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 '내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게임뉴스 | 이두현 기자 | 댓글: 1개 |
지난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 2019'에서 TOP3에 오른 개발사가 한데 모여 자신들의 이야기와 인디게임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간담회가 19일 진행됐다. 이번 간담회는 구글플레이가 꾸준히 진행하는 '개발자와의 대화' 행사 일환으로 개최됐으며, 돋보이는 인디게임사를 발굴하고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구글플레이 이형원 사업부장은 "인디게임사는 아무래도 게임을 개발하기도 바빠 유저와의 만나기도 힘들었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오늘 자리를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구글플레이는 앱마켓으로서 인디게임사의 성장 및 글로벌 진출을 여러 방면으로 돕겠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개발자와의 대화'에 초청된 개발자는 '서울 2033: 후원자'의 이유원 반지하게임즈 대표, '카툰 크래프트'의 박성필 스튜디오냅 공동대표, '룸즈: 장난감 장인의 저택'의 김종화 핸드메이드 게임 대표이다. 간담회는 김홍근 구글플레이 매니저의 진행으로 인디게임사로서의 어려움과 다른 개발자들에게 전하는 조언, 구독형 모델의 가능성 등의 이야기가 오갔다.





▲ (왼쪽부터) 이유원 대표, 박성필 대표, 김종화 대표, 김홍근 매니저

각자의 작품을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을 시작했는지 궁금하다.

이유원 대표 = 개발팀 이름처럼 반지하 감성을 가진 독특한 게임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로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 이번 게임은 언어로만 매개체를 사용해 이야기를 전달하면 어떨까부터 시작했다. '서울 2033'은 텍스트 중심의 게임이다 보니 개발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반지하게임즈가 시도하기도 좋았다.

박성필 대표 = 나와 공동대표인 아내가 어렸을 때 즐겼던 게임이 '워크래프트2'였다. 차기작을 고민하던 중 '워크래프트2'를 모바일로 구현하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가 나와 개발을 시작했다.

김종화 대표 =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 2019'에서 수상한 작품은 예전에 선보였던 '룸즈2'의 리마스터 버전이다. 2008년에 탄생했던 룸즈 1은 2004년, 대학교 1학년 때 애니메이션 수업에서 본 ‘익사이팅 러브 스토리’라는 유고슬라비아 단편 애니메이션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주인공이 그리드로 나뉜 여러 공간을 오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그 그림이 마치 게임처럼 보였고 뭔가 흥미로운 게임플레이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애니를 본 당일 저녁에 그림퍼즐 방 탈출 게임이라는 기본 기획을 완료했다.


각 게임사의 키워드를 투잡, 육아, 15년 장기 개발로 꼽아봤다. 세 개발사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좋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나?

이유원 대표 = 우리 게임사의 키워드는 투잡이다. 나 같은 경우엔 현재 로스쿨에 다니는 학생이자 반지하게임즈의 기획자이다. 나 말고도 팀원 모두 다른 일들을 하고 있다. 다만, 각자 전공을 살려 일하는 동안 게임 개발도 본업이라 생각하고 두 가지를 열심히 하고 있다.

박성필 대표 = 저희는 육아와 개발을 병행한다. 게임사 이름의 '냅'도 아이가 낮잠(nap)을 자는 동안 게임을 개발한다는 의미로 지었다. 따로 사무실도 없이 집에서 아내와 게임을 만들고 있다. 게임 개발을 잘 해낸 특별한 노하우는 없다. 육아와 개발을 병행하다 보니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었다. 다만, 지난 TOP3 선정 이후 스트레스는 많이 줄었다.

김종화 대표 = 오랜 기간 가늘고 길게 게임을 개발해왔다. 개발하다가 학교에 가거나, 다른 회사에 다니기도 했다. 아르바이트하거나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면서 만든 게 '룸즈' 시리즈다. 학교 다닐 때는 후배와 합숙하며 만들고, 유학하러 가서는 바다 건너 한국 회사와 '룸즈'의 틀을 잡기도 했다. 다른 회사에 다니면서는 예전 동료와 팀을 만들어 따로 작업하기도 했다.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 결과다.



▲ 김종화 대표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얻은 결과"

각자 게임에 대한 매력 포인트를 소개해달라.

박성필 대표 = '카툰 크래프트'는 RTS다. 보통 모바일 RTS 게임의 경우 컨트롤을 간소화한다. 반면, '카툰 크래프트'는 PC RTS처럼 분주한 컨트롤을 필요로 한다. 오히려 그 점이 RTS 매니아의 마음에 든 거 같다.

김종화 대표 = '룸즈'는 독특한 퍼즐과 동화풍 그래픽의 적절한 조화가 포인트다. 또한, 단순히 퍼즐을 푸는 게 아니라 캐릭터가 왜 여기에 있는지 세계관과 스토리에 중점을 둬 플레이어가 몰입하게끔 했다. 이외에도 게임 플레이 자체와 그래픽 아트, 음악과 스토리가 잘 어우러진 거 같다.

