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FIFA20, '축덕'들에게 다시 한 번 설렘을

리뷰 | 이평강 기자 | 댓글: 7개 |
'플레이'라는 버튼에서 설렘을 느낀 것은 꽤 오래간만인 것 같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께서 사주신 'FIFA2002 한일 월드컵 버전' 이후 약 18년 만인가, 중간에 PES를 즐기면서 몇 번 빼먹긴 했지만 피파19까지 즐겼던 자칭 '축덕'인데도 이번에는 특히 더 다르다.

고장 난 패드를 새로 산 패드로 갈아치우고 Origin을 실행했다. 이번에는 마음먹고 지갑도 장전해두었다. 덕분에 퇴근하고 거의 매일같이 들리던 편의점 앞에서 곧바로 경로를 집으로 변경할 수도 있었다. 오늘을 고대하며 새로 구입한 모니터도 이미 세팅은 끝나있다. 이제 클릭 한 번이면 된다.






인게임 플레이: 더 확고해진 역동성과 볼 움직임

피파20 메인 화면으로 들어선 후 가장 먼저 클릭한 것은 신규 콘텐츠인 VOLTA 모드도, 피파20의 메인인 얼티밋팀도 아니었다. 그냥 곧바로 킥오프를 누른 후 게임 체감부터 확인해보기로 했다.

우선, 이전 작인 피파19와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차이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전체적인 물리 엔진이나 그래픽 등은 비슷한 느낌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크게 3가지 부분에서는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 공격수와 수비수의 1:1 상황에서의 다이나믹

실제 축구에서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들을 쉽게 따돌리는 선수들, 로번이나 손흥민, 살라 같은 윙어들을 살펴보면 가속도를 충분히 살리다가도 앞에 있는 상대 수비수를 제치기 위해 거리를 생각하고 짧은 드리블과 긴 드리블을 섞어서 활용하기도 한다.

피파20에서는 이런 부분들이 조금 더 디테일이 살아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R 스틱과 질주 버튼을 이용해 치고 달리기를 조절하는 것은 물론, 일반 드리블도 충분히 유려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여기에, 스트라페 드리블과 볼 롤컷 등을 추가로 활용하면 더욱 역동적인 1:1 상황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 볼의 물리 작용

볼의 물리 작용에 대해서는 EA에서도 개발 단계부터 특히 더 신경 썼다는 후문이다. 경합 상황에서 볼이 튀어나오는 상황이나, 루즈볼 등에서 볼의 움직임이 이전에는 좀 더 정직했다면, 이제는 볼에 스핀과 세기 등이 조금 더 현실적으로 개선되었다.

체력이 떨어졌을 때나, 혹은 몸의 밸런스가 무너졌을 때의 패스, 그리고 패스의 세기 등에 따라 볼의 움직임이 달라지며, 경기장 잔디 상황에 따라 볼의 바운드가 달라진다고 한다.

또한, 피파19에서는 감아차기가 그렇게 잘 활용되는 편은 아니었는데 개인적으로 감아차기가 이전보다는 조금 더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물론, 선수의 주발과 능력치가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 이처럼 잔디가 긴 경기장에서는 패스 세기가 약하면 공의 스피드가 금방 죽어버린다



■ 더욱 집중력이 필요해진 프리킥과 페널티킥

프리킥과 페널티킥은 큰 변화가 있었다. 이전작에서는 차는 방향을 그저 설정해두고 감기는 방향을 대략적으로 조절하면 됐었지만, 이번 피파20에서는 L스틱으로 원하는 지점까지 설정한 후 R스틱으로 감기는 방식도 정확하게 조작할 수 있다.

하지만 L스틱으로 원하는 지점을 설정하는 것이 꽤나 까다로운 편이다. L스틱을 살짝만 움직여도 궤적이 골대 밖으로 나가게 되며, 공을 차는 순간까지 L스틱을 조절하고 있어야 한다. R스틱과 차는 세기도 조절해야한다. PK 역시 마찬가지로 L스틱으로 궤적을 조정해야 한다.

