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배틀필드5, '이오지마'로 오라는 편지

리뷰 | 정재훈 기자 | 댓글: 43개 |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밀리터리 FPS 타이틀간의 대결은 근 20년째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메달 오브 아너' 프랜차이즈가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난 후에도, '배틀필드'와 '콜오브듀티' 시리즈는 여전히 년 단위로 롱 펀치를 날리며 경쟁을 이어오고 있죠. 비교적 최근의 대결만을 논하면, 배틀필드와 콜오브듀티는 한 번씩 유효타를 주고받았습니다. '배틀필드1'은 매우 강력한 일격이었지만, 다음 작품인 '배틀필드5'에서는 힘이 많이 빠진 모습이었죠.

그리고 '콜오브듀티'가 과거의 명작 '모던 워페어'를 리메이크하면서 다시 날려온 펀치에 배틀필드 시리즈는 새로운 업데이트로 맞서고 있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전쟁, 보이지 않은 전투에 집중하던 기존 디자인에서 과감히 탈피해, 배틀필드 시리즈의 전성기를 만들었던 메이저 전장을 다시 여는 업데이트. 바로 'War in the Pacific(태평양 전쟁)'입니다.

태평양 전장은 2차 세계대전의 주요 전장 중 하나로, TV 드라마인 '더 퍼시픽'이나 영화 '아버지의 깃발', '헥소 고지',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등으로 여러번 미디어에 모습을 비춘 전장입니다. 서부전선같은 드라마틱함이나 동부전선의 압도적인 규모와는 다소 다르지만, 정글과 바다가 어우러진 무대에서 벌어지는 처절한 전투라는 점에서 가장 끔찍했던 전장으로 여겨지기도 하죠.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아직 완전한 버전은 아니었지만, 패치노트만 무려 15페이지에 이른다고 하니 말이죠. 10월의 셋째 주, 모스크바 경유 항공편을 통해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배틀필드 시리즈의 요람, 'EA DICE' 본사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배틀필드5'의 다음 전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 18시간 만에 도착한 그곳...


이오지마로 오라는 편지
새로운 열강 세력, '일본군'

먼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추가 콘텐츠'를 봅시다. 당연하게도,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새로 생긴 세력인 '일본군'입니다. 많은 미디어에서 태평양의 일본군은 꽤 비참한 모습으로 그려졌지만, 배틀필드5에서는 그래도 게임적 허용 덕분에 미 해병대와 5:5 교환비를 보일 정도의 위력을 보입니다. 일본군이라고는 해도 개인화기 제한은 따로 없기 때문에 후기의 서부전선에서나 볼 수 있었던 StG44나 적국의 핵심장비인 '톰슨' 기관단총을 들고 뛰어다니는 일본군이 꽤 흔합니다.

이렇듯 스킨만 다른 신세력이 될 뻔한 것을 EA DICE는 두 가지 방법으로 살려냈습니다. 먼저, 일본어 더빙입니다. 영어 기반 게임에서 아나운서 메시지까지 일어로 해버리면 알아들을수가 없으니 아나운서 멘트는 일어 악센트가 강하게 들어간 영어로 처리되었습니다만, 그외 게임 내 다양한 멘트들은 일어로 그대로 출력됩니다. 다운되었을때 처절하게 외치는 '다스케테!'는 성우가 얼마나 열일했는지를 확실히 보여줍니다.



▲ 주사맞는 연기도 일품입니다.

또다른 하나는 배틀필드1에서 등장했던 강력한 '특수 화기'의 등장입니다. '배틀필드1'에서 EA DICE는 전장에 변수를 주기 위해 다양한 정예 병과를 만들었습니다. 필드에 드물게 생성되는 키트를 습득해야만 플레이할 수 있었는데, 화염방사기, 대전차소총, 쇠빳다(?) 등을 쥐고 나와 적 일반병을 쓸어버리는 강력한 병종이었죠.

태평양에서는 2종의 특수화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하나는 태평양 전장의 아이콘이라 할 만한 '화염방사기'이며, 두 번째는 다소 어색하지만, 더럽게 강력한 '일본도'입니다. 화염방사기야 예전도 봤으니 '일본도'를 봅시다. 이 일본도는 특정 일본군 벙커에서 탈것과 같은 주기로 리스폰되는데, 습득에 제한은 없습니다. 즉, 미군도 쓸 수 있습니다.




