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국어 지원으로 더욱 빛난 '아우터 월드'

리뷰 | 김규만 기자 | 댓글: 26개 |

지난해 '더 게임 어워드 2018'에서 처음 발표된 이후, 클래식 RPG의 명가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의 신작 '아우터 월드'가 약 11개월만에 정식 출시됐습니다.

지난 11개월동안 '아우터 월드'는 각종 게임쇼에 참가해 실제 게임플레이 영상이나 시연 기회를 제공하며 팬들의 기대를 한층 높였습니다. 그 유명한 RPG 시리즈인 '폴아웃'을 만든 원조 개발자가 참여하고, 지금까지도 팬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폴아웃: 뉴 베가스'를 만든 옵시디언이 만드는 FPS+RPG라고 하니 많은 기대를 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게임이 한창 개발되고 있었던 올 초,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의 개발자들은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우터 월드'를 자신들이 사랑하는 '클래식 RPG'의 요소를 고스란히 담은 게임으로 만들고 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본 경험으로는 개발지들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클래식 RPG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만 해도, 게임에서 마주하는 텍스트의 양이 상당해 한국어 패치가 등장하기 전까지 언어의 압박이 매우 심한 게임 중 하나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듣고 적당한 선택지를 골라가며 자신의 캐릭터의 성격을 만들어 나가는 장르인 만큼,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게임을 즐기는 데 따라오는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죠.

겉으로는 FPS처럼 보이지만, '아우터 월드' 또한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의 DNA가 들어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덕분에 공식 한국어를 지원한다는 점이 그렇게 예쁘게 보이지 않을 수 없었고요.


우주의 변방, 할사이온에 어서 오세요!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새로운 우주 세계관



▲ 처음부터 못 보던 캐릭터가 반겨주는 새로운 세상 '할사이온'

'아우터 월드'의 특징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 신규 IP라는 점입니다. 예전에야 게임 속에서 새로운 세계관을 접할 수 있는 일이 많았지만, 요즘처럼 플랫폼과 장르를 막론하고 기존 게임의 후속작 또는 리마스터, 심지어 리메이크 작품까지 범람하는 시대에는 나름의 의미를 갖습니다.

'아우터 월드'는 지구로부터 한참 떨어진 은하계 변방의 식민지 행성계, 할사이온(또는 할시온)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구와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생태계의 모습도 아주 다르죠. 우리가 아는 것보다 좀 더 붉은 빛을 띄는 땅, 보랏빛을 띄는 하늘, 고개를 들면 언제나 볼 수 있는 다른 행성의 모습 등 지구와는 다른 풍경을 연출하고자 하는 노력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풍경에 비해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그렇게 달라지지 않았더라고요. 할사이온도 마찬가지로 여러 거대 기업들이 행성계 전체를 장악하고 있고, 작고 힘 없는 사람들은 기업으로부터 주어진 일과를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죠. 또, 우주 도적과 같은 범죄자들이 우글거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 주인공을 동면에서 깨우는 지명 수배자, 피니어스 웰스

세계관에 대한 설명과는 반대로, 게임은 주인공이 어쩌다 이런 은하계 변방까지 오게 되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아주 제한적인 정보만 전달합니다. 그저 오랫동안 버려진 우주선 희망(HOPE)호에서 약 70년 동안 동면상태였다는 것 말이죠. 플레이어나 주인공이나 할사이온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전무한 상태이기 때문에 튜토리얼 이후 첫 발을 내딛는 것부터 모험의 냄새를 맡을 수 있습니다. 이런 점 또한 완전히 새로운 IP인 '아우터 월드'가 가진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동면에서 깨어난 이후부터 주인공의 모든 행동은 거의 대부분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릅니다.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의 전작들이나 고전 RPG에서 많이 엿볼 수 있는 부분이죠. 튜토리얼에 가까운 첫 번째 주요 임무에서조차 '아우터 월드'는 꽤나 의미심장한 선택을 주인공, 아니 플레이어에게 강요합니다.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플레이어의 몫이고, 그 결정에 대한 결과 또한 플레이어가 지고 가야 합니다.



