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를 찾아서#14] 오로지 '전쟁'만 생각한 게임 '워해머 온라인'

기획기사 | 양영석 기자 | 댓글: 29개 |



유명 IP를 기반으로 게임을 제작하는 건 이제 게임업계에게는 아주 흔한 일이 됐습니다. 오늘날에는 미디어믹스 개념으로 수많은 미디어의 한 축으로 게임이 맡고 있기도 할 정도로, 정말로 게이머들에게도 익숙하죠.

그렇지만 유명 IP를 게임으로 만드는 일 자체가 복잡합니다. 보여줘야할 것과 재현해야 할 것, 그리고 원작을 훼손시키지 않는 것, 팬들을 사로 잡을 포인트, 팬들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알려야 할 포인트 등등. 그러면서도 게임이 잘 만들어지지 않으면 결국 '게임'이라는 정체성을 잃어버릴 수 있죠. 정말 골치 아픕니다. 그래서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들은 직접 원작자가 참여하는 경우도 적지 않죠.

아무리 강력한 IP라고 할 지라도, 게임이 되는 순간 게임에 충실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타이틀을 우리는 너무도 많이 봐왔죠. 하지만 좋은 IP와 훌륭한 기획이 합쳐져 좋은 경험을 전달한다면 모두에게 찬사를 받는 좋은 게임이 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마블 스파이더맨을 꼽을 수 있겠네요.

오늘 IP를 찾아서를 통해 소개한 게임은 명작도 수작도 아닙니다. 하지만 잘 알려져있고 이 IP만큼 매력적인 건 없을겁니다. 그런데 어찌보면 한국 게이머들에게는 꽤 씁쓸한 타이틀이라고도 할 수 있죠. 방대한 세계관과 독특한 설정, 그리고 다양한 종족들이 아주 매력적 '워해머' 시리즈를 온라인화한 MMORPG, '워해머 온라인'과 '워해머'가 이번주 IP를 찾아서의 주제입니다.





'워해머 온라인'은 어떤 게임인가?
전쟁, 전쟁, 전쟁!




시작하기 앞서, 먼저 간단하게 워해머에 대해서 알아보죠. 워해머는 '게임즈 워크숍'에서 만든 미니어처 게임입니다. 여기서 또 세계관이 여러 개로 나뉘긴 하지만, 보통 클래식 워해머, '판타지 세계관'은 1983년부터 시작되어 2015년까지 이어진 엔드 타임 시나리오를 따르는 흐름이죠. 여기서 재미있는 게, 워해머는 엔드 타임이라는 거대한 이벤트로 세계가 박살나버립니다. 네, 끝났어요. 세계는 멸망했습니다. 워해머는 망했나...요?

그럴리가 없죠. 그냥 올드 월드의 역사가 끝난 겁니다. 아무튼 엔드 타임 이후 어느정도의 설정을 유지한 채 후속작이자 리부트라고 할 수 있는 '에이지 오브 지그마(Age of Sigmar)'로 이어집니다. 또한 스핀 오프로 '워해머 40K'라는 세계관이 있는데, 이쪽이 팬이 더 많고 아주 잘 알려져 있긴 하지만 여기는 오컬틱 SF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별 관계는 없는데 이름이 그냥 워해머라고 할 수 있어요.

아무튼, '판타지 세계관'이라는 설정의 워해머는 클래식 워해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워해머는 올드 월드라고 불리는 판타지 대륙에서 펼쳐지는 끝없는 전쟁을 다루는 이야기입니다. 창세를 요약하자면 마법사들이 세계를 뜯어고치다가 사라졌는데 마법 에너지 통제가 안돼서 세계를 덮치고, 대혼돈이 발생해서 거기서 수많은 종족들과 악마들이 튀어나옵니다. 악마들이 나타면서 종족들 사이에서 증오와 적대가 발생했고, 악마를 포함한 모든 종족들이 수만 년에 걸친 대전쟁 속에서 다 박살 나죠. 이게 '고대 전쟁'입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종족들은 또 싸웁니다.




