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를 찾아서#8] 3D 액션 어드벤처의 역작, '레거시 오브 케인: 소울리버'

기획기사 | 양영석 기자 | 댓글: 14개 |



흡혈귀, 뱀파이어 컨셉은 예로부터 게임을 비롯해 많은 미디어에서 등장했던 소재입니다. 인간의 피를 빠는 불멸의 존재, 혹은 악마로 그려지는 편이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클랜'을 만들어서 활동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신들만의 역사를 만들어 나가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와 독특한 설정으로 많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죠. 대표적으로 '악마성' 시리즈가 이런 뱀파이어를 소재로한 게임의 명작 시리즈로 꼽힙니다.

오늘 제가 소개할 게임은, 이런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게임 중 더욱 어둡고 암울하지만, 그만큼 심오한 스토리를 다루는 게임입니다. 다크 판타지 세계 '노즈고스(Nosgoth)를 배경으로한 뱀파이어 군주 '케인'의 역사와 연대기를 다룬 작품이죠. 이런 '레거시 오브 케인' 세계관에서 최고의 명작으로 칭송받았던 게임입니다. 부당한 형벌과 배신으로 복수를 꿈꾸는 흡혈귀 '라지엘'의 모험을 다룬 '소울리버'입니다.





'소울리버'는 어떤 게임인가?
명작으로 평가받는 뱀파이어 액션 어드벤처




소울리버는 '레거시 오브 케인' 시리즈의 외전 격인 이야기로, 크리스탈 다이나믹스에서 제작한 3D 액션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소울리버에서는 전편이라고 할 수 있는 '블러드 오멘: 레거시 오브 케인'으로부터 약 1천 년이 지난 후의 이야기를 다루죠. 즉, '케인'이 이룩한 뱀파이어 왕조에 대한 역사를 다룹니다.

프롤로그에서는 왜 라지엘이 저런 몰골이 됐는지를 알려줍니다. '케인'이 세계를 정복할 때, 2인자라고 할 수 있던 '라지엘'은 먼저 진화를 하고 날개를 얻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주인이자 창조주인 케인에게 거의 사형에 가까운 형벌을 당하게 됩니다.

'레거시 오브 케인'에서 흡혈귀들은 '물'이 치명적으로 위험하다는 독자적인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라지엘은 2인자 주제에 케인보다 먼저 진화의 상징인 '날개'를 얻었다는 이유로 케인의 질투심에 희생돼 날개를 찢기고 형제들에 의해서 영혼의 호수로 던져집니다.




그래서 영혼의 호수 속에서 끝없이 고통받게 되는 형벌을 받죠. 그런 고통 속에서 라지엘은 큰 부상을 입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남고, 엘더갓의 부름을 받아서 부당한 이유로 자신을 버린 지도자 케인과 듀마, 튜렐, 제폰 등 자신의 형제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을 다룹니다.(※ 튜렐은 1편에서 등장하지 않지만, 듀마와 함께 라지엘을 영혼의 호수로 던져넣은 형제 중 하나입니다.)

아마 라지엘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모 게임의 한 플레이어를 연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라지엘은 영혼의 호수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어서 아래턱이 녹아 없어졌고, 몸 이곳저곳에서도 뼈가 드러나있습니다. 마치 언데드같죠? 아래턱이 없기 때문에 라지엘은 평소에는 "두건"을 쓰고 다닙니다. 영혼을 흡수할 때만 이 두건을 잠시 제치는 정도죠.

제작사가 '크리스탈 다이나믹스'라서 어느 정도 눈치채셨겠지만, 이 게임은 3D 액션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액션 게임이라고 할 수 있지만 툼레이더와 비슷한 형태의 퍼즐이 많이 들어가 있어요. 그리고 라지엘은 유령과 비슷한 상태라서, 현실 세계와 영혼 세계를 왕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세계에서의 능력도 다르게 적용되기도 하고요.



