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회사 중창단, "설득이 아닌 현실을 담다"

게임뉴스 | 박태학 기자 | 댓글: 2개 |




게임은 사람들에게 재미와 휴식을 주기 위한 의도로 만들었지만,
그 의도와는 다르게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이기도 하고
취업히 힘든 시대에 회사에 입사하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 같았지만,
또 다른 문제들에 직면한다. = '게임회사 중창단' 시놉시스 中


1. 서울에서 조금 올라가서, 거의 다 왔다 싶을 때 한 뼘 더 올라야 도착하는 의정부. 그곳에서 게임 소재로 음악극이 열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고개를 갸우뚱했다. 게이머 감성 촉촉히 적시는 게임 음악을 오케스트라 선율로 풀어낸 '음악회'는 이전에도 가끔 있었다. 반면 연극의 네러티브를 겻들인 '음악극'은 들어보지 못했다. 왜 지금까지 없었을까 하는 의아함, 그리고 이번 음악극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하는 궁금함을 품고 직접 찾아가보았다.

2. 의정부 아트캠프. 공연 무대 기준으로는 그리 크지 않았다. 관람객은 70~80명 남짓 들어갈 정도였고, 관객석과 무대 간 거리도 숨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웠다. 곰같은 덩치를 지닌 내 입장에서 좀 좁기는 했지만, 한편으론 그 덕에 배우들이 표현하는 복잡한 감정선을 좀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뭐 일단 중창단이니까 그저 노래만 부르고, 그 다음 어떤 게임으로 또 무슨 노래 부를까 고민하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비정규직 신입사원부터 시작해 부장, 이사급 임원까지 다양한 직책의 사람들이 등장하고, 그들 각자의 고민을 다각도로 비춘다. '게임'이란 단어에서 나오는 상큼한 맛, '회사'란 단어에서 나오는 사회생활의 쓴 맛까지. 1시간 40분 분량의 작은 연극이지만, 이야기의 결은 생각보다 풍부했다.

3. 음악극을 감상하며 가장 놀랐던 건, 게임회사 중창단이 '게임'의 문화적 가치에 대한 무조건적인 계몽을 목적으로 두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게임의 중독 프레임이 대두되며 한편으로 '게임은 문화다'라고 외치는 강연과 토론이 연이어 나왔지만, 연극까지 이런 딱딱한 테마였다면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논설문으로 흘러가리라 예상했던 자리엔 소설, 혹은 수필에 가까운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직장인이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술 한잔 하면서 풀었을 법한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게임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재조명하는 방법을 택했다. 게임 만드는 사람들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웃이고, 한 명의 직장인이라는 점을 연극 내내 꾸준히 강조했다. 이는 연출 설명글에서 더 잘 드러난다.

우리는 조화롭지 않은 것들과 세상에 모여 산다. 서로를 이해하려하거나 아님 싸우기도 하면서 말이다. 게임회사 중창단은 이런 우리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낯설어 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것 같지만, 사실은 우리들의 이야기.

우리의 삶은 전혀 조화롭지 않은 것에서 조화를 찾고, 우리의 계획과는 다르게 생각지도 못한 결과들이 생겨난다. 그게 우리가 사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4. 관객 대부분 대학생들 아닐까 예상했는데, 의외로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이 많았다. 배우의 과장된 몸짓과 표정에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웃었다. 프로젝트 중단, 조직 개편같은 무거운 주제가 나오자 모두가 숨을 삼켰다. 그 사이로 직장인으로 보이는 남성 관객의 옅은 한숨 소리만 들렸다.

5. 음악극인 만큼 게임 관련한 여러가지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배우들의 가창력이 워낙 뛰어나 듣는 내내 귀가 즐거웠다. 넥슨의 카트라이더부터 시작해 어렸을 적 즐겼던 남극탐험까지 곡 주제가 다양했는데, 가장 인상깊었던 건 의외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편곡 버전. 듣는 도중 찌릿찌릿 몸이 떨렸다. 함께 간 아내도 그 곡에서 손을 꼭 쥐었다.

6. 이번 '게임회사 중창단'을 총괄한 도옥림 PD는 한국예술종합 대학교 예술경영학과를 졸업, 이후 넥슨에 입사해 3년여 간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 뒤로 세종문화회관 공연기획팀에서도 근무했지만,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에 창작집단 '현재'를 설립해 지금에 이르게 됐다.



도옥림 창작집단현재 대표


공연 재밌게 봤다. 생각보다 이야기의 디테일이 꼼꼼하더라.

넥슨에서 근무할 때 직원들을 대상으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게임회사 중창단의 이야기도 그 당시 내가 보고 들었던 내용들 중심이다. 게임은 순수한 즐거움을 주는 문화라는 것, 그리고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대변하고 싶어 이번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

그리고 게임회사만의 특수성도 있지만, 그 전에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고민이 있을텐데, 공연을 보고 관객들이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규모를 중창단으로 잡은 이유가 있나?

넥슨에서 재즈 빅밴드를 기획해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 나간 적이 있다. 그때 느낀 건데, 악기가 들어가면 예산이 생각보다 많이 필요하더라(웃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규모는 사람 목소리로만 이루어진 악단이라 생각했다.

관람석을 보니 부모님 손 잡고 온 어린 친구들이 많았다.

처음에 쇼케이스를 문화공간이나 카페 같은 곳에서 했는데, 그땐 직장인과 중고등학생들이 많이 왔다. 이번에 의정부 아트캠프로 자리를 옮겨서 공연했는데, 초등학생 관객들이 많이 오는 걸 보고 내심 놀랐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다행히 어린 친구들도 우리 공연을 보고 좋아해주더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악극이라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또, 요즘 엄마, 아빠가 다니는 회사는 어떤 곳인지 궁금해하는 어린 친구가 많다고 들었는데, 그 부분을 약간이나마 해소해주지 않았나 싶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아까 그 음악 있잖아, 엄마 아빠가 어렸을 때 했던 게임 음악이야'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것 아닐까.

곡 선정하는 데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엄연히 저작권이 있다보니.

공연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게 그거였다. 고전 게임들은 클래식 음원 쓰는 경우가 많아서 크게 어려움이 없었지만, 너무 옛날 노래만 담으면 대중성이 떨어진다. 누구나 알만한 음악이면서 동시에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로운 음악은 정말 몇 없더라. 그나마 카트라이더 음악은 넥슨의 허락해줘서 연주할 수 있었다.

음악극의 완성도를 보면 3회 공연만으로 끝내긴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이후 게임회사 중창단을 다시 볼 순 없을까.

게임회사 중창단은 경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만든 작품이다. 이번 3회 공연의 반응을 봐야겠지만, 잘 풀린다면 12월에 열리는 경기 예술 페스타에 나갈수도 있을 것 같다.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내년에 좀 더 다듬어서 더 볼륨있는 무대를 꾸며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게임 음악이라는 게 무궁무진하다. 넷마블 같은 대형 게임사에서 '모두의 마블' 같이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음악 사용을 허락해준다면, 좀 더 풍성한 공연이 될 거라 믿는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