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외교위원장 "정치인도 게임 트렌드를 읽어야 한다"

인터뷰 | 이두현 기자 | 댓글: 28개 |



'윤상현'이란 이름은 그동안 게임인들 사이에서 낯설었다. 윤상현은 인천 미추홀을 지역구로 한 새누리당 소속 3선 의원이자 외교통일위원장이다. 국회 상임위원회 중 하나인 외교통일위원회는 정부 부서인 외교부와 통일부를 감시하고, 관련 법안을 논의한다. 전혀 게임산업과 연이 없을 것만 같았던 윤상현 위원장이 지난 5월 29일, 자신의 SNS를 통해 "게임이용장애, 질병으로 단정하는 것은 뇌피셜"라 입장을 밝혔다.

당시 윤상현 위원장은 WHO의 게임이용장애 결정과 이를 수용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었다. 아울러 윤 위원장은 "세계 게임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이 매년 늘어 현재는 총 시장의 10%, 규모로는 14조 5천억 원에 달한다"며 "올바른 사회적 합의가 없는 한 게임박람회는 '누가 더 심하게 중독됐는지, 중독자 박람회'가 될 뿐"이라고 역설했다.

게임이용장애 이슈는 찬반이 뚜렷한 사안이다. 그리고 윤상현 위원장은 지난 2010년부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만 9년간 몸담은 '외교통'이다. 게임이용장애가 국제기구 WHO에서 결정된 만큼, 해결을 위해선 외교적 역량도 필요하다. 이 맥락에서 앞으로 게임업계는 윤상현 위원장에게 '게임외교관' 역할을 기대해볼 수 있다.

11일, 인벤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실을 찾아 윤상현 위원장을 만났다. 그리고 그에게서 직접 게임에 대한 견해를 들을 수 있었다.





▲ 윤상현 외교통일위원장(자유한국당, 3선)

SNS에 남긴 글을 보고서 솔직히 놀랐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게임 정책에 '윤상현'이란 이름을 보기 힘들었으니까. SNS에 관련 글을 남기게 된 계기가 있다면?

= 4차 산업혁명에 있어 게임산업은 우리나라의 신성장 동력산업이다. 이미 우리나라 게임산업은 모바일과 PC 분야에 있어 세계 3, 4위를 점유하고 있는 초강대국이며, 국내 시장규모만도 연간 14조 원이 넘는다.

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군에 포함했다고 우리 정부가 사회적 합의 없이 수용한다면, 자칫 게임산업을 고사시킬 수 있다. 

아직 의학적으로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명확한 진단기준이나 유해성이 밝혀진 것이 없다. WHO 판단만으로 수많은 프로게이머나 게임 개발자, 게이머를 환자로 몬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너무나 비상식적이다. 정책이 그렇게 일방적으로 가면 안 된다.   


궁금한 게 있다. 위원장은 실제로 게임을 하나?

= 솔직히 '스타크래프트', '오버워치', '리그 오브 레전드', '검은사막' 등이 게이머들 사이에 인기있다는 거만 알고 잘하지는 못한다. 우리 나이 또래의 기성세대는 '갤러그'를 즐겼던 286세대다. 가끔 조작이 간단한 '캔디크러쉬' 같은 모바일 게임을 심심풀이로 하고 있고, 격투기 게임도 좀 해봤다.

최근에는 인천 지역 대학생들과 함께 '롤'을 해봤다. 학생들이 잘 알려줬음에도 플레이를 하는 데 크게 애를 먹었다. 제가 우리 나이 또래보다 아무리 게임을 선호한다고 하더라도 게임을 즐기는 것에 대한 전문성은 솔직히 어떻게 젊은 세대를 따라 갈 수 있겠나?       



▲ 대학생으로부터 '롤'을 배우고 있는 윤상현 위원장

그동안 위원장이 어떤 게임 관련 의정활동을 했는지 궁금하다.

= 주로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의정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게임과는 사실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 e스포츠 회장을 만나 한·중 게임 산업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우리 게임 시장에 대한 긴밀한 협조도 요청하였다. 또한, 건전한 게임 문화를 위해 최근 등급분류심사에 대한 법안과 함께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의정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초등학생 딸아이를 키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게임에 관심을 갖게 됐고, 우연인지 제 주변에는 게이머와 유튜버들이 많다. 작년에도 인천 송도에서 제가 잘 아는 지인들이 '1인 미디어 페스티벌'을 열었는데 많은 게이머와 유튜버가 참여했다. 