이런 워해머 특성상 종족도 정말 많은데 이들이 정말 오만가지 이유로 다 싸우고 대립합니다. 종족마다 마치 최강인 듯한 설정도 있지만 뚜렷한 단점도 다 있습니다. 모든 종족들이 가진 단점이 그 종족의 아이덴티티가 되기도 하고요.

말 그대로 혼돈입니다. 혼돈의 세상에서 태어난 영웅, 그리고 벌어지는 전쟁. 인간은 나약하지만 집결하면 강하고, 오크는 강하지만 무식해서 맨날 이용당합니다. 엘프는 비열하고 이기적이며 자기들도 크게 세력이 나뉘었고 드워프는 고집쟁이에 소심하죠. 선하고 세계를 수호하지만 안되겠다 싶으면 우주선타고 도망갈 궁리를 하고 있는 리자드맨이 있으며,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공돌이 랫맨 스케이븐도 있습니다.

중세 시대의 로망이 가득 담겼지만 극단적인 계층 구조를 가진 '기사'의 진영이 있는가 하면, 뱀파이어 위주로 구성된 언데드인 뱀파이어 카운트와 고대인들의 언데드 진영인 툼 킹도 있습니다. 언급하지 않은 종족들도 더 있는데, 아무튼 이런 종족들이 저마다 역사와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주로 대립하는 종족들도 있습니다. 어쨌든 '카오스'를 막기 위한 과정에서 모든 종족들이 섬기는 신과 사정에 의해 치고받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만큼 전쟁의 규모도 거대하고 끊이지 않죠.

더 길어질 것 같으니 이만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워해머의 세계관은 그 정도로 매력적이며, 미니어처 게임과 롤 플레이는 해외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워해머보다는 워해머:40k가 좀 더 인지도가 높은 편이긴 하지만, 워해머의 세계관이 매력적이라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죠. 이렇게 20년이 넘게 꾸준히 다듬어진 거대한 판타지 세계관을, MMORPG로 풀어낸다면 어떨까? 하고 시작된 프로젝트가 바로 '워해머 온라인'입니다.




WAR IS COMMING...(출처 : MMOS.COM)

워해머 온라인 프로젝트는 '미씩'에서 제작을 하고 EA에서 퍼블리싱한 게임입니다. 게임은 오더 진영과 디스트럭션 진영의 전쟁을 다루고 있었죠. 엠파이어, 드워프, 하이엘프, 카오스, 그린 스킨(오크+고블린), 다크 엘프의 진영을 선택할 수 있었고 각 진영마다 탱커, 근딜, 원딜, 힐러로 나뉜 직업들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진영마다 특징이 강하게 적용되고 상대 진영에 대응되는 클래스가 비슷하게 존재하는 게 특징이었습니다.

캐릭터의 레벨은 '랭크'의 개념으로 접근했고, 1랭크부터 PVE와 PVP가 동시에 시작됩니다. 퀘스트를 하던, 바로 시나리오 전장에서 PVP로 랭크를 올리던 자신의 마음대로죠. 또한 '퍼블릭 퀘스트'라는 개념이 존재했는데, 일종의 필드 레이드입니다. 이는 나중에 '리프트'라는 게임에서도 적극 채용한 괜찮은 시스템이었죠.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적들도 강해지고 난이도도 매우 상승하는 퀘스트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게 나중에도 고난이도에 참여하기가 힘들면 저레벨 퍼블릭 퀘스트를 수행해서 기여도를 쌓기만 해도 보상이 상당히 쏠쏠했습니다.



진영과 종족이 나뉘어 있는 형식입니다. 물론 다크 엘프로 많이 쏠렸어요.

시나리오 전장은 WoW의 인스턴스 전장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신청만 해두면 큐가 돌아가고, 1랭크부터 바로 접근이 가능해서 레벨링과 겸하기도 무리가 없었죠. 전장은 전장마다 룰이 있고,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적들을 도륙하면 끝. 물론 자신이 배운 스킬만 쓸 수 있긴 했지만 알아서 능력치도 보정이 돼서 허무하게 죽어나가는 일은 매우 적었습니다.

