터뷰 | 박태학 기자 | 댓글: 11개 |
지난해, 에픽게임즈는 창사 이래 가장 큰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게임, 게임엔진 개발사로 인식되던 에픽게임즈는 2018년 12월 4일,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공개하고, 게임 플랫폼 사업체로서의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포트나이트 배틀로얄'의 세계적인 흥행은 탄탄한 유저풀 확보로 이어졌고, 이를 플랫폼 사업에 연결하며 더 큰 그림을 그린 셈입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모든 개발자에게 88%의 수익을 보장합니다. 즉, 수수료가 12%인 셈인데 스팀의 수수료 30%와 비교하면 파격적인 수준입니다. 그 결과, 메트로 엑소더스, 더 디비전2 등 글로벌 대작의 독점 유통권을 확보하며 점차 지분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게이머들은 현재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에픽게임즈는 '한국에서 지켜야 할 법과 규제가 많다'고 이유를 밝혔는데요. 아직 자체 등급분류 사업자로 분류되지 않았기에, 심의 문제가 가장 큰 장벽이 된 셈입니다.

금일(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GDC 2019 현장에서 팀 스위니 대표를 만났습니다. 현재 가장 큰 이슈인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물론,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에픽게임즈의 비전도 함께 물었습니다.




▲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





Q. 팀 스위니 대표는 매해 GDC에 참석하여 전세계 게임업계 최신 트렌드를 몸소 체감하고 있다. 올해 GDC를 둘러보고 난 후 소감부터 들어보고 싶다.

올해 GDC에서 새로운 서비스 및 비즈니스 모델이 많이 소개됐다. 구글 스테디아 발표도 재미있게 봤다. 이제 게임 개발자가 지원해야 할 플랫폼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멀티 플랫폼 게임 개발에 대한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포트나이트나 배틀그라운드도 모바일에서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 않나.


Q. 향후 게임 개발 트렌드를 어떻게 예측하고 있나.

크로스 플랫폼에 대한 비중이 커진 만큼, 더 뛰어난 그래픽의 모바일 게임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단순히 멀티 플랫폼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소셜 요소도 갖춰진 작품도 많이 나올 것이다. 이건 한국 게임사들이 가장 먼저 시도한 만큼, 한국 게임 개발자들에게 특히 더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Q. 올해 GDC 키노트에서 에픽게임즈 스토어 독점 타이틀을 대거 공개했는데, 대부분 AAA급 타이틀이다. 혹시 에픽게임즈 내에서 독점 타이틀을 선정하는 기준같은 게 있는지 궁금하다.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아직 시작 단계다. 그런 만큼, 일단 적은 수라도 AAA급 게임을 먼저 확보하는 게 중요했다. 엔진 사업을 하며 가까워진 주요 게임 개발사 중 글로벌 TOP 100위 안에 드는 업체를 선정했고, 이들에게서 독점 타이틀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이후 올해 연말까지는 좀 더 넓게 시장을 바라보고 꼭 AAA급 게임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범주의 게임들을 다수 확보하는 게 목적이다.


Q. 기대치가 높은 독점작을 대거 선보이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좀 과격해보인다는 생각도 든다. 유저들 입장에선 좀 당황스럽지 않을까.

새로운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당연히 큰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ESD 시장의 90%를 스팀이 가져간 상황이다. 스팀은 현재 개발사에게 이윤의 70%만 주고 있는데, 누군가 나서서 이런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게임 개발사가 호스팅, 마케팅 비용을 다 지불하기에 유통사 수수료 빼면 전체 이익의 30%도 못 가져가는 상황도 흔하다. '에픽게임즈가 고착화 된 시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려고 한다'라고 봐주었으면 한다.

참고로 에픽게임즈는 우리 플랫폼에서 서비스하는 게임에 대해 최선의 지원을 해주려 노력하고 있다. 마케팅 무료 지원은 물론, 수수료 비율도 타 플랫폼 대비 합리적이기에 여러 게임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역시 이미 10만 개 이상 게임이 들어가있는 플랫폼보단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분석한 듯 하다. 에픽게임즈는 파트너사가 성공해야 우리도 성공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 부분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 "파트너사의 성공이 곧 우리의 성공이다"


Q. 게임 개발사에게 이득이 되는 건 사실이나, 유저 입장에서 보기엔 딱히 장점이 없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직 한국에 정식으로 런칭하진 않았지만,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는 매 2주마다 영구 소장 가능한 무료 게임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개발자들에게 주는 혜택 역시, 장기적으로 본다면 유저들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개발자가 좋은 게임을 만들어 더 많은 수익을 낸다면, 또다른 좋은 게임을 많이 만들지 않겠나. 아울러 몇몇 개발사는 수익 쉐어 비율이 높은 만큼, 소비자 가를 낮추겠다는 의견을 냈다. 이런 문화가 정착된다면, 유저 입장에서도 환영할 요소가 분명히 나오리라 확신한다.


