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섬머] '서브' 팀원 반란?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킹존, 어떻게 중심 잡았을까

기획기사 | 장민영 기자 | 댓글: 9개 |



'서브' 팀원들의 기량은 어느 정도일까. LCK에 5명이 넘는 팀원들로 로스터를 구성한 팀들이 많은 현 시점에서 생기는 의문이다. 코칭 스태프와 팀원들의 판단으로 주전 로스터를 구성했겠지만, 팬들 입장에서 때로는 '다른 팀원이 나온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와 같은 말들이 종종 나오기도 한다.

킹존 드래곤X는 그런 '서브' 자리에 있어본 선수들의 기량을 제대로 보여준 팀이다. 킹존은 작년의 주전 탑-미드-정글이 모두 팀을 떠났고, 새롭게 스프링 주전으로 자리잡았던 '폰' 허원석마저 섬머 로스터에서 빠지고 말았다. 여기서 킹존은 이들의 빈자리를 추가 영입으로 대신하지 않은 것이다. 대신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팀원들이 빈 로스터를 채우게 되면서 스플릿이 시작하기 전마다 우려가 있었다. 한동안 LCK에서 '서브' 팀원들의 경기를 충분히 보지 못했기에 좋은 성적을 낸 경험 많은 이들로 구성한 다른 팀보다 로스터가 아쉬워 보이는 건 어찌보면 당연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판이 열리니 그 안에서 킹존은 놀라운 결과를 냈다. 스프링 시작만 아쉬웠을 뿐, 여름은 시작부터 3연승을 이어갈 정도로 다른 모습이다. 가장 최근 아프리카 프릭스 전에서 아쉽게 패배하긴 했지만, 그래도 섬머 2주 차에서 그리핀과 공동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열심히 달려왔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많은 변화에도 킹존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팀적으로 발전한 분위기가 났고, 미드 라이너 '내현'의 합류와 함께 더 많은 색깔을 뽐내는 중이다. 기존 킹존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도 눈에 띄었다. 변화에 당황하지 않는 킹존의 변신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작년, 그리고 스프링 시절과 또다른 킹존 '상체'의 반란이 있었다.



▲ '내현'은 '폰'을 대신할 수 있을까?

사실 '내현'이 '폰' 대신 주전으로 활동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킹존의 핵심 승리 공식 하나가 빠진 기분이었다. 스프링 2라운드에서 많은 승리로 좋은 분위기를 낼 때, '폰-커즈'가 캐리 역할을 맡으며 한몫했기 때문이다. 두 선수가 '상체' 싸움에 힘을 내주면, 후반까지 갔을 때 '데프트' 김혁규가 든든히 제 역할을 해줬다. 그리고 '내현'이 킹존 초-중반의 버팀목 같았던 '폰'의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킹존은 '내현'에게 아칼리-야스오-르블랑 같은 '폰'의 역할을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요즘 메타에서 중요한 한타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빙결 강화 니코(3승 1패)를 비롯해 미드를 지키며 성장한 라이즈(2승)-아지르(1승)를 잡았다. 안정감과 팀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내현'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역할에 힘을 준 것이다.



▲ 섬머 첫 경기부터 색다른 모습 보여준 '내현'

무서운 건 섬머 첫 경기에 뽑은 제이스다. 자신에 대한 인식 '안정감'이 뚜렷한 룰루를 픽창에 먼저 올려놓더니 초-중반 공격적인 이미지가 강한 제이스로 바꿔 선택했다. 그 경기에서 제이스는 KDA 4/0/4를 기록할 정도로 합류와 미드-정글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마치, 팀에서 필요할 때 자신이 '폰' 역할까지 해낼 수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 같았다.

아직 '내현'은 니코를 중심으로 팀 한타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했다. 그렇지만 당당하게 첫 경기에서 제이스를 꺼냈듯이 언제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할 수 없다. 그렇다면 킹존의 스타일은 지금보다 더 다채로워질 수 있다. 제이스로 그 가능성은 보여줬고, 앞으로 '내현'이 어떤 것까지 소화해낼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 '커즈'와 '라스칼'

'내현'이 주로 안정적인 픽을 하면서 킹존의 '상체'는 안정감 있는 경기만 해야할까. 변화는 생각하지 못한 탑 라인에서 일어났다.

2017년부터 킹존에 있었던 '라스칼' 김광희는 그리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다. 당대 캐리력하면 떠오르는 이름 '칸' 김동하가 킹존의 주전으로 있었기에 '라스칼'의 출전 기회는 많지 않았다. 캐리 역할은 주로 '칸'이 맡았고, '라스칼'의 역할은 다른 쪽으로 기우는 경우가 많았다. 스프링 역시 미드-탑 스왑이 많은 시기에 캐리형 챔피언은 주로 '폰'이 가져가고 무난한 픽이 '라스칼'에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스프링 PO에서는 세 번 연속으로 오른을 들 정도로 팀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픽을 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라스칼'이 아칼리로 '칸'의 대표 픽인 제이스에게 솔로킬을 기록했지만, 이마저도 패배로 끝나며 빛을 보지 못하고 스프링을 마무리해야 했다.



