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게임 디자인은 사람의 행동을 바꾼다" 저니와 스카이가 소통을 담는 방법

게임뉴스 | 허재민,김수진 기자 | 댓글: 7개 |


[▲제노바 첸 댓게임컴퍼니 대표 ]

  • 주제: '저니'에서 '스카이'로: 사회적 연결을 추구하며 배우게 된 것들
  • 강연자 : 제노바 첸 - 댓게임컴퍼니 / CEO
  • 발표분야 : 키노트 / 게임 디자인
  • 강연시간 : 2019.11.14(목) 14:00 ~ 14:50


  • [강연 주제] 2012년 '저니'를 통해서 많은 게이머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댓게임컴퍼니는 최근 신작 ‘스카이’를 출시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기록했습니다. 사회적 연결을 소재로, 관계에 대한 보다 진지한 이야기와 철학을 전달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댓게임컴퍼니의 제노바 첸 대표는 강연에서 저니에서 스카이까지의 개발 과정을 살펴보고 플레이어의 행동과 도덕적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게임 디자인을 청중에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게임 속에서 다른 유저와 마주쳤다. 우리는 상대방을 긍정적으로 바라볼까, 부정적으로 기피할까. 게임 속에서 누군가를 만났을 때 그를 도와주고 보살필지, 아니면 죽이거나 약탈할지, 유저들의 행동은 게임 디자인에 따라서 달라진다. 게임에서 어떤 메시지를 담을 것인지는 개발자가 설계한 세밀한 디자인에 달려있다. 힐링의 메시지로 호평받은 댓게임컴퍼니의 '저니(Journey)'와 '스카이: 빛의 아이들(Sky: Children of the Light)'가 긍정적인 소통의 메시지를 담을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댓게임컴퍼니의 제노바 첸(Jenova Chen) 대표는 게임 속에 '외로움'이라는 감정에서 시작된 관계의 의미를 담고 싶다는 생각에서부터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성별이나 인종, 국적, 계급에 따라서 우리는 상대방과 말한마디 나눠보기도 전에 판단하고, 재단한다. 저니와 스카이는 이러한 선입견에서 벗어난 상태에서 상대방을 마주하고,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다룬다.

    '저니'와 '스카이' 속에서 이러한 깊은 관계의 이야기를 담고자 댓게임컴퍼니가 설계한 디자인은 어떻게 구성됐을까.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IGC X G-CON에서 댓게임컴퍼니의 제노바 첸 대표의 강연에서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 "게임이 다루는 '감정'의 종류를 다양하게 만들고 싶다"
    - 댓게임컴퍼니가 누구나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게임들을 만드는 이유

    “나는 게임을 좋아했고,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존중하고 좋아하길 바랐다. 그래서 댓게임컴퍼니를 만들었다.”

    제노바 첸 대표의 댓게임컴퍼니는 게이머로 한정된 사람들이 플레이하는 게임이 아닌, 더 많은 사람들이 사랑할 수 있는 게임, 그리고 예술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설립됐다. 다른 게임사에서는 개발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니었기 때문에 독립적인 스튜디오를 설립해 게임을 개발해오고 있고, 더 많은 예술적 게임을 시장에 선보이기 위해 퍼블리싱 회사인 안나푸르나 인터랙티브의 공동창립자로 함께 하기도 했다.



    ▲안나푸르나 인터랙티브는 에디스 핀치의 유산, 고로고아, 플로렌스 등 다양한 게임을 퍼블리싱하고 있다.

    게임은 경험을 다루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다. 사람마다 먹을 것에 대한 기호가 다르듯, 경험에 대한 기호도 다르다. 어떤 책을 읽거나 롤러코스터를 탈 때, 사람들은 자신의 기호에 따라서 고른다. 제노바 첸 대표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을 이어갔다.

    영화는 게임보다 성숙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다. 그만큼 여러 가지 장르가 폭넓게 형성되어있으며, 여름에는 액션을 중심으로 한 블록버스터가 주로 출시되고, 크리스마스에는 온 가족을 위한 코미디와 드라마가 개봉된다. 영화에 비해 게임은 다루는 감정의 폭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다. 게임 산업의 첫 30년은 거의 액션과 어드벤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게임 속에서 자유롭게 모험하고, 영웅이 되는 과정이 주로 다뤄졌다.

