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드래곤 라자2'와 '김영주' 개발 이사의 20년 만의 재회

인터뷰 | 정재훈 기자 | 댓글: 32개 |



이영도 작가의 '드래곤 라자'는 장르 소설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에서 '원조'라 할 수 있다. 드래곤 라자 IP를 이용해 최초로 만든 이소프넷의 PC 온라인 게임이 출시된 것이 2001년이니 햇수로는 꼬박 18년이 되었다. 그간 수많은 장르 소설이 게임으로 만들어졌지만, '드래곤 라자'처럼 게임사에 큰 획을 남긴 게임은 없었다. 그리고 2019년, 그 '드래곤 라자'에 2라는 넘버링이 붙었다.

플랫폼은 모바일이 되었고,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뀔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당시 기획팀에서 일하던 21살의 신입 기획자는 개발 이사가 되었다. 그 사이 원작인 '드래곤 라자'는 '퓨처 워커', '그림자 자국'으로 세계관을 넓혔고, 작가인 이영도는 문단에서도 인정받을 정도의 '대가'가 되었다.

시간이 흘렀을 뿐이지만, 개발 결정이 쉽지는 않았을 터다. 20년 전 그저 떠오르는 장르 문학이었던 '드래곤 라자'는 이제 국내 장르 문학의 대표작이 되었고, 작가의 차기작인 '눈물을 마시는 새'는 지적할 여지가 없는 작품이라는 평을 들었다. 섣부른 접근은 욕만 먹을 상황이 되어버린 거다.

'스카이문스테크놀로지'의 김영주 이사도 같은 고민을 했다. 그는1999년, 드래곤 라자 개발팀에 합류해 게임을 만들었고, 이후 다양한 게임을 개발해오다 이제는 '드래곤 라자2'라는 과제 앞에 서 있었다. 안양에 위치한 개발사로 가는 길에 문득 궁금해졌다. 18년 만에 완전히 달라진 속편을 만드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



▲ 스카이문테크놀로지 김영주 개발 이사


20년.
'드래곤 라자'와 '김영주 이사' 사이의 시간

Q. 만나서 반갑다. 먼저 본인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김영주 이사: '드래곤 라자2'를 개발하고 있는 스카이문스테크놀로지의 김영주 개발이사다. 게임 개발을 시작한지는 올해로 20년이 되었다. 99년에 '드래곤 라자'의 온라인 버전이 개발되던 시절 기획팀장을 맡아 일했고, 이후 회사를 창업해 '드래고니카'와 '이스트 레전드' 등 여러 게임을 만들다가 지금 다시 '드래곤 라자'를 개발하는 자리에 왔다.


Q. 정말 꼬박 20년 만에 다시 드래곤 라자와 만나게 되었다. 어떤 기분인지 상상하기가 힘든데, 말로 설명해 줄 수 있나?

김영주 이사: 진짜 말로 설명하기 쉽지가 않다.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내가 처음 게임 개발을 시작한 게 '드래곤 라자'부터였다. 어떻게 보면 나는 게임 개발계에서 제도권의 수혜를 받은 초기 세대라 할 수 있는데, 그때는 방위산업체에서 병역 대체복무를 할 때 게임 개발사를 선택할 수가 있었다. 나도 그 중 하나였다. 덕분에 남들보다 훨씬 빠르게 게임 개발을 접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다 즐거웠다. 게임을 만드는 것도 즐거웠고, 내가 재미있게 본 소설을 다룬다는 것도 재미있었고, 일을 하는 것도 즐거웠다. 당시 퇴근도 안하고 일을 했음에도 그 또한 재미있었다. 그때는 젊었으니 더 그랬을 것이다. 스물 한 살의 나이에 처음 일을 시작했으니 사실 뭘 해도 재미있을 나이긴 했다.

그렇게 만났던 작품을 20년이 지나 다시 만나게 된 거다. 설레기도 하고, 바라마지않았던 일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부담도 된다. 제대로 못 만들면 어찌 될지 이미 알 것 같기 때문이다.(웃음)


Q. 이번 작품은 원작 '드래곤 라자'의 후속편인 '퓨처 워커'를 배경으로 했다고 들었다. '퓨처 워커'는 전작에 비해 덜 알려졌고, 내용도 쉽지 않은 편인데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가 있는가?

김영주 이사: 원작 설정에서 '드래곤 라자'와 '퓨처 워커' 간에는 약 4개월의 텀이 있다. '드래곤 라자'의 이야기가 완결된 후, 소설 내에서 4개월의 시간이 흐른 뒤 '퓨처 워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물론 '퓨처 워커'의 이야기에 이르면 시간축이 다 꼬여버려서 별 의미는 없겠지만, '드래곤 라자2'는 이 4개월의 시간을 시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퓨처 워커'는 소설로서 독자에게는 꽤 어려운 작품이다. 이영도 작가의 설정이 복잡하기도 하고, 실험적인 작법 구조도 많이 들어가 있어 단번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간편히 설명하면 '퓨처 워커'의 설정은 현재가 고정되고, 미래는 멀어지며, 과거는 다가오고 있는 시간축의 오류가 생긴 상황인데, 이런 설정이 '게임'을 만들기에는 정말 좋은 설정이다.

