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는 어떤 캐릭터가 되고 싶은가", '사이버펑크 2077'이 던지는 질문

인터뷰 | 허재민 기자 | 댓글: 13개 |


▲CDPR 마일즈 토스트(Miles Tost) 시니어 레벨 디자이너

"나는 어떤 캐릭터가 되고 싶은가"

2020년 4월 16일 출시될 예정인 CDPR의 '사이버펑크 2077'. 인상적인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인터뷰를 진행하기위해 자리를 옮겼다. 인터뷰이는 '사이버펑크 2077'의 마일즈 토스트(Miles Tost) 시니어 레벨 디자이너. 2013년 CDPR에 합류해 '위쳐3'의 확장팩 '하츠 오브 스톤', '블러드 앤 와인'의 레벨디자인을 담당한 베테랑 레벨 디자이너다.

인터뷰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많았지만, 마일즈 디자이너가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던졌던 질문은 특히나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유저가 스스로 어떤 캐릭터가 되고 싶은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RPG, 롤플레잉 게임의 가장 기본을 짚어주는 말이자, 유저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유저의 선택이 의미 있게 반영되는 점을 강조하는 '사이버펑크 2077'의 핵심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키아누 리브스가 아니었다면 전혀 다른 캐릭터가 되었을 조니 실버핸드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수평뿐만 아니라 수직적으로 세밀하게 구성된 레벨 디자인까지. '사이버펑크 2077'를 통해 CDPR이 유저에게 전달하고 싶은 경험은 무엇일까, 인터뷰를 통해 개발 스토리는 물론, CDPR의 고집을 들어볼 수 있었다.




Q. 키아누 리브스가 참여해 화제다. 비게이머들도 관심을 가지더라. ‘사이버펑크 2077’에 키아누 리브스, 특히 존 윅을 닮은 캐릭터를 구현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가?

연예인 효과 때문에 결정하게 된 사항은 아니었다. 우리는 키아누 리브스가 이 게임에서, 이 역할에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요청도 키아누 리브스에게만 했고. 그가 맡겠다면 만들고, 맡지 않겠다고 하면 아예 만들 생각이 없었던 캐릭터다. 다른 사람에게 요청할 생각조차 안 했다. 완벽하게 키아누 리브스에게 맞는 역할이었으니까.

그의 필모그래피만 봐도 존 윅, 매트릭스… 그가 맡아온 캐릭터들이 대부분 ‘사이버펑크 2077’와 잘 어울린다. 비주얼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그가 맡아온 캐릭터들은 세계를 구하고자 하는 인물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다. ‘사이버펑크 2077’의 V처럼, 자기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싸워나간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를 위해 행동한다. V와 조니 실버핸드도 그렇다. 세상을 구하려는 인물이 아니다.


Q. 키아누 리브스 외에 다른 스타들도 추가될 가능성이 있을까? 그리고 많이 받은 질문이겠지만, 위쳐 캐릭터들은 나올지 궁금하다.

오… 아직 우리가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지만, 어쩌면? 위쳐 캐릭터에 대해서는… 게임을 다 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웃음).


Q. CDPR은 ‘사이버펑크 2077’에서 건플레이 경험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 했는데, 사실 다양한 무기가 등장한다. 전투 플레이에서 초점을 맞춘 부분이 있다면?

가장 중요했던 점은 플레이어가 하고 싶은 대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현대나 미래 배경에 잘 어울리는 무기인 총기, 그리고 훌륭한 근접전에 필요한 무기, 진동칼 등 다양한 무기를 담았으며, 이전 영상에서는 카타나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모든 무기들은 궁극적으로 플레이어가 롤플레잉하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도구다.

총기는 크게 세 분류로 나누어져 있다. 기술 무기, 적을 자동으로 추적하는 스마트 라이플, 그리고 차지를 통해 강한 공격이 가능한 파워 무기가 있다. 무기들은 이 카테고리에 맞춰 나누어지는데, 추가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무기 모드를 통해 특정 기능을 추가할 수 있어 자신만의 특별한 무기를 만들어볼 수도 있다.

정리하자면, 결국 궁극적인 목표는 유저가 만들고 싶은 캐릭터를 만들고, 하고 싶은 전투를 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선택지를 열어주는 것이다.




Q. 유저가 커스터마이징한 외형이나 특징은 게임 플레이에서 지문이나 NPC 대화에서 배제되곤 한다. 각기 다른 외모로 구성된 만큼 모든 베리에이션을 담을 수 없어서 몰입감을 해치지 않기 위해 선택하는 길인데, ‘사이버펑크 2077’은 오히려 반대로 유저의 특징을 강조하고 있다. 굳이 이 부분을 고수하게 된 이유가 있었나.