난이도는 비교적 올라갔지만, 덕분에 프리킥과 PK를 잘 찼을 때의 쾌감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 인프론트로 감아찰때는 원하는 지점보다 오른쪽으로 차야 잘 들어가기도 했다


▲ PK 역시도 L스틱 조절이 쉽지 않기 때문에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피파 시리즈의 메인 콘텐츠 FUT
'피파는 역시 얼티밋이지!'




전반적으로 FUT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전부터 즐기던 스쿼드 배틀과 디비전 라이벌, 그리고 SBC로 불리던 스쿼드 구성 챌린지, FUT 드래프트 등은 그대로 즐길 수 있다.

다만, 스쿼드 배틀에서 AI의 난이도가 살짝 올라갔다는 유저들의 제보가 많은 편이다. 초보-아마추어-세미프로-프로페셔널-월드 클래스-전설-얼티밋 순으로 난이도가 나뉘는데 딱 중간 난이도의 프로페셔널의 난이도도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가장 문제시 되었던 서버 문제는 예상외로 큰 문제는 없다고 느껴졌다. 물론, 아직 얼리 액세스와 얼티밋 에디션 유저들만이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도 있겠지만, 기자가 직접 PC로 10경기 넘게 플레이했을 때는 매끄러운 플레이가 가능했다. 얼마 전, BJ감스트 방송에 출연했던 LA 갤럭시 소속 프로게이머 Bobby 역시 아직까지는 서버의 큰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고 언급하기도 했었다.

추가로, 한글화가 진행되면서 그동안 일일이 해석해야 했던 시즌 목표(퀘스트)나 마일스톤 등을 수행하기가 훨씬 편리해졌다. 하지만, 중간중간에 번역이 다소 아쉬운 부분들도 포착할 수 있었는데, 단어에 한 글자씩 빠져있다던가 품사가 제대로 적용되지 못한 것들이 바로 그랬다.




▲ 중간중간 어색한 번역을 찾아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역시는 역시군'이라는 대사가 생각날 정도로 얼티밋의 재미는 확고했고, 또 확실했다. 특히, 한글화와 VOLTA 모드 등의 입소문이 타면서 피파온라인4 유저들 등의 '뉴비' 게이머들의 입문이 어느 정도 예견되고 있는데, 솔직한 말로 피파20 얼티밋을 한 번 해보면 피파온라인4로 다시 돌아가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얼티밋의 하이라이트인 카드팩 오픈 이펙트도 만족스러웠다. 다만, 이미 이전작부터 즐겨온 유저들이라면 알고 있듯이 1티어급 선수를 획득하는 것은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와도 같았다. 간혹 피파온라인4와 비교했을 때 어떤지 궁금해하는 유저들이 있는데, 피파20에 비하면 피파온라인4는 '혜자'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 피파20의 하이라이트인 카드팩 오픈 이펙트, 선수가 걸어나오는 '워크 아웃'은 쉽게 보기 힘들다


하지만, 피파20은 스쿼드 배틀이나 디비전 라이벌 등의 주간 보상을 꾸준히 획득하면 생각보다 많은 코인을 얻을 수 있다. 때문에, 어떻게 보면 PC방 이벤트 보상에만 치중되어 있는 피파온라인4에 비해 플레이에서 얻는 즐거움 자체는 더 높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레전드 선수들이나 1티어급 선수들이 몰빵되어 있는 스쿼드는 정말 극소수의 유저들만 갖고 있기 때문에 피파온라인4처럼 정말 좋은 선수들만 모아야겠다는 강박관념이 다소 덜한 편이며, 피파온라인4처럼 은퇴한 레전드 선수들이 여러 시즌(클래스)으로 나오지 않고 아이콘으로만 출시되기 때문에 현역 선수들로 스쿼드를 맞추는 재미도 더 느낄 수 있다.




▲ 메시와 같은 선수들을 획득하는 것은 여기선 정말 꿈과도 같은 일이다



▲ 1티어급 선수들 획득에 대한 강박관념을 내려놓으니 스쿼드 구성에 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기대했던 'VOLTA'는?
재밌긴 재밌다, 그런데 쉽지는 않다?

얼티밋 팀 스쿼드를 어느 정도 맞춰둔 후에 미뤄두었던 VOLTA 모드를 진행해보기로 했다. 사실, 피파20이 출시되기 전에 가장 눈여겨봤던 콘텐츠가 바로 이 길거리 축구를 기반으로 플레이하는 VOLTA 모드이기도 했었다.

