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후속작과 확장팩 그 중간에 위치한 '인왕2' α

리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2개 |



전 소울본 시리즈를 잘하진 못하지만 좋아합니다. 데몬즈 소울을 비롯해 소울 시리즈 삼부작, 블러드본, 그리고 얼마 전에 출시한 세키로까지 빠짐없이 즐겼습니다. 하지만 원조가 아닌 소울라이크 게임들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습니다. 아마 소울본 시리즈를 즐긴 게이머분들 역시 대부분 아실 겁니다. 원조랄 수 있는 프롬소프트의 소울본 시리즈를 제외한 소울라이크 게임들 대다수가 처참한 성적을 기록한 걸 말이죠. 다만, 그 가운데서도 나름의 성과를 낸 게임이 있었습니다. 바로 코에이 팀 닌자의 ‘인왕’입니다.

맨 처음에는 ‘인왕’을 보고 일뽕소울이라고 놀리며 낮잡아 보기도 했습니다. 원조가 아니면 항상 실패했기에 또 어설프게 소울본 시리즈를 따라 한 게임이 나오는구나 싶었죠. 하지만 이러한 선입견은 ‘인왕’을 하면서 단숨에 사라졌습니다. 단순히 소울본 시리즈를 따라 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세라던가 자신만의 색을 녹여내기 위해 노력한 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완성도도 높았고 재미도 있었죠. 비록 난이도나 몇몇 밸런스 조절에 실패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프롬소프트 말고도 이렇게 소울라이크를 잘 만들 수 있는 개발사가 또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정도였습니다.

그렇기에 지난 E3에서 ‘인왕2’ 트레일러가 공개됐을 때의 심정이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실 겁니다. 하루빨리 ‘인왕2’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공개되길 기다렸죠. 그러던 중 우연히, 정말로 우연히 ‘인왕2’의 알파 테스트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과연 ‘인왕2’의 첫인상은 어땠을까요? 이제 그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여전히 뛰어난 그래픽을 보여준 ’인왕2’
익숙해서 좋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알파 테스트를 통해 만난 ‘인왕2’는 여러모로 ‘인왕’과 유사했습니다. 단순히 후속작이기에 비슷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말 그대로 게임의 전체적인 그래픽 퀄리티부터 애니메이션, UI, 게임 시스템 등 대부분이 빼다 박았습니다. ‘인왕2’라는 걸 알고 하지 않았다면 ‘인왕’의 확장팩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를 정도입니다. 그 정도로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죠.

다만, 그래픽 퀄리티가 큰 발전이 없다는 걸 무조건 단점으로 봐야 하는가 하면 좀 고민해야 할 문제 같습니다. 전작인 ‘인왕’의 그래픽이 그렇게 나쁜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캐릭터 모델링의 경우 ‘역시 팀 닌자가 개발한 게임답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뛰어난 편이었고 게임의 전반적인 그래픽 역시 꽤 준수한 편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인왕2’의 그래픽이 전작에서 크게 발전하지 않았다는 게 무조건 흠이 되진 않습니다. 실제로도 딱히 단점으로 여겨지지 않았고요. 오히려 익숙한 만큼, 금방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일말의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너무 변화가 없기에 코에이가 리소스를 재활용하려고만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그래픽은 큰 변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애니메이션도 그렇고요. 하지만 UI의 변화도 없는 건 좀 심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작은 변화일 수 있지만, UI가 바뀌는 것만으로도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죠.



▲ 알파라서 그런 걸까요? UI의 변화가 없는 점은 다소 아쉬웠습니다

‘인왕2’의 경우 만약 UI가 바뀌었다면 확장팩이라는 느낌보다는 명확하게 후속작이라고 느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물론, 알파 테스트 단계에서 당장 검증해야 할 부분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일단은 게임 시스템에 대한 검증이 먼저니까요. 하지만 시스템 못지않게 UI도 중요합니다. 플레이 중 계속 눈에 보이는 거니까요.

그렇지만 UI가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건 아닙니다. 대부분은 전작의 UI를 그대로 가져왔지만 스킬 트리 UI는 눈에 띄게 바뀌었죠. 하지만 이게 좋은지는 모르겠습니다. 화려하긴 합니다. 뭔가 그럴듯해 보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한눈에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이런 UI, UX에 대한 피드백도 이뤄지는 게 알파 테스트인데 이러한 변화가 적은 점은 아쉬웠습니다.



▲ 스킬 트리 UI는 눈에 띄게 바뀌었습니다만...



▲ 화려하기만 하지 전체적으로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인왕2’ 알파 테스트 첫인상을 점수로 매긴다면 한 70점 정도 될 겁니다.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으며 딱히 흠잡을만한 요소도 없습니다. 하지만 전작과 너무 유사하다는 점이 계속 아쉬움으로 다가왔습니다. 후속작인 만큼, 전작과 차이가 없다는 걸 무조건 좋게만 받아들일 수는 없었죠.


’인왕2’를 확장팩이 아닌 후속작으로 봐야하는 이유
자유로운 커스터마이징, 요괴 스킬, 그리고 영암

큰 변화가 없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인왕2’가 ‘인왕’이랑 똑같다는 건 아닙니다. 사실 그랬다면 ‘인왕2’라는 이름을 내걸 수도 없었겠죠. 우선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바뀐 점이 눈에 띕니다. ‘인왕’의 주인공은 서양에서 온 금발의 사무라이 윌리엄(미우라 안진)이었죠. 하지만 ‘인왕2’의 주인공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플레이어가 입맛대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커스터마이징이 더 강화된 건 말할 것도 없죠.



