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낚시 게임으로 핀 꽃, FPS로 저물다 - '레드덕'의 발자취

기획기사 | 양영석 기자 | 댓글: 31개 |



지난 7월 19일, 레드덕이 '파산'했다. 지난해 파산을 막기 위해 제출한 법인회생절차는 인수합병처를 찾지 못해 폐지됐고, 결국 레드덕을 파산을 맞이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1세대부터 유전자를 이어온 게임사의 쓸쓸한 퇴장이었다.

국내 게임 시장에서 레드덕은 인지도가 높은 개발사 중 하나였다. 낚시광 시리즈, 요구르팅, 아바는 많은 게이머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1992년부터 시작해 거의 백지상태에서 게임 시장을 개척했고, 도전적인 게임들을 만들었다. 기술의 중요성을 알고 빠르게 새로운 그래픽에 적응했다. 아바는 대한민국 게임대상에 대상을 포함해 3관왕을 수상하면서 레드덕은 'FPS'의 명가로 거듭났다.

하지만 아바 이후 개발을 시작한 메트로 컨플릭트는 프로젝트가 장기화되면서 패배의 쓴잔을 마셔야 했다. 온라인 게임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는 시장의 대세에도 빠르게 체질을 개선하지 못했다. 결국 명운이 걸린 타이틀의 실패, 그리고 전략의 실패로 발생한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레드덕'은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했다.

인벤에서는 1992년 '타프 시스템'부터 약 30년의 명맥을 이어온 개발사, 레드덕이 걸어온 발자취를 되돌아보았다.


■ 레드덕의 시작, TAFF SYSTEM




레드덕의 역사는 '타프 시스템'에서 시작된다. 타프 시스템은 1992년에 설립된 게임사로, 대한민국 1세대 개발사 중 하나다. 타프 시스템의 정재영 창업자는 전공을 살려 애니메이션을 배우기 위해 일본을 찾았다. 당시 일본은 게임 시장이 주목받고 크게 성장하던 시기였다. 애니메이터들이 대거로 게임사로 둥지를 옮기던 일은 매우 흔한 시대였고, 정재영 창업자도 마찬가지였다.

SNK에 재직중인 그는 게임 개발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는 한국으로 넘어와 1992년 자본금 300만원으로 다섯평짜리 사무실을 얻어 '타프 시스템'을 설립한다. 타프는 애니메이션에서 원화 작업을 할 때 종이를 고정시키는 도구다. 타프에 고정된 것처럼 흔들리지 말고, 회사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당시 국내 게임 산업은 걸음마도 아니라 태동기라고 봐도 무방했다. 완전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타프 시스템은 93년 대전 엑스포의 마스코트 '꿈돌이'에 들어갈 안내 시스템을 제작하면서 기술력을 주목받았다. 94년에는 IBM PC와 윈도우를 지원하는 영어 학습 프로그램, '탐험! 영어나라'를 발표했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에는 K-1 탱크라는 시뮬레이션 게임을 내놓는다. K-1 탱크로 걸프전을 경험해본다라는 컨셉의 이 게임은, 밀리터리 시뮬레이션으로서 나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며 타프 시스템이 군사용 시뮬레이터를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1994년부터 96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서 타프 시스템은 낚시광, 낚시광2, 낚시광 스페셜 등의 레포츠 게임을 선보인다. 낚시광은 실제 낚시와 거의 비슷한 프로세스를 도입했고, 간편한 조작과 적절한 난이도로 마우스 클릭 하나로도 거의 모든 행동을 다 할 수 있는 매우 쉬운 게임이었다. 정재영 창업자도 대표적인 낚시광이었고, 그의 경험도 고스란히 녹아있는 게임이었다.

정재영 대표는 남들과 다른길을 원했다. 남들이 개척해놓은 길을 따라가는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낚시 게임을 제안했다. 모두가 반대했지만 정재영 대표는 게임은 처음부터 창조해야 한다고, 사고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그렇게 '낚시광'이 개발됐다.