부서진 케인의 무기, 소울리버를 얻는 라지엘

그렇게 라지엘을 현실과 영혼 세계에서 조정하면서 큐브 배열이나 시간 내로 종 울리기, 활강 등 여러 가지 '퍼즐'을 맞추고, 그리고 적들을 물리치면서 형제들을 처치하고 능력을 흡수하면 됩니다. 재미있는 건 적들도 대부분 흡혈귀라서, 햇빛 노출이나 말뚝 처형, 물에 던지기도 하고 소울리버로 없애서 영혼을 먹던가 하면 됩니다. 그로기 상태까지는 그냥 만들 수 있지만 '제거'하려면 특수한 액션들이 필요하죠. 그래서 맵에 있는 여러 가지 도구들이나 장치를 사용하는 게 필수인지라, 전투 또한 단조롭지 않고 꽤 상쾌한 느낌을 줍니다.

보스전만큼은 오히려 싱거울 수도 있습니다. 각 보스들은 절대로 일반 공격으로 처치할 수 없고 피해도 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보스마다 존재하는 고유의 퍼즐을 알아내고 풀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동생 '멜카이아'는 특정 지역으로 유도해 기계 장치를 조작해서 물리쳐야 합니다. 이런 형태의 '퍼즐'들이 모든 보스마다 존재하죠.

그리고 라지엘 역시 흡혈귀고, 엘더 갓의 부름을 받은 존재인 만큼 이 게임은 '게임오버'가 없다는 게 특징입니다. 현실 세계에서 사망해도 영혼세계에서 영혼을 흡수해서 부활하면 그만이에요. 영혼세계에서 죽으면 엘더갓님께서 넌 아직 갈 때가 아니야 하면서 살려줍니다. 그래서 계속 도전을 하죠. 가끔 보스전에서 패배하고 다시 돌아오면 라지엘을 조롱하는 보스들의 대사도 들을 수 있습니다. 성우들의 연기가 정말 훌륭해서, 몰입도 잘됩니다. 단점도 있긴 하지만... 이는 후술하도록 하죠.




독특한 컨셉으로 탄탄하게 다져진 '흡혈귀'의 액션과 퍼즐,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와 아트 스타일, 그리고 환상적인 사운드 및 성우진을 가진 타이틀이 '소울리버'입니다. 거기에 전작 2D를 벗어나 성공적으로 3D로 갈아타는 변신을 보여주면서 '레거시 오브 케인: 소울리버'는 시리즈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명작으로 자리 잡습니다. 또한 PS1 시절, 기술적 한계를 최대한으로 끌어내면서 영혼세계와 현실세계의 페이즈 변환이라는 기획을 도입한 점으로도 높게 평가 받습니다. 원작자인 '에이미 헤닉'이 집필한 원작 스토리도 훌륭하고요. 에이미 헤닉은 이후 '언차티드'를 만든 유명한 제작자이기도 하죠.

명작이긴 하지만 불편하거나 아쉬운 부분이 없던 건 아닙니다. 일단 자막이 없어요. 그래서 대화를 잘 들어야 하는데 성우들이 열연하면서 훌륭하긴 했지만 게임 자체가 심오합니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스토리를 다루는 데다가 영어 또한 어려운 표현들도 많고 빈정거리거나 반어법도 꽤 많아서, 이해하는데 좀 힘든 부분이 있죠.

그리고 첫 번째 보스를 물리쳐도 이제 한 놈 해치웠으니, 다음 녀석을 해치워야 하겠다 하는 스토리를 직관적으로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냥 '안내'가 없어요. 플레이어가 라지엘에게 메소드 연기급으로 몰입하지 않으면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방황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 자막까지 없으니 골치아프죠.



보스전도 힌트가 없습니다. 보스전으로 이동하면서 뭘 해야 할지 잘 고민해봐야합니다.

