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직 더 많은 경험이 고프다 - 담원의 듬직한 서폿 '베릴' 조건희

인터뷰 | 신연재, 박태균 기자 | 댓글: 6개 |
2019년 7월 7일 장충체육관에서 LCK와 LPL의 자존심을 걸고 펼쳐진 리프트 라이벌즈 결승전이 열렸습니다. 2:1로 LCK가 리드한 상황에서 출전한 담원게이밍. 하지만, 출발이 좋지 않았습니다. 징동게이밍의 인베이드에 선취점을 내줬고, 이후 주도권을 내주게 되며 경기가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갔죠.

이때, '베릴' 조건희 선수의 알리스타가 장충체육관을 뒤흔들었습니다. 적재적소마다 등장해 상대 주요 챔피언을 내리찍으며 한타 승리를 이끌었죠. 결국 '베릴' 선수의 활약으로 담원게이밍은 역전승에 성공했고, LCK 우승이라는 마침표를 찍은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리프트 라이벌즈의 열기가 조금 사그러들고, 더 치열해진 LCK가 한창인 7월의 셋째 주에 담원게이밍 연습실 근처에서 '베릴' 선수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베릴' 선수의 입으로 직접 듣는 당시 알리스타의 이야기와 경쟁이 심화된 LCK에 대한 생각, 그리고 솔로 랭크의 비결까지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Q. 반갑습니다, '베릴' 선수! 독자들께 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담원게이밍의 서포터 '베릴' 조건희입니다.


Q. 만나자마자 이 얘기부터 하고 싶었어요. 장안의 화제였죠. '베릴' 선수의 알리스타요. 당시 경기에 대해서 직접 듣고 싶습니다.

음, 그때는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포텐이 터졌다고들 말씀해주시는데, 저는 정말 평소처럼 제 생각대로 플레이했거든요. 근데, 생각한대로 그림이 다 만들어지더라고요. 진짜 운이 좋았어요.


Q. 너무 겸손한 발언 아닌가요(웃음). 사실 징동게이밍과의 그 경기가 굉장히 불리하게 출발했잖아요. 인게임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요?

원래 팀에서 제가 오더를 자주하는 편이에요. 요즘에는 '쇼메이커' 허수 선수 폼이 워낙 좋아서 미드-정글 쪽에서도 오더를 많이 하기도 하고요. 그날은 '캐니언' 김건부 선수가 자기가 잘 크고 있으니까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말을 많이 했어요. 실제로도 건부의 카서스 덕분에 경기가 잘 풀릴 수 있었고요. 건부랑 같이 한타각을 잘 봤던 것 같아요.


Q. 최근 LCK에서 담원게이밍의 기세가 굉장해요. 1라운드를 7승 2패로 마무리했습니다.

상체 쪽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다고 생각해요. 피지컬이 진짜 좋거든요. 스크림에서 이건 아니다 싶은 것도 피지컬로 되게 만들어요. 그런 걸 보면 '와, 진짜 대단한 애들이구나' 싶더라고요. 물론, 2라운드 첫 경기인 킹존 드래곤X전을 진 건 많이 아쉽기도 해요. 확실히 '데프트' 김혁규 선수의 캐리력을 막지 못했어요. 저희 봇 듀오가 라인전 단계에서 좀 더 잘 해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그럼에도 지난 스프링과 비교했을 때 담원게이밍은 확실히 성장했다고 느껴져요. 원년 멤버인 '베릴' 선수가 보기에 어떤 과정을 통해서 담원게이밍이 이렇게 달라졌다고 느끼시나요?

일단, 처음에는 '쇼메이커'의 각성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 다음에는 '너구리' (장)하권이와 '캐니언' 선수요. '캐니언' 선수가 굉장히 공격적인 정글러인데, 대회에서는 소위 말하는 '쓰로잉'이 너무 자주 나왔어요. 그게 고쳐졌고, '너구리' 선수도 안정감을 찾으면서 한 번 더 성장하게 된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담원게이밍의 다음 과제는 무엇일까요?

봇 듀오죠. 저희 라인전이 좀 더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뉴클리어' 선수와도 꾸준하게 챔피언 상성이나 라인전에서 어떻게 플레이하면 좋을지에 대해 많이 이야기해요. 봇에서 성과가 나온다면 저희 팀이 한단계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요.


Q. 최근 LCK를 보면 순위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합니다. 먼저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5~7위권 팀들 중 가장 신경쓰이는 팀은 어디인가요?

일단 저는 SKT T1이 가장 경계가 돼요. 요즘 기세가 무섭고, 스프링 때의 모습도 조금씩 보여요. 포스트 시즌 진출이 가장 유력하지 않을까 싶어요. 젠지 e스포츠도 만만치 않아요. 만약 롤드컵 선발전에 가게 되면 젠지 e스포츠가 경계 대상 1호가 될 것 같아요.


Q. 담원게이밍의 위쪽에는 샌드박스 게이밍, 킹존 드래곤X, 그리핀이 있어요. 일단, 그리핀전이 코앞이니 그리핀에 대해 먼저 여쭤볼게요. 팀상성 이야기 나올 정도로 상대 전적이 좋지 않은 팀이죠.

아무래도 상대 전적이 상대 전적이다보니 그리핀과 만나기만 하면 약간 움츠러드는 게 실제로 있어요. 위축된다고 할까. 특히, '캐니언' 선수가 가장 심해요. 이건 다른 팀원에게 들은 이야긴데, 리프트 라이벌즈 때 '캐니언' 선수가 '타잔' 이승용 선수랑 마주친 적이 있는데 바로 도망갔다고 하더라고요. 현실에서도 무서운가봐요(웃음).





