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2019] 히어로즈 오리지날 영웅, '오르피아'가 만들어지기까지

게임뉴스 | 윤서호 기자 | 댓글: 29개 |


▲ 블리자드 라나 바친스키 수석 애니메이터

지난 블리즈컨의 오프닝 세레모니에서 공개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하 히어로즈)의 신규 영웅, '오르피아'는 독특하게도 다른 IP가 아니라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오리지널 캐릭터다. 그동안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은 블리자드 고유의 IP의 영웅들이 총 집합하는 일종의 드림 매치였다. 이제 '오르피아'라는 고유 영웅이 추가되면서, 히어로즈만의 오리지널 스토리와 세계관이 좀 더 강화됐다고 볼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기존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인 오르피아가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라나 바친스키 블리자드 수석 애니메이터는 이번 GDC 2019 강연에서 오르피아를 처음 기획하고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했다.

일단 오르피아는 컨셉, 즉 말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 설계할 필요가 있었다. 다른 캐릭터들은 이미 기존에 있던 컨셉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이를 참고해서 변형해왔었다. 종종 기존 캐릭터에게도 넥소매니아, 메카스톰 등 기존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을 주는 컨셉의 스킨들이 추가되기는 하지만, 기존의 컨셉을 토대로 변화를 주는 것이지 아예 처음부터 컨셉을 없애고 다시 만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캐릭터의 컨셉과 완전히 달라진 스킨들이 나오긴 했지만, 컨셉을 아예 처음부터 만든 것과는 달랐다

그렇지만 오르피아는 오리지널 컨셉부터 새로 만들었어야 했고, 자연히 예전과는 다른 개발 목표와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우선 개발 목표는 게임플레이를 우선시한 캐릭터를 만든다는 것에 두었다. 아트가 멋져도 실제 플레이할 때 그렇게까지 멋진 느낌이 들지 않거나, 혹은 재미가 없으면 결국 관심이 사그라들고 플레이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우선 원칙으로 새로이 추가될 캐릭터(오르피아)는 플레이하기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정했다. 그리고 독특한 컨셉과 외향, 실루엣에 대해서 고려했으며, 그 다음에는 다양한 디자인을 소화할 수 있는지 여부도 관건이었다. 이 과정을 거친 뒤에 비로소 오르피아가 완성됐다고 덧붙였다.




이 원칙을 세우긴 했지만 컨셉에 대한 것은 어느 정도 의견이 오간 상황이었다. 작업에 들어갈 당시에는 까마귀 군주 오베론의 딸로,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했으나 결국 맞서 싸운다는 것까지는 결정이 됐다. 그래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갈 때는 게임플레이에서 어떤 식으로 스킬이나 공격이 구현되도록 디자인을 해야 할까? 라는 것에 좀 더 집중했다.

그러다 팀원들과의 회의 중에 게임플레이에서 마치 춤추듯이 적을 공격하는 것이 어떨까? 라는 의견이 나왔고 이 안이 채택된 이후 작업에 들어가게 됐다고 바친스키 수석 애니메이터는 비화를 소개했다. 그렇게 해서 컨셉 작업에 들어갔는데, 최초의 컨셉은 여러 개의 날아다니는 칼날을 활용하는 캐릭터였다. 다만 이 컨셉은 무언가 새로운 것이 부족하고, 까마귀 군주와의 연관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기각됐다. 그 다음에는 채찍을 활용하는 캐릭터라는 컨셉이 제시됐는데 아트는 좋지만 게임플레이가 새롭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기각됐다.







세 번째 안으로는 발레리나에서 모티프를 딴 컨셉이 시안으로 제시됐다. 바친스키 수석 애니메이터는 게임플레이의 측면에서 볼 때 움직임도 독특했고, 까마귀 군주와의 연관성을 상징하는 깃털 모양도 괜찮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구현 가능한 스킬의 종류를 생각할 때 다른 최선의 방식이 있을 거라는 의견이 있었고, 그 의견이 받아들여져서 결국 채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세 번째 시안 중 일부를 참고해서 바꾼 뒤 까마귀 궁정이라는 어두운 이미지를 더 부각하기 위해서 어두운 컬러를 넣고, 몬스터를 추가했다. 그런 식으로 여러 가지를 추가해서 지금의 컨셉에 이르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렇게 해서 디자인을 어느 정도 구성하자마자 바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아예 처음부터 만드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프로토타입으로 게임플레이의 재미를 체크한 뒤, 컨셉을 바로바로 수정해나가는 과정을 진행해나갔기 때문이다.

오르피아가 부리는 몬스터의 키워드는 '무엇이든 삼킨다'는 이미지였다. 그에 맞게끔 이미지를 만든 뒤, 여러 질문을 거쳤다. 과연 오르피아와 몬스터를 따로따로 봐야 할까, 그리고 몬스터의 이빨이 몇개나 되어야할까? 너무 많지는 않을까 이와 같은 질문을 거친 것이다. 그 결과 처음에 수도 없이 많이 나있던 이빨을 어느 정도 정리했으며, 그 과정에서 몬스터와 오르피아를 한 묶음으로 엮어서 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 의견을 채택하고 다듬은 뒤, 프로토타입의 비주얼을 완성했다.




