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점검] '무료화' 택한 리니지, 엔씨소프트의 묘수가 될까?

게임뉴스 | 정재훈,장요한 기자 | 댓글: 78개 |



엔씨소프트의 대표작인 `리니지`가 오는 5월 2일부터 전면 무료화에 돌입한다. 엄밀히 따지자면 부분 유료화이지만, 정액제의 폐지는 1998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21년 만의 변화다. 오래 서비스된 온라인 게임이 유료 게임에서 부분 유료화로 전환되는 일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주체가 `리니지`라면 새삼스러운 일이 된다.

`리니지`라는 게임 자체에 대한 인식은 굉장히 다양하다. 꾸준히 즐기는 게이머 층이 있는가 하면, 극도로 싫어하는 게이머 층이 존재하는 등, 하나의 게임에 이렇게 많은 인식 스펙트럼이 존재하는 게임이 드물 정도다. 리니지라는 게임을 두고 좋은 게임이니, 나쁜 게임이니 하는 말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 이미 리니지가 수십 년 간 서비스되어왔고, 그 과정에서 게임업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리니지의 무료화 선언은 큰 이슈다. 다른 숱한 게임들이 부분 유료화로 발걸음을 돌리고, 사실상 국산 온라인 게임 중에서 유료 정액제 게임이 사멸한 지금까지 리니지는 꾸준히 정액제를 고수해 왔다. 2년 빨랐던 `바람의 나라`와 함께 국산 유료 온라인 게임의 선두였으며, 바람의 나라가 부분 유료화가 된 지금은 마지막 주자인 셈이다. 이에 대한 개발진의 의지 또한 확고했다. 당장 지난 2018년 11월에 진행한 `리니지 리마스터` 간담회에서도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의 정액제가 그대로 유지될 것임을 확언했다.

하지만 불과 반년 만에, 엔씨소프트는 발언을 철회하고 리니지의 무료화를 선언했다. 이들이 이런 중대한 결정을 갑작스럽게 발표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앞으로의 리니지는 어떻게 될 것인가?


리니지의 '무료화'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무료화' 선언의 이유는 무엇인가?
16년 이후 꾸준한 하락세, 디딤돌이 필요한 리니지

먼저, 엔씨소프트는 이번 무료화의 이유로 `리마스터 이후 개선된 게임을 더 많은 유저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일견 그럴싸한 이유이긴 하다. 하지만 단순히 `게이머 층을 위해서`라기엔 석연찮은 부분이 많다. 이런 생각이 가장 먼저 드는 이유는 엔씨소프트가 그간 걸어온 길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손해를 보지 않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손해를 전혀 보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손해를 볼 낌새가 보이면 그 자리에서 바로 손을 떼 손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몇 년간 개발한 `MXM`도 반응이 영 좋지 못하자 바로 접어버렸고, 합작 프로젝트였던 `마비노기2`와 `프로젝트 혼`도 낌새가 좋지 않자 바로 손을 떼버렸다. 기업으로서 엔씨소프트가 탄탄한 이유는 이렇듯 철저히 계산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엔씨소프트가 뒷계산 없이 무료화를 선언할 리 만무하다.



▲ 5개월만에 북미 서비스를 종료한 MXM

시기적으로 보면, 엔씨소프트로서는 딛고 올라설 디딤돌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2015년 말 진행된 잊혀진 섬 업데이트 이후, 이듬해 초 진행된 복귀 유저 대상 프로모션과 해골 서버의 추가로 리니지는 흥행을 누렸다. 2016년 한 해에 거둔 수익은 역대급으로 기록될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몇 년 간 이어진 업데이트(이른바 `드상`의 상시 판매, 현금 결제 장신구, 아인하사드의 축복 적용 등)가 썩 좋지 못한 평을 들으며 이용자 수가 급감했다.

리니지의 이용자 수 변화는 활성 서버의 숫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데, 16년 초, 총 51개에 가깝던 서버는 16년 말 통합을 통해 총 49개로, 이듬해 두 번의 서버 통합 과정을 추가로 거치면서 총 28개까지 줄어들었다. 현재 활성화된 리니지 서버는 신규, 테스트 서버를 포함해 총 33개로 3년 전 이맘때와 비교하면 많이 줄어든 숫자다. 기존의 게이머 층을 유지하고, 복귀 유저를 다시 불러들이기 위한 방책이 시급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 '아인하사드의 축복' 시스템은 많은 문제를 만들었다.