    이후 공포나 스릴러를 다룬 게임이 많이 등장했으며, 최근 몇 년 동안은 코미디 게임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 하지만 게임 속 코미디 장르가 완전히 확립되었다고 말하기에는 애매한 수준이었다. 대부분 톰과 제리와 같은 간단한 유머코드로, ‘코미디’라는 장르가 의미하는 섬세한 유머까지는 다뤄지지 않았다.

    감정에는 여러 가지 ‘뉘앙스’가 들어가 있다. 제노바 첸 대표는 ‘복잡한 감정의 뉘앙스’를 담는 게임이 매우 적으며, 그 예로 로맨스 게임도 제대로 로맨스를 다루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어떠한 감정을 다루고 있는가는 게임플레이가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를 보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연애를 다룬 게임들은 정확히 말해 전략게임이다.”

    현재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감정들은 게임에 있어서 블루오션이 되기도 한다. 제노바 첸 대표는 최근 중국에서 출시 후 엄청난 성과를 보여준 로맨스 게임이나, 심즈 등을 예로 들었다. 젊은 남성 유저들은 관심이 없는 분야지만, 여성층이나 높은 연령층이 보여주는 다른 수요에 초점을 맞춰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감정도 변화하고 경험하고 싶어하는 분야도 변화하며, 관심사도 바뀌지만, 게임은 너무 제한적인 감정과 경험에 집중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어떤 기분인지에 따라서 보고 싶은 영화나 듣고 싶은 음악이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영화나 음악은 그 수요에 맞게 다양한 장르로 확장되어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게임은 너무 제한적인 엔터테인먼트다. 영화는 어떤 영화를 좋아하냐고 이야기하지만, 게임은 게임을 하느냐 마느냐로 질문하고, 사람들은 게임 개발자를 영화 감독이나 소설가처럼 바라보지 않는다.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사랑하게 만들 수 있을까. 제노바 첸 대표와 댓게임컴퍼니가 게임 개발을 시작했을 때 목표는 긍정적인 감정을 담은, 감정적으로 혁신적인 게임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지금까지의 게임 업계가 다뤄왔던 경쟁과 흥분, 즐거움도 좋지만, 편안하고 평화로운 즐거움을 담고, 그리고 지금까지 주요 게이머 층이었던 젊은 남성뿐만 아니라 남녀노소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을 위한 예술적인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그 결과로 만들어진 ‘플라워’나 ‘저니’는 게임산업에서도 많은 상을 받았다. 하지만 제노바 첸 대표는 가장 자랑스러웠던 성과는 댓게임컴퍼니의 게임들이 현대 미술로서 다뤄졌다는 점이었다고 설명했다. 미술관 갤러리에서 게임이 전시되기도 했으며,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도 제작됐다.

    “기존에 게임을 즐겨왔던 게이머는 아니었지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게임을 즐겼고,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다. 게임이 사람들로 하여금 감정을 느끼도록 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했다.”



    ▲게임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플레이할 수 있었던 '플라워'



    ▲예술로서도 다루어졌다.

    게이머가 아닌 사람들에게 게임을 시연해보라며 PS 컨트롤을 쥐여주면 많은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한다. 하지만 이것은 게임이 아니라, 예술이라고 게이머가 아닌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체험하는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제노바 첸 대표는 직접 게임을 전시하면서 느꼈던 경험에 대해서 ‘슬펐다’고 표현했다. 사회에서 사람들이 게임에 대해서 느끼는 바가 게이머와는 조금 달랐고, 그만큼 제한이 많았다는 것이다.

    댓게임컴퍼니의 목표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임’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게임을 단순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게임을 즐겨오지 않은 사람들도, 게임에 대한 경험이 없더라도 즐기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플라워’는 단순히 꽃잎을 날리며 이동하면 되는 게임이었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쉽게 즐길 수 있었다. 플라워를 즐긴 다운 증후군을 앓고 있는 한 소년은 대부분의 게임을 플레이할 수 없었지만, 플라워는 플레이할 수 있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감사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저니는 여기서 더 나아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경험과 강한 유대감을 담은 게임으로 개발됐다. 그리고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감사의 편지를 보내왔다. 다리를 잃고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저니’를 통해 희망을 얻은 소녀의 이야기도 있었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함께 플레이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다시 플레이하면서 치유받았다는 사연도 있었다.



