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2019] 조용한 우등생 같던 게임, '패스 오브 엑자일'이 걸어온 길

게임뉴스 | 정필권 기자 | 댓글: 64개 |


▲ 그라인딩 기어 게임즈, 크리스 윌슨(Chris Willson) 매니징 디렉터

3월 20일, 카카오 게임즈를 통해 국내 서비스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게임이 있다. 그라인딩 기어 게임즈의 '패스 오브 엑자일'이 그 주인공이다. 일견 매니악한 부분이 있는 게임이지만, 핵앤슬래시 ARPG에서는 뛰어난 완성도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서 유저를 보유하고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최신 확장팩은 불과 3주 만에 200만 이상의 이용자들이 플레이한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국내 유저들에게는 더 놀라운 소식이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2013년 첫 서비스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서비스되는 게임이었으나, 국내에는 그리 잘 알려진 게임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해외에서는 이름값은 가지고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GDC2019 강연장이 꽉 찰 정도로 사람이 몰렸으리라.

많은 청중 앞에서 크리스 윌슨은 패스 오브 엑자일의 서비스 과정을 돌아본다. 더불어 핵앤슬래시 APRG의 콘텐츠 구조를 살펴보고, 패스 오브 엑자일이 가지고 있는 핵심적인 가치를 조명하고자 했다.



■ 왜 핵 앤 슬래시 ARPG 였나?

왜 그라인딩 기어는 핵 앤 슬래시 ARPG 장르인 '패스 오브 액자일'을 만들게 됐을까. 강연자는 우선, 자신들이 게임을 개발하게 되었던 출발점이 '디아블로2' 였다고 밝혔다. 당장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이 디아블로2를 수천 시간 동안 즐긴 게이머였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리고 패스 오브 엑자일을 만들고자 했을 당시, 막상 핵앤슬래시 ARPG는 손에 꼽는 정도의 타이틀만이 나온 상태였다. '토치라이트', '던전시즈', '타이탄 퀘스트', '헬게이트' 정도만 성공적으로 시장에 나왔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해당 게임들이 과거의 것들이 됐으나, 반대로 같은 장르의 게임이 출시되지는 않았다. 팬들의 니즈는 있었지만 이를 해결해줄 수 있는 게임이 개발되지 않았던 탓이다.




이러한 배경이 있었기에 패스 오브 엑자일이 태어날 수 있었다. 같은 장르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판단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더불어 게임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도록 했고 파고들 콘텐츠들을 갖추고자 했다. 그라인딩 기어의 첫 타이틀은 패스 오브 엑자일은 이렇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패스 오브 엑자일의 핵심 가치 다섯 개

다음으로 크리스 윌슨은 자신들이 패스 오브 엑자일을 만들면서 집중한 핵심적인 가치 다섯 개를 정리했다. 핵 앤 슬래시 ARPG이기에 보여줄 수 있는 가치는 물론, 패스 오브 엑자일만의 고유한 시스템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첫 번째 가치는 '본능적인 액션 전투'다. ARPG가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전투 시스템에 집중하겠단 의미이기도 하다. 개발자들은 긴 쿨타임과 같은 요소들이 전투를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고 판단했다. 기술을 한 번 사용하고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액션으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패스 오브 엑자일은 즉각적이고 빠른. 장르에 충실한 전투를 만드는 것을 핵심 가치로 삼았다.

두 번째는 '무작위로 생성되는 레벨(지도)'다. 개발진들이 영감을 받았던 '디아블로2'가 그러했듯이, 패스 오브 엑자일 또한 플레이마다 레벨의 디자인이 바뀐다. 무작위로 레벨이 생성되어야만 다시 게임을 진행했을 때, 이전과는 다른 느낌을 받게 되며, 결과적으로 더 드라마틱한 게임 플레이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무작위로 생성되는 아이템'이다. 레벨이 무작위로 생성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플레이어들이 파밍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기반이 된다. 캐릭터 자체의 능력치보다 아이템이 우선되며, 작은 성장을 위해 게임을 즐기는 장르의 문법을 갖추고자 했다.




네 번째 '온라인 경제를 지키는 것'이다. 이는 패스 오브 엑자일 만의 고유한 특징이기도 하다. 많은 게임이 거래 시스템을 갖추고 게임 내 통화로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었던 것과는 다른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패스 오브 엑자일은 거래 시스템은 존재하나, 화폐가 없다. 이는 곧, 플레이어가 입수한 아이템의 가치가 변동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아이템에 따라 다른 화폐적인 가치를 갖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지막 핵심 가치는 '깊이 있는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패스 오브 엑자일은 막대한 규모의 스킬 시스템을 자랑한다. 스킬 트리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는지는 물론이고, 무기의 슬롯, 보석 등 캐릭터를 입맛에 맞게 육성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다.





