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오버워치 리그에서 가장 큰 반전이라고 하면 역시 상하이 드래곤즈의 우승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지난 시즌1 40전 전패팀이 시즌2에서 확실한 로스터 변경과 함께 우승했기 때문이죠.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 역시 오버워치 리그의 우승 경험이 없었는데요. 시즌2의 시작부터 자신들만의 '3딜러 조합'을 갈고 닦아왔고, 많은 우여곡절 끝에 스테이지3에서 빛을 보게 됩니다.
시즌1부터 꾸준히 변화했지만, 성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던 상하이는 어떻게 시즌2에서 우승할 수 있었을까요. 시즌1까지 고통받는 메인 탱커의 대표주자였던 '감수' 노영진이 상하이에 와서 드디어 웃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전까지 웃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없었다면, 이제는 그의 미소가 자연스러워졌죠. 파라 장인이었던 '띵' 양진혁은 상하이의 많은 딜러 조합과 함께 떠올랐고, 팀 조합의 핵심 역할로 우승을 이끌었답니다.
그렇게 두 선수는 오랫동안 오버워치 프로게이머로 활동해왔고, 드디어 상하이에서 결실을 맺게 됐는데요. 이번 스테이지3 우승, 그리고 남은 스테이지4와 PO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봤습니다.
Q. 안녕하세요. 우승 후 스테이지4가 시작하기 전까지 그동안 어떻게 보냈나요.
'감수' 노영진 : 새롭게 바뀌는 스테이지4를 위해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띵' 양진혁 : 결승전 직후에 3일 동안 휴가가 있었어요. PO가 쉬지 않고 연전을 하다 보니 평소 밀린 잠을 자거나 휴식 취하면서 보냈습니다.
Q. 확실히 우승하니까 달라진 점이 있나요.
'띵' 양진혁 : 지인들이 축하한다는 말을 많이 해줬습니다. 친구들한테도 연락이 많이 오더라고요.
'감수' 노영진 : 작년 연패 성적 때문인지 팀에서 시즌 동안 정말 많이 신경을 써줬거든요. 맛있는 것도 정말 많이 챙겨줬죠. 우승하니까 사무국을 비롯한 팀 직원들이 정말 좋아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Q. 이번에 정규 시즌 최상위권 팀을 차례로 꺾고 극적으로 우승했어요. 혹시 언제부터 우승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나요?
'띵' 양진혁 : PO에서 뉴욕을 꺾었을 때 느낌이 왔어요. 스테이지3에서 강팀을 만나서 승리한 적이 거의 없었거든요. 뉴욕이 단단하게 잘하는 팀으로 유명한데, 이기니까 확실히 우승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Q. 두 분 모두 결승전 경험이 있어요. 보스턴-콩두 판테라 시절의 ‘감수-띵’이 준우승과 이번 우승할 때 무엇이 가장 크게 달랐나요?
'감수' 노영진 : 저는 이번 결승전이 연전이라 오히려 좋았던 것 같아요. 작년 보스턴 업라이징에 있을 때는 PO 일정이 떨어져 있어서 뭔가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PO가 붙어 있어서 분위기 그대로 갈 수 있었죠. 특히, 4강에서 결승전과 같은 7전 4선승제를 한 번 해본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결승전이라는 긴장감도 크게 없었고요.
'띵' 양진혁 : 저는 연습량이 확실히 달라졌어요. 준우승할 때는 확실히 개인 기량 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거든요. 실수가 나왔죠. 이번에는 그런 부분을 없애기 위해서 연습량 자체를 확실히 늘렸습니다. 실수를 줄이니 제 기량이 팀에 피해가 아닌 도움이 된 거죠.