    ▲강한 유대감을 다룬 '저니'

    이러한 편지를 받고 댓게임컴퍼니의 다음 목표가 생겼다. 저니는 콘솔로 출시된 게임이었고 즐길 수 있는 사람은 한정적이었다. 아내와, 아이와 함께 나누고 싶어하는 유저들의 요청이 많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플랫폼을 변경 및 확장하자는 것이 두 번째 목표로 ‘스카이’가 개발됐다.



    ■ 성별, 인종, 계급과 상관없이 동등하게 대우받은 세계, '저니'
    -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는 강력한 힘, '게임 디자인'




    스카이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제노바 첸 대표는 본인이 게임에 담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하여 설명했다. 게임과 예술은 예술가가 담고 싶은 메시지와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공통된다.

    “모든 예술가는 자신의 욕망, 표현하고 싶은 감정으로부터 시작된다. 내가 게임 속에 담고자 했던 감정은 '외로움'이었다.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하는.”

    제노바 첸 대표는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학업은 바빴고, 힘들었다. 심지어 아르바이트까지 해내야 했고, 누군가와 소통할 시간은 없었다. 제노바 첸 대표는 게임을 하면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을 거라는 마음에 WOW나 여러 가지 게임을 시작했다.

    “게임 속에서 가까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게임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대부분 용을 죽이거나 루팅을 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고, 함께 할 일이 끝나면 다들 뿔뿔이 흩어졌다. 심지어 나와 대화하던 사람도 내가 남자, 아시아인이라는 것을 알아채자 나가버리더라(웃음).”



    ▲목적을 이루면 뿔뿔이 사람들은 흩어졌고, 깊은 소통과 관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중국식 억양이 있는 영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며 함께 하기를 거부하기도 했다. 현실에서는 외모나 억양으로 많은 차별이 있어도 비디오 게임에서는 동등하게 대우받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던 것이다. 현실에서도, 게임에서도 아시아계 남자라고 분류됐다.

    저니와 스카이는 이렇게 외적인 요소로 분류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자 개발됐다. 한 치 앞도 쉽게 파악할 수 없는 장소에서 앞사람에게 의지해야 하는 상황. 누군가를 믿고, 그 사람이 자신을 돌봐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함께 나아가는 콘셉트. 그리고 자신도 누군가가 의지할 수 있는 존재로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그런 감정을 게임으로 담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저니를 개발할 때는 방대한 세계를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고, 마치 상대를 모르는 상태에서 만나는 소개팅 같은 게임으로 개발됐다.



    ▲저니를 개발하기 전 제노바 첸 대표가 그린 '관계'에 대한 그림



    ▲모르는 누군가에게 의지하면서 나아가는 '저니'

    게임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캐릭터다. 많은 게임 속 캐릭터는 손에 강력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칼이나 총, 힘과 같은 ‘파워 판타지’를 다룬다. 제노바 첸은 “게임의 타겟이 젊은 남자들이었고, 따라서 파워 판타지가 중심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힘을 가지고 누군가를 죽이거나, 함께 죽이는 과정이 주로 다뤄졌다. 하지만 이러한 게임에서 ‘함께’한다는 것은 정확히 소통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진정한 의미의 소통을 다루기 위해 제노바 첸 대표는 게임 속의 힘을 재분배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RPG에서 플레이어는 아주 강력해지고, 무언가를 얼마나 어떻게, 빠르게 죽일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세계에는 루팅해야할, 사냥해야 할 요소가 너무 많았고, 플레이어가 강력한 힘을 가진 상태에서는 다른 플레이어가 크게 눈에 들어오기 힘들었다.

    따라서 저니는 플레이어를 아주 연약한 존재로 설정하면서 시작됐다. 사냥해야할 몬스터나 수많은 아이템도 모두 사라졌다. 공격하고 사냥하는 소리에 다른 유저들의 모습과 목소리가 묻혀버릴 수 있으니까. 함께 플레이하는 유저의 수도 딱 두 명으로 한정됐다. 황량한 곳에서 딱 하나 보이는 다른 누군가. 그때서야 플레이어는 다른 유저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황량한 사막에서 왠지 모를 두려움과 불안함을 느끼던 상태에서 누군가를 만나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반갑게 느껴지는 감정을 담는 것, 이것이 저니의 테마였다.



    ▲선입견을 주는 '아이디'도 제외됐다.

    집중을 방해하는 인터테이스도 사라졌고, 상대방을 미리 판단하거나 선입견을 줄 수 있는 ‘아이디’도 사라졌다.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도널드 트럼프라고 짓고 등장한다면 어떤 특정한 이미지나 생각이 든 상태에서 대하게 되니까. 보이스챗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졌지만 제외됐다.

