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알고 지내던 중국 개발자와 차이나조이 현장에서 다시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던 그는 내 손에 바리바리 들려진 굿즈 복주머니를 보고는 쓴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처음 방문한 차이나조이 현장, 특히 애니메이션 및 2차원 게임 관련 굿즈가 있던 C.A.W.A.E관은 덕후라고 자처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확실히 눈요기거리가 많은 곳이었다. 물론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구매하고는 하지만, 종종 번잡한 현장에서 실물을 직접 보고 바로 구매하는 것은 또 다른 묘미가 있는 법이니까.
그럼 굳이 왜 복주머니를 골랐을까, 변명하자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사용할 수 있는 돈이 그리 많지 않아서였다. 들고 간 현금은 한계가 있고 중국은 신용카드를 정말 안 쓰는 곳이었다. 다 QR 코드로 결제하는데 중국 계좌가 없으면 사용할 수 없으니 외국인 입장에서는 그저 그림의 떡일 수밖에.
기념으로 사고 싶었던 굿즈는 많았지만, 이를 다 살 수는 없었으니 그저 다이스갓에게 맡기는 심정으로 복주머니를 골랐다. 얻고 싶었던 걸 얻으면 좋고, 정 애매하더라도 그건 그냥 "에이 꽝을 뽑았네"라고 웃으며 넘어갈 가격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어쩐지 저 말이 조금은 신빙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최근엔 조금 덜하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중국하면 가짜를 판다는 선입견이 아직까지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으니까.
이리저리 현장을 둘러다니다보면 다양한 굿즈를 내건 부스들도 눈에 띄었다. 이 역시도 QR코드를 통해서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이었는데, 중국어가 안 되는 입장에서는 그저 위챗 계정에 QR코드 찍고 물어보러 가는 수밖에 없었다. 운 좋게 영어나 일본어가 통하면(일부 부스에서는 일본어가 통했다!) 다행이지만, 아니면 그저 아쉬움을 안고 뒤돌아서는 수밖에. 때로는 개발 중인 작품을 공개하는 자리에서는 프로모션용으로 만들어둔 샘플을 얻을 수 있었다.
전시관이 14개나 되는 넓은 전시장, 언어의 장벽이라는 거대한 산이 가로막고 있는 차이나조이. 덕심으로 그 난관을 어찌저찌 넘어가면서 구입하거나 부스에서 얻은 차이나조이 굿즈들을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