이 페스티벌을 통해서 서울지역에 비해 경인지역에는 e스포츠와 관련된 공간이 적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 지역에서 '외교통일위원장 배 e스포츠 대회'를 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게이머들과 나누다보니 'e스포츠 아카데미' 설립까지 나오게 됐다. 향후에는 관련부처와 함께 '지스타'나 'PlayX4'와 같은 규모로 미추홀구를 대표하는 지역 행사로 키우고 싶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등재했다. 지난 국감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WHO의 결정 이후 곧바로 국내 적용이 될 수 있겠다고 의지를 표명했고, 게임업계는 반발하는 상황이다. 이번 이슈에 위원장 개인, 또는 제1야당 의원으로서 어떻게 바라보나?

= WHO가 어떤 근거로 게임을 중독성 질병으로 분류했는지 알 수 없으나 상식선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질병은 의학적으로 명확한 진단기준이 있어야 한다. WHO의 판단은 '게임을 많이 하면 중독이다'라는 말인데, 이것을 곧바로 국내에 적용하겠다는 우리 보건당국의 판단은 공인된 국제기구의 불합리한 판단을 맹목적으로 추앙하는 것에 불과하다. 

게임뿐 아니라 어떤 종목이든 과하면 부정적인 측면이 주목받기 마련이다. 단지 ‘오래 즐긴다’는 것만으로 명확한 근거 없이 '중독'이라 매도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   
 

최근 이낙연 총리가 직접 나설 정도로 부처 간 의견이 대립하는 주제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 게임은 보는 각도에 따라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중소벤쳐기업부 등 정부의 여러 부처가 관여된다. 게임처럼 한 종목이 여러 부처에 걸쳐 있는 경우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게임산업이 갖는 위상과 사회적 영향이 크다는 방증이다. 

즉, 위정자들이 시대적 트렌드를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임은 크레이티브와 IT기술, 스포츠와 투자, 때론 인문학까지 실상의 모든 분야가 접목돼 많은 사람이 즐길 거리를 만들어낸다. 이미 게임은 엄청난 산업으로 성장했고, 그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정부도 이 점은 잘 알고 있는 만큼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기대한다.    


SNS에 셧다운제와 웹보드 게임 규제까지 언급했다. 이들 규제에 위원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 '셧다운제'와 '웹보드 게임' 규제는 사실 게임을 중독으로 인식하는 게임업계에 대한 관계당국의 선제적 조치라고 생각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게임몰입을 차단하기 위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온라인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를 2011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웹보드 게임' 규제 역시 온라인 고스톱이나 포커 등 사행성 게임을 차단하기 위한 최소한의 여과 장치이다. 

'셧다운제'에 한창 게임에 흥미를 느낄 나이인 청소년으로선 불만이 많을 것이다. '웹보드 게임' 규제는 도박을 중독으로 보는 사회적 합의이다. 이 규제도 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더 이상 불합리한 규제는 게임산업의 몰락만 가져올 뿐이다.     




결국, 국회의원은 법으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의원은 위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이다. 게임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주관하기 때문에, 직접 법으로 말하기는 어려울 거 같다. 앞으로 게임과 관련해 어떤 의정활동을 할 건가?

= 물론 소관 상임위가 외교통일위원회이지만 게임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국가전략산업이고 모두의 관심사이다. 물론 전문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입법활동에서 소관 상임위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WHO의 판단에 대한 정부의 대처방안이 불합리하다면 즉각 대체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규제는 반드시 명확한 근거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럴 것이다'라는 추측만으로 게임이용장애라고 규정한다면 낚시나 축구 같은 스포츠와 모든 여가생활이 종국에 가서는 규제를 받게 된다. 이밖에 게임산업의 성장을 저해하거나 정부의 과도한 개입에 대체 입법이 필요하다면 사회적 공감과 합의에 따라 과감히 추진하겠다.    

또한, 우리 게임 산업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디게임 사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디게임 발전을 위해서는 우수기업을 발굴하고 인재를 육성해야 하며,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저변도 확대해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게임 산업의 지원과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나도 자식을 기르는 입장에서 우리 아이가 몇 시간 동안 게임에 몰두하면 걱정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을 접하는 지금 이 아이들에게 무조건 떼어내는 것도 답이 아닐 것이다. 

게임의 주 소비층이 청소년인 만큼 학부모와 자녀 간의 잔소리로만 끝낼 것이 아니라 게임업계에서도 게임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하고 이를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게임업계 스스로 게임이 중독을 유발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이며,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들에게 안전하고 건전한 놀이터에서 게임을 즐길 방안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이나 중독이 사회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정부 부처 간 결과만 논의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공개적으로 나서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효과적인 선제적 관리 방안을 확립할 수 있어야 한다. 

게임을 단순히 게임대국의 경제적 손실, 모든 병적인 문제는 게임으로만 보는 시각보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시각으로 본다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게임에 대한 이견을 좁힐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시각의 변화가 게임과 관련된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은 저와 같은 국회의원들이 할 일이다. 앞으로 이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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