Q. 상하이 드래곤즈가 시즌 초반에는 `33`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어떤 부분에서 딜러의 가능성을 보았나요?
'띵' 양진혁 : 사실, 스테이지2까지 계속 해왔지만, 완벽한 딜러 조합은 아니었죠. ‘솜브라 고츠’와 딜러 조합을 나눠서 했으니까요. 그런데 스테이지3에서 딜러 조합을 꺼낸 LA 발리언트와 광저우 차지에게 패배하고 알았어요. 이제 정말 '많은 딜러를 꺼내서 다른 조합을 넘어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그때부터 확신이 생겨서 교체 없이 딜러 조합으로 끝까지 갔던 것 같아요.
Q. 상하이 드래곤즈가 시즌1에 성적이 별로 안 좋았잖아요. 상하이에 입단한 이유가 있다면?
'띵' 양진혁 : 저는 콩두 판테라 시절부터 계속 합을 맞춰왔던, 잘 맞는 팀과 함께 하기로 했죠. LA 글래디에이터즈로 향한 ‘로어-디케이’ 선수는 함께 하지 못했지만, 본인의 길을 간 거니까요.
Q. `감수` 선수는 가장 늦게 합류했어요. 본인도 이적 사실을 몰랐다고 하던데, 어떻게 진행된 건가요?
'감수' 노영진 : 팀에 예전에 저를 트레이드 해도 괜찮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별 말이 없길래 그냥 보스턴 업라이징에 남아 있을 생각이었죠. 그런데, 갑자기 트레이드 됐다는 거예요. 아마 보스턴에서 저 대신 다른 메인 탱커를 쓰고 싶었나 봐요. 저도 제가 이적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하게 됐습니다.
Q. OWL 시즌2가 시작부터 `33` 메타였어요. 딜러로 유명한 새 팀원들을 봤을 때, 처음에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띵' 양진혁 :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 입장이었어요. 딜러를 하던 선수들이 탱커까지 역할을 나눠서 해야 했죠. 저는 예전부터 디바를 해왔고요.
'감수' 노영진 : 메인 탱커 자리는 뭐 그대로라 저는 변화가 없었네요.
Q. (`감수`에게) 상하이가 3딜러 조합을 썼잖아요. `33`조합보다 수적으로 부족한 탱커-힐러진의 압박이 심했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나요.
'감수' 노영진 : 예전부터 저는 힐러 캐어를 잘 안받는 스타일이었어요. 그래서 이런 역할이 어색하진 않았어요. 혼자 뭘 하기보단 혼자서 생존에 집중했죠. 그래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Q. (‘감수’에게) 지난 시즌까지 거의 라인하르트-윈스턴만 하다가 상하이에 들어와서 오리사-레킹볼을 위주로 하게 됐어요.
'감수' 노영진 : 저는 신규 영웅이 나오면 해보는 걸 좋아해서 적응이 어렵지 않았어요. PTR 서버부터 오리사-레킹볼을 해봤습니다. 플레이 스타일은 다르지만, 미리 해둬서 다른 영웅을 쓴다고 부담이 크진 않았어요.
Q. (`띵`에게) 예전부터 파라를 잘했던 것으로 유명했는데, 이제 빛을 보게 됐네요. 파라가 제대로 뜰 날이 올거라고 믿었나요.
'띵' 양진혁 : 저도 이렇게 파라가 주류 픽이 될 줄은 몰랐어요. 하지만 예전부터 많은 탱커를 상대로 파라를 띄우는 전략을 꾸준히 해왔죠.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에서 wNv.KR 팀으로 활동할 때부터였죠.
파라에 적응하는 것 역시 어렵진 않았어요. FPS 게임을 하기 전부터 공중을 날아다니는 게임을 좋아했는데, 많이 해서 익숙하다 보니 파라를 다루는 게 어렵지 않았죠. 에임은 처음부터 뛰어나진 않았는데, 그냥 연습을 많이 해서 좋아졌습니다. 이제는 파라를 가장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고요.
