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조日記] 중국 게임, "이젠 양보다 질"

게임뉴스 | 윤홍만 기자 | 댓글: 32개 |



차이나조이라고 하면 흔히 세계 최대의 게임쇼라고 말하곤 한다. 질적으로는 몰라도 규모만 놓고 본다면 실제로 틀린 말도 아니다. E3, 게임스컴, TGS 등 전 세계 유명 게임쇼를 석권한 기자들마저도 규모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견을 내지 않는다. 실제로 지스타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의 몇 배에 달할 뿐 아니라 E3가 열린 LA 컨벤션 센터도 비교가 안 될 정도다. 그리고 처음에는 단순히 대륙의 기상으로만 여겨졌던 게 지금에 이르러선 여타 게임쇼와 다른 차이나조이만의 자랑이자 아이덴티티가 됐다.

그렇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매년 차이나조이에 참가하는 게임사들은 경쟁적으로 부스 규모를 늘려왔다. 게임 시연존보다 무대의 비중이 더 큰 건 개인적으로 불만이었으나 어찌 됐건 이러한 규모의 성장은 지금까지 잘 먹혔다. 하지만 올해는 뭔가 달랐다. 규모는 여전했지만 출품하는 게임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기분 탓으로 여겼는데 알아보니 중국 게임사를 대상으로 한 내자 판호 규제가 강화돼 그 수가 줄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어떤 산업이든 규제라고 하면 일견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만 여기기 쉽다. 파고들면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규제라는 단어의 현재 위상이 그렇다. 그럴진대 차이나조이에서 만난 게임사 관계자들의 모습은 규제로 위축된 모습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지금의 규제를 얼핏 반기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기까지 했다. 판호가 없으면 중국 내에서 게임을 서비스할 수 없다. 그런 판호 발급 규제를 강화했다는 건 게임 출시가 어려워진다는 걸 의미함에도 중국 게임사가 이러한 규제를 반기는 건 다소 의아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자 그들이 판호 규제를 반기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내자 판호의 경우 큰 문제가 없다면 발급에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표절 게임에도 쉽게 판호를 내주는 바람에 중국 게임 산업을 좀먹는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게임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규모의 성장만을 추구한 게 독이 된 셈이다.


▲ 올해 차이나조이에서는 양질의 모바일 게임들이 특히 눈에 띄었다

그랬던 중국 게임 산업이 이제 규모에서 질적 성장을 꾀하려는 모습이다. 이를 알게 되자 순간 머리를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했다. 중국의 모바일 게임은 요 몇 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래 봤자 중국 게임이지'하며 우습게 봤던 게 사실이다. 그 때문에 중국 시장이라고 하면 게임의 판매처라고만 여겼지 수입처로 여기진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국내 유수의 게임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것도 규모의 성장만을 꾀했음에도 말이다.

판호 규제를 통해 앞으로는 양질의 게임에만 판호를 발급하겠다고 하는 부분에서 충격을 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불법 게임이나 퀄리티가 낮은 게임에 판호를 발급하지 않겠다는 건 게임 산업을 보다 양성화한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차이나조이에 참가한 게임사 관계자들 대다수는 이러한 정부의 규제가 산업을 양성화할 뿐 아니라 양질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될 거라고 봤을 정도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다. 올해 차이나조이에 출품한 게임들을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졌다. 아직은 여전히 표절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이는 게임들이 더러 있긴 했으나 개중에는 분명 꽤나 잘 만든 게임들도 있었다. 단순히 그래픽이 좋을 뿐 아니라 나름의 특색이 느껴지기도 했다. 국내 게임사들이 앞다퉈 내놓는 모바일 게임들이 MMORPG 일색에 이제는 별다른 개성도 느껴지지 않는 것과 비교하니 제2의 중국산 게임 공습이 시작된다면 어떨지 우려스러울 지경이었다.

국내 게임들을 대상으로 한 외자 판호 발급이 중단된 지 이제 햇수로만 3년째다. 작년까지만 해도 조만간 판호 발급이 재개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이게 계속되자 많은 국내 게임사가 중국에 대한 진출 의지를 접고 있다. 반면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 게임들의 국내 진출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 자체를 비난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게 있다. 앞으로의 중국 게임은 지금까지의 중국 게임과 다를지도 모른다는 부분이다.



▲ 올해 차이나조이는 그 어느 때보다도 국내 게임사의 관심이 저조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올해 차이나조이는 규모에서 질적 성장을 꾀하고자 하는 중국 게임사들의 약동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그리고 이는 반대로 국내 게임사들이 더욱 긴장해야 함을 의미한다. 앞으로는 질적 성장을 꾀한 중국 게임들이 물밀듯 밀려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많은 국내 게임사가 이제는 중국 게임에 대한 관심을 끊고 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게임을 수출하지 못하는데 굳이 차이나조이에 참가하는 등 관심을 보일 필요가 없다. 하지만 국내 게임사가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긴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국내에 진출한 중국 게임들이 100개 중 1개꼴이었다면 앞으로는 그 수가 더 늘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양질의 게임들이 나온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두려운 미래다.

중국 게임과 국내 게임의 격차는 이제 거의 줄어든 상태다. 몇몇 부분은 추월당했고 2차원 게임의 인기 등 중국 게임사가 선도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전부 따라잡힌 건 아니다. 여전히 국내 게임사가 우위에 선 부분도 있다. 일부분의 퀄리티가 아닌 전체적인 완성도, 마감새가 그렇다. 이는 노하우에 대한 부분이라 단순히 패스트 팔로워여선 쉽게 따라잡기 어렵다. 하지만 올해 차이나조이를 취재하고 변화를 꾀하는 중국 게임 산업의 흐름을 보니 이조차도 오래가지 못할 거란 위기감이 느껴졌다.




규모의 성장을 꾀하면서 중국 게임사도 꾸준히 노하우를 쌓아왔다. 여기에 꾸준히 언급한 내자 판호 규제로 인해 좋든 싫든 앞으로는 그저 그런 게임을 찍어내듯 만드는 게 어려워졌음을 인지하고 있다. 결국, 중국 게임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이것저것 찍어내기보다 양질의 게임을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할 거란 건 자명하다. 단순히 트렌드의 변화만이 아닌, 살아남기 위해선 그렇게 하라고 정부에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을 대상으로 한 외자 판호 발급이 무기한 중단됐음에도 중국 게임사의 체질 개선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 그래도 중국 게임들의 진출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체질 개선으로 말미암은 더욱 양질의 게임들의 2차 공습이 이뤄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판호로 인해 중국 게임 시장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낮아진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해선 안 된다. 이미 중국 게임 시장은 규모로도 질적으로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성장했다. 그리고 이제는 질적 성장을 꾀하며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 중국 게임사들은 이제 표절이 아닌 IP 등을 활용한 질적 성장을 꾀하고 있다

다만, 당장 국내 게임사들에게 대책을 마련하라는 건 아니다. 중국 게임 산업의 체질 개선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고 무조건 좋은 방향으로 가란 법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낙관해선 안 된다. 어찌 됐건 중국 게임 산업의 변화는 시작됐고 그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게 국내 게임 시장이기 때문이다.

규모의 성장에서 질적 성장을 추구하며 체질 개선을 시작한 중국 게임 산업이다. 제 2의 중국산 게임 공습에 대처하기 위해 국내 게임사들도 머리를 맡대고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차이나조이가 열리는 8월 2일부터 5일까지 윤홍만, 윤서호, 배은상 기자가 현지에서 인터뷰, 체험기, 포토 등 따끈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 인벤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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