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DEC] 스킵 없는 스토리 RPG, 어나더 에덴이 글로벌 서비스를 위해 준비한 것

게임뉴스 | 윤서호 기자 | 댓글: 8개 |

WFS에서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모바일 RPG, '어나더 에덴'은 정해진 필드 안에서 시나리오와 퀘스트를 풀어나가면서 진행하는 고전적인 싱글플레이 JRPG를 담아낸 작품이다. 최근에 나온 다수의 모바일 게임과 달리 자동 기능뿐만 아니라 스킵 기능도 없으며, 멀티플레이 콘텐츠 없이 오롯이 플레이어가 스토리를 즐기면서 차근차근히 진행하도록 했다.

이러한 싱글플레이 방식의 RPG는 필연적으로 스토리의 퀄리티가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자국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서비스할 경우에는 그 스토리를 어떻게 외국어로 번역해야 그 재미를 최대한 온전히, 의도한 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한다.

WFS의 니시다 료스케 테크니컬 매니저와 하세가와 겐 퍼블리싱 매니저는 CEDEC 2019 강연에서 어나더 에덴의 로컬라이제이션 과정을 두 가지 단계로 설명했다. 하나는 개발팀에서 따로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글로컬라이제이션이 진행되도록 기술쪽에서 보완을 하는 것이었다. 그 다음에는 실제로 번역 작업이 이루어질 때 유의할 사항 등을 짚어가면서 어나더 에덴의 재미를 최대한 온전히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 (좌) 하세가와 겐 WFS 퍼블리싱 매니저, 니시다 료스케 테크니컬 매니저

니시다 테크니컬 매니저는 처음 어나더 에덴을 개발하고 출시했을 당시에는 해외 출시를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기술적으로 로컬라이제이션에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을 채택하기보다는, 자국어로 바로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고 관리하기 편하도록 설계해왔다.

특히나 어나더 에덴은 부분무료화이면서도 싱글플레이 전용 RPG로 설계가 됐는데, 이런 방식은 그간 팀에서 전례가 없던 터라 다른 부문에서도 이래저래 어려움을 겪으면서 퀄리티를 갖춰나갔다. 이 과정을 거치고 일본에서 2017년 출시가 되고, 어느 정도 진척이 되자 스튜디오에서는 글로벌 출시를 겨냥하기로 결정했다.



▲ 퀄리티 있는 스토리 중심의 싱글플레이 RPG인 만큼, 우선 자국 출시를 위주로 개발에 착수했다

일반적으로 로컬라이제이션은 단순 번역이라고 생각하지만, 게임에서는 그 이상의 과정을 요구한다. 우선 번역된 텍스트가 화면에 출력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지 파일로 표시한 문자도 해당 국가의 언어로 바꿔야 하는 등 추가적인 에셋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나더 에덴에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스크립트의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점이었다.

어나더 에덴은 게임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다 이벤트 스크립트로 설정했다. 이벤트 스크립트 내에 있는 스트링은 전부 일본어를 베이스로 했으며, 대사의 경우 해당 씬에서 스트링이 바로 호출되는 방식으로 코드를 짰다. UI 텍스쳐나 콘텐츠 등도 일본어로만 서비스되는 것만 고려했기 때문에 별다른 조치 없이 바로바로 내는 식으로 진행됐다.



▲ 해외 출시를 고려 안 했었기 때문에 스트링으로 바로 불러오는 식으로 코드를 짰었다

그게 축적되다보니 로컬라이제이션을 바로 하는 것은 상당히 무리가 있었다. 우선 스튜디오 내에서 해외 여러 나라로 게임을 로컬라이제이션해서 출시한 경험이 그리 많지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바로바로 만들어서 내는 것에만 집중하다보니 로컬라이제이션에 많은 코스트를 할애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고, 일본 출시 버전과 글로벌 출시 버전의 진도를 동일하게 뺀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스튜디오에서는 새롭게 글로벌판을 만들고, 번역이 어느 정도 되면 그 순서대로 바로바로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준비하기로 했다. 즉 콘텐츠팀은 종전처럼 업무를 하고, 콘텐츠팀이 만들어둔 에셋들을 다른 팀에서 차근차근히 로컬라이제이션해서 적용하는 식이었다.