'낚시광'은 쉬운 조작과 난이도를 제공하면서도 낚시의 느낌을 정말 잘 표현했고, 원하는 물고기를 낚기 위한 전략도 담아내면서 생각할 거리도 많아 게임성도 잘 챙긴 훌륭한 타이틀이었다. 당연히 많은 유저들에게 낚시광은 인기를 끌었고, 타프 시스템은 국내 시장에서도 인지도 있는 개발사로 거듭나게 된다. '낚시광2'는 타프 시스템에서 최초로 CD-ROM을 이용한 패키지 형태로 출시되기도 했다.

이후 타프 시스템은 1996년 못말리는 탈옥범, 사이클 포스라는 게임을 차례대로 내놓지만 게임 시장에서는 영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렇게 조용히 2년의 시간이 흐르며 타프 시스템은 잊혀지는 듯 했지만, 1998년에 타프 시스템은 또 한 번 '대박'을 터트린다.

정재영 대표는 3D 그래픽 기술에서 미래를 봤다. 2D의 한계를 느끼고 1996년에 이미 미국으로 건너가 3D 그래픽 기술자들을 찾았다. 정재영 대표는 3D 기술이 게임 뿐 아니라 군사용 시뮬레이션, 지리 정보 시스템에도 도입되어 회사의 경쟁력이자 힘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렇듯 일찍이 3D 그래픽에 관심을 두면서, 타프 시스템은 빠르게 기술자도 확보할 수 있었다.




타프 시스템은 성적이 좋았던 '낚시광'을 시뮬레이터의 개념으로 개선된 경험을 제공하려고 했다. 풀 3D 애니메이션 기술을 도입해서 좀 더 사실적이고 생동감있는 그래픽을 입혔다. 그리고 낚시의 무대는 다양한 어종을 공략하기 위한 바다, 그것도 배를 탄 무대로 옮겨졌다. 목표 또한 바다에서 서식하는 참다랑어, 청새치, 백상아리 등 대형 어류로 전환하며 낚시의 스케일도 바꿨다.

일종의 도전이었지만, 제대로 적중했다. 변신을 마치고 등장한 대물낚시광은 '대성공'이었다. 대형 어류 낚시를 컨셉으로 한 대물낚시광은 1998년 말 등장해 매니아층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 게임은 수출 계약까지 맺었고 해외에 700만 달러의 로열티를 받고 수출됐다. 당시 한국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국내 PC 게임 소프트웨어 전체 수출액이 약 1,500만 달러가 채 되지 않았는데, 그중 절반이나 차지할 정도다. IMF 구제금융 요청속에서 수많은 회사들이 도산하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타프 시스템은 위기를 맞이했으면서도 게임과 소프트웨어의 개발로 힘든 시기를 버텨냈다.

이어서 출시된 '대물낚시광2'도 좋은 평가를 받았고, 충격적인 광고로 많은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기도 했다. 그리고 타프 시스템은 대물낚시광3까지 개발한 이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이제 패키지 시장은 하락세가 완연했다. 타프 시스템은 패키지 시장의 한계를 느끼고 PC 온라인 게임 사업에 도전한다.



당시 대물낚시광2의 광고. '엽기'가 유행하던 시대다.(출처 : hardcoregaming)



■ NTIX SOFT, 그리고 풍파속에 만들어진 '요구르팅'




2003년 타프 시스템의 이름으로 발표된 '루시아드'는 캐주얼 MMORPG였다. 국가의 개념 대신 '학원'으로 진영의 개념을 도입했고, 플레이어는 각 학원의 학생으로서 활동하면서 다양한 일을 겪고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는 RPG라는 컨셉을 잡았다.

일반적인 필드 사냥이 없는 대신 '에피소드'라는 개념으로 사냥터에 입장했고, 핵앤슬래시와 형태로 전투가 진행됐다. 클래스의 선택도 없어서 성장은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무기를 선택하고 그 과목을 이수하면 되는 방식. 당시 온라인 게임이 꽤 다양한 컨셉들이 등장하긴 했지만, 루시아드의 컨셉은 독보적이었다. 루시아드는 당시 또 다른 노선 '판타지 라이프'로 주목받은 '마비노기'와 견줄 수 있는 라이벌로 평가를 받았다.