이렇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길드의 기여도를 높이고, 적 진영을 학살합니다. 근본적으로 '대립'을 설정한 MMORPG인만큼 전쟁은 일상이며 차후 거대한 RvR 전장이 있었죠. 목적도 적국 수도의 함락입니다. 워해머 온라인이 마련한 거대한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게 플레이어들의 목표죠. 적 진영을 박살내라, 아주 간단하지만 워해머의 감성을 표현하기 적절하죠. 네? 전투 말고 뭐가 있냐고요? 그런게 어딨습니까? 오로지 전투, 전투, 전투, 전쟁이에요. 오로지 전쟁만을 위한 MMORPG. 그리고 그게, 워해머에선 당연한 겁니다.



일종의 필드 레이드인 퍼블릭 퀘스트는 확실히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개발된 워해머 온라인이 워해머 고유의 재미를 담아내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많았던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의 그래픽 자체는 괜찮고 고증도 매우 훌륭한 편이었죠. 캐릭터의 레벨링이 자유롭다는 점은 높게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RvR을 의식해서인지 여기저기 텍스쳐가 뭉개지는 현상이 꽤 있었고, 제일 크게 지적받았던 부분은 캐릭터의 모션과 타격감이 거의 없다시피한 밋밋한 수준이라는 점. 그리고 편의 시스템이 상당히 부족한데다가 WoW와 UI의 유사성도 문제와 음악도 매우 심심했습니다.



그래픽과 고증 자체는 의외로 괜찮았던 부분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게임 자체가 RvR을 의식한 만큼, 모든 콘텐츠가 사람들이 모여야 제대로 원활하게 돌아가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퍼블릭 퀘스트라는 대안이 있긴했지만, 전쟁의 경우는 심각했죠.

게다가 앞서 지적한 것처럼 상호작용이 거의 없다시피해 타격감은 느끼기 힘든데, RvR에서는 이게 내가 싸우고 있는 건지 허수아비를 치고 있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였으니까요. PvP 시스템에 대해서는 북미/유럽 지역에서도 악평이 많았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가 꿈꾸던 워해머의 로망은 없고 전쟁은 밋밋하고 답답했습니다. 좋게 평가자하면 신선한 설정도 많고 고증도 괜찮았던, 계획과 시도는 좋았던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 화려한 이펙트에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섬광탄이었나?


이쯤되면 그냥 (ㅋㅋㅋ)밖에 안나옵니다

사실상 RvR을 목표로 한 게임에서 나타나는 근본적인 문제들과, 게임 자체도 시대에 뒤떨어진 시스템이나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큰 실망감이 많았습니다. 물론 이런 부분이 CBT나 테스트 버전에서는 '미래'를 보고 높은 점수를 주거나 희망을 줄 수 있는 편이었죠. 하지만 사실상 등장했던 워해머 온라인의 성적은 처참했습니다.

EA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게임이었지만, 2008년 9월 오픈 베타를 시작으로 서비스가 진행된 워해머는, 2009년 2월 기준으로 북미-유럽에서의 유료 계정이 30만 정도였죠. 첫 출시 이후 75만 유료 계정에서 절반 이하로 떨어진 셈입니다. 당시 워크래프트는 1,100만 유료 계정이었으니, 얼마나 초라한 성적인지 확실히 보입니다. 개발팀도 인원이 감축됐고 서버도 '대규모'로 닫아버릴 정도로 처참한 패배를 맛봅니다.

나름 도전형 인스턴스 던전도 있었습니다.



무려 한국에서도 서비스할 '예정'이었던 게임.

워해머 온라인은 2008년 11월, 한게임(현 NHN엔터테인먼트)과 한국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성적이 처참한 게 눈에 보였죠. 개선을 하겠다고 하고 한국 프로모션 영상, 더빙 인트로 등을 공개했지만 여전히 불안감이 컸습니다. 물론 기다리는 유저들도 있었죠. 2009년에는 한국 공식 홈페이지가 열리고, FGT도 진행했습니다. 같은 해 지스타에 참전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죠.