▲ 섬머 '라스칼' 변신? 이렐리아-클레드는

그랬던 '라스칼'이 이번 섬머부터 완전히 다른 역할도 맡은 것이다. 최상위 티어의 챔피언이 밴으로 사라졌을 때, 공격적인 픽으로 '상체' 싸움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이전 '라스칼'에게 기대하기 힘들었던 클레드-이렐리아 카드까지 꺼낼 정도로 무언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타와 소규모 교전에서 놀라운 활약을 펼쳤기에 라인에 머물던 이전 '라스칼'의 느낌은 아니었다. 이제는 기회가 되면 적극적으로 싸울 줄 아는 선수로, 그에 맞는 칼을 쥘 수 있게 됐다.

'내현'이 예전 자신과 비슷한 역할을 맡으면서 동시에 '라스칼'이 변화를 시도했다고 본다. '라스칼'이 팀적으로 공격적인 역할을 잘 해냈기에 놀라웠고, '폰'의 공백으로 생긴 킹존의 퍼즐이 '라스칼'이 맞추려는 움직임이다.그렇게 킹존의 그림이 점점 완성되면서 섬머 초반 승리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런 '상체' 라이너들의 변화의 중심은 확실히 스프링부터 눈에 띈 '커즈' 문우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스프링에 렉사이-카밀-그라가스와 같은 픽으로 전투에서 놀라운 힘을 보여주더니 섬머에서도 제 역할을 잘 찾아내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픽은 역시 세주아니다. 최고의 티어의 챔피언으로 좋은 성능은 두말할 필요가 없긴 하다. 중요한 건 '커즈'가 잡았을 때, 킹존의 전반적인 스타일이 잘 살아난다는 데 있다. 다른 팀원들도 한타 이니시에이팅에 좋은 조합을 꺼내 힘을 실어주는 순간, 킹존의 경기가 승리로 끝나있었다. 위 영상에서는 '라스칼'의 카밀, '투신'의 타릭까지 더해지면서 상대가 피할 수 없는 한타가 강제로 열어버리는 인상이 뚜렷하다. 스프링에서 '폰'과 '커즈'가 개인 화력으로 캐리를 맡았다면, 이제는 팀 전체 스타일을 지휘하는 스타일을 확실히 잡은 듯했다.

킹존의 스타일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기존 스프링 때보다 캐리의 중심을 '커즈'로 잡고 밴픽을 짜는 경우가 많아졌다. '커즈'가 말리는 순간, 팀까지 같이 말릴 수 있는 아트록스-우르곳-카직스-카서스 등까지 팀에서 믿고 맡기곤 했다. 어느덧 킹존이 팀적으로 '커즈'에게 이 정도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커즈' 역시 이전까지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이 잘 드러나는 정글러는 아니었다. 강한 라인전을 자랑하는 미드-탑 '비디디-칸'과 함께 움직이는 정글러라 라이너들이 밀리는 순간 힘이 많이 빠질 것 같았다. 다음 해에는 '피넛' 한왕호가 주로 주전 자리에 있었기에 '커즈'가 크게 빛나진 않았다.

하지만 '커즈'를 비롯해 킹존의 '상체'가 올해 확실히 기회를 잡았다. 주전이 되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려온 만큼 올해의 경기는 그들에게 더 절실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기회를 승리로 완성하기 위해 팀원들이 역할을 양보하고 자신이 변화하는 선택을 보여주고 있다. 팀적으로 더 완벽한 승리를 하기 위해서 말이다.


완벽한 킹존의 조합이 완성됐을 때, 그 걍력함은 아프리카 전을 통해 이미 보여줬다. 빙결 강화(유틸성) 담당의 '데프트-내현', 킬 담당 '투신-라스칼', 그리고 화력을 맡았던 '커즈'까지. 바론 둥지에서 3:5 전투마저 승리할 정도로 알 수 없는 힘이 나온 것이다. 아직 라인전에서 밀리는 경우도 있고, 상대의 빠른 공격에 흔들리기에 완벽하진 않다.

하지만 킹존 팀원들이 자신들만의 조합을 완성한다면, 분명 더 놀라운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단순히 게임 내 밴픽 조합을 넘어서 팀적인 조화를. 그리고 확실한 반전으로 자신들을 많은 이들에게 알릴 수 있을 것이다. '서브' 선수였을지라도 이 정도 해낼 수 있다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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