이어진 첫 번째 CBT도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유저들의 호의적인 평가가 이어졌고, 가능성도 충분했다. 모두가 다음 CBT를 기다리고 있었고, 타프 시스템은 꾸준히 개발을 이어간다. 그러나 언제까지 호재가 이어지지는 않았다. 루시아드가 정식 출시되기까지, 타프 시스템은 외부적으로도 내부적으로도 커다란 변화를 맞이한다.



이미지출처 : hardcore gaming

2003년부터 2006년까지의 타프시스템은 여러모로 경영적인 이슈와 복잡한 관계속에서 풍파를 맞았다. 2003년에는 네오위즈가 타프 시스템의 가능성을 보았다. 네오위즈는 58억 원의 투자를 진행하면서 실질적인 최대 주주에 올라섰다.

2004년에는 사명이 '엔틱스 소프트'로 변경됐다. 최대 주주가 네오위즈가 되면서 주력 종목 역시 온라인게임으로 변경됐고, 루시아드는 이제 많은 유저들의 이름에 익숙한 '요구르팅'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게임 또한 UI 등 개발을 이어가면서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2005년 11월 엔틱스 소프트는 바이오 벤처기업 '엔비텍'에 다시 매각되면서, 회사 자체가 바이오 벤처기업으로 탈바꿈한다. 이듬해 최종적으로 엔틱스 소프트는 헤파호프코리아에 흡수합병된다. 외부적으로 최대 주주가 변경되는 투자와 흡수합병이라는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엔틱스 소프트는 '요구르팅'를 2005년에 서비스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전설로 회자되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서비스를 이어갔고, 당시의 성적과 흥행은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엔틱스 소프트'의 게임 개발 분야는 흡수 합병 과정에서 독자적으로 운영되다가 2006년 2월에 분할되며, 분할된 개발팀은 네오위즈에 재인수되며 '레드덕'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이렇게 타프 시스템은 엔틱스 소프트를 거쳐 우리에게 익숙한 '레드덕'이 됐다. 또한 네오위즈 재직시절 게임 포털 피망의 론칭과 스페셜포스의 서비스를 이끈 오승택 대표가 새로 취임해 '레드덕'의 지휘봉을 잡았다.

노래는 영원히 대중들의 기억속에 각인됐다.(출처 : whiteblog 유튜브)



■ 레드덕을 알린 아바(A.V.A)의 찬란한 탄생





레드덕은 엔틱스 소프트 시절부터 꾸준히 요구르팅 서비스를 이어간다. 요구르팅은 당시 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고 할 수 있지만, 흥행 성적이 '대박'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했다. 여러 차례 업데이트에도 요구르팅은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결국 레드덕이라는 이름으로 새 시작을 알린지 1년 만에, '요구르팅'은 국내 서비스를 종료하고 만다. 일본과 태국의 서비스도 각각 2010년, 2011년에 종료하면서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레드덕은 새로운 흥행작이 필요했다. 과거 타프 시스템은 단순히 게임만 개발하는 회사는 아니라 종합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사였다. 교육용 게임과 함께 군사용 시뮬레이터,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지리 정보 시스템)등 다방면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을 이어나갔고 이에 대한 매출도 상당했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와 달리 게임에만 온전히 집중해야 했으므로, '좋은 게임'을 개발해서 성과를 보여야 했다. 요구르팅은 시장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지만, 사업적으로나 IP적으로나 성공인 행보를 걷지는 못했다. 그렇기에 레드덕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한다. 그렇게 '얼라이언스 오브 발리언트 암즈'의 개발이 시작됐다. 바로 아바(A.V.A)다.






당시 공개됐던 아바의 모습.

아바(A.V.A)는 시작부터 유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가볍고 캐주얼한 느낌의 FPS들이 한국 시장에서 주류를 이룬 가운데, 아바는 이와는 정 반대의 노선을 선택했다. 또한 최신 기술이라고 할 수 있던 언리얼3 엔진을 도입하고 그래픽을 사실적으로 다듬었다.