▲ 으아아아아

굉장히 빠른 속도로 근접 공격을 퍼붓는데, 닿으면 죽습니다. 적이 쓰는 모습을 보면 '배틀프론트'의 제다이를 보는 것 같고, 실제로 써보면 무지막지하게 강합니다. 이상하게도, 일본도를 들면 적이 저를 잘 못 보는 것 같다는 착각마저 듭니다. 물론 고증상 실제로 냉병기를 빼들고 무쌍을 펼치는 일은 '잭 처칠' 같은 특이사례를 빼고는 없을 테니 그냥 게임적 허용으로 넘어가 줍시다.


'태평양'의 장비들
수륙양용전차, 해병대 전투기, 일본도까지

반면, 전쟁장비만큼은 태평양의 느낌을 그대로 살렸습니다. 다른 미디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일본의 수륙양용전차 '카미'라던가, 전차계의 아이돌인 '치하'를 실제로 볼 수 있죠. 물론, 게임상에서는 실제 역사와는 다소 다르게 치하 전차가 셔먼을 상대로 1:1을 해내는 성능으로 나옵니다. 실제 역사대로 등장했다면 고증이야 맞았겠지만 밸런스가 완전히 망가졌을 테니 어쩔수 없죠.

미군의 장비도 태평양 전장의 역사적 사실에 맞게 등장합니다. 정글의 황태자였던 스튜어트 경전차는 빠졌지만, 경전차 포지션과 보병 수송차 역할을 동시에 맡은 수륙양용전차가 등장하며, 태평양 전선의 핵심 전차인 '셔먼'도 등장하죠. 다연장 로켓포 사양인 '셔먼 칼리오페'도 모습을 비춥니다. 일본군 입장에서 셔먼과 눈이 마주치면 실제로 70년 전에 어떤 기분이었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 앗... 왜 저를 보시는지...

항공기도 고증상 맞는 전투기들이 등장합니다. 일본군의 상징적인 전투기인 '0식 전투기(통칭 제로센)'와 미 해병 항공대의 'F4U 커세어'가 등장하는데, 실제로 역사속에서 어마어마한 자취를 남긴 항공기들입니다. 물론, 실제 역사의 성능과는 다소 다르게 조정되어 양측 항공기의 성능이 별 차이가 없게 구현되어 있습니다. 게임적 허용이죠.



▲ 굽은 주익이 인상깊은 F4U 커세어

개인화기도 일본군의 제식 무장과 태평양 전장에서의 미군 장비들이 한번에 추가되면서 꽤 많은 수(11종)가 추가되었습니다. 상징적인 무기로는 '아리사카' 소총과 'M1 개런드', '100식 기관단총'과 'M2 브라우닝 기관총'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브라우닝의 경우 실제 군복무중에 운용해봤던 제 경험상 절대 개인화기가 아닙니다만 일단 그렇게 나왔습니다. 혼자 들고 쏩니다. 전원이 존 바실론이죠. 대전차죽창술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자돌폭뢰'도 등장합니다.



▲ 서부전선 무기를 든 일본군도 간혹 보이긴 합니다.


목표는 '복합 전장'
지상, 공중, 해상의 주도권을 잡아라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역시 '태평양'이라는 전장 그 자체입니다. 그간 배틀필드5는 철저히 마이너한 전장을 만들어 왔습니다. 2차 대전에 조예가 깊은 이들이 아닌, 그저 대중적인 미디어로 이를 인지하고있는 게이머들에게는 '이건 대체 무슨 전투지?'라고 고개를 갸웃할만한 곳들이었죠. 오마하 해변의 상륙작전이나 벌지 전투, 스탈린그라드 등 대규모 접전이 일어났던 전장을 생각하던 게이머들은 이에 퍽 실망했고, 이는 배틀필드5가 썩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은 주 원인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태평양은 상기했듯,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전장입니다. 그리고 이번 챕터에서, EA DICE는 거의 완벽에 가깝게 태평양 전장을 만들어냈습니다. 먼저, 태평양에서 가장 끔찍하면서 격렬한 전장이었던 이오지마를 봅시다. 역사속의 '이오지마' 섬은 일본 본토와 가까운 작은 화산섬으로, 전투 자체는 미군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지만, 오히려 인명 피해는 일본군보다 미군이 더 컸습니다. 그만큼 처절한 전투가 치러졌던 섬이죠.



