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돈 못 버는' 유료 모바일게임 시장, 그리고 애플 아케이드

기획기사 | 김규만 기자 | 댓글: 16개 |



지난 3월 25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쇼타임 행사를 진행한 애플은 앞으로 제공될 4종의 신규 서비스를 공개했습니다. 바로 새로운 뉴스 구독 서비스와 자체 제작 콘텐츠를 앞세운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신용카드와 프리미엄 게임 구독 서비스가 바로 그것입니다.

해당 쇼타임 행사에 대한 반응은 사람마다 달랐습니다. 애플TV 플러스를 소개하는 자리에 등장한 스티븐 스필버그, 리즈 위더스푼, 제니퍼 애니스톤 등의 유명 인사들을 마주한 이들은 "역시 애플"이라는 반응을 보였고, 네 가지 신규 서비스에 크게 감흥을 느끼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죠. 특히 애플의 각종 서비스가 제한적인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후자의 반응이 더 많았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한 가지,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발표는 있었습니다. 바로 프리미엄 게임 구독 서비스 '애플 아케이드'죠. 이를 발표하면서 모든 유저들에게 독창성, 창의성, 재미 등을 기반으로 게임을 추천하며, 광고와 추가 구매 유도 없이 온전한 게임을 즐기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기 때문입니다.

월 정액 구독 서비스로 게임을 즐기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낯선 일은 아닙니다. 몇 년 전부터 Xbox의 게임패스가 존재했고, EA는 자사의 게임 유통 플랫폼을 통해 오리진 액세스라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모바일게임을 월 정액 구독 서비스로 즐긴다? 광고도, 인게임 구매도 없이? 이같은 애플의 발표는 놀랍긴 했지만, 그만큼 여러 의구심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유료 게임 1년 매출 = 무료 게임 하루 매출?
애플이 바라본 유료 모바일게임 시장의 낮은 수익성



▲ 성공한 유료 게임, 어떤 게 생각나시나요?

모바일게임 시장에 존재하는 대다수의 게임들은 부분유료화 방식의 서비스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게임 자체는 무료로 즐길 수 있지만, 일정 수준 이상 강해지기 원한다면 어쩔 수 없지 유료 재화를 구매해야 하죠. 또한, 대다수의 모바일게임들은 소위 '가챠'라고 불리는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는 합니다.

이러한 수익 모델은 하나의 게임을 출시하고,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집니다. 반면 유료 게임들은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 상대적으로 어렵습니다. 유료 게임으로 큰 상업적 성과를 거둔 모바일게임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뉴먼트 밸리'를 떠올릴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개발사인 어스투 게임즈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모뉴먼트 밸리2'는 1년동안 11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서비스 1년동안 1조 4천억 원을 벌었던 리니지M의 출시 첫날 매출(약 107억 원)과 비슷한 액수입니다.

애플은 모바일 유료 게임 시장의 이러한 상황을 지적했습니다 "유료 게임의 경우, 비평가의 찬사와 사용자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 많지만, 무료 게임과의 경쟁이 쉽지 않기 때문에 매우 훌륭한 게임이라 할지라도 더 소규모의 사용자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이죠. 그리고 자신이 직접 나서 퀄리티 높은 유료 게임을 선별하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제작 지원까지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것이 바로 '애플 아케이드'인 셈이죠.


위에서도 언급했듯 애플 아케이드는 이미 서비스 중인 Xbox 게임패스나 EA의 오리진 액세스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합니다. 매월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고 '애플 아케이드' 서비스를 구독하게 되면, 그동안은 애플 아케이드가 제공하는 유료 게임을 언제 어디서든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애플은 이러한 애플 아케이드를 발표하며 광고도, 인게임 구매도 없는 온전한 게임 경험을 즐기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한 번 구독으로 가족을 포함한 최대 6명이서 해당 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되며, 맥와 애플TV, 아이패드가 있다면 플랫폼을 넘나들며 게임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네트워크가 없는 환경에서도 말이죠.

또한 애플은 '애플 아케이드'의 런칭과 함께 100여 종의 다양한, 예술적으로 완성된 게임들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공개된 게임 리스트에서는 현재 PC, 또는 콘솔로 출시를 앞두고 있는 게임들도 여럿 확인할 수 있었죠.

▲ 앱주(ABZU) 개발사의 신작 패슬리스(Pathless)


좋은 게임을 선별만 하지 않고, 개발 비용도 투자한다
애플은 모바일게임의 '넷플릭스'를 꿈꾸나




기존 구독형 서비스와 '애플 아케이드'의 차이점은 역시나 PC, 콘솔 게임이 아닌 모바일게임을 위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애플 아케이드가 제공하는 게임은 iOS 기반 유료 앱으로, 애플은 이러한 게임들을 아이폰은 물론 아이패드와 맥, 애플TV에서도 끊김 없이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또 다른 차이점은 애플이 그저 '애플 아케이드'에서 제공할 게임을 심사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개발자들이 보다 수준 높은 퀄리티를 가진 게임을 개발할 수 있도록 개발 비용을 투자하고, 게임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긴밀하게 협업한다는 것이 애플의 입장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넷플릭스를 생각하면 이해가 더 빠를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 또한 기존의 영상물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독자적인 시리즈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제작사들에게 지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회당 15억 원에서 2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는 한국의 넷플릭스 오리진 드라마 '킹덤'이 바로 그 직접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죠.



