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를 찾아서#6] 턴제 전략의 명작은 이거다! '밴티지 마스터'

기획기사 | 양영석 기자 | 댓글: 43개 |



인벤에서는 새로운 코너 IP를 찾아서를 통해서 명작이나 수작으로 꼽히고 기억속에 남아있는 게임들을 다시 돌아보려고 합니다. 국내외에서 명작으로 꼽히고 있지만 아직까지 재발굴되지 않은 게임 위주로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유닛을 생산하고, 전략적인 전투로 자웅을 겨루는 '전략'게임의 장르는 꽤 오랜 세월 많은 유저들에게 사랑받아왔습니다. 실시간 전략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는 한국에서는 민속놀이라고 할 정도로 오랜 세월 사랑을 받고 있죠. 오늘 소개할 게임은, 이런 전략 장르인데 '턴제'로서 꽤 많은 유저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네 가지 속성의 정령을 소환해서 자웅을 겨루는 판타지 컨셉의 게임. 그리고 도트 그래픽도 뛰어나고 Z.O.C, OA등 시간차 및 지형에 따른 다양한 전략을 수립해서 결코 쉽지만은 않았던 독특한 게임입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정식 한국어화로 정식 발매된 게임이죠? 오늘 'IP를 찾아서'에서 조명할 게임은, 팔콤의 고전 명작으로 꼽히는 '밴티지 마스터'입니다.





'밴티지 마스터'는 어떤 게임인가?
진정한 두뇌 싸움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게임





'밴티지 마스터'는 1997년 니혼 팔콤에서 제작한 PC 게임입니다. 이게 장르가 좀 애매한데, 요즘으로 치자면 간단하게 턴제 전략 게임 정도로 볼 수 있겠습니다. 당시에는 SRPG로 많이 소개되는 편이었고, 국내에도 '택틱스' 열풍에 휘말려서 '밴티지 마스터 택틱스'라는 이름으로 1998년에 정식(번역+더빙)으로 출시된 게임이기도 합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육각, 헥사 타일로 구성된 맵에서 레드 마스터와 블루 마스터가 대립하여 자웅을 겨룹니다. 각 마스터들은 네 가지 속성을 가진 정령인 '네이티얼'을 소환해서 상대 마스터를 물리치면 되는 간단한 룰이죠. 각 마스터마다 사용할 수 있는 네이티얼은 총 24개, 그리고 마법 6종입니다.



대전 선택화면. 생각보다 UI는 좀...지저분하죠?

마치 4대 원소와 같은 컨셉을 가진 네이티얼들은 각자 서로 상성이 있고, 등급이 있죠. 땅>물>불>하늘>땅의 순으로 네이티얼들의 상성이 이뤄지고, 땅과 불은 비등비등하고 물과 하늘 속성 네이티얼도 서로 비등하죠. 대신 하늘 속성의 네이티얼들은 전부 '비행'이라는 메리트를 가져서 그런지 다소 능력치가 낮게 잡혀있습니다.

이 네이티얼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마법과 이동 방식, 특성, 성장치가 달라서 지형과 상대 네이티얼을 보고 잘 고민해서 써야 합니다. 네이티얼은 공격과 방어력, 마력과 마법 방어력, 그리고 속도, 이동, 이동 타입과 특성의 능력치를 가지고 있으며 모든 네이티얼의 HP는 10으로 고정입니다. 물론 마스터 역시 10입니다. 그리고 네이티얼에 따라서는 낮과 밤(밝기)에 따라서 능력치가 달라져 상성을 뛰어넘는 성능을 보여주기도 하곤 했죠.



물론 세부적으로 유닛의 정보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서 '비행'이 메리트라고 말씀드렸는데, 이는 바로 Z.O.C라는 개념이 있기 때문입니다. Z.O.C(Zone of Control)은 상대 유닛의 이동에 간섭할 수 있는 일종의 전략적 기능으로, 인접한 상대 유닛은 보행으로 통과가 불가능합니다. 이 Z.O.C 개념 덕분에 네이티얼로 상대방의 고등급 네이티얼의 진격을 막고 전략적으로 우위를 가질 수 있는 방법도 있죠. 하지만 비행 유닛은 이런 페널티뿐 아니라 수풀 등의 지형 이동 제한 패널티를 무시하는 높은 기동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OA(Open to Attack)라는 개념이 있는데, 행동에 따라서 다음 행동까지 걸리는 시간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대기, 공격, 마법 등등 마스터와 네이티얼이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에 따라 다음까지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달랐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게 이득인 경우가 있었죠.



네이티얼을 소환해서 이렇게 싸우면됩니다.

밴티지 마스터가 명작으로 기억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부분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전략 요소를 가진 네이티얼과, 상당히 잘 짜인 맵들의 구성으로 아주 전략적인 플레이가 강조됩니다. 게다가 '랜덤'이라는 요소가 없기에, 정말로 머리를 잘 써야 됩니다. 마스터마다 가진 특성도 다르기에, 마스터가 때로는 전선 전면에 나서서 공격하거나 마법을 사용하는 일도 매우 잦습니다. 마스터마다, 맵마다 구사해야 하는 전술이 다르기 때문에 무궁무진한 플레이가 가능하죠.

