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쨌든' 클라우드 게이밍 시대는 온다

칼럼 | 윤홍만 기자 | 댓글: 10개 |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E3에 대한 명성은 다들 알 거다. 3대 게임쇼의 필두. 세계 최대의 게임쇼. 전 세계에서 신작 게임이 가장 먼저 공개되는 장. 올해 E3도 마찬가지였다. 신작 게임들에 대한 소식이 가득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다소 다른 점도 있었다. 바로 클라우드 게이밍에 대한 전세계 게임 업계의 뜨거운 관심이었다.

발단은 올해 GDC였다. 구글이 쏘아 올린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 스태디아에 자극을 받은 듯 MS는 E3에서 자사의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 xCloud를 공개했다. 평가도 나쁘지 않았다. 당시 현장에서 xCloud를 시연해본 기자의 말에 따르면 입력 지연이 좀 느껴진 걸 제외하곤 대체로 쾌적하게 즐길 수 있었다고 밝혔다. E3가 진행되는 LA 컨벤션 센터에서 가장 가까운 MS 애저(Azure) 데이터 센터가 약 400마일(640km)이나 떨어져 있고 와이파이로 구동했단 걸 감안하면 놀라울 정도였다. 5G로 대표되는 통신망의 발전상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 스태디아가 놀라움을 선사했다면 xCloud는 클라우드 게이밍이 현실이라는 확신을 심어줬다

이러한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의 대두를 바라보면서 문득 국내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터넷 보급률이 높고 동시에 가장 빠르다고 자부하는 게 대한민국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직선거리가 325km 정도라고 하니 데이터를 중계하는 데이터 센터도 그렇게 많이 필요 없다. 이보다 클라우드 게이밍을 서비스하기 좋은 환경도 없는 셈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에 대해서 이렇다 할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 기껏해야 해외 기업의 데이터 센터를 설치하고 통신사를 통해 서비스하는 정도다.

당장에는 큰 문제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결국,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이라는 원천 기술이 없는 한 구글과 MS 등 기술을 가진 기업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몇 년 전 넷플릭스가 막 국내에 상륙한다고 했을 때를 생각해보자. 당시 넷플릭스의 행보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시선이 공존했다. 찻잔 속 태풍이 될 거란 시선과 국내 콘텐츠 생태계를 뒤엎을 거라는 시선이었다. 국내 콘텐츠 생태계를 뒤엎진 못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후자에 가깝게 변하긴 했다. 콘텐츠에 수십, 수백억을 투자하는 등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그 결과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 현재 넷플릭스는 산업을 주도하는 세계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 중 하나로까지 성장했다

물론 국내 콘텐츠 시장 자체를 뒤흔들 정도는 아니다. 아직까지는 왓챠 등 토종 OTT(Over The Top) 서비스와 비등한 셈이기에 당장 넷플릭스가 국내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해도 큰 파급력은 없을 거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국내 시장 영향력을 키우면 어떻게 될까?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동시에 유통까지 담당하는데 그 대가로 판권을 획득한다. 이 흐름이 계속 이어지면 언젠가는 국산 콘텐츠들이 해외에 나가기 위해선 넷플릭스를 거쳐야만 할지도 모른다. 국내 OTT 기업과 방송사 등이 넷플릭스를 견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당장에는 콘솔이나 PC를 살지 아니면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이용할지 하나의 선택지에 불과할 거다. 하지만 그 균형이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 스태디아와 xCloud가 주류가 되는 그때 말이다. 넷플릭스처럼 구글과 MS 역시 퍼블리셔로서 게임 제작을 지원하는 동시에 유통까지 담당하게 될지 모른다. 실제로 구글은 스태디아를 공개하며 독점 게임도 있음을 밝혔다. 이는 구글이나 MS가 IP를 가져갈 수도 있다는 걸 방증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구글과 MS의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에 의존하고 안주하다가는 국내 게임 산업 자체가 구글과 MS에 종속되는 형태로 변할 수도 있다.

이는 단순한 비약이고 과장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구글과 MS라는 두 공룡 기업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게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아닌가. 이제 클라우드 게이밍은 미래의 기술이 아닌 현실의 기술로 다가오고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 스태디아의 광폭 행보는 이미 시작됐다

다행히 국내 기업들이 클라우드 게이밍에 대해서 초짜인 것도 아니다. SK텔레콤과 KT는 각각 클라우드 게임, 위즈 게임이라고 해서 자체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한 바 있을 정도다. 다만, 성적은 좋지 않았다. 당시에는 통신망이 지금과 비교해 현저히 느렸고 클라우드 게이밍에 대한 기반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때와 비교하면 통신망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빨라졌다. 여기에 구글이나 MS같이 시장을 이끄는 기업들이 있다. 맨땅에 헤딩하듯 도전하던 당시와 비교하면 훨씬 안정적인 환경이랄 수 있다. 퍼스트 무버가 되긴 힘들겠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통신망 보급이 잘 된 국내 환경의 장점을 등에 입으면 패스트 팔로워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건 기업과 정부의 관심이 아닐까 싶다. 당장 토종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을 개발하란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국내에서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이 나올 수 있는 환경 자체는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5G와 더불어 차세대 먹거리로까지 여겨지는 클라우드 게이밍이다. 지금이 아닌 다가오는 미래,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 융성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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