'드래곤 라자'의 이야기와 설정은 직선이며, 변수가 없다. 게임으로 치면 '레일 슈터' 장르가 아마 가장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퓨처 워커'는 시간축의 뒤틀림이라는 설정을 채용했기 때문에 어떤 일이 생겨도 이를 설명할 수가 있다. 소설로서 '퓨처 워커'는 어려운 작품이지만, 게임의 배경으로서 '퓨처 워커'는 굉장히 탁월한 작품이다.



▲ 게임으로 만들기엔 더없이 좋은 배경

하나의 장소에서 각각 다른 사건이 여러번 일어나고, 갖가지 이벤트가 생긴다 해도 자연스럽다.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획팀 전원이 '퓨처 워커'를 굉장히 여러번 읽으면서 세계관에 대한 토론을 반복했다. 여기서 우리만의 해석으로 채워넣을 수 있는 다양한 설정과 세계의 뒷편까지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한가지 이유가 더 있는데, '드래곤 라자'에는 굉장히 매력적인 '드래곤'들이 등장한다. '캇셀프라임'이나 '아무르타트'부터 해서 드래곤이 굉장히 인간적으로 그려지는 작품이기도 하고, 작중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과거 개발했던 드래곤 라자 온라인에서는 '드래곤'을 내가 원하는 대로 그려낼 수 없었다.

그 아쉬움이 묻어나온 작품이 '드래고니카'였다. 드래곤 라자를 개발하면서 생긴 강박증인지는 몰라도 뭔가 '드래곤'이라는 요소에 대한 한(?) 같은게 좀 있었다. 다시 드래곤 라자 IP를 다루게 되면서 이번에는 매력적인 드래곤을 많이 등장시키고 싶었고, '퓨처 워커'는 이 드래곤들이 등장하기에 더없이 좋은 배경이었다.



▲ '드래곤 라자2'에는 다양한 드래곤이 등장한다.


플랫폼.
'드래곤 라자2'와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은 잘 어울릴까?

Q. 그럼 '드래곤 라자2'의 2라는 넘버링에 해당하는 전작은 20년 전의 PC 온라인 게임 '드래곤 라자' 인 것인가? PC와 모바일은 꽤나 환경이 다른데, 개발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김영주 이사: 맞다. 앞서 말했듯 게임의 배경이 '드래곤 라자'의 이야기가 끝난 후라는 중의적인 넘버링이 될 수도 있겠다. 처음엔 모바일 게임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 당혹스럽기는 했다. 전작은 PC MMORPG인데 모바일로 바꾸다 보니 UI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다 달라졌다. 게다가 개발팀을 모집할 당시에 모바일 MMORPG를 개발해본 경험을 가진 이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가장 어려웠던것은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다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모바일 기기의 장점은 접근성이 말도 안되게 뛰어나다는 것이고, 단점은 게임 스펙을 상용화 기기 중 가장 낮은 기기의 스펙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구동을 위해 계속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데, 그 포기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 최적화 작업을 아무리 해도 한계는 있더라.


Q. 개인적으로 PC라는 플랫폼에 대한 애착은 없는 편인가?

김영주 이사: 예전에 '드래고니카'를 개발하고 나서 '이스트 레전드'를 개발할 때 직원들과 함께 한 말이 있다. '이스트 레전드'가 처음으로 만든 모바일 게임이었는데, 그때 내가 한 말이 이거였다. "모바일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보다 많은 플랫폼에 도전해 보고 싶어서이다" 개발자로서 내 최종적인 목표는 최대한 많은 플랫폼을 경험해보는 것이다. 특정 플랫폼에 끌려다니는건 개발자로서나 게이머로서나 매력이 없지 않나?

조금 외적인 이야기로 지금 아이가 초등학생인데, 우리 집은 게임을 권장하는 집이다 보니 아이와도 게임을 자주 하는 편이다. 그러면서 느낀 점이 현재 초등학생인 아이들은 플랫폼의 변화에 따라 할 수 있는 게임이 달라진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물론 우리와 같은 사람들은 도리어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 반응에서 뭔가 느껴지는게 있었다. 결국 게임 개발자들이 가야 할 길은 플랫폼과 무관하게 '좋은 게임'을 제공하는 것 아닐까 하는 깨달음이었다.


Q. 예전의 '드래곤 라자'가 워낙 오래된 작품인데, 유저층 형성에 대한 걱정은 없는가?

김영주 이사: 게임을 만들고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여러 피드백을 모아 봤는데, 우리 게임을 즐기는 유저층의 대부분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에 형성되어 있었다. 과거의 추억에 이끌린 건지, 혹은 그저 MMORPG를 즐기는 유저층의 흐름이 이렇게 변한건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그것을 확인한 후 유저층 형성에 대한 불안은 다소 사라졌다. 신기하게도 개발진과 IP가 나이가 먹을수록 유저층도 함께 올라오는 것 같다.

