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로그] 블리즈컨까지 이제 12시간... 디아블로4 가져왔니?

포토뉴스 | 정재훈,윤홍만 기자 | 댓글: 61개 |




1년 만에 말하는거지만 작년에 이 기사를 쓸 때 조금은 취해 있었다. 여러가지 이유였을 테다. 작년 내내 퍼져나온 각종 루머들이 디아블로 신작을 가리켰고, 여기에 '무조건이야! 질러도 돼!'라고 말하는 편집장님이 있었다. 그렇게 기자로서 처음으로 성지를 만들었다. 사실 그때나 지금이나, 기사 자체는 그냥 웃고 넘어갈 만한 해프닝이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블리즈컨 자체의 흥행 실패는 딱히 웃을 만한 일이 아니었다. 내가 성지를 만들었던 1년 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블리자드는 수없이 두들겨 맞았다. 신작도 없었으며, 불편한 정치적 이슈도 불거졌다. 심지어 1년 전에 이 모든 상황을 만든 '디아블로 임모탈'은 사전예약까지 걸어두고도 1년 간 아무 소식이 없었다. 적어도 여론을 알아챘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지만 그뿐, 블리자드에게 지난 1년은 퍽 쉽지 않은 한 해였을 거다.

그리고, 블리즈컨 2019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나도 블리자드의 눈앞으로 다가갔다. 어떤 게임이 출전할지 하나도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작년의 여파만으로 '역대급'이 되어버린 이번 블리즈컨을 직접 눈으로 담기 위해 나섰다. 할로윈을 맞아 분장을 한 채 디즈니랜드로 향하는 아이들의 물결을 거슬러오르자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가 눈에 들어온다. 결전의 순간까지 하루 남은 상황. '블리즈컨 2019' 현장은 어떤 분위기일까?





그래도 축제는 축제다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다 보면 주변에서 잡담을 나누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의외로 게임쇼 현장에서 이 주변의 말소리들은 꽤 일관되게 들려온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만큼 온갖 소리가 다 들려오지만, 적어도 이들이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가끔은 진짜 괜찮은 부스나 코너들을 찾는 힌트가 될 때도 있다.

올해 분위기는 다른 년도에 비해 다소 가라앉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가라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오픈 전부터 어마어마하게 몰린 사람들을 보고 다소 놀랐는데, 이들이 나누는 말들을 듣다 보니 대충 이해가 된다. 오늘 하루, 익스큐즈미와 쏘리를 빼고 가장 많이 들은 영어가 'NO WAY(말도 안돼)'. 뭐가 말도 안되나 하고 자세히 들어보면 다들 이번에 어떤 작품이 메인이 될지, 또 작년처럼 죽을 쑤는 건 아닌지 시나리오를 세워가며 떠드는 중이다. 그러다 한 쪽이 도무지 말도 안 되는 이야길 하면 저 반응이 나온다. 오늘 하루만 다섯 번 넘게 이런 대화를 들었다.

기대에도 방향이 있다면, 올해는 다른 년도와 조금 다른 방향의 기대가 쌓이는 모양이다. 원래대로라면 어떤 게임이 등장할지, 또 어떤 어마무시한 영상이 공개될지에 대한 기대라면, 올해는 과연 블리자드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대한 다소 복합적이면서도 거시적인 기대다. 앉아서 음료수를 마시는 미국인 참관객들에게 슬쩍 물어봤다.

"올해 제일 기대되는게 뭐예요?"

"뭔지는 몰라도 뭐가 됐든 대단한걸 가져오지 않았겠어요?"

대답이 딱 지금 모두가 품은 그 마음이다. 블리즈컨 2019가 반등의 시작이 될지, 누운 관짝에 덮는 관뚜껑이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긍부정을 떠나, 이번 블리즈컨이 '길이 남을' 행사가 되리란 건 모두가 공감하는듯 했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그랬다. 어쨌거나,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인 걸 보면 축제는 확실히 축제다.



▲ 호텔에 오자마자 트라우마를 자극한다




▲ 이쯤 오니까 딱 '아... 블리즈컨이 맞긴 맞구나' 싶었다




▲ 현장 참관객 모두(기자 빼고...)가 받게 되는 구디박스.




▲ 하루 전에도 스토어는 열려 있다.