안내와 힌트가 매우 부족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도 꼭 그렇지만도 않은게, 당시에는 이런 불친절함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아마 소울리버의 가장 큰 단점은 다소 맥빠지는 엔딩이 아닐까 싶네요. 예상보다 게임의 기획 규모가 컸지만 그걸 다 담아내지 못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

특히나 마지막 보스전은 정말 게임의 클라이막스를 느낄 수 있는 열연과 심오한 대화를 보여주는데, 보스를 물리치고 나면 꽤 갑작스러운 전개와 엔딩이 등장합니다. 물론 어느 정도 암시가 있긴 하지만 너무 갑작스럽다는 평가를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대사가 엄청 인상적이라서, 많은 유저들이 이 대사들을 기억하고 있어요. 특히 라지엘의 빈정거림이 섞인 대사가 아주 인상 깊습니다.

최종전 OST 'Ozar Midrashim'(출처 : VGameOSTs)

아마 게임 역사에서 대단한 '뱀파이어' 컨셉의 작품을 꼽을 때, 소울리버는 악마성 시리즈들을 제외하고는 최고의 명작으로 인정받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매력적인 두 캐릭터와 뛰어난 그래픽, 최적화, 애니메이션, 게임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사운드와 컨셉들. 불편한 점은 조금 있을지언정, 그게 '소울리버'의 매력을 바래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소울리버는 자막도 없는데다가 한국어화가 되지 않아서 국내에는 그렇게 인지도가 높지는 않은 편입니다. 1999년은 워낙에 국내에서도 대작, 명작이 많이 출시됐던 '밀레니엄' 타이밍인데다가, 해외에서도 소울칼리버, 언리얼 토너먼트 등 명작들이 많이 탄생했던 때라 조금 밀리는 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녹스'처럼 조용히 '아는 사람만 아는' 명작으로 기억되곤 합니다.



'소울리버'의 IP홀더는?
'툼레이더'로 유명한 크리스탈 다이나믹스



현재 크리스탈 다이나믹스 홈페이지에서 소울리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소울리버'는 '레거시 오브 케인'의 한 이야기의 줄기를 담당합니다. 대신 '블러드 오멘'이라는 이름을 가진 시리즈는 케인이 주인공으로, 소울리버 시리즈는 라지엘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죠. 운명과 자유를 주제로 삼는 '레거시 오브 케인' 시리즈는 상당히 많은 작품이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시리즈의 처음이라고 할 수 있는 '블러드 오멘: 레거시 오브 케인'에서는 독특한 설정과 컨셉, 그리고 꽤 괜찮은 액션성과 연출로 좋은 평가를 받았고, 3D 어드벤처 형태로 바뀐 '소울리버'는 시리즈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후 다시 한 번 라지엘의 이야기를 그린 '소울리버2'가 2001 발매됐고, 케인의 이야기를 다룬 '블러드 오멘2'도 출시됩니다. 마지막으로 2003년에 출시된 '레거시 오브 케인: 디파이언스'에서는 케인과 라지엘을 모두 조종하면서 플레이할 수 있고, '레거시 오브 케인'의 연대기가 마무리되죠.



케인과 라지엘의 대립은 시리즈 마지막까지 이어집니다. 그리고...

물론 아쉽게도 레거시 오브 케인 연대기는, 1편과 소울리버를 제외하고는 평가가 좋은 편은 아닙니다. 특히 '블러드 오멘2'는 팬들도 등을 돌릴 정도의 평가가 안 좋았고, 소울리버2와 마지막을 장식한 디파이언스는 '소울리버'가 보여줬던 임팩트는 보여주지 못하고 평작 정도로 평가받습니다.

게다가 마지막 시리즈인 '디파이언스'의 출시 이후 크리스탈 다이나믹스는 '레거시 오브 케인' 시리즈에 큰 관심을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툼 레이더: 레전드'부터 계속해서 툼레이더 시리즈를 제작해오고 있었죠. 실제로 '툼레이더 리부트'는 좋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고요. 최근에는 스퀘어에닉스에서 발표한 '마블 어벤저스' 시리즈의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여전히 개발사가 건재하기에 IP 홀더는 처음부터 명확합니다. 과거 에이도스 시절부터 꾸준히 IP를 지켜온 만큼 여전히 '레거시 오브 케인' 시리즈는 크리스탈 다이나믹스가 IP 권리를 가지고 있고, 현재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 소개되고 있죠. 1편을 제외하고는 GOG.com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소울리버는 스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윈도우10에서는 기본적으로는 호환성 문제로 게임이 실행이 안 되니 혹시나 구입하실 분들은 주의를 요합니다. 크리스탈 다이나믹스가 스퀘어에닉스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스팀이나 GoG에서는 배급사인 스퀘어에닉스의 이름도 함께 올리고 있습니다.