이듬해 1월에는 CBT를 진행했지만…네, 아쉽지만 그게 끝이었습니다. 2010년 6월 수석 개발자 조쉬 드레셔가 EA를 퇴사하면서, 실질적으로 EA 미씩 팀이 해체됩니다. 그리고 한국 서비스도 취소되어버렸죠. 물론 해외 서버는 다른 팀에서 라이브 서비스와 개발을 이어가지만 팀 자체가 와해되어버렸으니 정말 당황스럽죠. 이후 몇가지 확장팩이 나오긴 했지만, 모든 지역의 서버가 폐쇄되고 북미 지역만 남은 상태에서, 워해머 온라인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2013년 서비스를 종료합니다.

'다크 에이지 카멜롯'으로 거대한 RvR 게임을 만든 미씩팀이 개발한 워해머 온라인은 엄청난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긴 합니다. WoW와의 인터페이스 유사성이나 다른 부분이 지적되긴 했지만, 기대감 만큼은 압도적이었죠. 하지만 그렇게 등장한 워해머 온라인은 고질적인 RvR 게임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혁신을 보여주지 못한 채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꽤 괜찮은데...사람만 많아지면 문제였죠.



사람이 많으면 정말 재미있지만, 없으면 재미없는 RvR의 한계는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이런 모습도 가끔 나왔습니다.(출처: MMOS.COM)




'워해머' IP의 권리, 그리고 세계관
역사와 함께한 세계관, 꾸준히 다듬어지다




워해머 온라인을 만든 건 미씩 팀이고, EA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워해머 온라인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뭘까요. 시스템? 구조? 아닙니다. 워해머 온라인에서 중요했던 건 바로 '워해머'라는 점입니다. 수십 년 전 만들어진 미니어처 게임은 세월이 흐르며 거대한 IP로 성장했고, 세계관은 그동안 계속해서 다듬어졌습니다. 물론 그 중간에 서로 꼬이거나 역사가 사라지는 비극도 있긴 했지만 무엇보다도 수십 년의 세월을 IP로서 성장해왔단 점이죠.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IP는 '워해머'입니다. 워해머는 글 서두에서도 언급했듯, 게임즈 워크숍에서 모든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게임즈 워크숍은 영국의 게임 퍼블리셔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미니어처 게임사입니다. 노팅엄에 본사가 있고, 미국, 스페인 등 15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을 정도로 거대한 성장을 마친 회사죠.

게임즈 워크숍은 1975년 처음 설립된 회사로, 바둑이나 보드 게임 등을 주로 발매하면서 성장했습니다. 또한 '파이핑 판타지' 시리즈의 게임북을 출간하기도 하고, TRPG에도 손을 대면서 다방면으로 성장하는 모습도 보여줬죠. 본격적인 성장은 1983년, 판타지 세계관이자 대표작으로 자리 잡은 워해머 시리즈가 미니어처 게임으로 등장하면서부터입니다. 이후부터는 승승장구하며 전 세계 미니어처 게임의 왕으로, 시장 점유율도 90%에 달할 정도로 대단한 성장을 이뤘죠. 이렇게 GW의 성장의 일등 공신이자 가장 큰 IP가 바로 워해머입니다.

그만큼 워해머 IP에 대한 관리도 철저합니다. 저작권법은 물론이고 세밀한 부분까지 악명이 생길 정도로 아주 철저하게 관리하고 운영합니다. 뭐 그렇다고 로열티만 관리해서 먹고사는 회사는 아닙니다. 전체 영업이익에서 로열티 비중은 상당히 높은 편이고요. 그만큼 IP가 인기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아무튼 한때 비싼 가격 정책으로 많은 원성을 사고 세계관을 박살 내면서 팬들도 많이 돌아섰지만, 에이지 오브 지그마 이후부터 이미지 개선에 크게 힘을 쓰고 신규 유저 유입에도 신경을 쓰면서 많이 개선됐습니다. 대규모 패치에 대한 예고, 새로운 정책과 다채로운 플레이 세팅, 아미 구성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유저 피드백을 들으면서 이제는 많은 팬들이 GW에 대해 호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비싸긴 하지만요.