▲ 알파 테스트에선 거의 모든 옵션이 잠겨 있어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바뀐 전투 시스템도 이번 알파 테스트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번 알파 테스트에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이 바뀐 전투 시스템이랄 수 있죠. 그래서 더욱 세세하게 살폈던 것 같습니다. 우선 수호령을 이용한 쓰쿠모 무기가 요괴화로 바뀐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크게 바뀐 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플레이어를 강화한다는 점과 변신하면 요괴화/쓰쿠모 게이지를 쓴다는 점은 같았으니까요.

물론, 여기서 끝났다면 바뀐 점이라고 하기도 그랬겠죠. ‘인왕2’의 요괴화의 가장 큰 특징은 암리타를 소비해 공격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암리타를 쓴다는 게 아까울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선 강력한 한방을 먹일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쓰쿠모 무기를 발동시키고 끝이었던 ‘인왕’에서 더욱 발전한 모습이었습니다.

변화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아니, 이제부터 설명할 변화야말로 ‘인왕2’를 ‘인왕2’답게 만드는 요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요소들이죠. 우선 새로운 스킬 시스템으로 요괴 스킬이 추가됐습니다. 다마시로라는 요괴의 핵을 수호령에 장착해서 쓰는 스킬로 쉽게 쓸 수 있으면서 뛰어난 범용성을 자랑합니다. 적들에게 둘러싸인 상황에서 벗어난다든가 보스전에서 강력한 한 방을 노릴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요괴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다마시로가 있어서 입맛대로 커스텀할 수도 있습니다.



▲ 동조 용량을 고려해 최적의 다마시로를 장착할 필요가 있습니다



▲ 광역기인데다 강력한 엔엔라의 연기 선풍

새로운 시스템은 요괴 스킬만이 아닙니다. 영암이라는 요소가 새롭게 추가된 걸 확인할 수 있었죠. 일종의 영계 강화판으로 영계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넓은 범위를 자랑합니다. 보스전에서는 아예 필드 전체에 영암이 깔릴 정도죠. 영암이 깔리면 기력 회복속도가 줄어들지만, 요괴 스킬을 쓰는 데 필요한 요력을 모으기 쉬워지고 동시에 강화됩니다. 즉, 영암 자체가 적극적으로 요괴 스킬을 쓰도록 유도하는 셈입니다.

다만, 이 영암 자체를 무조건 좋게 볼 수만은 없는 거 같습니다. 언급한 것처럼 영암이 깔리면 기력 회복 속도가 줄어 움직임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보스전에서 영암을 해제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보스의 기력을 깎아야 하기에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야 하는데 기력 회복속도가 느려서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요괴 스킬을 쓰기 쉬운 것도 아니죠. 요괴 스킬은 기본적으로 적을 공격해서 요력을 쌓아야 합니다. 결국 영암이 깔리면 기력 회복속도가 떨어져 공격하기 어렵지만, 해제하기 위해선 적극적으로 공격해 요력을 쌓아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 영암이 깔리면 요괴 스킬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이번 알파 테스트에서는 영암이 깔릴 때까지 요괴화나 요괴 스킬을 쓰지 않고 아껴뒀다가 영암을 풀기 위해서 썼었는데 이걸 좋게 봐야 할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선택의 폭을 너무 강제한 게 아닌가 싶었죠. 물론, 영암이라는 시스템을 추가했다는 점 자체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요괴 스킬과 더불어 전작과는 다른 ‘인왕2’만의 특징이니까요.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익숙하지 않아서 그랬을 뿐, 분명 흥미로운 변화였습니다.

이외에도 작은 변화로 의로운 칼무덤이 추가됐습니다. 다른 유저의 캐릭터를 불러낸다는 점에선 피의 칼무덤과 같지만, 플레이어를 도와준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실제로 전투에서 꽤 유용하기도 했고요. 다른 유저를 나그네로 소환하지 않더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왕2’를 어려워하는 유저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 보스가 어렵다면 의로운 칼무덤의 도움을 받는 건 어떨까요?


’인왕2’, 후속작인가 확장팩인가
여전히 재미있지만, 큰 변화는 없다


이제 ‘인왕2’ 알파 테스트에 대한 감상을 정리할까 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썩 만족스러웠던 알파 테스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전작을 답습한 모습을 보여서 첫인상은 70점이라고 했지만 새로운 시스템도 분명 있었으니까요. 다만, 100% 만족스러웠던 알파 테스트였는가 하면 그건 아니었습니다. 팬심으로 보지 않고 냉정하게 본다면 답습한 부분이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변화가 적다는 게 무조건 단점으로만 여겨지지도 않은 게 사실입니다. 아쉬움이 있지만 ‘인왕’ 특유의 테이스트는 여전했으니까요. 여기에 새로운 시스템으로 마냥 안주한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도 했죠. 도전보다는 안정을 택했지만 아무런 고민도 안 한 건 아니란 의미입니다.

현실적으로 여기서 극적인 그래픽 등의 퀄리티 향상은 이뤄지지 않으리라고 전망됩니다. 알파 테스트를 하는 시점에서 어느 정도 틀은 완성된 걸 테니까요.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인왕2’만의 차별점을 갈고 닦는 길뿐입니다. 좀 더 다듬어서 확장팩이 아닌 후속작임을 분명히 해야죠.

끝으로 후속작인지 확장팩인지 모르겠다고 박한 평가를 했지만, 누구보다 ‘인왕2’를 기다리는 한 명의 게이머로서 주는 애정이 어린 조언으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아니, 확실한 후속작이라고 증명할 수 있는 ‘인왕2’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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