물리엔진도 적용해서 더욱 실감나는 FPS를 추구했고, 무거운 게임 분위기와 리얼한 스토리도 담아냈다. 병과를 분리해서 사용할 수 있는 총기도 나누었고, 오브젝트를 이용해 대미지를 줄 수 있는 등 다양한 요소들도 함께 담아냈다. 사운드 역시 현실적으로 연출하면서 FPS에 새로운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물론 이에 다른 리스크도 있었다. 언리얼 3엔진으로 게임을 개발하면서 PC 요구 사양은 아득히 높아졌다. 당시 한국 시장에는 '아바'를 완벽히 소화 낼만한 사양이 대중적으로 보급된 건 아니었다. 반면에 대세이자 유행이던 캐주얼 FPS들은 저사양에서도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사양이 높아진 만큼 최적화도 언제나 이슈가 있었다. 인고의 시간 끝에 개발팀이 선택했던 건 고퀄리티 그래픽과 무거운 분위기였다.




상당한 사양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2007년 시작된 아바의 첫 번째 클로즈 베타 테스트는 호평받았다. 당시에는 서양의 고사양 FPS 게임들과도 견줄 수 있을만한 그래픽을 보여주었고, 물리엔진 효과와 다양한 사운드로 생동감있는 FPS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바는 그래픽뿐 아니라 완성도도 충실하게 갖춘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최고의 FPS 기대작에 오른다. 그리고 2007년 연말에 치러진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아바는 대상과 최고의 그래픽상, 최고의 캐릭터 디자인까지 3관왕을 거머쥐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시장을 의식하지 않고, 시대를 앞서간 게임을 만들어낸 좋은 결과였다.



아바는 2007년 게임 대상에서 대상 등 3관왕을 수상했다.

오랜 공을 들이고 제대로 매니아층을 겨냥한 아바는 성공적이었고, 한때 국내 3대 FPS 중 가장 독특하고 근미래적인 지향점을 보여주는 게임으로 평가받았다. 레드덕의 이름은 국내 FPS 매니아 뿐 아니라 해외에도 알려졌다. 고진감래라고 하던가, 레드덕에게 있어서 아바는 흥행과 명성, 그리고 자존심을 만들어준 타이틀이었다.

하지만 아바 하나만으로는 부족했다. 레드덕은 확실한 성과를 보여줄 타이틀이 더 많이 필요했다. 또한 아바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자리 잡긴 했지만, 수익성이 높다고는 할 수 없었다. 게다가 그래픽 카드나 CPU 등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었고, 아바는 결국 내세운 장점이 언젠가는 빛이 바래게 될 것이 분명했다. 아바가 수출 계약과 해외 서비스 계약도 맺으며 승승장구했지만 게임 전문 개발사에서 성공한 타이틀이 단 하나라는 건 약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레드덕은 2009년부터 새로운 타이틀을 개발하기 시작한다. 아바를 이어서 레드덕을 책임져 줄 새로운 차세대 FPS 타이틀이었다. 인력 모집은 2008년 10월부터 시작됐다. 이듬해인 2009년 2월, 레드덕의 '메트로 컨플릭트'의 개발이 시작됐다.



■ 메트로 컨플릭트, 개통되지 못한 지하철




메트로 컨플릭트(Metro Conflict)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차세대 FPS를 컨셉으로 개발됐다. 당연히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미 아바로 한차례 엄청난 가능성을 보여준 개발팀이기에, 기대는 매우 높았다. 내외부적으로도 메트로 컨플릭트는 레드덕에게 있어서 도전이었다. 아바를 이어갈 수 있는 차세대 기술력을 보여주면서도 아바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제작이 시작됐다. 외부적으로도 아바가 확실하게 이루지 못했던 FPS의 세대 교체, 명가의 차세대 FPS라는 큰 짐과 기대를 짊어질 수밖에 없었다. 발표 이후 유저들을 게임명에서 '메트로'를 본따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낼 정도였으니까.

2009년 최초로 개발이 시작되고, 메트로 컨플릭트는 지속적으로 언급되다가 2010년 3월에야 정식으로 영상이 공개됐다. 첫 번째로 공개된 영상은 호평이었다. 이어서 지속적으로 게임에 대한 소식을 업데이트하며 존재감을 알렸고, 2010년 지스타에서는 최초로 유저들에게 테스트 버전이 공개됐다.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디아블로3'의 부스 옆에서도, 메트로 컨플릭트는 전혀 부족함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할 정도였다.