VOLTA 모드는 우선 스토리 모드와 VOLTA 리그, VOLTA 투어로 구성되어 있다. 이전 피파18,19 스토리 모드에서는 '알렉스 헌터'를 주인공으로 플레이했다면 VOLTA 스토리 모드에서는 자신이 직접 커스터마이징한 선수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게 된다.

스토리 모드에서는 3vs3, 4vs4, 5vs5 등을 모두 플레이할 수 있는데, 각 플레이마다 유저는 자신의 주인공 한 명만 조종할 것인지, 아니면 팀원 전체를 조종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좋을 것 같다.




▲ 이름, 외형, 슛 폼 등을 모두 원하는 데로 만들 수 있다



▲ 이렇게 만든 주인공은 스토리 컷신에도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스토리는 길거리 축구 월드 챔피언십을 목표로 하는 'J10'이라는 팀에 주인공이 들어가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스토리 자체도 흥미로운 편이며, 중간중간의 컷신 등도 자연스럽게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은 경기에서 얻는 스킬 포인트로 해당 포지션에 맞는 스킬을 올릴 수 있는데, 스킬을 잘못 올려도 언제든지 다시 초기화할 수 있다. 공격, 미들, 수비 3가지로 구성되어 있는 포지션 역시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경기를 이길 때마다 상대 팀에서 선수 한 명씩을 영입할 수도 있으며, 이 팀원들 역시 커스터마이징하여 꾸미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VOLTA 상점에서 그동안 모은 포인트로 헤어, 의상, 문신 등의 각종 아이템들도 구매가 가능하다.




▲ 스킬은 언제든지 초기화할 수 있다



▲ 주인공 외의 팀원들도 모두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5골을 먼저 득점한 팀이 승리하는 룰로 진행이 되며, 벽이 있는 경기장과 벽이 없는 경기장이 나누어져 있다. 전반적으로 경기 자체는 굉장히 속도감이 있는 편이다.

해당 모드에서 유저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개인기를 잘해야 되지 않겠냐는 생각일 것 같다. 하지만, VOLTA 모드에서는 기본적으로 패스나 드리블, 슛 등 타이밍에 맞게 자동적으로 개인기가 발동되는 편이기 때문에 개인기를 꼭 구사할 필요는 없다.

추가로, 가까운 곳에서 슈팅을 해도 골대로 향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슈팅 난이도가 있는 편이다. 또한, 벽을 이용한 패스도 상당히 중요하다.

전반적으로 플레이에 속도감이 있고 개인기도 계속적으로 발동되기 때문에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다만, FUT보다도 AI의 난이도가 굉장히 높다. 세미 프로만 돼도 화려한 개인기로 자신을 농락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VOLTA 모드만 봐도 딱 느낄 수 있겠지만 패드는 이제 필수라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키보드로는 개인기나 360도 드리블 등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키보드로 피파20을 플레이하는 것은 오히려 자신에게 더 큰 스트레스를 주게 될 가능성이 높다.



▲ 경기의 속도감이 굉장히 빠르고 개인기도 자동적으로 발동되는 경우가 많다


▲ 벽을 이용한 패스도 상당히 중요하다


▲ 세미프로 난이도, AI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축덕이라면 200% 만족할만한 게임
하지만 입소문에만 의존해서는..

같은 '축덕'의 입장으로 이야기하자면 기대만큼, 혹 기대 이상으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감히 평하고 싶다. 확고한 입지를 갖고 있던 FUT에 가볍지만 또 확실한 재미를 가진 VOLTA 모드까지 더해지면서 축덕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더욱 가미되었다.

기존의 피파 콘솔 시리즈를 즐기던 유저들 대부분은 당연히 구입하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작을 통해 신규 유입 유저들 역시 많이 늘어날 수 있는 기회로 보인다.

다만, 스탠다드 에디션 출시를 단 이틀 앞둔 지금까지 홍보적인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느껴진다. 물론, 각종 스트리머들과 커뮤니티를 통해 입소문이 타고 있다고 하지만 이 정도로는 아쉽다. 노 들어올 때 더 확실히 젓기 위해선 제작사 차원에서도 공식적인 홍보가 조금 더 더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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