Q. 사실 지금 그리핀은 스프링 스플릿 때처럼 무적의 포스는 아니잖아요.

스프링 때 우리가 이길 확률이 1:9 정도였다면 지금은 3:7 정도로 오르지 않았나 싶어요. (3:7이요? 너무 낮은 거 아닐까요?) 그만큼 저희에게 그리핀은 정말 힘든 산이고,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해요. 이번 경기서 만약 한 세트라도 승리하면 팀적으로 한번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승격 동기인 샌드박스 게이밍은 어떤가요?

샌드박스 게이밍은 오히려 너무 잘 알아서 어렵게 느껴지지 않아요. 챌린저스 코리아 시절부터 워낙 많이 붙어봤거든요. 다른 팀들만큼 부담스럽지는 않습니다.


Q. 더 나아가서, 프로 팀하면 다들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을 꿈꾸고 있잖아요. 담원게이밍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요.

솔직히 갈 수 있다고 확신은 못하겠어요. 워낙 쟁쟁한 팀들이 많아서요. 우리는 아직 다전제나 큰 무대의 경험도 경쟁하는 팀들에 비해 적고요. 베테랑 팀을 그런 무대서 상대하는 게 참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힘 닫는데까지 열심히 노력해봐야죠. 롤드컵에 가고 싶은 건 너무 당연하니까요.





Q. 김정수 코치님이 롤드컵 청부사라는 별명이 있다는 것도 알고 계신가요?

네, 알고 있어요. 2016년부터 매번 롤드컵에 올라가셨더라고요. 코치님은 부담주기 싫으신 건지 그 얘기가 나올 때마다 그런 건 상관없다고 말씀하시는데, 그래도 막상 커리어가 깨지면 아쉬워 하실 것 같아요. 열심히 해서 롤드컵도 가고, 코치님 커리어도 지키고 싶어요(웃음).


Q. 이제 '베릴' 선수 본인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볼게요. '베릴' 선수가 사실 원거리딜러 출신이라는 점은 일부 팬들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원거리딜러 시절에 피지컬이 돋보이는 챔피언보다는 사거리가 길고 유틸성이 좋은 챔피언을 위주로 했어요. 진이나 애쉬 같은 챔피언이요. 근데, 확실히 한계가 오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룬이 개편되면서 솔로 랭크에서 쉔 서폿이 뜨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해봤는데 점수가 쭉쭉 오르는 거예요. 한 3주 정도 고민하다가 스크림 성적까지 잘 나오길래 서폿으로 전향하게 됐어요.


Q. 서폿으로 포지션 변경을 하고는 주전 경쟁에서 밀리기도 했는데, 아쉽고 답답하지는 않았나요?

당연히 주전으로 뛰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뛰지 못한다고 해서 답답하고 그러지는 않았어요. 승격하고는 팀 성적도 예상보다 잘 나와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오히려 저의 부족함을 많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Q. 주전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개인적으로는 어떤 노력을 많이 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조금 고집스러운 편이에요. 실제 성격은 그렇지 않은데, 게임 내에서는 고집이 있더라고요. 오더가 갈리면 무조건 내 뜻대로 해야 하는 게 있었어요. 그런 걸 고치려고 많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Q. '베릴' 선수하면 든든한 탱킹이 되는 이니시에이팅형 챔피언들이 많이 떠올라요. 그런 류의 챔피언을 선호하시나요?

아무래도 우리 팀이 상체가 워낙 세다보니까 그쪽에서 딜러 챔피언을 많이 선택해요. 그렇게 되면 제가 이니시에이팅도 되고, 탱도 되는 서폿을 해야 밸런스가 잘 맞아요. 그래서 그런 종류의 챔피언을 많이 연습하다보니까 잘해보이는 것 같아요.


Q. 그럼 '베릴' 선수가 좋아하는 건 어떤 스타일인가요?

사실 제가 처음 서폿을 할 때는 견제가 쎈 AP류 챔피언을 많이 했어요. 자이라나 카르마, 브랜드처럼 대미지가 엄청 잘 나오는 챔피언들이요. 근데, 이런 챔피언들이 결국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데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저도 앞서 말한 이니시 탱커류 서폿을 선호하고 있어요.


Q. '베릴' 선수하면 높은 솔로 랭크 점수로도 유명하신데, 서폿으로 높은 점수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나 팁 같은 게 있다면요?

'꿀챔'을 찾으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좋은 챔피언을 빨리 찾아서 필수 밴이 되기 전까지 점수를 많이 올리는 게 중요해요. 저는 갈리오와 럭스 덕을 많이 봤어요. 근데, 지금은 좀 타이밍이 안 좋네요. 최근에 9.14 패치가 있었는데, 1티어 서폿들이 전부 하향을 당해서 당분간 '서폿 꿀챔'은 없을 것 같아요.


Q. 서폿 유저들은 다음 패치를 노려야 하겠네요(웃음). '꿀팁' 감사합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섬머 스플릿 각오 한 마디 전하면서 인터뷰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비록 2라운드 첫 경기에서 연승이 끊기긴 했지만, 남은 경기 잘 치러서 롤드컵까지 바라볼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늘 응원해주시는 팬분들께 감사하고,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릴테니 많이 지켜봐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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