그렇게 결정한 뒤로 테크니컬팀에서는 우선 글로벌판에서 이벤트 스크립트의 구조를 변경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미 일본 버전에서는 스크립트의 수가 2년 사이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대사를 일일히 스트링으로 작업하고 호출하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로컬라이제이션을 진행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일본어 대사를 출력하는 스크립트만 해도 이미 많은데, 그것들을 하나하나 언어에 따라서 배분한다고 하면 그 수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스크립트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서 스트링을 호출하는 식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스트링으로 호출하지 않고, 루아를 활용해 일본어 텍스트를 추출, 해시화한 뒤에 각 언어의 번역테이블을 작성하고, 번역 데이터를 구축한 뒤에 해시로 저장했다. 그런 뒤에 해당 파트에서 유저가 설정한 언어 해시에 맞춰서 대응하게끔 코드를 짠 것이다.

국내 출시를 준비하면서 이렇게 작업하지 않았던 이유는, 당시에는 콘텐츠를 빨리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가장 간단한 스트링 호출 방식으로 스크립트를 짰지만, 그것만으로 한계가 생겨서 바꾼 것이었다.

언어테이블을 구축할 때 또 한 가지 난제는 각 언어마다 수 표현과 복수형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일본어에서는 "네가 수집한 A의 수는 B매다"라는 문장이 있다고 하면, 영어로 번역했을 때는 'B pieces of A'라는 식으로 작성이 된다. 이런 경우를 각 언어마다 고려해서 번역테이블을 만들어야 했다.



▲ 각 언어별로 수를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번역테이블을 각각 다르게 적용했다

UI에 삽입한 문자 텍스쳐는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했다. 우선 UI 중에서 문자 텍스쳐가 있는 에셋들을 추려냈고, 해당 에셋의 다른 언어 버전을 만든 뒤에 기존 빌드에 추가했다. 기본 베이스는 일본어 에셋으로 하되, 각 언어 설정에 따라서 다른 언어로 만들어둔 에셋이 그 위에 덧씌워지는 식으로 만든 것이다.



▲ UI에셋을 다 교체한 것이 아니라, 텍스쳐가 있는 UI는 추가로 만들어두고 덧씌워지게끔 했다

번역 테이블의 마스터 데이터는 일본어판과 별도로 저장했으며, 호출하는 id와 레코드를 재정립해서 각 언어별로 따로따로 보관하는 식으로 설정했다. 글로벌 버전의 경우 일본어판 빌드를 베이스로 하고 있는 만큼, 번역이 다 된 이후에 해당 콘텐츠가 해제되도록 세팅을 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서 부트스트랩을 활용해 번역이 안 된 부분에는 disable 설정을 걸어서 잠그고, 나중에 번역 테이블이 완성되면 락을 푸는 식으로 설계했다.

이와 같은 구조를 설명하면 레이턴시 문제에 대해 고민할 수도 있지만, 어나더 에덴은 대부분의 정보가 클라이언트에서 처리되도록 했다. 레이턴시나 서버 오류 등으로 텍스트가 출력되지 않거나 하는 문제는 없었다.

테크팀이 이처럼 로컬라이제이션을 위한 사전 준비를 했다면, 로컬라이제이션팀에서는 게임 내에 들어갈 텍스트 및 여러 가지 안건을 체크하고 각 언어에 맞게 번역을 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어나더 에덴에서는 현지 언어에 능통한 일본인 번역자뿐만 아니라 해당 언어의 원어민을 최대한 영입해서 검수를 맡는 식으로 로컬라이제이션을 준비했다. 이 중에서 프랑스어와 독일어는 글로벌 출시 당시에는 영어를 앵커 언어로 해서 로컬라이제이션을 진행했으나, 현재는 일본어를 바로 각 언어로 번역하고 있다.