이유원 대표 = '서울 2033'은 모두에게 익숙한 도시 서울을 소재로 삼아 생동감 있게 다가간 거 같다. 테마 자체도 포스트 아포칼립스이다 보니 기존 게이머와 매니아 장르 유저에게 잘 와닿은 거 같다.


특히 '서울 2033'은 시각장애인도 게임을 할 수 있게끔 편의성을 고려해 주목받았다.

이유원 대표 = 처음부터 시각 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했던 건 아니라 부끄럽다. 게임 서비스 이후에 시각 장애인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텍스트 읽기 기능을 추가했다. 현재는 안드로이드와 iOS 버전 모두 업데이트한 상태다. 기존 시각적 UI도 개선해 음성자막 처리를 했다. 그 외에도 장애인 유저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업데이트한 사항도 있다. 이후 커뮤니티 내에서 좋은 평가를 해줘 뿌듯했다.


세 분 모두 지난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 2019' TOP3 선정을 예상했나?

김종화 대표 = 솔직히 TOP10 정도만 기대하고 참가했다. TOP10에 선정되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가 고민이었는데... 예전에 게임을 무료로 냈다가 망한 흑역사가 있다. 이 얘기를 하자니 너무 주절거리는 거 같아 망설였다. 그래서 발표 컨설팅을 받아보니 "게임의 분위기가 장점이니 그걸 어필해라"는 조언을 받았다.

박성필 대표 = TOP3 욕심은 없었다. 그냥 무대가 멋있어서 발표는 좀 해보고 싶었다.

이유원 대표 = 우연한 기회에 인디페 신청을 한 거였다. 그래서 그렇게 큰 행사인지도 모르고 갔다. 상 욕심보다는 그냥 우리 게임과 팀을 홍보하면 좋겠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TOP3에 인기상까지 받아서 기분 좋았다.


인디게임사로서 메이저 게임사보다 개발 및 서비스가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극복하고 해결했나?

박성필 대표 = 아직 극복 못 했다. 다른 개발사도 그렇겠지만, 수익이 가장 큰 문제다. 처음 게임을 내놓고 주목받지 못했을 때는 엔드 콘텐츠에만 신경을 썼었다. 그런데 이제는 관심을 많이 받으니 수익을 어떻게 낼지가 고민이다.

이유원 대표 = 저희 게임의 첫 단점이 텍스트가 너무 많다는 거였다. 그래서 디자이너가 차라리 책 같은 느낌을 강화하자고 아이디어를 냈다. 글씨와 UI 부분에서 책 같은 느낌을 최대한 살렸다. 진행되는 방식도 책을 넘기는 느낌을 살렸다. 그러다 보니 출시 이후에는 리뷰에 책과 같은 게임이라는 반응이 올라오더라.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해 극복해낼 수 있던 거 같다.

김종화 대표 = 개발보다는 멘탈 관리가 힘들었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대표작이 있다는 건 좋다. 그러나 대표작 하나만 기억되는 건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다. '룸즈'의 그림자를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아직 '룸즈'의 가능성을 더 살리고 싶은 갈등이 있었다. 그러면서 '룸즈' 자체가 스테디셀러가 될 게임이라는 생각에 지금까지 버틴 거 같다.



▲ 이유원 대표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구글플레이는 인디게임사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다. 받았던 지원에 대한 소감은 어떤가?

이유원 대표 = 인디페 이후 싱글 다운로드 수가 4,500건 이상 늘었다. 유료게임으로서는 의미 있는 수치다. 차트 상단과 메인에 노출되며 게임과 게임사 홍보까지 이루어졌다. 인디게임사 입장에서 홍보는 항상 어렵다. 구글플레이가 유튜버를 소개해주고 협업을 진행하면서 홍보 기회를 받았다. 또한, 다른 인디게임사와의 네트워킹도 좋았다. 정보를 공유하며 게임 개발 이야기를 하니 큰 동기부여가 됐다.

김종화 대표 = '룸즈'는 4.99 달러로, 유료게임치고는 꽤 비싼 가격이다. 이전까지 1천 다운로드를 기록하다가, To3 이후에는 피처드와 유튜브 홍보 횽과로 양대마켓 2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별개로 구글플레이에서 지원하는 인스턴트 앱 효과도 봤다. 유료게임이지만 데모 버전을 해보게끔 지원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박성필 대표 = TOP3 선정 이후 일일 다운로드 수가 늘었다. 피처드 선정된 날에는 하루 100건에서 최대 400건까지 올랐다. 이외에도 언론사 홍보가 효과를 발휘했다.


행사 때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나?