■ 가늘고 길고 꾸준히 - 패스 오브 엑자일이 걸어온 길

현재, 매주 정기적으로 작은 패치들을 진행하고 약 세 달마다 대형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는 패스 오브 엑자일은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서비스를 구축한 것은 아니었다. 미약했던 시절은 분명히 존재했고,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이 있었다.

런칭 이후 주마다 패치를 진행하며, 비정기적으로 신규 리그를 진행했으나, 동시 접속자 면에서 큰 성장을 거두지는 못했다. 새로이 할 것이 추가될 때마다 접속자가 증가했으나, 이를 유지하지는 못했다. 항상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와 비슷한 수치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여줬다. 확장팩이든 신규 리그든 마찬가지의 결과를 보였다.




노력했으나 결과는 변하지 않는 상황. 이 속에서 개발진은 게임 업데이트의 루틴을 바꾸고자 했다. 유저들의 유입구조를 파악한 뒤, '중간크기 - 큰 것 - 중간 - 매우 작은 업데이트 일부'란 계획을 다른 방향으로 선회하려 했다. 더 효율적으로 작업을 진행하기 위함이며, 유저를 모으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이후 개발진은 업데이트의 개발과 적용 시기에 대한 방법론을 다르게 가져가기 시작했다. 작은 게임의 업데이트가 13주 정도 유지되고, 그다음에는 13주 정도 걸리는 큰 업데이트로 게임을 즐기는 개발 과정을 선택했다. 작은 변화를 짧은 시간 유지하는 것보다는 긴 시간을 들여서 새로운 즐길 거리를 늘리는 방식이 핵 앤 슬래시 ARPG라는 장르에 맞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항상 비슷한 기간마다 업데이트가 진행된다는 것은, 플레이어들이 '언제 얼마만큼의 콘텐츠'가 등장할지를 예상하게 한다. 콘텐츠가 업데이트될 때, 유저들이 돌아온다는 점을 생각하면 긍정적인 요소로 작동할 수 있었다.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떠나더라도, 언제쯤 다시 복귀하면 될 것인지를 스스로 가늠할 수 있었으니까.

개발 주기가 현재와 같이 확정되고 나서, 실제 접속자 수가 조금씩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플레이어들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콘텐츠보다, 종료 시점을 알 수 있는 콘텐츠를 선호했다. 게임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콘텐츠의 깊이를 늘려나가고 있으므로 언제 복귀할 것인지를 어느 정도 정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업데이트에 대한 기대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중국 시장에서 게임이 알려지는 등 예상 외의 변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경향 면에서는 작업 구조의 변화가 긍정적인 반응을 가져왔음이 분명하다. 잔존 유저들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업데이트를 기점으로 폭발적인 유저의 증가를 해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라인딩 게임즈는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패스 오브 엑자일'은 계속해서 변화해 나갈 것이라고 이야기를 전했다. 현재에서 개발자들은 게임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유저들이 각각 원하는 요소들을 파악하고 콘텐츠를 추가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들이 보여준 업데이트의 방향성은 '타겟'을 정하는 것이다. 크게 '스토리', '전투 메커니즘', '열정적인 목표', '아이템 보상 , '제작', '밸런스 조정', '스킬' 등 각자 다른 유저의 니즈를 파악하고 게임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시작된 신디시스(Synthesis) 리그에서는 유저들이 원하는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결국 패스 오브 엑자일이 지금까지 꾸준히 서비스되고,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자신의 저변을 넓힐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명확하다. 개발사인 그라인딩 기어 게임즈가 유저들이 원하는 부분을 확실히 파악하고 언제든 돌아와도 좋도록 콘텐츠와 업데이트 주기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연의 마지막, 무엇보다 유저들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커뮤니티의 반응도와 실제 게임 접속자 수가 연관성이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래프가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커뮤니티의 활동이 줄어들수록 게임의 접속자도 함께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기에 크리스 윌슨은 담당자들을 따로 두고 커뮤니티와 소통하는 과정. 유저들이 어떠한 생각을 가졌는지를 파악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다시금 알렸다. 그리고 이와 같은 방법론은 다른 게임 서비스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말하며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 GDC2019 최신 소식은 박태학, 정필권, 원동현, 윤서호 기자가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직접 전달해드립니다. 전체 기사는 뉴스센터에서 확인하세요. ▶ GDC 뉴스센터: http://bit.ly/2O2Bi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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