마음에 드는 질문이다. 분명 훨씬 어려운 길은 맞다. 확실히. 고려해야 할 베리에이션이 정말 많으니까. 하지만 반대로, 우리는 이 부분을 제대로 구현해낸다면, 극적으로 몰입감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사이버펑크 2077’의 강점이 되었고.

뭐 말했듯, 대화 옵션이 폭발적으로 많아지긴 했다. 진행 정도나 ‘쿨함’정도, 스킬포인트와 같은 모든 요소가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어주고, 플레이어로 하여금 정말 플레이하고 싶은 캐릭터를 만들 수 있도록 해준다. 정말 너디한(nerdy) 캐릭터가 하고 싶다면 해커플레이 외에도 기기를 분해하고 조립하거나 네트워크를 해킹하는 엔지니어링까지 해볼 수 있는 거다. ‘사이버펑크 2077’는 캐릭터 판타지고, 원하는 캐릭터에 맞춰서 행동하고 게임 속 인물들은 그에 맞춰 반응해준다. 이 모든 것을 유저가 만들어갈 수 있다. 이게 ‘사이버펑크 2077’이 약속하는 게임 플레이다.

CDPR은 유저의 선택에 따라서 가지처럼 뻗어 나가는 스토리를 전달해왔다. 이제는 여기서 게임플레이 또한 유저 마음대로 선택해나갈 수 있도록 하려 한다. 은신하면서 진행할지 정면돌파할 지에서 누군가를 죽일지 살릴 지까지 선택은 모두 유저에게 달려있다.


Q. ‘나이트 시티’의 곳곳을 탐험하는 것 또한 ‘사이버펑크 2077’에서 중요한 부분일 것 같은데, 정확히 도시와의 상호작용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지, 규모는 어느 정도 될지 궁금하다.

맞다. 탐험은 게임플레이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고 유저들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도시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사이드 퀘스트나 거리에서 일어나는 스토리를 진행할 수도 있다. 때때로 각 스토리가 연결되는 때도 있고. ‘위쳐3’의 미니 퀘스트와 비슷하지만, ‘사이버펑크 2077’는 이를 확장했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 추가로, 추가적인 활동도 만나볼 수 있다. 자동차 레이싱이라던가. 슈팅이나 근접전 전투를 연습해볼 수 있는 체육관도 있다. 물론 업그레이드를 위한 부품이나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자판기, 샵도 마련되어 있고.




Q. 게임의 무대인 ‘나이트 시티’에서 ‘파시피카’와 같은 구역은 몇 개가 있고, 각각 어떤 특징이 있는지 궁금하다.

‘나이트 시티’는 총 6개의 구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층 건물과 기업이 몰려있고 샐러리맨들을 자주 볼 수 있는 도심(City Center), 거대한 아시안 커뮤니티가 형성되어있는 왓슨(Watson), 일본식 동네인 웨스트브룩(Westbrook), 망해버린 라스베이거스 같은 파시피아(Pacifica), 라틴풍의 산토 도밍고(Santo Domingo), 맨해튼과 비슷한 동네인 헤이우드(Heywood)까지.

각 구역은 서로 다른 콘셉트로 구성됐고, 다양한 풍경과 분위기로 이루어져있다. 개발에 있어서 중요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도시라고 해서 모든 구역이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건 아니니까. 따라서 이번 프레젠테이션에서 작년과 다른 장소인 ‘파시피카’를 보여주기로 결정하게 됐고.

‘사이버펑크 2077’의 각 구역은 ‘위쳐’의 스켈리게 군도, 노비그라드, 케어 모헨 만큼이나 다른 지역으로 생각하고 구상됐다. 만나는 사람도 다르고, 건축 디자인, 전체적인 느낌도 다르다. 레벨 디자인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플레이어는 단순히 주위를 둘러만 보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여기는 파시피카구나, 아, 여기는 고층 빌딩이 있는 걸 보니 도심이구나, 하면서.




Q. ‘사이버펑크 2077’가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도시가 살아있다는 점일 것이다. 다양한 사건이나 사람을 조우하게 되는 점이 기대되는데, 레벨 디자이너로서 이러한 도시를 디자인하는 데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다면?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가장 먼저로는 유저가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자유로움을 느끼길 바랐다. 그리고 탐험을 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알려지지 않은 길을 찾으면 흥미로운 요소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했고. 단순히 걸어 다니거나 자동차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것을 찾아갈 수 있도록, 그 과정이 재미있게 만들고 싶었다.

