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019] 라이엇에서 PUBG까지, 이성하 디렉터의 "훌륭한 크리에이티브란?"

게임뉴스 | 허재민 기자 | 댓글: 11개 |


[▲펍지주식회사 이성하]

  • 주제: 게임 브랜드에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한 이유
  • 강연자 : 이성하 - 펍지 / PUBG
  • 발표분야 : 사업마케팅 & 경영관리
  • 권장 대상 : 마케터, 게임 기획자, 브랜디드 콘텐츠 제작자
  • 난이도 : 사전지식 불필요 : 튜토리얼이나 개요 수준에서의 설명


  • [강연 주제]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다양한 클라이언트의 크리에이티브 콘텐츠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게임 회사로의 이직을 거치면서, 어쩌면 크리에이티브가 게임과 게임 브랜드가 성장하는데 반드시 필요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강연을 통해 게임 회사에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한 이유와, 크리에이티브가 회사와 브랜드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제 짧은 경험을 나누고 싶습니다.

    잘 만든 콘텐츠, 게임, 크게는 브랜드까지.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이제 콘텐츠도 게임도 그 자체를 잘 만드는 것만큼 어떻게 사람들에게 전달하는지가 중요해졌다. 크리에이티브는 브랜드의 시작부터 안정화, 그리고 새로운 혁신을 시도하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충실한 서포트 역할을 한다.

    NDC2019 첫날, 펍지주식회사의 이성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한 이유와 어떤 크리에이티브 콘텐츠가 훌륭한 콘텐츠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가 작업했던 프로젝트를 짚으며 진행된 강연은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특히 그는 게임 광고에 대해 추가로 언급하기도 했다. "연예인을 내세우지 말고, 30초 광고폼에 얽매이지 말고, 마지막에 '지금 바로 다운로드 받으세요' 문구를 빼라고 조언하기도 해요. 코어 유저냐 신규 유저냐 라는 질문도 받는데, 코어 유저를 만족할 수 없는 콘텐츠는 신규 유저를 영입하는 데 도움이 안됩니다."

    게임 브랜드에게 '크리에이티브'란 무엇인가. 그리고 왜 필요하며 훌륭한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강연을 통해 크리에이티브 콘텐츠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 카피라이터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까지 - 무슨 일을 하는 직업인 건가요?

    이성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먼저 그동안 어떤 작업을 진행해왔는지를 설명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이성하 디렉터는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며, 이후 라이엇게임즈 코리아에서 크리에이티브 커뮤니케이터로 3년, 이후 펍지주식회사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하고 있다. 

    카피라이터로서 이성하 디렉터는 특히 두 가지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다고 언급했다. 그는 먼저 자신을 커피 애호가로 소개하며 맥심 ‘카누’의 출시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이성하 디렉터는 당시 신라면 블랙이 혹평을 받으면서 똑같이 인스턴트의 고급화 제품인 카누의 포지셔닝을 정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매일 아침 사 먹었던 카페의 커피 느낌을 담기를 바랐고,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 카누”라는 콘셉트가 탄생했다.

    이어 언급된 사례는 통일부에서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진행한 ‘통일의 피아노’다. 분단의 상징인 휴전선의 철조망을 수거하고, 이를 이용해 피아노를 만든 프로젝트였다. 이 피아노는 이후 예술의 전당에서 연주되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 카누' 영상

    통일부와 진행한 '통일의 피아노' 프로젝트

    카피라이터에서 게임 업계로, '크리에이티브'

    이후 카피라이터에서 게임 업계로 이직하면서 가장 먼저 변화한 것은 직함이었다. 카피라이터가 어떤 일을 하는지는 다들 알고 있다. 하지만 크리에이티브 커뮤니케이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어떤 일을 하는지는 쉽게 짐작하기 어렵다.

    “커뮤니케이터가 사람에게 붙여질 수 있는 타이틀인지 처음 알았어요. 수동으로 전화 연결해주는 기계를 커뮤니케이터라고 들었는데(웃음). 링크드인에 찾아봐도 하나밖에 없는 직함이더라고요. 크리에이티브한 콘텐츠를 만들고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역할일까.”

    그는 크리에이티브와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역할을 나눠 라이엇게임즈 코리아에서 그가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먼저 크리에이티브 분야에서, 그가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하나는 2017년 시즌 런칭 영상이었다. 처음으로 시즌 런칭 영상을 제작한 사례였으며, 영상에는 이전 티어가 리셋되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리는 신규 시즌의 오프닝이 담겨있다.


    이어 이성하 디렉터는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역할로 ‘일해라 라이엇’ 프로젝트를 꼽았다. 2016년 라이엇 코리아의 여론은 좋지 않았다. 부정적인 프로그램 사용자 문제, 욕설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됐으나 적극적으로 제재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라이엇코리아 내부에서는 이에 대한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공개되지는 않았던 시점이었다.