번역 과정은 협력사에 하청을 맡긴 뒤, 납품된 것을 스튜디오의 번역 담당자가 검수를 거친다. 이후에 타 번역 전문가에게 맡겨서 리뷰를 하고, 이 과정까지 다 거친 뒤에 적용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검수할 때 주로 보는 것은, 인물과 캐릭터 성향뿐만 아니라 각 스테이지의 배경에 어울리는지 여부도 포함이 된다.

특히 어나더 에덴은 각 시대를 뛰어넘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만큼, 시대에 맞는 언어의 바리에이션을 줄 필요가 있었다. 예를 들자면 고대를 배경으로 하는 스토리에서는 옛날 영어를 쓴다던가, 고어를 쓴다던가 하는 식으로 그 테마를 맞추는 것이다. 군인이나 성의 문지기 같은 캐릭터들은 군대 용어를 활용해서 군과 관련된 느낌을 한 층 더 살렸다

번역 과정에서 종종 나오는 미스로는 단어의 길이나 폰트 등의 문제로 꼽았다. 일본어로는 그리 긴 단어가 아니지만, 프랑스어 등에서는 해당 단어가 스펠링이 굉장히 긴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최대한 비슷하면서도, 스펠링을 하나하나 늘어놓았을 때 길이가 일본어와 비슷한 단어를 찾아서 대체한다. 이와 같은 식으로 퀄리티 체크를 하면서 텍스트 번역을 진행해나갔다.




이렇게 중간중간 체크해서 수정하는 작업이 메인스토리를 번역할 때는 크게 드러나지는 않는 편이다. 메인스토리는 쭉 읽다보면, 그 맥락을 이해하고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벤트 스토리나, 중간중간 갑자기 일본어 텍스트가 수정된 것을 번역하는 작업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이 부분은 바로바로 번역하기보다는, 맥락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번역할 수 있도록 텀을 두고서 작업을 한다고 덧붙였다.

로컬라이제이션은 단순히 단어 대 단어로 일대일 번역을 하는 작업이 아니라 숨겨진 개그포인트라던가 숙어, 숨겨진 의미까지도 전달하기 위해서 고심하는 작업이다. 여기에 각국의 법 및 문화를 존중하면서 그 게임의 즐거움을 온전히 살려야 한다는 과제도 주어진다. 예를 들어서 중국에 출시할 때는 해골 그림이나 장식을 최대한 줄이거나, 혹은 다른 것으로 대체하되 그 장식에서 유발될 수 있는 효과를 다른 부분에서 찾는 식이다.

특히나 텍스트 중에서는 술, 담배, 약, 성적 표현을 묘사하는 문구는 다시 한 번 되짚을 필요가 있다. 각국마다 그에 대한 견해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비교적 담배에 대한 묘사가 너그러운 편이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청소년에게 끼치는 유해성을 경계하기 때문에 이를 커피로 대체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바꾸는 식이다. 해당 분야는 문화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법과도 연결이 되어있기 때문에 법무팀과 같이 조사한 뒤에 로컬라이제이션을 진행했다.



▲ 텍스트라서 간과하기 쉽지만 술, 담배, 약, 성적 표현에 대한 인식 차는 미리 알아보는 게 좋다

이처럼 로컬라이제이션은 단순히 번역을 하는 것만으로 그치는 작업이 아니다. 해당 문화권과 언어의 특징에 맞춰서 텍스트를 재구축하고, 기존에 만들어둔 에셋과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번역 담당자 역시도 그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하다고 하세가와 매니저는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니시다 매니저는 글로벌 서비스 준비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문장을 번역해서 넣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출력되는 것인지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아무리 번역을 잘했어도 그 문장이 제때 출력되지 않으면 문맥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즉 글로벌 출시가 단순히 로컬라이제이션 팀만의 업무라고 생각하지 말고, 테크팀 역시도 관심을 기울여야만 비로소 성공적인 로컬라이제이션, 글로벌 출시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지시각 9월 4일부터 일본 요코하마에서 세덱(CEDEC 2019) 행사가 진행됩니다. 세덱 현장에서 기자들이 다양한 소식과 정보를 생생한 기사로 전해드립니다. ▶ 인벤 세덱 2019 뉴스센터: https://bit.ly/2lF0i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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