실제 레벨 디자인 부분에서는 앞서 언급한 모든 옵션과 유저가 선택한 플레이스타일을 가능하도록 구성해주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은신 플레이를 하고 싶다면 그렇게 진행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이버펑크 2077’의 모든 레벨과 로케이션은 은신 플레이만 하면서 진행할 수도, 전투만 하면서 진행할 수도 있도록 구성되어있다. 물론 둘을 섞어가며 플레이할 수도 있고.

그리고 여기서 한 겹을 더 추가하고 싶었다. ‘사이버펑크 2077’에는 해킹이나 다양한 무기, 능력이 있고 이에 따라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데 각기 다르게 활용된다. 어떤 캐릭터냐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달라진다. 수많은 길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이 모든 경험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유저 스스로 ‘내가 이 길을 찾아냈다, 이건 내 길이야’라고 느낄 수 있게 만들고자 했다.


Q. 멀티플레이 요소도 있을까?

기본적으로는 멀티플레이는 없다. 스토리 중심의 싱글플레이 스탠드얼론 게임이다. 내부에서는 멀티플레이와 관련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부분도 있는데, 아직 말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인 것 같다. 내년 출시 버전은 싱글플레이 게임이 될 것이다.


Q. ‘사이버펑크 2077’은 하나의 장르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물론 좋은 의미에서. 개발자로서 바라보는 ‘사이버펑크 2077’은 어떤 게임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웃음). 나는 ‘사이버펑크 2077’은 ‘고도의 기술, 한없이 낮아진 삶’이라고 생각한다. ‘사이버펑크 2077’은 디스토피아적 세계에서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탐험한다. SF 장르지만, 다른 SF 장르와는 조금 다르다. 기술이 인간의 삶에 주는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다루는 동시에, 그 세계에 살아가는 사람들, 길거리의 삶을 다룬다.

물론 때때로 주인공은 거대한 권력의 대척점에 서기도 하지만, 대부분 적대할만한 힘 자체가 없다. 이러한 소재를 사용하는 작품을 보면 대부분 주인공들은 대단한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저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살아남고자 할 뿐. 좋은 사이버펑크 캐릭터란 원대한 야망을 품은 인물이 아닌, 단순히 주류가 되고자 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도시는 계속해서 주인공을 억압하고 꿈을 이루는 것을 방해한다. 목에 심어져 있는 바이오칩도 그러한 요소 중 하나고.




Q. DLC도 있을까?

게임은 완벽하게 마무리 지은 상태로 2020년 4월 16일 출시된다. 일반적으로 게임을 개발할 때 DLC를 계획하고 진행하지 않는 편이라서, 아직은 우리도 잘 모른다. 우리가 아는 것은 하나다. ’위쳐 3’나 CDPR의 게임들을 해봤다면 알겠지만, 우리는 출시 이후 꾸준히 대규모 콘텐츠 업데이트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왔다. UI를 개선하기도 했고, 새로운 게임플레이 옵션을 추가하기도 했다. 우리가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사이버펑크 2077’도 이후에 무언가 추가할 것이 생긴다면,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질 것이다.


Q. 마지막으로, 내년 ‘사이버펑크 2077’를 플레이해보게 될 유저들이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플레이해보기를 바라는지, 어떤 경험을 하기를 바라는지 들어보고 싶다.

2020년 4월 16일, ‘사이버펑크 2077’를 실행하고 나서, “나는 어떤 캐릭터가 되고 싶은가”를 스스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정말 ‘롤플레잉’을 해보기를 바란다. 내가 해커가 되고 싶은지, 아니면 누아르풍 탐정의 페르소나를 만들어 보고 싶은지. 자기가 어떤 인물이 되고 싶은지 생각해보고, 우리가 제공한 툴을 사용해서 ‘롤플레잉’을 즐기길 바란다.

테이블탑 게임을 할 때, 펜과 종이 위에서 플레이어들은 정말 자유로움이 무엇인지 경험하게 된다. 우리는 이 ‘자유로움’을 게임에 담고 싶었다. 직접 게임에 빠져들어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 ‘사이버펑크 2077’는 유저들의 인풋(input)이 필요한 게임이다. 어쨌거나, 자신이 무엇이 되고 싶은지 정하는 것은 유저 자기 자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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