Q. 관리해야하는 게임 플랫폼 라이브러리가 늘어나서 불편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팀 스위니 대표는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타 플랫폼과 협력해 통합 라이브러리를 만들 생각도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 이후 성과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일단 유비소프트와 파트너십을 통해 유플레이 유저들과 함께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게 됐다. 또, 험블번들과도 제휴를 맺었기에 해당 마켓의 몇몇 작품을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향후 파트너십을 더욱 확장해 에픽게임즈 스토어, 스팀, 오리진을 한 계정으로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Q. 포트나이트는 여전히 세계 1위 슈팅 게임이지만, 최근 에이펙스 레전드가 강력한 도전을 해왔다. 물론 두 게임은 워낙 다른 스타일의 게임이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동일 장르에 있는 만큼, 의식이 안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1위를 수성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일단 포트나이트는 매주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 중이며, 보다 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초기 버전과 지금 버전만 놓고 봐도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게 느껴질 것이다. 앞으로도 깜짝 놀랄만한 변화를 보여줄 예정이니 많이 기대해주었으면 좋겠다. 참고로 작년 말 포트나이트 전체 유저수가 약 2억 명이었는데, 현재 2억 5천만 명까지 늘었다. '에이펙스 레전드'가 출시 후 지금까지 확보한 유저수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Q. 포트나이트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이 됐지만, 관련 e스포츠 시장에서 입지는 아직 부족한 듯 한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먼저 말하고 싶은 건, 포트나이트로 월드컵을 진행하는 게 이번이 최초라는 사실이다. 공식적인 e스포츠 대회가 처음이다보니, e스포츠 시장에서 인지도가 낮은 건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본다. 월드컵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면, 빠른 속도로 관심도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배틀로얄 게임은 기존 e스포츠 게임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축제같은 개념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모여서 즐길 수 있는 이벤트로 만들어야 한다. 프로든, 아마추어든, 13살짜리 꼬마든, 스트리머 닌자든 누구나 참여해 즐길 수 있는 포멧으로 성장시키고 싶다.


Q. 한국에선 아직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 정상적으로 게임 구매가 불가능하다. 게임 등급 분류 때문인데, 아직까진 해결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

자율심의 업체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올 연초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한국에서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니 많은 기대 바란다. 여러 한국 게임 개발사들... 특히 온라인 게임 개발사들이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통해 자사의 작품을 서비스하고자 문의를 주고 있다. 우리도 포트나이트를 만들면서 얻은 노하우를 이들 업체와 공유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또한, 한국에서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정식으로 열린다면,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주기적으로 무료 게임을 공급할 계획이다.





Q. 에픽게임즈는 게임 엔진과 게임 양 분야에서 이미 정점에 오른 바 있고, 최근에는 플랫폼 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회사를 보니 어떤 생각이 드는지, 그리고 팀 스위니 대표의 머리속에 있는 에픽게임즈의 종착점은 어떤 모습인지 들어보고 싶다.

2년전만 해도 한국 언론이 '에픽 게임즈는 게임 개발사냐, 엔진 개발사냐' 라는 질문을 줬는데, 지금 그런 질문을 받으니 감회가 새롭다(웃음). 참고로 에픽게임즈는 항상 게임과 엔진을 함께 만드는 회사였다. 엔진 기술을 만들어 우리 게임에 적용하고, 또 우리 게임에서 나온 기술적 성과를 엔진에 적용했다.

가까운 미래에는 게임과 기술 사이의 접점이 거의 사라질 것이라 본다. 대표적인 예가 포트나이트 크리에이티브다. 유저가 직접 만든 콘텐츠를 다른 유저들과 공유하고 즐기는 게 핵심이다.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게임 콘텐츠를 제작하고 그것을 함께 즐기는 단계까지 올라간다면, 결국 언리얼 엔진 기술과 게임 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과 같다. 특히, 게임 개발자를 지망하는 학생이라면, 우리 포트나이트의 크리에이티브를 꼭 체험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Q. 올해 GDC에서 구글이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 스테디아를 발표했다. 게임 및 관련 기술 분야의 선도적인 인물로서, 스테디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들어보고 싶다.

고사양 PC, 콘솔 게임을 평소 들고 다니던 휴대폰으로도 즐길 수 있게 된 셈인데, 매우 재미있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같이 인터넷 보급이 잘 된 나라에선 더 좋은 반응을 얻으리라 예상한다. 모바일에서 초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다면, 기존 모바일 게임사들에게도 자극이 되지 않을까. 새로운 플랫폼이 열리는 건 언제나 환영이다.


Q. 마지막으로 한국의 게임 팬 및 개발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언리얼 엔진4를 사용해 좋은 게임을 많이 만들어 준 한국 개발자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부터 전하고 싶다. 또, 현재 한국에서 '에이펙스: 레전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들었는데, 포트나이트도 함께 플레이해주었으면 좋겠다.






! GDC2019 최신 소식은 박태학, 정필권, 원동현, 윤서호 기자가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직접 전달해드립니다. 전체 기사는 뉴스센터에서 확인하세요. ▶ GDC 뉴스센터: http://bit.ly/2O2Bi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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