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019] "스토리, '픽사'에서는 이렇게 썼습니다", 데브시스터즈 김연주

게임뉴스 | 원동현 기자 | 댓글: 2개 |


▲ [김연주 데브시스터즈 스토리 아티스트]

  • 주제: 스토리텔링 왜 누구나 쓸 수 있지만, 모두가 좋은 스토리를 쓸 수 없을까?
  • 강연자 : 김연주 - 데브시스터즈
  • 발표분야 : 게임기획 - 스토리텔링
  • 권장 대상 : 시나리오 기획자, 스토리텔링 관심있는 모두
  • 난이도 : 사전지식 불필요 : 튜토리얼이나 개요 수준에서의 설명


  • [강연 주제] 누구나 이야기는 할 수 있습니다. 어제 먹었던 너무 매운 불닭 이야기, 몇 년을 기다렸던 게임을 드디어 플레이한 이야기, 잊고 살았던 첫사랑을 다시 만난 이야기... 세종대왕님 덕분에 누구나 그 이야기들을 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정성 들여 쓴 이야기가 무조건 좋은 ‘스토리’로 받아들여지진 않습니다.

    저에게 스토리텔링 기법을 전수해주신 픽사의 감독이 말했었습니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몇 개나 갖고 있어도 어떤 이야기가 잘 되고 안 될지 확신할 수 없다.” 그래서 픽사는 ‘더 좋은 스토리’를 찾기 위해 개발 기간의 3/4을 스토리에 씁니다.

    왜, 어떤 스토리는 대중의 사랑을 받고, 어떤 건 싸늘한 시선을 받을까요? 무엇이 스토리를 좋게 하고, 무엇이 실망하게 하는지 이야기해보면 좀 더 답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금일(24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서는 NDC(Nexon Developers Conference)의 1일 차 행사가 진행됐다. 1일 차에는 총 29개의 강연이 준비되었으며, 데브시스터즈의 김연주 스토리 아티스트는 금일 오전 GB1 행사장에서 연단에 올라 ‘스토리텔링, 왜 누구나 쓸 수 있지만, 모두가 좋은 스토리를 쓸 수 없을까?’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해당 강연에서는 과거 픽사 등에서 경력을 쌓은 김연주 아티스트가 게임 스토리의 작성의 노하우와 주의점을 집중적으로 논했다.



    ■ 주제1 - 스토리텔링 왜 누구나 쓸 수 있지만, 모두가 좋은 스토리를 쓸 수 없을까?

    사람들은 왜 이야기를 좋아할까? 주인공의 일거수일투족에, 한 왕국의 흥망성쇠에 왜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쥐고 바라볼까? 바로 이야기는 가치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소재라도 이야기가 덧씌워지면, 완전히 다른 가치를 지닌다. 이러한 매력이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만년필이 하나 내 앞에 놓여있다고 가정해보자. 이게 평범한 사연없는 만년필이라면, 별 감흥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종전선언 때 쓰인 만년필’이라면 어떨까? 혹은 떄 마침 고장난 덕에 정말 위험했던 계약을 피하게 해줬던 만년필이라면 그 주인에겐 어떻게 와닿을까? 분명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다.



    ▲ 같은 만년필이라도 스토리에 따라 가치는 달라진다

    흔히 할리우드에서는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이 영화를 본다고 한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플레이어들은 스토리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고, 게임은 스토리를 통해 차별성을 갖출 수 있다.

    그렇다면, 좋은 스토리는 무엇인가? 반대로 나쁜 스토리는 또 무엇인가? 좋은 스토리는 보면 즐겁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다가, 절망스러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 반면, 나쁜 스토리는 감정을 조금도 움직이지 못한다. 게임 내에서 적이 NPC를 죽였는데도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고, 오히려 스토리 작가를 탓하는 등 외부 요인을 의식하게 되기 마련이다.