엔씨소프트가 짊어질 부담은?
실질적인 손해는 '제로'에 가깝다

결론부터 말하면, 리니지의 부분 유료화가 엔씨소프트의 매출에 손해를 끼칠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 이는 요금제를 전환한 다른 게임들 또한 마찬가지인 부분으로, 개발사는 손익을 치밀히 계산하고, 확신이 없는 한 요금제를 바꾸지 않는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를 부분 유료화로 전환한다 해도 전보다 높은, 혹은 전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매출을 올릴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이와 같은 발표를 한 것이다.

먼저, 부분 유료화로 전환하면서 직접 줄어드는 매출은 현재 사용자들이 지불하는 정액제 요금(월 29,700 원)이다. 나아가 게임 운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오토 계정, 이른바 `작업장` 캐릭터들이 지불하는 요금이다. 여기서 생각해볼 것은 사용자들이 지불하는 정액제 요금인데, 먼저 현재의 리니지는 꽤 많은 유저가 월 결제 한도인 50만 원을 매달 결제한다. 때문에 유저 계정비는 큰 손해로 다가오지 않는다.



▲ 일정 금액 이상의 결제가 필수라는 건 이미 유명한 사실이다.

결국, 엔씨소프트가 무료화 선언으로 떠안는 부담은 작업장 캐릭터들의 계정 이용비인데, 이 작업장 캐릭터들은 사실상 게임 운영에 독소나 마찬가지다. 이들로 인해 경제 체계가 무너지고, 이 때문에 게임을 떠나는 게이머 수가 더욱 많기 때문이다. 무료화 진행이 되면 이들을 제제할 때 생기는 이용료 환불이나 약관 시행 등의 귀찮은 절차를 회피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인 제제도 가능해진다.

무료화와 함께 선보이는 `아인하사드의 가호`는 일종의 보험이다. 현재 리니지에는 `아인하사드의 축복`이라는 하루 일정량의 경험치를 얻는 동안 아이템과 재화 획득을 높여 주는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는데, 이 시스템이 적잖은 문제를 일으켰다. 하루에 주어지는 `아인하사드의 축복`은 1~2시간이면 소모되기 마련이며, 축복이 모두 소모될 경우 재화와 아이템 모두 획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작업장 캐릭터는 이를 `다중 계정 활용`으로 우회하는 반면, 일반 유저는 월정액을 지불하면서도 게임 내 아이템과 재화 획득에 제동이 걸려버렸다.

`아인하사드의 가호`는 이와 같은 재화, 아이템 획득 보너스를 한 달 내내 상시 제공하는 상품으로, 실질적인 매월 일정 금액을 내고 이용하는 상품이다. 정확한 가격은 책정되지 않았지만 `리니지 M`에 적용된 유사한 시스템인 `아인하사드의 축복`이 월 55,000원에 판매되고 있으니 어느 정도의 선에서 정해질지는 유추할 수 있다.



▲ 무료화와 함께 발표된 '아인하사드의 가호'

결국, 리니지의 무료화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리니지를 보다 많은 게이머에게 개방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리니지의 수익 안정성을 꾀하고 차후 수익 모델을 구상할 기틀을 다지기 위한 복잡한 계산이 깔린 수라고 볼 수 있다. 리니지를 즐기던 기존 유저들은 애초에 정액제를 결제할 정도로 진지하게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이기에, 이들로 인한 수익은 거의 줄어들 일이 없다.

더불어 요금 결제라는 장벽을 허묾으로써 이미 한 번 리니지를 떠난 유저들을 되돌아보게 했다. 나아가 `자존심`까지 걸린 문제라고 강조했던 정액제를 철폐함으로써 `유저들을 위해 자존심도 꺾을 수 있는 기업`이라는 긍정적 이미지까지 구축했다. 자본주의 논리 안에서 기업이 행할 수 있는 수로는 이만큼 절묘한 수도 없을 것이다.