프로토타입용이 어느 정도 갖춰진 다음 과제는 기획 및 아트, 디자인의 빠른 체크를 거쳐서 아트 파이프라인으로 한 단계 나아가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스킬의 구성과 스킬 이펙트의 테스트, 그리고 수정이 필요했다,

가장 먼저 구현된 스킬은 W 스킬인 '덥석이었다. 몬스터의 키워드 자체가 '무엇이든 삼킨다'였고, 이에 딱 걸맞는 스킬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기획했을 때는 몬스터가 점프해서 포인트로 간 뒤, 그 포인트에 있는 것을 덥석 문다는 이미지였다. 이를 바탕으로 몬스터를 프로토타입용으로 간단하게 구현하고, 이펙트는 실바나스의 스킬 이펙트를 입히는 식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애니메이션팀에서는 이펙트의 흐름을 보면서 러프 포즈를 디자인했고, 이를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해서 입혔다. 여기에 이펙트를 새로 만들어서 입힌 뒤에 비주얼과 스킬 구성을 점검하고, 몬스터와 스킬 이펙트를 최종적으로 렌더링했다.






▲ 러프를 토대로 프로토타입용 모델링을 구현하고




▲ 기존에 있던 스킬 이펙트를 프로토타입용으로 임시 활용, 점검했다

그 다음에 구현한 스킬은 Q 스킬 '어둠의 왈츠'였다. Q 스킬을 구현할 때 최우선적으로 떠올린 것은 독특한 스킬 매카니즘이었고, 그래서 단순히 무언가를 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디론가 이동한다는 컨셉이 붙었다. 다만 여기에서 신경을 쓴 것은 얼마나 빠르게 대시가 발동하느냐, 또 어느 정도 빠르기의 속도로 오르피아가 이동하느냐였다. 이 두 가지 모두 너무 빠르거나 느리면 게임플레이에 영향이 가기 때문이었다.

E 스킬 '두려움'은 비교적 심플하게 구현하고 난 뒤, 두 궁극기 '영원한 만찬'과 '압도의 아귀'를 구현하는 과제가 남게 됐다. 이 두 스킬의 매커니즘 자체를 생각하고, 구현하는 과정은 크게 어렵거나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느 정도 의견 교환을 한 뒤에 바로 현재의 컨셉과 유사한 것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다만 이 아트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문제였다.

처음 디자인 기안에는 몬스터가 손을 뻗는다는 컨셉이었다. 즉 영원한 만찬과 압도의 아귀 모두 바닥에서 몬스터가 손을 뻗어서 적을 공격한다는 그런 식이었던 것이다. 이를 프로토타입해본 결과, 몬스터의 얼굴과 손이 서로 안 맞고 무언가 '배드애스한 느낌'이 안 산다고 팀원들 다수가 의견을 밝혔다. 그래서 아트과 특수 효과 팀에서는 이를 반영해서 다시 디자인해서 프로토타입에 적용한 뒤, 최종적으로 채택됐다.



▲ 손이 있는 몬스터를 프로토타입으로 모델링했을 때 느낌이 안 산다고 여겨져서 변경됐다

이와 같이 스킬의 특징과 컨셉, 이펙트 등을 구현한 뒤에는 오르피아의 외형의 디테일과 포즈로 시선을 옮겼다.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관의 무게가 어느 정도고, 오르피아가 등에 맨 관을 어느 정도 무게로 느끼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것이 자세나 무브먼트에 크게 영향을 주는 요소이기 때문이었다. 이를 정하고, 그에 맞춰서 애니메이션을 작업하는 등 여러 가지 작업이 뒤따른 뒤에야 오르피아가 비로소 완성됐다.




오르피아를 작업하는 과정은 히어로즈 개발팀 입장에서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이 요구된 만큼, 작업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특히나 에셋과 디자인을 아예 처음부터 설계해서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초반의 컨셉 아티스트나 아트 팀, 디자인 팀의 작업이 비교적 늦어졌고, 그 때문에 다른 팀에서 작업을 재촉하면서 의견 충돌이 일어나는 일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팀에서는 TICC라는 원칙을 제시했다. 첫 번째 원칙인 '신뢰'는 서로가 서로를 돕기 위해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이었다. 초기에 에셋, 디자인, 스킬 컨셉이 늦게 나와서 다른 팀들이 이야기한 것도 서로를 위한 일이고, 작업이 늦어지는 것도 완벽한 준비를 위해서라는 것을 서로 믿기로 다시 마음을 잡은 것이다. 그리고 다음 원칙인 '반복' 프로토타입이 실패하면 꾸물대지 않고 처음부터 돌아가서 프로토타입을 다시 작업한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프로토타입에 대한 피드백이 빨라지면 디자인팀이 더 빨리 개선작업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가고, 안 될 때는 이해하고 위로하는 식으로 작업을 계속해나갔다고 바친스키 수석 애니메이터는 회고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오르피아는 쟁쟁한 블리자드 IP의 캐릭터들이 즐비한 시공의 폭풍의 오리지널 캐릭터이자 강력한 영웅으로 자리잡았고, 그 캐릭터를 만든 작업 결과가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 GDC2019 최신 소식은 박태학, 정필권, 원동현, 윤서호 기자가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직접 전달해드립니다. 전체 기사는 뉴스센터에서 확인하세요. ▶ GDC 뉴스센터: http://bit.ly/2O2Bi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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