지스타가 종료된 이후, 11월 23일에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시나리오 모드'를 공개했다. 온라인 FPS에서 콘솔 게임 수준급의 연출을 보여주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당시 국내 온라인 FPS에서 시나리오 모드는 매우 드문 시도였다. 과감한 도전과 훌륭한 그래픽을 보여주고 수준급의 시연 버전을 선보인 메트로 컨플릭트는 기대작으로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NHN 엔터테인먼트는 메트로 컨플릭트의 가능성을 보고 100억 원을 투자하며 국내 서비스 권한을 얻었다. 당시에 100억 원의 투자를 단행한다는 건 매우 큰 이슈였다. 그만큼 메트로 컨플릭트는 화제의 게임이었다. 이어서 중국은 텐센트, 일본은 한게임 재팬과 판권 계약을 맺으며 개발이 순조롭게 이어지는 듯 했다.


기세를 몰아 12월에 이어진 첫 번째 클로즈 베타 테스트는 여러모로 고무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아바의 개발사답게 퀄리티는 확실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역시 레드덕이다"는 호평 일색이었다. 아바를 계승한 스타일의 각 캐릭터들의 평가도 나쁘지 않았고, 그래픽은 확실한 차세대 그래픽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캐릭터별로 사용할 수 있던 '스톰 스킬'은 전장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면서도 일발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첫 번째 테스트는 총기들의 밸런스 이외에는 별다른 지적이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다만 기존 FPS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여러 가지 시스템이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존재했다. 후일 오버워치 등의 FPS들을 살펴보면 기우였던 셈이다. 아무튼 메트로 컨플릭트의 첫 번째 버전은 모두가 만족했고, 훌륭했다.

이어서 레드덕은 피드백을 받고 차근차근 개발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두 번째 CBT를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6개월에 걸쳐 라스베가스에서 총기 사운드 녹음도 진행하며 더욱 사실적인 분위기와 묘사를 만들어냈다. 당시 레드덕의 오승택 대표는 메트로 컨플릭트를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깊이가 있는 게임"으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개발 또한 그런 방식으로 진행됐다. 다소 복잡했던 1차 CBT의 조작은 간소화되었고, 무기 체계는 다양해졌다. 스톰 시스템 또한 전략적인 사용처가 될 수 있도록 변경이 있었다. 손쉽게 플레이할 수 있지만 플레이의 경험을 다양하게, 그러면서도 화력의 체감하며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FPS가 바로 '메트로 컨플릭트'가 지향하는 바였다. 당시 공개하지는 못했지만 스토리 모드 또한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2차 CBT를 앞두고 공개된 스크린샷. 그래픽은 지금봐도 나쁘지 않을 정도로 좋았다.

그러나 두 번째 CBT의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래픽과 최적화는 1차 CBT에 비해서 나아졌다는 평가를 들었지만, 스프린트의 삭제는 유저들에게 지탄받았으며 총기 밸런스는 여전히 불만일색이었다. 게임 자체의 완성도 자체는 괜찮았지만 재미가 크게 반감했고 '메트로 컨플릭트'만의 느낌이 사라졌다는 평이 주류였다. 이후로 메트로 컨플릭트 기나긴 개발에 들어가며 침묵을 지켰고, 거의 국내 시장에서는 잊혀져갔다. 지하철은 국내 시장에서 달리지 못했다.

2014년 갑작스레 메트로 컨플릭트는 대만에서 CBT를 시작했다. 다양한 게임 모드가 등장했고 병과가 사라지면서 '캐릭터'에 따라서 사용할 수 있는 총기가 정해지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2차 CBT에서 사라진 스프린트는 다시 등장하지 않았다. 최적화는 더욱 잘 돼서 프레임도 안정화됐다. 2015년에는 새 캐릭터를 공개하면서 정식 서비스를 앞두는 듯했다.

그렇게 메트로 컨플릭트는 2016년, 처음으로 스팀을 통해 서비스를 시작한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긴 로딩 시간은 지루함을 더하며 발목을 잡았고, 총기의 기간제 도입 등 과금제에 대한 평가도 좋지 못했다. 게임 플레이도 크게 달라졌다. 무기로 삼았던 그래픽, 사실감 넘치는 총기 사운드는 너무 오랜 개발 기간에 빛이 바랬다. 세대를 앞서나가며 무기로 삼은 시스템과 요소들은 색이 바랬거나 이미 현재 FPS의 유행이 되어버렸다.

