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게임, 누군가에게 배움의 수단이 된다"

게임뉴스 | 박광석 기자 | 댓글: 4개 |


▲ 에누마 김형진 게임 디자이너

넥슨이 금일(30일) 개최한 ‘NYPC 토크콘서트’의 첫 번째 순서는 교육용 소프트웨어 개발사 에누마의 김형진 게임 디자이너의 발표로 꾸며졌다. 그는 '게이미피케이션, 교육과 게임의 혁신을 이야기하다'라는 주제로 자신이 지난 25년 동안 게임 디자이너이자 프로듀서로서 활동하며 겪은 경험, 그리고 이를 통해 깨닫게 된 것들에 관해 이야기했다.

김형진 디자이너는 먼저 게임 디자인도 프로그래밍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첫 번째 직장인 엔씨소프트에 입사하고 난 뒤, 당시 알파테스트를 진행하던 '리니지'에 대해 공부하는 과정에서 이를 깨닫게 됐다고 회고했다.

입사 초기에 대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망설이던 그는 어떻게든 게임에 공헌하기 위해 리니지의 소스코드를 살펴보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읽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학 시절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으나 프로그래밍이 너무 어려워서 한번 고비를 겪었던 그였지만, 당시에 배운 것을 토대로 소스코드를 읽고, 게임 디자인 작업에 활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 프로그래밍 언어도 하나의 언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이 프로그래머가 되어서 직업적으로 알고리즘을 짜고 프로그래밍을 하지 않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이해시키고, 협업하기 위해서는 코딩 지식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형진 디자이너는 이어서 게임 디자이너로서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소개했다. 엔씨소프트를 나와 에누마에 입사한 그는, 현재 어린 아이들이 다양한 개념을 쉽고 재미있게 익힐 수 있도록 돕는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에누마는 최근 저개발 국가의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한 경연 대회인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에 참여하여 세계의 여러 기업들과 경쟁했다. 그는 게임이 학습을 위한 최고의 도구라고 생각했기에, 세계 어떤 기업과 경쟁하더라도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형진 디자이너는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게임과 학습 동기를 하나로 엮어내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며, 오늘날까지 많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작업한 작업물 중 하나인 '토도수학'을 예로 들며, 학습 목표와 게임 플레이가 완전히 일치하는 게임이 학습에 게임을 접목하는 좋은 예라고 이야기했다.

토도수학은 도형의 개념을 이해하고, 서로 다른 모양의 도형이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지 게임을 플레이하며 자연스럽게 인지하게 되는 교육용 게임이다. 그는 이처럼 목표와 규칙이 연결되는 게임을 만들어 냈을 때 큰 즐거움을 느낀다며, 프로그래머들이 잘 짜여진 코드를 만들었을 때 느끼는 즐거움을 현장에서도 항상 얻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 전하고자하는 학습 목표와 게임 플레이가 일치하는 게임이 좋은 학습용 게임이다

그는 끝으로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에 참여한 에누마가 탄자니아 학생들에게 교육용 앱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배우게 된 것들에 관해 이야기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후원하는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는 학교도, 선생님도 없는 열악한 환경 속 어린아이들에게 타블렛과 소프트웨어를 주고, 1년 반동안 가장 높은 성적 향상을 이끈 소프트웨어 개발팀에게 100억 원 상당의 상금을 지급하는 대회다.

에누마에서는 언어와 수학 교육을 위한 약 50종의 미니게임과 서적, 학습 동영상이 포함된 '킷킷스쿨'이라는 앱을 만들어서 해당 대회에 참여했고, 지난 5월에 한국팀 최초로 우승을 거뒀다. 김형진 디자이너는 에누마가 우승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실제로 탄자니아에 가서 아이들에게 교육용 앱을 선보이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계속 관찰하는 노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오른손잡이 아이들은 꼭 오른쪽에 있는 버튼부터 누른다'는 것과 '탄자니아의 아이들은 추상적인 정보를 해석할 수 있는 훈련이 되어있지 않다'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며,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고, 게임 속에 반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정이었다고 소개했다.



▲ 시각정보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시작 버튼 대신, 오른쪽 상단의 '설정'을 먼저 클릭했다.



▲ 1단계부터 차근차근 플레이할 것을 생각하고 배치한 UI이지만,
탄자니아의 아이들은 가장 먼저 4단계와 8단계를 플레이하고 어려움을 느꼈다

김형진 디자이너는 문화적, 기술적 배경지식이 압도적으로 부족한 탄자니아의 아이들을 위해 제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을 탄자니아 사람으로 배치하고, 추상적인 그림 대신 이해하기 쉬운 사진 자료를 사용했다. 이외에도 탄자니아 출신의 교사들과 협업하여 아이들에게 익숙한 단어를 먼저 배치하는 등, 현지의 사정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더했다.

이러한 노력은 결국 에누마의 경연 우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졌고, 그는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이 교육이 필요한 많은 아이들에게 진짜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청소년들도 앞으로 컴퓨터를 통해 많은 일을 하게 될 것이라며, 젊은 개발자들이 만들게 될 모든 기능들이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하며 자신의 발표를 마무리했다.




모든 발표 이후, 간단한 질의응답 시간이 마련됐다. 이날 현장에서는 게임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필요한 준비과정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지, 그리고 시중에 나와 있는 교육용 게임을 발전시키기 위한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지에 대한 학생들의 질문이 소개됐고, 이에 김형진 게임 디자이너가 직접 답했다.

Q. 게임 디자인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 과정이 있다면?

- 꽤 많이 받는 질문인데, 여기에 답하면 많은 이들이 별로 안 좋아하더라. 게임 디자인을 잘하기 위해서는 국영수를 중심으로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물론 게임을 좋아하고 게임을 만들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대부분의 게임 디자이너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실제로 이를 잘 해내려면 국영수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자기 생각을 표현할 때 필요한 것이 바로 국어이고, 기본적으로 숫자로 이루어진 게임을 이해하려면 수학은 필수다. 또한, 게임 개발의 선진국인 미국의 언어인 영어를 모르면 실제 게임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지식의 10%도 제대로 얻기 힘들다. 그러므로 국영수 중심의 공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Q. 시중에 나와 있는 교육용 게임들은 대부분 낙후되어있다. 이를 발전시킬 방법이 있다면?

- 사실이다. 교육이라는 분야 자체가 굉장히 보수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이러한 영향이 더욱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들어 이러한 경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여기있는 젊은 개발자들이 교육용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나이가 된다면, 그때는 더 좋은 아이디어로 교육용 게임에 혁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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