Q. (‘띵’에게) 솜브라 역시 잘하는데, 프로조차 적응하기 가장 힘든 두 영웅을 유독 ‘띵’ 선수가 잘하더라고요.
'띵' 양진혁 : 솜브라는 상대를 짜증나게 하는 플레이를 잘하면 됩니다. 상대가 딜을 할 수 없는 지점에서 딜을 하거나 해킹을 하면 되죠. 저도 그런 부분을 많이 준비했어요. 느낌적인 것이긴 한데, 나만 딜할 수 있는 그런 조건을 잘 찾았던 것 같아요.
Q. 스테이지4부터 2탱-2딜-2힐 역할군이 고정이에요. 기본적인 두 분의 생각을 듣고 싶어요.
'감수' 노영진 : 이번 변경으로 리그 순위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아요. 하위권에 있는 팀이 올라올 수 있고, 상위권에 있는 팀도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죠. 딜러나 특정 역할군이 잘하는 팀이 새롭게 떠오를 수 있겠죠.
'띵' 양진혁 : 저는 확실히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의 수가 줄어들어서 조금 아쉽습니다. 3딜러 같은 조합을 이제 못쓰잖아요.
Q. 이제 드디어 ’33-솜츠’를 넘어서는 상하이만의 전략을 완성했는데, 아쉽진 않은가요.
'감수' 노영진 : 맞아요. 확실히 자신감이 붙은 상태였죠. 다음 PTR 패치 때 탱커가 또 너프될 예정이라 3딜러 조합이 더 빛을 볼 수도 있었거든요. 그래도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변화가 빠른 건 어쩔 수 없잖아요. 거기에 적응하는 것 역시 프로게이머의 역할이기도 하고요.
Q. 딜러-힐러-탱커, 둠피스트-브리기테-로드호그를 모두 다뤘던 ‘영진’ 선수의 반응은 혹시 어떤가요.
'띵' 양진혁 : 제가 따로 물어보진 않았는데, 확실히 표정이 안 좋더라고요. 딱 봐도 말이죠. 이제 딜러를 하면 로드호그를 못해서 아쉽나봐요.
Q. 팀 내에서 주전 로스터 변화도 있었나요. 아쉽게도 다음 스테이지 때 못 나오는 기존 주전 선수도 있나요?
'감수' 노영진 : 앞서 말했듯이 ‘영진’ 선수가 이제 딜러로 나와서 로드호그를 선택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그 자리를 로드호그가 가능한 탱커 ‘게구리-엔비’ 선수가 채울 수 있죠.
Q. 오버워치 리그의 게임 양상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 같나요.
'감수' 노영진 : 초창기부터 시즌1 중반까지 생각해보면, 돌진 조합과 스나이퍼 조합의 대결이었거든요. 이전까지 트레이서-겐지-윈스턴-디바 같은 돌진 조합이 대세였다가, 스테이지4부터 본격적으로 스나이퍼 조합이 등장했죠.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스나이퍼 조합은 ‘222’는 아니었거든요. 오리사-로드호그를 함께 쓴 예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지금 당장 확답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Q. 블리자드에서는 6월부터 각팀에 알렸다고 하던데, 지금 경기력이 얼마나 완성된 상태인지 궁금합니다.
'감수' 노영진 : 아직은 적응이 더 필요할 거 같아요. 게임도 많은 게 바뀌었습니다.
Q. 정말 힘겹게 스테이지3 우승이라는 타이틀까지 도달했어요. 앞으로 팀적인 목표가 있다면?
'감수' 노영진 : 이번 스테이지3에서 우승을 했지만, 마지막 그랜드 파이널 우승을 못하면 결국 잊히기 마련이거든요. 마지막 우승까지 노려보겠습니다.
Q. 본인의 프로게이머 행보를 앞으로 어떻게 봐줬으면 좋겠나요.
'감수' 노영진 : 팬들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띵' 양진혁 : 저는 인지도를 높이고 싶어요. 당장 승리를 목표로 오랫동안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려고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편하게 해주세요.
'감수' 노영진 : 상하이 드래곤즈는 이제 강팀입니다. 그렇게 기억해주세요.
이미지 출처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