    ▲ 좋은 스토리는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공감의 차이다. ‘플레이어가 스토리와 한 몸이 되는가’ 혹은 ‘외부적 요인에 집중하는가’, 이러한 차이가 좋고 나쁨을 가른다. 그렇다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면 될 터인데, 왜 어려울까?

    감정을 일으키는 이야기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스토리의 최소 단위는 ‘감정을 일으키는 정보’다. 구구절절한 수필까지 갈 필요 없이, 단 한 문장으로도 스토리는 완성된다. 아래의 문장을 보자.



    ▲ “판매 : 아기 신발, 한번도 안 신었음”

    이 문구는 아기를 잃은 엄마의 절절한 심정을 대변한다. 무덤덤하게 쓰인 사무적인 글이지만, 한번도 안 신은 아기 신발을 판매한다는 정보에서 아기가 일찍 죽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아기’라는 연약한 존재의 죽음과 이 슬픔을 느낄 ‘어머니’의 존재에 사람들은 공감한다.

    하지만, 공감이란 게 마냥 쉽지는 않다. ‘열길 속은 알아도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듯, 사람들은 제각각의 가치관과 경험을 가지고 있기에 일률적으로 공감을 일으킬 수가 없다. 예를 들어, ‘헬로 월드’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때 누군가는 별뜻 없이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프로그래머에겐 교육받던 시절을 떠오르게 할 수도 있다.

    어떤 단어, 어떤 문장이 어떤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공감을 이루기가 어려운 것이다.



    ■ 주제2 - 구체적인 정보와 적절한 클리셰의 활용

    스토리텔링은 정답이 없다. 많은 선택지를 하나하나 자유롭게 선택하며 나아가기에 언뜻 쉬워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식당에서 메뉴를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해서 메뉴 선정이 완벽해지는 건 아니다. 해산물에 어떤 와인이 좋을지, 언제 어떤 순서에 마셔야할지, 이런 최상의 조합을 이루러면 공부를 해야하고, 충분한 안목이 있어야만 한다. 답이 없는 건 사실이지만, ‘더 나은 답’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에서는 최대한 쉽고 빠르게 흥행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독자적인 이론을 구축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영웅의 일대기’다.



    ▲ 영웅의 성장 드라마 '영웅의 일대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는 한 인물의 성장 드라마를 다룬다. 일상을 이야기하며 주인공이 될 인물을 소개하고, 그 인물이 변화를 거부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급격한 변화에 거부반응을 보이기 마련이기에 이런 모습을 조명하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이후 주인공은 멘토와 만나 새로운 세상에 나아가게 되고, 여기서 각종 시련을 만나게 된다. 가장 큰 시련을 맞이할 때 주변 인물들에게 각종 도움을 받게 되고, 이윽고 대성공을 거두는 주인공을 보며 관객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 어딘가 익숙한 구조다

    하지만, 이 공식을 따라서 모든 영화가 성공한 건 아니다. 이를 이해하고 충분히 응용할 줄 알아야 한다. 뼈대가 똑같더라도 살을 붙이는 건 제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흔히 하는 실수는 관객들로 하여금 스토리의 흐름과 관계없는 질문을 하게 하는 것, 그리고 공감대를 끊어 이후의 전개를 궁금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야기 안의 정보들은 모두 유저가 스토리를 따라가게 도와야만 한다.

    예를 들어, ‘옛날 옛적에 ~가 있었다’라는 문장은 초반 전개의 정보 전달 부분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렇게 끝내버리지 말고, ‘옛날 옛적에 ~가 있었다. 다른 곳에도 살았지만, 이제는 여기가 집이다’라는 문장을 덧붙이면 관객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를 너무 많이 넣으면 소위 ‘떡밥’을 미처 다 회수하지 못하고 관객들의 불만을 자아낼 수 있다.