▲ 팬들이 원하던 바로 그 감성

게임상에서도 이런 전투 양상은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전통의 '컨퀘스트'와 함께 인기있는 모드인 '브레이크스루' 모드의 경우 상륙하는 미군을 일본군이 막아서는 형태로 짜여져 있습니다. 최초 해안에서 시작한 전투는 점점 능선을 따라 올라가고, 촘촘한 터널로 이뤄진 산지를 지나 화산섬 꼭대기의 최후 진지에 이르기까지 이어지죠.

이오지마 전장이 꽤 특별한 이유는, 전장의 단계에 따라 각각 네 가지 다른 전투 양상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최초 전투는 바다에서 몰려드는 미군과 벙커 속 일본군 간의 상륙전 양상을 보입니다. 이후 첫 번째 거점이 함락되면 비교적 평탄한 지형에서 벌어지는 회전이 이어지고, 이후 산기슭에 이르면 복잡한 지하 터널과 산지를 낀 근접전이 이뤄집니다. 이어 항공기와 포격이 빛을 발하는 고지전으로 마무리되죠. 실제로 전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바로 하단에 게시한 영상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오지마를 포함해 이번 챕터에는 최소 4종의 전장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여러 섬이 각각의 거점으로 이뤄진 '퍼시픽 스톰', 과거 인기를 누렸던 전통의 말발굽형 전장인 '웨이크 아일랜드(아직 완성되지 않아 본사 요청에 따라 영상 공개는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공개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제가 시연 PC에서 맵 리스트를 뒤지다가 발견한 '솔로몬 제도'가 있죠. 추측이지만, 솔로몬 제도의 경우 '과달카날 전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양측 모두 처참한 상태에서 시작한 전투이니만큼, 이오지마와는 또 다른 의미로 처절한 전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메이저 전장' 내세운 배틀필드5
'빅 업데이트', 앞으로도 이어질까?

이번 챕터의 특징은, 그간 배틀필드 시리즈가 내내 추구했던 '복합 전장'의 모습을 잘 구현해냈다는 점입니다. 이오지마는 해상전 파트가 거의 없지만 지상전의 패러다임에 변화를 주어 이를 만들어냈고, 퍼시픽 스톰은 전장 자체가 혼돈탕이 따로 없습니다. '웨이크 아일랜드'는 말발굽 모양새인만큼 길쭉한 지상 협로 외에도 수상 이동수단을 통한 침투가 잦은데, 이에 따라 육상에서의 주도권과 제해권을 동시에 다퉈야 하는 전투 양상이 만들어지죠.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대단위 슈팅 게임인만큼, 배틀필드 시리즈는 늘 전장 내에서 다양한 양상의 전투가 동시에 일어나게끔 설계되어 왔습니다. 다만 몇몇 맵들은 이와 같은 의도가 잘 통하지 않아 고지를 낀 저격전만이 일어난다거나, 좁은 시가지에 50명이 넘는 인원이 모여 백병전을 펼치는 구도도 간혹 보였습니다만, 태평양 전장의 경우 전장 내에서 인원 분산과 다양한 전투 양상 연출을 모두 보여주었죠. 꽤 고무적인 맵 디자인이라 볼 수 있습니다.



▲ '아버지의 깃발'에 등장하는 바로 그 고지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상깊은 점은, 이제야 '배틀필드5'가 우리가 알던 그 2차 세계대전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함께 스웨덴으로 향한 인플루언서 분들과 해외 기자들도 그 부분을 가장 가치있게 꼽았죠. 물론, 실제 세상에서 '전장'이라는 단어는 그리 즐거운 단어가 아니며, 도덕적 관점에서 전쟁은 지양해야 하는 행위가 맞습니다. 하지만 이왕 게임으로 만들어 엔터테인먼트 미디어로 소모하려면 잘 아는 전장일수록 즐겁지 않겠습니까?

이번 챕터를 통해 '배틀필드5'가 전작만큼의 위상을 보여줄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앞으로 서부 전선과 동부 전선, 나아가 아프리카 북부의 유명 전투들이 더 추가된다면, 확실히 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삼은 미디어 중에서도 으뜸에 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잠재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 어차피 팬들이 원하는건 이 개판5분전의 전장입니다. 다만, 아는 곳이면 더 좋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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