'정액제' 시대의 종말점
진화된 부분 유료화는 '정액제'를 흡수했다

`리니지`라는 게임에 국한되지 않고, `게임 산업`이라는 분야에서 보면 리니지의 무료화는 의미심장한 이벤트라 볼 수 있다. 리니지가 정액제 접으면서, 이제 정액제로 운영되던 국산 온라인 게임은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부분 유료화와 정액제 간의 수익 창출량 비교는 늘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주제였는데, 이제 잠정적 결론이 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엔씨소프트는 늘 이득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모멘텀을 유지해오던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흐름은 비단 국내에만 국한되어있지 않다. 이미 `이브 온라인`이나 `엘더스크롤 온라인`등 오랜 기간 정액제를 유지해오던 온라인 게임들이 부분 유료화나 최초 결제 이후 무과금으로 요금제를 전환했고, 정액제를 유지하는 게임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세계적으로도 부분 유료화가 정액제보다 게이머와 개발사 모두에게 유리한 요금제임이 입증된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부분 유료화가 발전해온 방향을 살펴보면 보다 명확해진다. 최초의 부분 유료화는 무료로 게임을 서비스하되, 게임 내 콘텐츠 일부를 결제하는 방식으로 고안되었지만, 현재에 이르러서는 게임 본편을 무료로 제공한 후, 특정 월정액 멤버십 가입 시 다른 유저보다 더 나은 조건과 환경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형태로 진화했다. 리니지에 적용될 `아인하사드의 가호`나 엘더스크롤 온라인의 `ESO 플러스 멤버십` 등이 이에 해당한다.



▲ '부분 정액제'라 해도 과언이 아닌 현재의 부분 유료화

게임을 본격적으로 플레이할 유저들은 이러나저러나 월정액을 지불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게임 자체는 무료로 풀어두기 때문에 요금 결제를 `개발사가 강제하는 것`에서 `게이머 개개인의 취사선택`으로 전환했다. 이렇게 하면 개발사는 폭넓은 유저층으로 인한 잠재 수익과 수익 창출에 집착하지 않는 개발사라는 유저층의 인식, 그리고 여전한 골수 유저들에서 창출되는 수익까지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물론, 지나친 과금 유도로 보이지 않을 적절한 조절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엔씨소프트의 '묘수'가 될 수 있을까?


하지만 현실이 늘 이론대로 완벽하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리니지가 무료화된다는 것은 단순히 요금제의 변화 선에서 끝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 이르러 `리니지`라는 게임 하나를 두고 만들어진 생태계는 비게이머층이나 리니지를 접하지 못한 게이머들에게는 충격을 줄 수 있을 정도로 파격적인 면이 많다.

그런데도 이와 같은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리니지가 비싼 정액 요금을 요구해 일차적으로 신규 유저들을 막아 세웠고, 이 벽을 넘어오는 이들은 이미 이와 같은 `리니지만의 생태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게이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무료화`로 인해 그 벽이 무너진다. 닫힌 생태계에 외래종이 유입될 경우, 생태계 전체가 변화하듯 리니지의 생태계 또한 바뀔 가능성이 없지 않다. 중요한 건, 생태계의 변화가 아닌 이 바뀐 생태계를 대할 엔씨소프트의 태도다.

리니지를 접하지 못한 게이머들에게 리니지의 생태계는 이해할 수 없는 곳에 가깝다. 한 사람이라면 무시될 것이고, 열 사람이라면 튕겨 나가겠지만, 수백, 수천의 사람들이 리니지에 발을 들이고 생태계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때는 생태계가 변화하게 될 것이다. 21년간 폐쇄적 환경 안에서 이뤄지던 관습들이 과연 그대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



▲ 고착된 리니지의 생태계는 바뀔 것인가?

반면, 새로운 게이머들이 모두 튕겨 나가고 생태계가 그대로 남는다면, 그때는 무료화가 아무 의미 없는 명목상의 변화일 뿐임이 확인되는 것이다. 둘 중 어느 쪽이든, 엔씨소프트에게는 쉽지 않은 결과다. 엔씨소프트도 적잖은 아마 변화를 치러야 할 것이다. 게임은 개발사가 만들지만, 게임을 둘러싼 생태계는 게이머가 만들어 나간다. 그리고 이에 따라 리니지의 미래도 결정될 것이다. 무료화가 다음 세대의 리니지로 이어질 교두보로서의 `묘수`가 될지, 혹은 그저 잠시 생명을 늘려 주는 긴급 산소통에 불과한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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