    “신기한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대편에 있는 다른 유저를 미워한다. 보이스챗을 이용하는 사람들, 특히 어린 아이들은 나쁜 말들을 외치곤 하더라.”




    친구를 불러서 함께 플레이할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도 있었지만 제외됐다. 아는 사람들끼리의 경험이 아니라, 전혀 모르는 사람과의 경험을 다루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대신 게임을 마무리한 후 자신과 플레이했던 유저들의 아이디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자원 또한 많은 고민이 들어간 부분이었다. 온라인 게임에 자원이 있고 누군가 차지한다면? 가지지 못한 다른 사람은 자연스럽게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2년 동안 이에 대한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중요했던 것은 플레이어가 다른 플레이어의 존재를 싫어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긍정적인 소통을 위해서는 상대방이 내 자원을 뺏어간 도둑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해야 했다.

    이에 대해 처음 구상된 해결책은 누군가 자원을 얻어서 날아오를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면, 날아오르면서 상대에게 자원을 떨어트려 얻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두 플레이어 모두 자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해결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문제는 또 다른 곳에서 등장했다. 내가 열심히 자원을 얻어왔는데, 다른 플레이어는 앉아서 쉽게 얻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니에서는 자원은 무한하고, 서로 부딪히면서 자원이 생겨나도록 만들었다. 이 디자인의 결과는 아주 긍정적이었다. 사람들은 서로 비비면서 자원이 생겨나 즐거워했고, 똑같이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를 미워하지도 않게 됐다.

    함께 협업하는 과정도 많은 고민이 들어갔다. 기본적으로는 서로 손을 잡고 이끌어주거나 매달리면서 새로운 장소에 도달하는 식의 협업을 담고 싶다는 생각으로부터 시작됐다. 서로 밀어주고 올려주는 식의. 하지만 이러한 물리적 요소를 넣자 문제가 또 발생했다. 사람들은 서로를 도와주는 것보다 밀어서 죽이는 것을 더 재밌어 했기 때문이다.

    죽이더라도 부활을 시켜줄 수 있는 능력을 넣으면 어떨까, 라는 아이디어도 생겼다. 제노바 첸 대표는 친구와 함께 테스트를 하는 과정에서 친구가 자신을 실수로 밀어서 죽였던 적이 있었는데, 부활을 시켜주지는 않고 자신의 시체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웃기만 했다고 설명했다. 부활을 시켜주지 않고 주변을 돌아다닌 이유는 하나였다. ‘놀리는 것이 더 재미있기 때문에.’

    “나는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긍정적인 관계를 다루고 싶었으니까. 그런 만큼 한동안 인류 자체에 실망하기도 했다(웃음). 우리는 선하지 않고 악하게 태어난 것이 아닐까. 내가 봤을 때 그런 것 같았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제노바 첸 대표는 아동 심리학자를 찾았다. 도대체 사람들은 왜 이렇게 서로에게 악한 것일까. 아동 심리학자는 웃으며 아주 간단한 문제라고 답했다.

    “플레이어는 대부분 아기니까요.”




    제노바 첸 대표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빙글빙글 시체주변을 돌며 그를 놀렸던 그의 친구는 30살이나 먹은 어른이었다고 반문도 했다. 이에 대한 심리학자의 설명은 이러했다. 아주 새로운 장소로 갑자기 이동한다면, 우리가 배워온 모든 상식과 규칙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고, 우리는 아기가 된 것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는 것이다. 아기는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모른다. 성장하면서 이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며 배워가는 것이다.

    가상세계라는 공간적 특성은 특히나 사람들로 하여금 아기 상태가 되도록 만들었다. 여기서는 우리가 무엇을 하더라도, 어떤 일을 저지르더라도 누군가 정말로 다치거나 죽지 않는다. 따라서 아무 행동이나 하는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게임의 디자인이었다. 서로를 도와주면 자원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들자,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다른 플레이어를 싫어하지 않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서로를 좋아하게 됐다. 게임 디자인은 사람들의 행동을 바꾼다는 점에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는 '디즈니랜드'같은 게임
    - 제노바 첸 대표가 게임을 통해 담고자 하는 메시지




    저니에서의 많은 고민은 스카이로 자연스럽게 계승됐다. 스카이는 더 나아가 많은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자는 목표가 추가됐다. 기본적인 테마는 ‘디즈니랜드’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게임은 성인용 게임과 아동용 게임으로 나누어져 있다. 어른도 아이의 게임을 함께 플레이해줄 수는 있지만, 사실 지루함을 견뎌내야 한다. 디즈니랜드 이전의 놀이공원도 이와 비슷했다. 대부분의 놀이공원은 성인에게는 너무나도 지루하지만,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돈을 벌기에는 최적화되어있는 형식이었다.