앞서 이야기했듯, 워해머의 세계관은 종료되었습니다. 인간들을 이끌며 대적자가 없는 지그마 헬든해머가 초각성으로 분전했지만 결국 대전쟁으로 인해서 올드 월드 전체가 박살이 나버렸기 때문이죠. 그리고 세계는 에이지 오브 지그마, 리부트로 이어지고 살아남은 종족들과 초월적인 존재들은 자신만의 영역들을 구축합니다. 이렇게 계속해서 세계관을 확장하고 다듬으며 굳건히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워해머'를 게임으로 만들때 필요한 것
"무엇"을 보여주어야 하는가?



전쟁, 전쟁, 전쟁!! 전쟁=워해머.

워해머 온라인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게임입니다. 퍼블릭 퀘스트, 레벨링의 자유도를 높게 보장해주고 RvR을 추구한 컨셉과 빠른 전투를 위한 AP시스템에서 칭찬받을 점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를 받쳐줄 부분들이 부족했고, 그랬던 부분과 함께 RvR의 고질적인 문제가 겹쳐져 개발사가 의도하거나 플레이어들이 원하던 경험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맞지 않을까요.

좋지 않았던 게임을 개선해서 나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오히려 더 많기도 합니다. 상당히 위험한 도박수이기도 하고요. 게다가 MMORPG는 엄청난 개발 시간과 노력,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만큼 성공했을 때의 보상도 어마어마하고, 오래오래 가기도 합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MMORPG는 지금도 대형 게임사들도 개발을 꺼리는 편이죠. 또, 플레이 자체도 오래 플레이해야 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요즘 대세와 잘 맞지 않다고 할 수 있죠. 물론 이 모든 부분들을 감수하고도 '다시' 시작한 파이널판타지14라는 좋은 사례가 있긴 하지만 아주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 워해머의 MMORPG는 다시 등장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꼭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죠. 여기서, 워해머라는 이름의 무게가 다시 한 번 크게 느껴집니다. 워해머의 장점이 뭘까요? 글쎄요, 제가 워해머 팬들과 조용히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본 결과 워해머를 말하는 사람들은 무엇인가 가득 차있습니다. 그래요, 쉽게 말하면 로망, 뽕입니다.




워해머의 세계관은 끝없는 전쟁과 매력적인 세력들로 가득합니다. 뱀파이어, 언데드, 좀비, 스켈레톤, 오크, 인간, 엘프, 엘프, 엘프, 드워프, 리자드맨, 오우거, 기사단, 판타지 세계관인데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구사하는 공돌이 쥐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세력들마다 상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영웅적인 인물과 군주들이 존재하죠. 이런 세계관과 유닛, 히어로들은 수십 년간에 걸쳐 전파되고, 다듬어지고 새롭게 조명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를 아우르는 가장 거대한 전쟁인 엔드 타임에서 결말이 나죠.

겉보이게 사악해 보이는 친구들이 딱히 사악한 건 아닙니다. 아, 물론 딱 봐도 얘네는 나쁜 친구들이다 하는 종족은 나쁘긴 해요. 굳이 따지자면 언데드인 툼 킹은 선 성향에 가깝고, 리자드맨은 세계를 지키려는 완벽한 선 세력입니다. 수틀리면 우주선 타고 튀어버릴 생각하는 공룡타는 공룡이라 문제지만요. 이렇게 다들 종족마다 이야기와 사정이 있고, 이들을 이끄는 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은 소설과 게임 등 많은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팬층을 형성하게 됐죠.

어느 정도냐면,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은 워해머의 세계관만 '대충' 훑어봐도 하루 종일 재미있게 읽을 정도입니다. 역사까지 탐구한다면 얼마나 걸릴지 모릅니다. 3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듬어진 세계관과 설정, 이야기들은 단 며칠 내로 다 읽어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거든요. 그만큼 사람들이 심취해있다는 뜻이고, 전쟁과 자신이 좋아하는 종족에 대한 로망이 대단하다는 이야기죠.