여기에 끝내주는 도트 그래픽도 명작이라는 평가받게 하는데 한몫을 합니다. 1997년에 나온 게임인데, 지금 봐도 도트 그래픽은 수준급에 이펙트와 애니메이션을 보여줍니다. 네이티얼의 개성은 사실 아직 이거보다 뛰어난 게임을 못 본 거 같아요. 인간형부터 펭귄, 목각인형에 로봇, 괴물까지 있을 건 다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어울리는 사운드도 대단합니다. 그리고 진짜 타격감이 진짜 쩔어줘요. 특히나 불의 네이티얼 '온비블'의 공격은 아마 모든 밴티지 마스터 유저들이 인정하는 절정의 타격감일 겁니다.



이 훌륭한 도트 그래픽...지금봐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밴티지 마스터가 '완벽한'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요즘에야 이런 전략 게임에도 시나리오를 깊게 도입하고 전략뿐 아니라 더 멋진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게 대세입니다. 하지만 밴티지 마스터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어요. 시나리오는 그냥, 없다고 보시는 게 편합니다. 시나리오 모드에서는 가끔씩 나와서 멜레트가 이야기를 해주고 새로운 맵이 열리고 하는 수준이 끝이에요. 대신 더 높은 난이도와 도전을 위한 유저들에게 선사하는 지옥 같은 익스퍼트 모드, 프리 모드 등의 배틀이 있었습니다.

사실 네이티얼과 마스터의 밸런스도 완벽하다고 할 수준은 아니었어요. 특히 V1에서는 제노스브리드의 천하라고 할 수 있을 수준으로 독보적인 성능을 자랑했고, V2에서는 어느 정도 조정되긴 했지만 여전히 제노스브리드 하나만 뜨면 하늘 속성을 쓰기 매우 힘든 수준이 됩니다.

그리고 기동력이 낮은 마스터는 물 속성 네이티얼의 약점인 이동력을 커버하기 힘들어서 사실상 세 가지 속성으로 싸우는 느낌이 강했죠. 절륜한 속도를 가진 시프는 "답답하면 내가 뛴다"라는 느낌으로 직접 뛰어서 전장에 소환해놓고 도망가버리니까 어이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런 부분도 나중에 어느 정도 조정되었지만, 여전히 밸런스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논쟁거리입니다.



대전이 끝나면 이렇게 분석도 나옵니다.

그래도 이런 아쉬운 부분들로 인해 밴티지 마스터의 매력이 가려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이정도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는 느낌? 결론적으로, 밴티지 마스터는 당시 PC 시장에서 많은 유저들에게 호평받았습니다. 안타까운 점이라면, 정작 정식 발매된 때보다는 잡지 번들 등 무료로 배포된 시점에 더 많은 인기를 끌었다는 점 정도입니다.

턴제 전략 게임 특성상, 빠르게 대응하지 않아도 되고 깊게 생각해서 플레이하는 전략적인 요소들이 많은 유저들을 사로잡았죠. 그 인기는 대단해서, 지금도 가끔씩 밴티지 마스터는 네트워크 플레이나 대전이 열리곤 합니다. 20년도 넘은 게임을 아직도 기억하고 추억하는 유저들도 꽤 있습니다.







밴티지 마스터, 팔콤이 쥐고 있는 히든카드...?
"우리꺼니까 괜찮다", 무료 배포까지 하는 위엄



밴티지 마스터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VM JAPAN

밴티지 마스터는 V1, V2의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면서 'VM JAPAN'이라는 새로운 게임을 내놓습니다. 일본의 '환마'를 컨셉으로 해서 대부분의 네이티얼이 일본 환마로 계승되는 형태죠. 오히려 전략적인 요소와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이런 VM JAPAN이 지금도 팬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습니다. 상당히 재미있던 타이틀이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팔콤은 '초심'으로 돌아가서 밴티지 마스터를 리마스터, 리메이크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렇게 2008년, 두뇌 게임이라는 키워드로 '밴티지 마스터 포터블'이 PSP 플랫폼으로 만들어지죠. 그래픽과 사운드를 전부 리메이크하고, 새로운 스토리를 도입하고 영웅전설의 캐릭터들이 시크릿 마스터로 참전하며 꽤 힘을 주는 느낌을 보여줬습니다.



밴티지 마스터 포터블로 리메이크가 되긴했지만...

그런데 막상 까보니 웬걸? 영웅전설의 게스트 마스터들은 기존 밴티지 마스터의 게스트 마스터들보다 압도적으로 강력했고, 네이티얼의 밸런스는 제노스브리드가 다 해 먹던 V1 시절로 돌아갔어요. 그런데 문제는 AI도 처참해져서 게임이 너무 쉬워졌습니다.

밴티지 마스터 팬층은 전략과 대전이라는 재미를 상당히 좋아했는데, 이 부분이 망해버렸어요. 이후로 밴티지 마스터는 팔콤의 역사에서 다시 언급되지 않습니다. 사실상 시리즈의 명맥이 끊겼죠. 한국에서 한 번 리메이크, 온라인화를 시도한 적이 있었는데... 여기도 흑역사입니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미하리라. 그게 밴티지 마스터의 역사를 요약하는 말이 되겠네요.