▲ 이후 모든 여정은 온전히 플레이어의 몫입니다


낯선 곳에서 느껴지는 의외의 편안함
"'폴아웃: 뉴 베가스' 해보셨으면, 기본 조작은 거의 그대로입니다"



▲ 일단 대화창부터 매우 비슷한 느낌의 두 게임

할사이온이라는 이름의 은하계 변방, 기존 플레이어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배경으로 함에도 불구하고, '아우터 월드'를 처음 시작하면 왜인지 모르는 편안함이 느껴집니다. 아마 베데스다 소프트웍스가 다시 개발하기 시작했던 3편 이후 '폴아웃' 시리즈를 한 번이라도 플레이한 적이 있다면 어떤 기분인지 곧바로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정확하게는 옵시디언에서 개발을 맡았던 '폴아웃: 뉴베가스'(이하 뉴 베가스)와의 유사성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폴아웃: 뉴베가스'는 전작인 '폴아웃3'보다 많은 부분에서 개선을 꾀했으며, 전통적인 RPG 팬들에게 상당한 호평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른 카르마 수치나 각 진영에 대한 명성 시스템, 다양하고 깊이 있는 대화 선택지 모두 팬들이 '뉴 베가스'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들이고, 이 모든 것들은 '아우터 월드'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죠.



▲ 타격감은 좀 더 살아났습니다, 얍!

컨트롤도 마찬가지입니다. 점프 버튼을 두 번 누르면 공중 대쉬를 하는 등 소소하게 추가된 부분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뉴 베가스'의 그것과 매우 흡사합니다. 폴아웃 시리즈 전통의 VATS는 그대로 가져올 수 없기 때문에 일정 시간 동안 시간을 느리게 흐르는 것 처럼 만드는 시스템을 바뀌었는데, 기본적인 쓰임새는 VATS와 매우 유사하죠.

그밖에 자신이 받은 퀘스트 장소를 표시해주는 HUD나 죽은 적들에게서 각종 아이템을 습득하는 방식, 앉으면 자동으로 은신 상태에 들어가는 것까지 아주 소소한 부분에서도 정말 '내 집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처음 플레이 영상이 공개됐을 때 일부 게이머들이 아우터 월드를 일컬어 '공상과학 스킨을 뒤집어 씌운 뉴 베가스'라고 부르고는 했는데, 그 말도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 셈입니다.


크기는 줄이고, 깊이는 더하고
오픈월드는 아니지만, 구석구석 찾아볼 수는 있어요




물론, 익숙한 부분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가지 새로운 시스템도 추가됐고, 기존 시스템에서 좀 더 편의성을 강화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맵의 사이즈와 밀도입니다.

아우터 월드는 위에서도 계속 언급했던 '뉴 베가스'처럼 오픈 월드 형태의 RPG라고 부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걸어서 탐험할 수 있는 지역을 상당히 많이 제공하기는 하지만, 전체 맵 크기 자체가 그렇게 큰 편은 아니거든요. 기본적으로 플레이어는 튜토리얼 격 스토리 임무를 통해 자신만의 우주선을 소유하게 되는데, 이후에는 이 우주선을 통해 여러 행성을 넘나들며 모험을 계속해 나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여러 행성은 말하자면 작은 규모를 가진 맵의 모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맵은 주로 버려진 곳을 포함해 크고 작은 마을 몇 개가 존재하고, '테라2'와 같은 주요 행성들은 우주선에서 각 지역을 선택해 이동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플레이어가 로딩 없이 한 번에 탐험할 수 있는 공간은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우터 월드'는 이러한 맵의 규모에 대한 문제를 공간 내 콘텐츠의 밀도를 탄탄하게 하는 식으로 보완했습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이동할 때 걸리는 시간은 줄고, 놀거리는 더 많아졌다는 것이죠. 오픈 월드 게임 애호가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보다는 이 편이 더욱 즐겁게 다가왔습니다.



▲ 스탯, 특성, 집단과의 관계 등 클래식 RPG 요소는 모두 찾을 수 있습니다

주인공을 성장시키는 뼈대는 클래식 RPG와 상당히 유사하지만, 몇 가지 요소를 추가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도록 보완했습니다. 플레이어는 주인공의 레벨을 올릴 때마다 포인트를 소비해 특정 능력치를 올릴 수 있고, 각 능력치는 일정 수치를 넘을 때마다 특별한 패시브 능력을 주인공에게 제공합니다. 또한 레벨업 중간중간 스탯 외 특성을 찍을 수도 있는데, 이는 폴아웃 시리즈의 퍽(Perk)과 유사한 능력들을 선보이는 편입니다.

이처럼 캐릭터 자체를 성장시키는 것은 포인트를 스탯에 투자하는 것이 주된 요소이고,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이끌어나갈 수 있습니다. 주먹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그에 맞는 능력치에 포인트를 배분할 수 있고, 대화로 풀어나가고 싶다면 설득 능력을 강화하면 되죠. 여느 클래식 RPG와 다르지 않습니다.