이유원 대표 = 리뷰로만 유저를 접할 때에는 글과 숫자만 읽으니 잘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행사에서 '서울 2033' 때문에 왔다는 유저를 보고 행복했다. 유저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는 게임을 개발한다는 것에 뿌듯함도 느꼈다.

김종화 대표 = 게임을 출시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행사에서 꽤 많은 사람이 '룸즈'를 기다렸다는 걸 알게 됐다. 예전에 게임을 했는데 어느 순간 사라져서 아쉬웠다는 의견, 다시 해보고 싶었는데 게임 타이틀을 몰라서 못 찾고 있었다는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중학생 때 처음 '룸즈'를 했는데, 대학생이 되어 행사장에 왔다는 유저를 보고서 큰 감동을 하였다.

박성필 대표 = 다른 것보다 TOP3 사진을 얻었다. 심사위원에게서는 "스토리를 강조하면 좋겠다"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이에 관해서는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보강할 계획이다.



▲ 박성필 대표는 인디페에서 사진을 얻었다

해외진출 상황이 궁금한데.

김종화 대표 = 이미 8개 국어 번역을 완료해 글로벌 출시를 했다. 주로 미국, 영국, 일본, 독일에서 매출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전체 매출 중 60%가 해외에서 나온다. 해외 리뷰 사이트에서 '룸즈'가 소개되었고,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박성필 대표 = '카툰 크래프트'는 인디페 이전에 러시아에서 인기 있는 게임이었다. 당시 전체 매출의 50%가 러시아에서 나왔다. 이제는 한국이 50%로 바뀌었다. 유저분들이 무상으로 번역을 지원해준 덕분에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도 글로벌 타겟팅으로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

박성필 대표 = 원래 지금 차기작을 개발하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인디페 TOP3 선정 이후 유저의 관심이 커져 '카툰 크래프트'에 더 많은 콘텐츠를 원하더라. 그래서 차기작 개발은 미루고, 차기작의 리소스를 '카툰 크래프트'에 적용하고 있다.

김종화 대표 = 15년 동안 키운 개가 3년 전에 죽었다. 그 경험을 기반으로 개를 플레이 캐릭터로 만들어 '견생'을 체험해보는 게임을 기획하고 있다. 내가 개를 키우면서 겪은 여러 에피소드를 게임으로 정리하고 있다. 개의 감정을 게임을 통해 체험하는 스토리 기반 어드벤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유원 대표 = 반지하게임즈만의 B급 감성이 물씬 풍기는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 계속해서 대중성과 상업성에 연연하지 않고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겠다.



▲ 이유원 대표 "대중성과 상업성에 연연하지 않고, 우리의 게임을 만들겠다"

구독형 서비스가 유료게임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박성필 대표 = 구독형 서비스에 대해서는 계속해 알아보고 있다. 구독한 유저에게 어떤 정기적 혜택을 줘야 할지, 또 게임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일단, 구독형 서비스는 게임업계에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이유원 대표 = 주의 깊게 보고, 입점도 고려하고 있다. 우선 일회성 게임보다는 콘텐츠가 꾸준히 업데이트되는 게임이 유리한 거 같다. 그런 면에서 '서울 2033' 시리즈가 적합한 모델이어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김종화 대표 = 구글이든 애플이든 불러주면 간다. 개인적으로도 수익이 얼마나 날지 매우 궁금하다. 어쨌든 유료게임에 대한 거부감이 줄고, 즐길 창구가 늘어나는 건 시장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구독형 서비스가 잘 되길 바란다.


부부 개발자나 투잡을 희망하는 사람들, 그리고 다른 인디게임 개발자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박성필 대표 = 부부 개발자가 잘되려면, 무조건 말을 듣고 져야 한다. 그리고 이미 부부 사이가 좋다면 절대 게임 개발을 같이해서는 안 된다.

김종화 대표 = 나는 부부 개발자가 부럽다고 생각했는데... 어쨌든 주위를 보면 작가도 전업은 줄고 투잡으로 뛰는 시대다. 게임 개발에 먹고사는 모든 게 달려있다면, 너무 절박해서 내가 원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도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다른 안정적 수익원이 있는 상태에서 게임을 만드는 것도 좋아 보인다.

이유원 대표 = 우리 슬로건이 '아류로 성공하기보다 오리지널로 실패하자'이다.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남들에게 보여주고 기쁨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 사업적인 성공보다 내 아이디어를 알리는 게 목적이라면, 인디게임 개발을 시작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거 같다.

박성필 대표 = 맞다. 인디게임을 개발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단순히 '나도 회사 때려치우고 내 게임이나 개발해볼까'와는 다르다. 내 아이디어를 남들에게 자랑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에게 인디게임 개발을 권하고 싶다.



▲ "내 게임을 만들고 싶을 때, 인디게임을 개발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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