결론적으로, 밴티지 마스터의 IP 홀더는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으니 행방을 찾기도 간단합니다. 니혼 팔콤이 아직까지 쥐고 있으니까요. 공식 홈페이지에도 나와있고, 심지어 밴티지 마스터 V2는 영문판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배포 중입니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직접 가서 다운로드해서 플레이해보실 수 있어요. 고전 게임을 누구나 즐겨볼 수 있도록 무료로 제공하는 배포는 높게 살만합니다. 추억이 그리우면 언제든 다시 해보렴, 하는 마인드 같아서 참 인상적입니다. 게다가 영문이긴하지만 메뉴얼도 제공되고 있어요.



밴티지 마스터는 굳건한 팔콤의 소유입니다.

참고링크 : 밴티지 마스터 V2 영문 버전 홈페이지(무료 다운로드)



밴티지 마스터가 부활한다면...?
한 번 실패를 맛보긴 했지만, 전략 게임으로 가능성은 있다.





일단 앞서서 간략하게 밴티지 마스터의 역사에 대해서 소개했었는데, 주목해야 할 점은 이미 밴티지 마스터가 한차례 리메이크 시도가 있던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처참하게 실패했죠. 그 이유를 몇 가지 따져보면 앞으로 밴티지 마스터가 새롭게 나올 때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을 짚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밴티지 마스터 포터블은,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설정이었지만 초심으로 돌아가지 말아야 할 부분이 돌아갔습니다. 바로 밸런스죠. V1의 밸런스는 게임사에서도 좀 아쉽다고 할 정도였는지 V2라는 개선된 안을 내놓았는데, 이를 다시 V1 기준으로 돌린 건 좀 이상했습니다. V1이 맵 난이도가 훨씬 어렵긴 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나 싶어요.

두 번째는 AI입니다. 밴티지 마스터의 AI는 철저한 계산에 의해서 동작합니다. 익스퍼트 모드에 가보면 지형적으로 유리한 레드 마스터들이 철저하게 이득이 되는 네이티얼을 소환하고 배치합니다. 이 중에 허점을 찾아내서 상성과 지형으로 극복해야 하는 '난이도'가 있었죠. 그런데 밴티지 마스터 포터블은 AI가 대폭 하락하면서 난이도가 하락해 전략적으로 '클리어한다'라는 재미가 부실했습니다.

세 번째는 게스트 마스터들입니다. 대놓고 영웅전설6를 띄워준다고 할 만큼, 게스트 마스터들의 능력치가 사기급이었죠.. 물론 밴티지 마스터에도 게스트 마스터가 있긴 했습니다만, 다른 마스터들이 극복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시프'가 최강자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아 멀티플레이 시 시프의 능력치를 조정하곤 했을 정도니까요.



레그너 크록스의 올바른 사용 예시

대표적으로 이런 부분 외에도 몇 가지 불만이 더 있겠지만, 이 정도가 큰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본적인 시스템 자체는 '밴티지 마스터'가 워낙에 잘 정립해놓았어요. 새롭게 리메이크 되면...'턴제 전략'게임 특성상 어디도 가능하겠죠. PC, 콘솔, 심지어 터치 인터페이스도 어렵지 않으니 모바일도 괜찮을 겁니다.

그래픽 일신과 사운드 리메이크, 그리고 스토리 모드가 좀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다면 다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타이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사실 전 도트 그래픽이 너무 뛰어나서, 이거 굳이 그래픽을 일신해야 하나 싶기도 해요. 그냥 HD 리마스터만 해도 충분할 느낌...?

다만 인터페이스 자체는 너무 구식이니, 이를 좀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죠. 이게 가장 큰 과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6개뿐이었던 네이티얼과 마법에서 한 가지씩 더 추가되면 더 다채로운 전략이 나타나지 않을까 싶어요. VM JAPAN도 이런 흐름이었으니까요.




아무튼 이것도 결국 팔콤의 손에 달렸습니다. 한국에서 IP를 사와서 개발하는 방법도 있겠습니다만... 이전에 한 번 시도가 되었다 무산된 만큼 굳이 하려는 게임사가 있을까 싶긴 해요. 그리고 턴제 전략 장르 게임의 경우는 국내에는 큰 인기가 있는 편도 아니고, 밴티지 마스터를 명작으로 기억하긴 하겠지만 IP 파워가 엄청 뛰어난 것도 아니죠. 여러모로 메리트가 부족하긴 합니다.

그래도 혹시 압니까? 게임 역사에는, 갑자기 튀어나와서 대세가 되는 성공작들도 꽤 많아요. 밴티지 마스터가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단단한 팬층을 유지하는 턴제 전략의 명작으로 새롭게 조명 받을지 모르죠. 아무튼, 그날을 기대해봅니다. 저도 1년에 너댓번은 밴티지 마스터를 다시 플레이하곤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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