    “일해라 라이엇. 이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에요(웃음).”




    여러 가지 솔류션이 준비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이성하 디렉터는 이때 커뮤니케이터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따로따로 개발 중인 솔루션들을 하나의 캠페인으로 묶어 소개할 수 있지 않을까. 플레이어를 위한 라이엇게임즈의 노력이 본격적인 캠페인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면 유저들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많은 고민 끝에 솔루션들을 묶은 캠페인, ‘일해라 라이엇’이 진행됐다.

    “각 편이 공개될 때마다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고, 캠페인 이후에는 ‘일한다, 라이엇!’이라는 코멘트도 올라오기도 했어요.”

    이후 펍지주식회사로 이직하면서 그의 직함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됐다. 업무 또한 크리에이티브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주요해졌다. 그가 먼저 작업한 프로젝트는 비켄디 맵의 소개 트레일러였다. 해당 영상은 맵과 콘텐츠, 게임 플레이를 위주로 작업 됐으며, ‘영화를 만들어라’, ‘가까운 영화관에서 만나볼 수 있나’ 등의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와함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한국 런칭 광고 영상이 소개됐다. 이성하 디렉터는 해당 영상은 게임 콘텐츠를 어필했다는 점에서 많은 호평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하며, 이후에 게임 자체를 보여주고자 하는 광고가 많아진 것 같아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게 느꼈던 작품이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왜 브랜드에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한가 - 브랜드에 도움이 되는 크리에이티브란

    그럼 브랜드에 크리에이티브는 왜 필요할까. 본격적인 강연에 들어가면서 이성하 디렉터는 브랜드를 인공위성에 비유하며 설명을 시작했다. 인공위성을 발사해서 궤도에 오르기까지를 런칭이라고 한다면, 궤도에 올라가 유지하는 것이 성장의 단계로 볼 수 있다. 이후 인공위성의 새로운 항해를 브랜드로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할 때, 변화가 필요할 때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단계에 크리에이티브는 많은 도움을 준다. 게임 자체가 뛰어난 것도 중요하지만, 크리에이티브 콘텐츠가 서포트 될 때, 다른 게임보다 차별화하면서 빠르게 궤도에 올라갈 수 있다. 그 이후에도 업데이트 뿐만 아니라 새로운 변화가 생길 때, 크리에이티브 콘텐츠의 여러 가지 방법을 활용해 브랜드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성하 디렉터는 슈퍼셀의 ‘클래시 오브 클랜’을 예로 들었다. ‘클래시 오브 클랜’은 게임 자체도 좋았지만, 게임 런칭 초창기부터 매력적인 크리에이티브 콘텐츠를 통해 빠르게 안정적인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후에 지속적으로 인기를 유지하고 있을 때도 슈퍼셀은 크리에이티브 콘텐츠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슈퍼볼 광고에 리암 니슨이 등장하는 영상를 방송해 또다시 부스트를 하는 데성공했다. 



    ▲슈퍼셀은 해당 광고를 슈퍼볼 광고에 방송할 만큼 마케팅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슈퍼셀의 ‘클래시 오브 클랜’은) 어느 단계에서 어떤 크리에이티브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가 고민할 때 참고하는 사례예요.”

    그럼 도대체 뛰어난 크리에이티브란 무엇인가. 이성하 디렉터는 그 기준을 브랜드로 잡고 질문을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어떤 크리에이티브 콘텐츠가 브랜드에 도움이 될까.

    모든 브랜드는 가지고 싶어하는 특정한 단어가 있다. 행복, 혁신, 인간, 나눔 등 클라이언트들이 브랜드 이미지로 가져가고 싶어하는 긍정적인 단어들이다. 코카콜라는 그동안 ‘행복’을 내세웠고, IT기업들은 ‘혁신’이라는 단어를 좋아하기 마련이다. 사회적 기업들은 인간, 나눔과 같은 단어를 담기를 바란다. 

    그러한 단어가 그 기업의 본질과 일치하는가. 아닐 수도 있다. 때때로 어떤 기업들은 약점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피하고자 브랜딩으로 포장하고자 하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크리에이티브도 비슷하다. 너무 크리에이티브만을 내세운, 브랜드에는 맞지 않는 제안이 채택되는 경우도 있다. 

    “가장 훌륭한 크리에이티브란 브랜드 본질에 가까운 콘텐츠입니다.”