결국 메트로 컨플릭트는 초기에 유저들이 기대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왔다. 오랜 개발 과정에서 자신만의 무기를 잃어버린 셈이다. 그렇게 레드덕의 메트로 컨플릭트는 빛을 보지 못했고, 스팀 서비스도 오래 가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2017년, '메트로 컨플릭트 디 오리진'이라는 이름으로 나름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결국 2018년 6월 서비스를 종료하고 만다.



2016년에 스팀에 게재된 북미 서비스 종료 소식.



■ 약 30년을 이어오던 1세대 개발사의 비극은, 예고되어 있었다

메트로 컨플릭트를 개발하면서 레드덕은 고난의 시간을 겪었다. 아바는 지속적인 최적화 과정에서 장점이던 그래픽이 다운그레이드 됐고, 다소 무리한 과금 모델의 도입으로 지속적으로 유저들이 돌아서고 이탈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유지되던 흥행작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수익은 더욱 떨어졌다. 유저들은 과거를 '구' 아바라고 부르면서 그리워했다. 아바는 변화하고 있었고, 긍정적인 결과를 얻지 못해서 재반등의 기회는 보이지 않았다.

아바를 제외한 다른 개발작들의 성적도 좋지 않았다. 2013년 이후 몰아친 모바일 시장에도 적응하지 못했다. '퍼즐 요구르팅'도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고, 2015년에 발표한 두 게임도 확실한 한 방을 보여주지 못했다. 2015년 발표된 아바 모바일은 2016년 서비스를 시작하고 5개월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스팀을 통해서 잠시 출시했던 A.V.A DOG TAG는 2주 만에 사라졌다. 나름 좋은 평가를 받았던 요구르팅 모바일은 소리 소문 없이 프로젝트가 사라졌다. 결국 2014년 설립됐던 레드덕 모바일도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한단계 더 발전한 차세대 FPS와 슈팅 게임들이 한국 시장에 등장하면서 기존에 FPS 게임들은 거의 모든 점유율을 내주게 된다.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에게 말이다. 아바 하나에 성과를 보이고 있던 레드덕에게는 설상가상의 악재였다.



족구게임 '공박'도 결국 실패로 끝났다.

메트로 컨플릭트의 개발은 지연되면서 무산됐고, 아바의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모바일로 체질 개선도 성공적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장기화된 프로젝트 메트로 컨플릭트는 반드시 성공을 했어야만 하는 타이틀이었다. 성공하지 못한 순간 비극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나마 해외 및 국내에서 '아바'의 성과에 기대어 근근이 버텨나가던 레드덕은 결국 메트로 컨플릭트가 무너진 이후 버티지 못했다.

2018년 4월 24일, 서울회생법원은 레드덕에 대해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다. 당시 파이낸셜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레드덕은 부채 240억 원을 안고 있었다. 영업손실은 분기 40억 원 수준이었고 순손실은 300억 원을 넘어섰다. 사운을 걸 정도로 개발에 몰두한 메트로 컨플릭트의 실패로 예상은 어느 정도 됐지만, 아바가 서비스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저들은 불안해할 수밖에 없었다. 서비스를 맡은 네오위즈는 최선을 다해 사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다.

레드덕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매각 절차를 밟고 인수합병을 모색했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2019년 3월에는 결국 법인회생절차가 폐지됐다. 레드덕을 이끌어오던 오승택 대표는 6월 14일 파산 선고를 신청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7월 19일, 간이파산 선고가 내려졌다. 공식 홈페이지도 사라졌다. 그렇게 13년을 이어오던, 전신 타프 시스템부터 약 30년을 이어오며 FPS의 명가로 거듭난 '레드덕'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레드덕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운명이지만, 당분간 '아바'는 서비스를 이어간다. 네오위즈가 계약기간 동안은 서비스를 문제없이 이어가겠다고 발표했다. 서비스는 이어가겠지만, 아바 개발팀이 더 이상 개발을 이어가기 힘드니 새로운 콘텐츠나 변화를 기대하긴 힘들다. 계약기간 이후에는 종료를 걱정해야 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막을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회생절차는 폐지됐고, 결국 레드덕은 파산했다.