이번에 우리가 게임을 만들면서 다른 모바일 MMORPG와 조금 다르게 만든 부분이 있다. 일반적으로 모바일 MMORPG는 던전에 입장할 때 UI를 활용한다. 버튼을 누르면 던전으로 뿅 하고 순간이동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 전에 '로비'와 같은 역할을 하는 필드를 만들고, 이 로비를 거쳐 여러 활동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별다른 의도는 아니고, 그저 고전 MMORPG처럼 사람이 바글바글 모이는 광장을 만들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낡은 디자인이지만, 우리는 이와 같은 요소들이 '드래곤 라자2'가 보여줄 수 있는 전작의 느낌이자, 현재 우리 게임을 즐겨주는 게이머층을 위한 헌사이기도 하다.


게이머.
김영주 이사가 '게이머'에게 남기고 싶은 말

Q. 과거 이소프넷에서 일하던 시절 '드래곤 라자'를 개발하면서 얻은 노하우가 이번 게임을 개발하면서 도움이 되었나?

김영주 이사: 물론 큰 도움이 된다. 코딩을 포함한 기술적인 부분에서야 도움이 될리가 없지만, 디자인의 측면에서는 당시 쌓은 경험들이 많은 도움이 된다. 과거 '드래곤 라자'를 개발할 때는 진짜 게임 개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상황에서 개발을 시작했고, 당연히 문제가 많았다. 게임 기획자들이라면 다들 공감할 거다. 아이디어를 짜놓고 '와 이건 진짜 재미있겠다' 했는데, 막상 라이브 업데이트 이후에는 욕만 먹는 경우 있지 않나.

그때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 당시 우리가 기획했던 RvR 콘텐츠로 '국가전'과 '국지전'이 있었다. 그중 '국지전'을 통해 상대 진영에 침투하는 것이 가능했는데, 우리가 생각했던 것은 상대 진영에 침투한 소수의 유저가 게릴라 전술을 펼치면서 국가 간 분쟁이 보다 복합적인 모습이 되게끔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업데이트가 되고 나니, 진영별 밸런스가 문제였다. '드래곤 라자'는 높은 자유도를 표방하는 고전 MMORPG로 분류되는 게임이고, 게임 내에서 NPC나 경비병을 죽이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그러다 보니 강한 국가의 유저들이 물밀듯이 약소 국가의 진영에 침입해 모든 NPC를 싸그리 죽여버리고는, 부활하려면 가야 하는 성당의 길을 막아 놓는 일도 있었다. 한 진영에게만 재미있는 콘텐츠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우리가 취한 방법은 오프라인 미팅이었다. 지금으로 치면 '유저 간담회' 정도 될 텐데, 당시엔 이런 미팅에 대한 레퍼런스가 없다 보니 그냥 기획자들이 전국의 주요 PC방을 다 돌았다.

미리 우리가 간다고 하면 PC방에 드래곤 라자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모여들었다. 그렇게 모여 밤새 게임을 하고, 게임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술도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게이머들 사이엔 계층이 없었다. 대학생과 대학 교수가 같은 게이머의 입장에서 모였고,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이, 아들과 아버지가 한 자리에 모여 게임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우리끼리 회의해서는 도무지 결과를 낼 수 없었던 문제에 대한 답들이 쏟아져 나왔다. 당시는 게임 개발자와 유저 간의 온도차가 크지 않았고, 국산 게임을 응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똑같이 하자고 하면 어찌 될 지 모르겠다. 그렇게 오픈된 행사를 하는 것을 최근에는 본 적이 없다.

이런 과정에서 노하우가 생겼다. 진짜 게이머가 원하는 것은 어떤 부분인지, 국가 간 밸런스는 어떻게 맞추는 것이 좋은지, 그리고 게이머와 소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고, 그 과정이 얼마나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인 것인지까지 그 시간을 겪으면서 알게 되었다.


Q. 게임 출시가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게임이 다 그렇듯 이번 게임을 내놓는 과정도 퍽 긴장될텐데, 이번은 좀 더 특별할 것 같다. 게임 출시 전에 게이머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는가?

김영주 이사: 우리 게임 많이 해달라는 말을 해야 정상적인 마무리 멘트겠지만, 나는 조금 다른 말을 하고 싶다. 내가 이번 게임을 만들면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드래곤 라자'라는 작품이 꽤 오래 된 작품이고, 때문에 '추억팔이'나 'IP 우려먹기'로 받아들여지기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게임은 해주면 감사하겠지만 '드래곤 라자'라는 책을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다. 20년 전에 나온 소설이지만 지금 읽어봐도 좋은 소설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낡았다는 느낌이 없을 정도로 재미있다. 뭐 그렇게 책을 한 번 보시고 나면 우리 게임에 대한 관심도 조금은 생기시지 않을까? 나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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