▲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블리자드만의 강점, 여전한 IP 파워


블리자드가 아무리 안팎으로 말이 많지만, 적어도 하나만큼은 세계 정상급이라기에 모자람이 없다. IP의 파워. 게임업계에서 블리자드의 IP가 가지는 힘은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 혼자 천상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블리자드 캐릭터를 배낀 온갖 유사 캐릭터가 판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잘 하면 편승할 수 있으니까.

고된 1년이었지만, 그럼에도 이 IP 파워만은 여전하다. 지금의 블리자드가 예전같지 않다고 느낄 수는 있지만, 블리자드의 게임으로 쌓은 예전의 추억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주 행사장은 열리지 않았지만, 컨벤션 센터 곳곳에 익숙한 캐릭터들과 상품들이 보인다. 하루 먼저 문을 연 굿즈 스토어는 그야말로 인산인해. 첫 날부터 참 많이도 사는구나 싶어서 뭘 사러 왔냐고 물어보니, 사러 온 게 아니라 이미 주문한 상품을 받으러 온 거라고 답한다.

하수상한 시절이 이어지면서 블리자드에 보내던 우호적 시선은 중립적 단계로 내려갔지만, 그래도 한 때 '블빠'였던 기자의 눈에도 꽤 익숙한 모습들이 담겼다.



▲ 머키의 뽀글뽀글 IPA 정도 될까? 궁금했는데 줄이 은근 길다.




▲ 굿즈 스토어의 줄은 이른 아침임에도 대놓고 길다.




▲ 스톰윈드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윤홍만 기자(31세, 솔로)




▲ 지옥 마력이 담긴 츄로스에 도전한다.




▲ 윽, 입술 물들이고 다가오지 마




▲ 내친김에 여러 굿즈를 입혀보았다.




▲ 손패가 잘 잡힐듯한 가운도 있다.




▲ 현장 참관객들이 받는 구디박스엔 이 두 녀석 중 하나가 들어 있다.




▲ 원동기 면허로는 택도 없어 보인다.



D - 12H, 이번엔 디아블로4 가져왔겠지?


어쩌다 보니 행사장 모습을 먼저 담았지만, 사실 우리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그 옆 호텔이었다. 복잡한 로비를 거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지나고 나면 좁은 공간에 수없이 많은 인파와 블리자드 직원들이 모여 있다. 미디어 기자들이나 관련 업체들에서 온 참관객들이 패스를 수령하는 공간이다.

해외 지사에서 온 직원들은 비교적 여유로워 보였지만, 본사에서 파견된 것으로 보이는 직원들은 약간 굳어 보였다. 이번 블리즈컨을 위해 수없이 많은 시간을 준비했을 테다.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약간의 긴장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다시 시점을 돌려, 스토어를 둘러본 후 밖으로 나왔다. 한켠에선 스프레이 아트가 한창이고, 다른 쪽에는 폐막식에서 쓸 콘서트 무대가 준비되고 있다.

와서 직접 보면 좀 궁금함이 덜할까 했는데, 오히려 더 커져 버렸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기사를 쓰는 지금, 개막까지 12시간이 남았다. 전날의 풍경에서 어떤 게임이 등장할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하나는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참관객들이 그저 블리자드라면 뭘 해도 좋은 낙관주의자들이 아니라는 것. 이들 모두 이번 행사에서 블리자드가 '반전'을 보여줄 수 있을지 없을지를 함께 궁금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일 보자 블리즈컨, 디아블로4 빼먹지 말고 꼭 잘 챙겨 오길 바란다. 안 챙겨 오면 미워할 거다. 정말로...



▲ 패스 수령처는 인산인해




▲ 빨리 주세요.




▲ 빨리 주셨다.




▲ 윤홍만 기자가 꼭 찍어야 한다고 우겼던 구도




▲ e스포츠 관계자들과 선수들도 속속 모였다.




▲ '올해 우승팀이겠네...' 생각하다 스스로 흠칫했다.




▲ 예전 김정기 화백이 했던 그 역할인것 같다.




▲ 이 무대를 실제로 보니 꽤 감격스러웠다. 맨날 중계로만 봤는데...




▲ 잘 자 블리즈컨, 내일은 꼭 웃으면서 보자



11월 2일부터 11월 3일까지 미국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에서 블리즈컨 2019이 진행됩니다. 현지 및 한국에서 작은 정보 하나까지 놓침없이 전해드리겠습니다. ▶ 인벤 블리즈컨 2019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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