    디즈니랜드는 아이와 어른이 모두 즐거울 수 있는 테마파크를 목적으로 설계됐다. 픽사나 디즈니의 영화도 비슷한 설계를 가지고 있다. 판타지, 코미디를 다루면서도 어른들도 눈물짓게 할 수 있는 요소를 담는다. 제노바 첸 대표는 왜 모두를 위한 영화는 있는데 모두를 위한 게임은 없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스카이 개발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모두를 위한 가상공간의 테마파크를 만들자.

    그리고 모든 유저는 아이가 되어 게임 속에서 만나게 됐다. 엄마도 아빠도 아들도 딸도 모두 가장 순수한 아이가 되어 만나는 콘셉트로 구성됐다. 그리고 어른들에게 흥미로울 수 있는 미스터리와 모험 요소를 담고, 가족 친화적인 콘텐츠도 추가됐으며, 저니에서 이어온 관계의 의미도 더욱 깊어졌다.



    ▲부모도 아이도 모두 어린이가 되어 만난다

    좋은 게임이라도 하더라도, 수익화는 고려하지 않는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애플과의 협업과정에서 깨달은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유료게임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이 하지 않는다면 관계의 의미를 다루는 게임에서의 의의는 퇴색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F2P 게임이 될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F2P의 가장 큰 문제는 과금체계가 아주 공격적이라는 점이었다.

    “게임 속 과금모델은 인간의 약한 점을 건드린다. 구매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한다. ‘저기 길드를 봐. 너희를 이겨버렸네. 그리고 놀리고 있어. 과금하면 이길 수 있어.’ 라는 식으로. 개인적으로 이를 나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디즈니랜드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맞지 않았다. 디즈니랜드에 갔는데 ‘저기 옆에 있는 다른 가족을 봐봐. 레벨이 너보다 높아! 쟤네가 너희보고 거지 같대. 돈 더 낼래?’ 라고 말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수 없었으니까.”


    특히 아이들로 하여금 과금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옳지 않았다. 댓게임컴퍼니와 ‘스카이’는 긍정적인 감정을 담는 것이 목표였으니까. 여기서 댓게임컴퍼니가 참고한 것은 애플의 레드 마케팅이다. 똑같이 물품을 구매하고 결제하지만, 기부를 한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을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이에 대해서 제노바 첸 대표는 계속해서 고민해나가야 할 과제로 꼽았다. 게임업계에 다양한 수익화모델이 있지만, 긍정적인 감정을 담기 위해서 어느 정도로 과금을 하도록 할 것이며, ‘스카이’에 맞는 과금 모델은 무엇일지.




    마지막으로 제노바 첸 대표는 ‘스카이’의 마지막 마지막 장면을 이야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스카이는 별을 만나며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연결해나간다. 그 과정을 위한 길 곳곳에 소통과 협력을 의도한 요소도 숨겨져 있다. 어느 장소는 다른 사람과 함께 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는 장소기도 하고, 어떤 곳은 함께 해야 추가 요소를 획득할 수 있다.

    스카이를 플레이한 많은 사람들은 저니처럼, 많은 감사 편지를 보내왔다. 게임을 플레이한 67세 할머니는 게임 속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만났고, 나이가 많이 들었음에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스카이의 마지막 장면에서 유저는 어딘가 빛을 쫓으며 날아간다. 그 과정에서 함께 했던 사람들을 마주하면서. 남자든, 여자든, 아이든, 어른이든, 어떤 계급이나 인종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무언가를 함께 향해 나아간다.

    “게임은 내가 나의 메시지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모든 사람은 같은 곳에서 왔고, 같은 곳으로 돌아간다는 메시지를.”





    11월 14일부터 11월 15일까지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진행되는 인벤게임컨퍼런스(IGC X G-CON) 취재 기사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IGC X G-CON 2019 뉴스센터: http://bit.ly/33N9v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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