    두산의 ‘사람이 미래다’, 대림의 ‘진심이 짓는다’. 두 문구는 크리에이티브적으로 뛰어난 문장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브랜드 본질과 일치하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진다. 실제로 두산 인프라코어 20대 사원들에 대한 권고사직 문제로 ‘사람이 미래다’라는 문구는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에 역풍으로 작용했고, 대림도 부실시공으로 논란이 되면서 진심이라는 단어에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어 이성하 디렉터는 브랜드 본질과 맞닿아있는 사례로 라이엇 게임즈의 e스포츠 광고 영상을 꼽았다. 라이엇게임즈는 e스포츠와 관련한 마케팅에 아끼지 않고 투자하고 있다. e스포츠에 대한 진심이 담긴 해당 영상은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라이엇게임즈의 브랜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성하 디렉터는 이 사례는 크리에이티브 부분에서 뛰어나다기보다는 라이엇게임즈가 추구하는 브랜드 본질에 맞닿아있기 때문에 훌륭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크리에이티브 부분으로는 훌륭한 평가를 받았지만 브랜딩에는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한 아쉬운 사례로는 렘브란트 AI 캠페인 영상이 꼽혔다. 네덜란드 금융그룹 ING에서 진행한 해당 프로젝트는 젊은이들에게 혁신적인, 젊은 은행으로서의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진행한 프로젝트다. 

    이성하 디렉터는 “이 프로젝트는 칸 광고제에서 수상했을 정도로 크리에이티브 면에서 인정받았다. 하지만 영상을 보고 클라이언트가 ING라는 사실은 쉽게 연상할수 없다”며, 특히 금융그룹인 만큼 어울리지 않았던 사례라고 설명했다. 




    ■ 훌륭한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 클라이언트와 에이전시의 관계

    그럼 훌륭한 크리에이티브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광고주인 클라이언트, 프로젝트를 제작하는 에이전시. 훌륭한 콘텐츠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에이전시는 좋은 광고주가 좋은 광고를 만든다고 주장하곤 하고, 클라이언트는 좋은 광고는 에이전시가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성하 디렉터는 그 역할을 클라이언트도, 에이전시도 아닌 ‘브랜드 크리에이터’에게서 찾는다. 그는 버거킹 관계자가 강연했던 ‘덜 재수 없는 클라이언트 되기’라는 강연에서 들었던 네 가지 지침을 소개하며, 브랜드 크리에이티브에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당신의 브랜드를 이해하라
    훌륭한 브리프를 작성하라
    아이디어가 자라게 놔둬라
    가장 큰 위험은 아무 위험도 지지 않는 것이다


    클라이언트는 자사의 브랜드에 대해서 당연히 이해가 뛰어나다. 에이전시는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지만, 클라이언트만큼 브랜드의 요소를 하나하나 깊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성하 디렉터는 브랜드 크리에이터의 역할을 그 중간 지점에서 찾는다. 

    “그런 말이 있죠. 경쟁력을 키우고 싶다면 한 분야에서 상위 0.1%의 실력을 키우거나, 아니면 한가지 영역에서 상위 10%, 또 다른 영역에서 10%를 키워라. 두 분야에서 상위 10%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 한 분야에서 0.1%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만큼 경쟁력 있다고. 생각보다 두 가지를 역할을 모두 해내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브랜드 크리에이터는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높은 안목을 가지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파트너를 선택할 수 있다. 동시에 클라이언트로서 브랜드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도를 갖추고 있다. 이성하 디렉터는 이를 통해 개발 및 기획 단계에서 마케팅 캠페인과 같은 작업을 함께 준비한다면 더 큰 솔루션을 가져올 수 있을 거라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브랜드의 본질을 계속 염두에 두고 톤앤매너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성하 디렉터는 그의 경험을 토대로 느꼈던 것들을 언급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처음에는 게임 회사에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한지에 대해 확신이 없었던 그는 경험을 통해 정말 필요하다고 느낄 수 있었으며, 관점도 에이전시에서 클라이언트로 바뀌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영화를 좋아해요. 스스로 게임 회사로 이직하며 되뇌었던 문장이기도 했어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되지 말자. 잘 아는 사람이 되자.”

    게임 회사로 이직해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솔루션을 보면서 그는 가끔 그 스스로도 “잘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브랜드가 원하는 방향이 아닌데 크리에이티브적으로 뛰어나다고 생각해 제안되는 프로젝트들. 그는 그의 관점의 변화를 LOL의 2017년 만우절 기획 콘텐츠를 언급하며 설명했다.


    라이엇게임즈는 2017년 만우절을 맞이해 PVP 콘텐츠에 변화를 주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분명 상대는 다른 유저들이지만 인게임에서 봇으로 보이는, 봇전을 한 것과 같은 착각이 드는 이벤트. 브랜드를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라이엇게임즈 코리아는 추가적인 콘텐츠를 구상해낼 수 있었다. 그때 소개됐던 것이 ‘페이커 봇’ 영상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크리에이티브 자체보다 클라이언트의 입장으로서, 브랜드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하며 마무리했다. 

    “크리에이티브가 답인 문제도 있지만, 개발이 답인 경우가 많아요(웃음).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크리에이티브가 답이어야하는 때가 있어요. 그때 어떻게 브랜딩에 도움이 되는가, 이런 관점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훌륭한 서포터가 되자는 마음가짐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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