▲ 직접 제작비를 투자한다는 데 있어 '애플 아케이드'는 넷플릭스와 많이 닮았습니다

이렇게 애플이 '애플 아케이드'를 통해 게임을 출시할 이들에게 개발비를 지원하게 되면, 개발자들은 비교적 수익 창출에 대한 걱정 없이 원하는 게임을 개발할 수 있게 됩니다. 애플이 제시한 대로 광고도, 인게임 구매도 없는, 온전히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게임을 말이지요. 매출의 약 80%가량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재투자한다는 넷플릭스가 아니었다면 조선시대 좀비물 같은 신선한 드라마는 탄생하기 힘들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식구 최대 6명까지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연결되어있지 않아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둘만합니다. 이는 애플이 온 가족들이 간단하게 게임을 즐기는, 이름 그대로 '아케이드'와 같은 포지셔닝을 염두에 두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함께 공개된 게임 몇몇이 바로 애플의 이러한 의도를 증명해주고 있기도 합니다.

애플의 이러한 행보는 요 근래 북미 지역에서 떠들썩한 확률형 아이템 이슈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애플 아케이드의 '광고도, 인앱 결제도 없는' 점과 함께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우연은 아닐 것입니다.





"정말 수익에 대한 걱정 없이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가능할까?"
애플의 약속에도 사라지지 않는 의문들



▲ 오리진 액세스로 게임을 제공하면서, 유료 재화도 함께 판매하고 있는 EA

이렇게 애플 아케이드가 발표를 통해 약속한 점들을 하나씩 되짚어 보고, 또 현재 모바일게임 시장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몇 가지 의문이 생기게 됩니다. 현재 유료 모바일게임 시장과 비교했을 때 애플 아케이드가 내세운 유료 모바일게임의 미래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좋게 들리기 때문입니다.

우선, 가장 우려되는 점은 애플 아케이드의 개발비 지원만 가지고 개발자들이 광고도, 인게임 결제도 없는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게임 개발자들에게 수익 창출은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나며, 그렇기 때문에 요즘은 유료 게임에서도 광고를 봐야 하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나고는 했습니다. 광고와 인앱 결제의 부재는 유저들에게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개발자들의 입장에서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을 봉인해야 하는 셈이죠. 이러한 점에서 개발자들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 게임을 계속 플레이할만한 동기를 부여해줄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다음으로는 네트워크가 없는 상태에서도 즐길 수 있는 캐주얼게임이 대부분인 '애플 아케이드'가 과연 모바일게임 유저들의 관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구독형 서비스는 가입자들이 해당 서비스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독자적이고, 신선한 콘텐츠를 계속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당 서비스를 더 이상 사용할 의미가 없다고 판단되면 가입만큼이나 해지도 쉬운 것이 구독형 서비스이기 때문이죠. 싱글플레이 위주인 애플 아케이드는 과연 모바일게임 유저들의 관심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결국 애플 아케이드가 제공하는 콘텐츠에 달렸다고 밖에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애플이 켄 웡, 사카구치 히로노부 등과 같은 유명 개발자는 물론 레고, 세가, 카툰네트워크 등 다양한 개발사와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그만큼 매력적인 게임을 꾸준히 제공해줄 수 있는 서비스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보는수밖에는 없겠습니다.


기대는 높지만, 그렇게 큰 영향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색다른 변화가 찾아오길 기대하며




아직 월 정액 요금도 제대로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애플 아케이드'의 성공 가능성을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부분유료화 게임에 비해 턱 없이 입지가 좁은 유료 모바일게임 시장을 목표로 한 만큼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한국은 애플의 각종 서비스가 크게 빛을 발하지 못하는 지역입니다. 그동안 애플은 애플 뮤직 및 애플 페이 등 다양한 서비스를 국내에도 제공했지만 북미 지역만큼 큰 호응을 받거나 하지는 못했습니다.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 인구 자체도 안드로이드 이용자에 비해 적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 아케이드' 대해 한 가지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은, 애플이 직접 모바일게임 개발자들에 대한 개발비를 투자하고, 게임이 완성될 때까지 협업을 계속해 나간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개발자들이 수익 창출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있고, 그만큼 더 퀄리티 있는 게임을 개발할 여유가 생긴다면 게이머들의 입장에서도 애플 아케이드를 기대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애플 아케이드'가 올가을 출시를 발표한 이상, 앞으로는 가능성의 영역입니다. 어쩌면 애플이 바라본 대로 유료 모바일게임 시장의 퀄리티가 한 단계 더 높아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앞으로 모바일게임 시장에도 더 많은 구독형 서비스가 생길지 모르는 일이죠. 이러한 애플의 새로운 시도가 어떤 식으로든 의미 있는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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