    ▲ 질문은 좋지만, 떡밥 회수에 유의해야 한다

    다음 스토리가 궁금하도록 질문을 잘 이어갔다 해도 관객들의 집중이 돌연 끊어질 때가 있다. 현재 보고 있는 스토리와 본인의 정보가 매칭이 안 되서 일어나는 일이다. 대표적인 예가 ‘배트맨vs슈퍼맨’이다. 영화 내에서 배트맨은 슈퍼맨이 너무 위험한 힘을 가지고 있다 판단해 처치하려 한다. 이윽고 전투가 벌어지는데, 도중 둘의 어머니 이름이 같다는 사실을 깨닫고 돌연 서로 친구가 된다. 관객들은 이런 전개에 황당해하며 공감을 이어가지 못하게 된다.

    공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약속된 세계관에서 최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이야기를 해야한다. 사람들은 두리뭉실한 캐릭터에게 흥미를 갖지 않는다. 구체적이어야 예측과 상상이 가능하고, 공감을 보다 쉽게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왕자가 납치된 공주를 구한다’는 스토리를 구체화시켜보자. 사실 왕자는 왕위계승권 2위의 왕자고, 공주는 적국의 공주다. 왕위를 얻기 위해선 보다 큰 공을 세워야만 하는 2위 신분은 왕자는 공주를 구해 본인의 야욕을 채우려 한다. 이렇게 구체화된 정보를 넣으면 이야기가 훨씬 흥미진진하고, 이후의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 클리셰는 생각보다 유용하다

    ‘두번째 왕자기 때문에 첫번째 왕자보다 잘해야 한다’라는 명제에 많은 이가 쉽게 공감한다. 이는 왕자라는 캐릭터의 대표적인 클리셰 중 하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클리셰를 피하라 말하지만, 사실 정보 전달 단계에서 클리셰만큼 좋은 게 없다. 약속된 클리셰를 통해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정보 전달 단계를 빠르게 넘길 수 있다.

    하지만, 클리셰로 이야기를 끝맺으면 안 된다. 첫 세계관 설명에는 유용하지만, 이후에는 너무 당연한 전개가 되어버리므로 후반부 사용은 금물이다. 다행히도 게임은 유저들이 스토리를 직접 능동적으로 플레이해 성취감을 얻기에 전체 구조가 클리셰로 이루어져 있더라도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이러한 클리셰를 피하기 위해 수만 가지 선택지를 다 직접 시도해볼 필요는 없다. 영화, 책, 게임, 연극, 뮤지컬 등 스토리텔링은 모든 곳에 존재하고, 이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안목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 주제3- 나쁜 이야기 소재란 없다




    ▲ 게임에서의 가독성이란?

    어떠한 소재라도 재미있게 이야기하면 재미있고, 재미없게 전달하면 재미없기 마련이다. 플레이라는 요소에서 재미를 줄 수 있는 게임이란 콘텐츠에서 시나리오 담당자가 신경써야할 건 가독성과 플레이간의 밸런스다.

    영화는 보통 영화관에서 관람할 경우 스크린에만 오롯이 집중하게 될 환경이 마련되지만, 게임은 그렇지 않다. 집중이 쉽게 분산될 환경에 노출되기에 초반 가독성이 굉장히 중요하다. 뒷 부분에 엄청난 스토리가 있다 하더라도 초반부 가독성이 좋지 않다면 흥미가 자연스레 떨어진다. 어떻게든 가독성을 최대한 높여서 관객들이 이야기 떡밥을 물도록 유도해야 한다.

    유저들은 언제든지 게임을 그만둘 수 있다. 이에 스토리가 흥미로운 구간들을 잘 계산해서 배치해야 한다. 플레이 흐름이 끊기지는 않을지, 컷신을 넣었을 때 방해가 되진 않을 타이밍일지 십분 고민해야 한다.

    악기 연주법을 알았다해서 음악을 바로 연주할 수 없듯이, 스토리텔링 역시 이론을 알았다 해도 안목을 쌓지 않으면 좋은 스토리를 쓸 수 없다. 꾸준히 접하고 글을 써보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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