대한민국의 게임 시장에서 1세대 개발사로 시작된 '타프 시스템'은 대물낚시광으로 꽃을 피우며 이름을 알렸다. 타프 시스템부터 엔틱스 소프트, 레드덕까지 그들은 언제나 도전적이었다. 새로운 시도를 했고, 결과가 좋든 좋지 못했던 당시에는 박수쳐줄만한 시도들을 보여주었다. 서비스에서 미흡했던 부분은 있을지언정, 레드덕은 나름 참신한 게임을 개발해왔다. 지금도 타프 시스템, 엔틱스 소프트, 레드덕을 거쳤던 개발자들은 업계 여기저기에 흩어져서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나 낚시 게임의 개발진들은, 여전히 현역으로 낚시 게임을 개발하고 있을 정도다.

낚시 게임으로 이름을 알리고, FPS의 명가로 꽃을 피운 레드덕. 하지만 오랜 공을 들인 메트로 컨플릭트가 실패하고, 체질 개선과 전략의 실패도 겹치며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약 30여년 가까이 이어오던 개발사의 파산은 여러모로 씁쓸하다.

어찌보면 전략 실패, 경영난이라는 쉽게 볼 수 있는 이유로 퇴장하는 흔한 개발사의 스토리일지라도, 1세대부터 이어져오던 개발사의 퇴장은 많은 여운을 남길 수 밖에 없으리라.

◎ 레드덕(타프 시스템, 엔틱스 소프트) 주요 연혁

1992 타프 시스템 설립(설립자 : 정재영)
1994 교육용 게임 '탐험! 영어나라' 출시(웅진미디어)
   탱크 시뮬레이션 게임 'K-1 탱크' 출시
   낚시 게임 '낚시광' 출시
1995 '낚시광2' 출시
1996 못말리는 탈옥범 출시
   슈팅게임 '싸이클 포스' 출시
   '낚시광 스페셜' 출시
   '낚시광' 1996년 게임 대상 우수상 수상
1998 '대물낚시광' 출시
2000 '대물낚시광2' 출시
   캐주얼게임 '붕가붕가' 출시
2002 '검정고무신~무인도 표류기~' 출시(한빛소프트 유통)
   '대물낚시광3' 출시
   사이드 스크롤러 게임 '미니비(MiniB)' 출시
   교육용 게임 '딩가 곤충나라 대모험' 출시
2004 '엔틱스 소프트(NTIX SOFT)'로 사명 변경
   개발 타이틀 '루시아드', '요구르팅'으로 변경
2005 '요구르팅' 정식서비스 개시

2006 주식회사 레드덕 설립(대표 : 오승택)
2007 아바, 한국 서비스 개시, 2007 대한민국 게임대상 수상 (3관왕)
   아바, 일본 서비스 개시 (GAME ON)
   아바, 북미 서비스 개시 (NHN USA)
   족구게임 '공박' 서비스 개시
2008 아바, 중국 서비스 개시 (TENCENT)
   액션게임 '챱스(Chaps) 정식 서비스 개시
2009 아바, 북미 서비스를 북미/유럽 통합 서비스로 확대 (NHN USA)
2010 아바, 대만 서비스 개시 (FUNTOWN)
2011 레드덕 사옥 확장 이전
   아바, 태국 서비스 개시 (ASIASOFT)
   아바, 싱가폴, 말레이시아 서비스 개시 (ASIASOFT)
   아바, 대만 퍼블리셔 변경 (GARENA)
   퍼즐 요구르팅 for kakao 서비스 개시
   아바, 싱가폴/말레이시아 서비스 개시 (GARENA)
2013 아바, CIS 서비스 개시 (101XP)
2014 주식회사 레드덕 모바일 설립
2015 아바, 북미/유럽 퍼블리셔 변경 (EN MASSE)
2016 메트로 컨플릭트, 베트남 서비스 개시 (VTC INTECOM)
2017 메트로 컨플릭트, 글로벌 서비스 개시 (S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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