그렇기 때문에 '워해머'라는 이름은 단 게임은 명확한 컨셉이 존재합니다. RvR, 혹은 물량전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죠. 대표적으로 가장 성공한 워해머 IP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토탈워: 워해머'역시 이러한 로망을 극대화하고 제대로 잘 살렸습니다. 겉보기에는 모두 다 완벽하고 강력해보이지만 어딘가 하나씩 얼빠진 구석이 있는 종족들로 구성되어 있죠.

만약 워해머 세계관 기반의 MMORPG가 나온다? 당연히 거대한 전쟁을 생각할 겁니다. 쪼잔하게 몇 명이서 정정당당하게 룰을 정하고 붙는 소수의 경쟁보다도, 피도 눈물도 룰도 없이 그저 죽이고 파괴하면 되는 거대한 전쟁을 원할 겁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 속에 자신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서 하나의 일원이나 군주가 되길 바라겠죠. 세력을 이끌거나, 세력 속에 중요한 인물이 되어 거대한 전쟁을 맞이하는 게임. 그러면서 스토리도 자신이 몰입할 수 있어야 할 겁니다.

그런 게 솔직히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 당장 수십 대 수십이 싸우는 전장만 해도 랙 현상은 물론 처리를 위해 이펙트를 뭉개야 하는 현실이 있으니까요. 이미 RvR을 표방한 MMORPG들은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대부분 사장된 이시점입니다. RvR, 대규모 콘텐츠는 사람이 없으면 제대로 운용 자체가 불가능하니까요. 개인적으로는 굳이 사람들이 있어야만 가능한 미션이 아니라, 사람이 없어도 할 수 있으면서 로망을 채울 수 있는 콘텐츠로 승부를 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툼 킹의 대표적인 군주, 나가쉬

바로 시나리오입니다. 워해머는 특유의 전장과 핵심적인 시나리오가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뱀파이어 카운트는 세 차례에 걸친 대전쟁이 있으며 브레토니아의 건국 스토리나 아라비 십자군 원정 등의 전쟁. 아까 엘프, 엘프, 엘프 한 이유는 엘프 세력이 셋으로 나눠져서입니다. 해적도 있고 우리가 아는 그 숲속의 레인저도 있고, 고유의 사회를 구성하며 발전한 엘프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엘프는 유독 내전이 많군요. 이거만 이야기로 다뤄도 게임 하나 분량이 나오고 남을 거 같네요.

이런 '다루기 좋은 전쟁'들과 이야기들이 넘쳐나는 세계관이 있죠. 이런 사건에서 주요 인물들이 되어 사건을 직접 목격하고 풀어나가는 게임이 오히려 워해머에 더 맞지 않을까요? 어찌 보면 토탈워: 워해머처럼 전략 게임이 더 맞는 느낌일 수도 있겠죠. 아무튼 워해머는 그동안 쌓아올린 세계관이 너무나 견고하여 '로망'을 충족시켜줘야 한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워해머는 저도 아직 섭렵했다고 할 정도로 깊게 탐구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세계관 자체는 너무 매력적이고, 단순하지만 강렬합니다. 복잡한 내막을 가진 종족들도 있고 선과 악이 모호하면서 중립적인 존재들도 있죠. 이들이 펼치는 이야기 자체가 너무 강렬하고 매력적인 '판타지 세계'가 워해머가 아닐까 합니다.

비록 MMORPG는 한차례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제는 MMORPG도 점점 더 진화하면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아니, 게임은 끝없이 발전하고 있다는 표현이 옳겠죠. 언젠가 '워해머'의 매력과 뽕 맞을 아쉽지 않게 담을 수 있는 MMORPG에서 전쟁을 한 번 경험해볼 그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제대로 '워해머'의 전쟁을 경험할 MMORPG가 나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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