캐릭터 뿐 아니라 무기 또한 강화할 수 있습니다. 아우터 월드의 세계를 탐험하는 도중에는 여러 가지 총기와 해당 총기에 장착할 수 있는 부품을 획득할 수 있는데, 일반적인 총기라도 부품을 장착하게 되면 능력치에 변화가 생기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단순하게 총에 조준경을 부착하는 형태에서부터, 총탄에 전기 대미지를 추가하는 것까지 폭넓은 부품이 존재하죠.

그렇다고 무기를 개조하는 것이 여느 아이템 파밍류 게임처럼 복잡한 것은 아닙니다. '아우터 월드'에도 프리스틴 무기라는 고품질 등급의 무기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일반, 매직 레어 등 희귀도 구분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마음에 드는 무기를 고르고, 재밌어 보이는 부품을 장착하기만 하는 총기 개조 시스템은 배우기 쉬우면서도 게임에 색다른 경험을 부여하는 듯했습니다.


인싸도, 아싸도 될 수 있다
"동료들과 끈끈한 우정을 쌓아보세요, 싫으면 말고"



▲ 동료는 두 명까지 데리고 다닐 수 있어 의외로 든든합니다

또 한 가지,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가 지난 12월 게임을 발표했을 때 팬들이 기대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와 같은 비선형적 내러티브일 것입니다. 정식 출시를 통해 만나본 '아우터 월드'는 이 부분에서도 나름 선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덤으로 동료 캐릭터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들의 다양한 성격을 부각시키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플레이어는 모험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만나게 되고, 그 중 일부는 함선의 승무원으로서 영입을 할 수도 있습니다. 영입된 동료는 우주선에서 내리기 전에 최대 두 명까지 데리고 다닐 수 있으며, 이들도 마찬가지로 성장할 때마다 도움이 되는 특성을 부여해 줄 수 있죠.

이들 동료들은 주인공이 희망 호의 냉동 포드에 70여 년 간 잠들어 있는 사이에 할사이온에서 태어나, 각자 다른 공간에서 저마다의 경험을 하며 자라온 이들입니다. 자라온 환경도, 이루고자 하는 목표도 다른 만큼 때때로 주인공은 동료와 갈등을 빚는 일도 생기게 되고요.



▲선택지를 통해 동료들과 생각보다 깊이 있는 유대를 만들어나갈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결정은 플레이어의 몫입니다. 함선 안에서 고민 상담을 요청하는 동료를 매몰차게 대화할 수도 있고, 또는 그들이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팔을 걷어붙이고 도와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너무 심하게 대하거나 그들의 생각과 반대되는 행동을 많이 할 경우에는 동료가 떠나버릴 수도 있으니 주의할 필요는 있었습니다.

한 회차에 모든 동료들의 꿈을 이루어주기는 꽤나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우터 월드'가 생각만큼 규모가 방대한 게임은 아니기 때문인데, 이러한 부분들은 여러 회차를 진행하면서 해결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 "허튼 짓 하면 바로 절교라구!(찡긋)"


이 모든 특징이 다 빛난 이유, '공식 한국어'
이 텍스트를 다 영어로 봤다고 생각만 해도...



▲ 가끔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인 번역은 수준급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아우터 월드'의 모든 특징들은 공식 한국어화를 통해 비로소 빛을 발하게 됐습니다. 비록 게임의 양적인 규모는 여느 AAA게임보다 적을지도 모르지만,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여러 등장인물들과 나누게 되는 대화나 동료와의 상호작용, 중간중간 등장하는 텍스트의 질은 결코 뒤지지 않기 때문이죠. 우리가 흔히 부르는 '양키 센스' 스타일의 유머 코드도 군데군데 녹아들어 있고요.

비교적 많은 대사를 읽어야 하는 게임의 특성 상, 한국어의 지원 여부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읽는 순간 이해되는 정도의 영어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 이상 텍스트를 읽다 보면 쉽게 피로해지고, 그만큼 게임에 몰입하는데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죠. 이렇게 리뷰를 작성할 수 있었던 것도 어찌 보면 한국어화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렇게 언어 장벽이 허물어짐과 함께, 은하 저편으로 떠나는 모험을 방해할 것은 몇 개 남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SF 장르가 취향에 맞는지, 또는 클래식 RPG가 취향에 맞는지 같은 취향 문제가 가장 크겠죠. 참,'아우터 월드'는 뉴 베가스와 다르게 3인칭 시점의 플레이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일인칭 시점 게임을 즐길 때 멀미를 하는 사람이라면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모든 사항을 따져봐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면, '아우터 월드'를 통해 분명 새로운 세계관이 선사하는 신선함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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