IP 홀더는 크리스탈 다이나믹스입니다.





'소울리버'는 부활할 수 있을까?
'리부트' 경력이 있는 크리스탈 다이나믹스, 혹시...?




어차피 행복 회로를 굴리는 시간인데, 이번에는 진짜로 행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바로 개발사가 바로 크리스탈 다이나믹스니까요. 뭔가 아귀가 딱딱 잘 들어맞습니다. 일단 소울리버 자체는 국내 인지도는 별로일지언정, 해외에서는 상당히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게임입니다. 그만큼 유저들의 추억도 많이 있고요.

일단 소울리버가 포함되어있는 '레거시 오브 케인'은 스토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태입니다. 이것저것 풀리지 않은 떡밥들이 있긴 하지만, 중간중간 부자연스러운 스토리나 요소들이 없는 것도 아니고요. 또, 꽤 오래된 게임이다 보니까 스토리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정립할 필요가 있죠. 그래요, 바로 '리부트'가 어울리는 타이틀이 바로 '소울리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크리스탈 다이나믹스는 이미 '툼레이더'를 성공적으로 리부트해서, 아주 좋은 평가를 받은 경력이 있는 개발사입니다. 캐릭터와 세계관, 그리고 게임에 대한 완전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으며 시리즈 역사의 대 전환점을 맞이한 바 있습니다. 그러므로 '소울리버'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지난 2012년에는 크리스탈 다이나믹스가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예술감독과 함께 뱀파이어 액션을 재조정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죠. 물론 그 이후로 소울리버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는 게 아쉽고, 최근에는 크리스탈 다이나믹스가 스퀘어에닉스의 대작 프로젝트인 '마블 어벤저스'를 제작하고 있기 때문에 불확실합니다. 그래도 팬들을 달래줄 수 있는 소식은 리부트의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점이겠지요. 크리스탈 다이나믹스도 '소울리버'가 명작임을 알고 있으니, 리부트 할 가치는 있다고 판단한 듯싶습니다.

소울리버는 특수한 액션이 필요한 퍼즐 게임에 가까운 형태이기 때문에, 리부트가 된다면 이점도 한층 더 향상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층 더 향상된 그래픽과 연출은 물론이고, '툼레이더' 시리즈를 겪어오면서 다져진 다양한 퍼즐들이 뱀파이어 클랜의 세계관에서 맞춰 해석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플레이할 가치가 있겠지요. 사운드와 연기는... 솔직히 원작이 거의 나무랄 데가 없었기 때문에 잘 모르겠네요.

다만, 이런 어드벤처 액션 퍼즐류의 게임은 고난이도 스테이지로 갈수록 퍼즐이 너무 뻔하거나 좀 지루해지는 경향을 띄곤 합니다. 이를 환기시키기 위한 다른 형태의 '액션'들이 들어가기도 하죠. 예를 들어서 보스전에서 전투를 하다가 특정 HP 이하로 내려가면 퍼즐로 그로기 시킨다던가 하는 복합적인 형태요. 소울리버는 이런 형태를 보여주지 못했었는데, 리부트를 하게 되면 이런 부분을 신경 써줬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리고 자막도요!

소울리버는 개인적으로 리부트가 발표되기를 정말 기대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다크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도 요즘에는 트렌드가 지나갔는지 거의 없는 편이고, 특히나 뱀파이어 클랜을 소재로 잡고 있는 게임도 매우 드뭅니다. 그런 와중에 뱀파이어 컨셉의 게임으로 명작의 반열에 오른 소울리버가 다시 등장해준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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