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블러드스테인드'가 킥스타터 성공 이후 출시하기까지 걸어온 길

게임뉴스 | 윤서호,김수진 기자 | 댓글: 2개 |



  • 주제: 킥스타터 성공부터 출시까지 블러드스테인드의 궤적
  • 강연자 : 이가라시 코지 - 아트플레이 / 대표
  • 발표분야 : 히스토리
  • 강연시간 : 2019.11.15(금) 13:00 ~ 13:50


  • [강연 주제] 악마성 시리즈의 아버지이자, 최근 '블러드스테인드'를 출시한 이가라시 코지 대표는 코나미 퇴사 이후 성공적으로 악마성 시리즈의 정신적 후속작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강연을 통해 킥스타터부터 출시에 이르기까지, 블러드스테인드를 만들었던 과정을 짚어보고 청중에게 이를 전달하고자 한다.

    이가라시 코지 대표를 언급할 때 항상 '악마성의 아버지'라는 키워드가 붙고는 한다. 그가 만든 악마성 시리즈는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대표적인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만큼, 이가라시 대표하면 자연히 악마성이라는 단어가 연상된 것이다.

    퇴사 후 그는 팬들을 위해서 악마성 시리즈의 요소가 총집대성된 작품이자, 새로운 작품인 블러드스테인드를 만들고자 킥스타터를 시작했다. 종종 크라우드 펀딩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경우 착수하다가 중간에 좌초되는 경우도 있고, 천신만고 끝에 출시를 해도 평가가 좋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가라시 대표는 블러드스테인드를 끝내 개발을 완료하고 출시했으며, 가장 성공적인 킥스타터 게임 개발 사례 중 하나로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강연을 통해 이가라시 대표는 블러드스테인드를 킥스타터로 시작해서 출시까지의 과정을 다시 한 번 되짚어나갔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 성공할 수 있었고,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도 언급했다.



    ■ 킥스타터를 시작, 그리고 성공하다


    2014년 코나미를 퇴사한 이후 이가라시 대표는 널리 알려져있듯이 킥스타터 모금을 통해서 '블러드스테인드'의 개발에 착수했다. 결과는 그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성공적이었고, 킥스타터였기 때문에 좋았던 점도 많았다.

    그렇지만 킥스타터로 시작했기 때문에 새로 겪게된 어려움도 있었고, 그가 회사에 있을 때와 개발 환경이 달라지면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그리고 그가 만들었던 악마성 시리즈의 정신적인 후속작이지만, 어쨌든 새로운 IP인 '블러드스테인드'였기 때문에 이를 만들 때 그간의 시리즈 작업과는 다른 관점에서 봐야했다.




    블러드스테인드의 킥스타터 캠페인은 2015년 5월 12일부터 6월 12일까지 진행됐다. 총 모금자 수는 64,867명이었으며 모금액은 원래 목표로 했던 50만 달러의 10배인 554만 5,991달러를 달성했다. 그 당시에는 게임 킥스타트에 대해서 인식이 상당히 부정적이었을 때였다. 킥스타터로 시작했던 프로젝트들이 개발이 중단되기도 했고, 출시가 됐어도 그 결과물이 예상보다 저조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래서 게임업계에서는 킥스타터로 출발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여기고 있었다.

    처음 킥스타터를 하기로 결정했을 때 이가라시 대표는 트위치에서 하루종일 프로모션을 위해서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벤트를 시작한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밖에서 큰 소리가 들렸는데, 알고 보니 그때 이미 처음 목표금액인 50만 달러를 돌파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모금액이 일정 이상 추가로 쌓이면 콘텐츠나 여러 가지 요소를 추가하는 스트레치 골을 설정했다. 그런데도 목표를 달성하는 속도가 이가라시 대표의 생각보다 훨씬 빨랐고, 결국 스트레치 골이 쫓아가지 못할 정도였다.

    킥스타터 성공의 원인으로는 우선 마이티넘버9의 킥스타터를 성공시킨 두 회사, DDM과 팬게이머의 도움이 컸다. DDM과 팬게이머가 블러드스테인드 킥스타터의 메인페이지를 운영을 하게 됐는데 그 두 곳은 마이티넘버9 킥스타터 때의 경험을 더 진화시킨 운영을 보여줬다. 캠페인 기간에 한번 지원한 것을 취소할 수 있기 때문에 취소가 되지 않도록 유지를 해야 했다. 그러려면 처음부터 마케팅 계획과 일정을 잡아야 했고, 이때 두 회사와 함께 기획해서 진행해나갔다.



    ▲ 이가라시 대표가 생각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모금액 추이

    모금액의 추이를 분석해보면 첫 시작과 마지막 구간이 가장 많았다. 이가라시 대표를 이를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 보았다. 반면에 코멘트는 처음엔 적었다가 후반에 가서야 많아지는데, 이는 이가라시 대표가 의도한 바였다. 코멘트가 처음부터 높은 프로젝트는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과 그에 맞서서 옹호하는 의견이 부딪히고는 한다.

    이가라시 대표는 그렇게 해서 리텐션을 높이는 방식이 있긴 하지만, 반면에 처음부터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기 시작하면 유저들의 인상이 나빠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부정적인 코멘트가 달릴 만한 요소들, 예를 들면 2D 도트가 아닌 3D를 선택한 이유 등에 대해서 자신이 직접 Q&A로 설명을 했다. 그 결과 처음엔 좋은 이야기가 많이 나왔고. 점차 출시가 가까워지고 업데이트가 올라가면서 코멘트도 뒤따라가는 형태가 됐다.



    ▲ 코멘트를 억지로 늘리기보다는, 사전에 부정적인 평가가 예상된 분야에 대해 미리 답해서 여지를 줄였다



    ■ 킥스타터는 성공했지만,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그렇게 해서 킥스타터를 대성공으로 이끌었지만, 그로부터 발매까지 4년 간 기나긴 여정이 시작됐다. 우선 발매일이 거듭 연기됐다. 최초에는 2017년 3월에 발매할 거라고 발표했는데, 처음부터 그 시간에 맞출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개발하면서 만들 것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6년 9월에 2018년 전반기 출시로 연기됐다고 발표했다. 그렇지만 결국 그 시간에 맞추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 2018년 8월에 2019년에 출시한다고 말했고, 최종적으로 2019년 6월 18일에 출시를 했다. 일본어판은 좀 더 늦게 출시됐다.

    킥스타터에서 대성공을 했지만, 그렇게 자금이 모인 만큼 스트레치 골로 만들어야 할 것이 많아졌다. 예상보다 돈을 더 모을 수는 있었지만, 이가라시 대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작업량이 많아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첫 발매일을 결정할 때 디테일하게 제작 일정까지 짜지 않고 최소한의 기준을 잡고 진행했던 터였다. 그래서 나중에 개발 일정을 세부적으로 정하고 나니 도저히 처음 발표한 시기에 맞출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예정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고, 조정이 필요했다.

    또한 개발 환경, 특히 아웃소싱 업체가 변하는 등 큰 전환점도 있었다. 2016년 E3에서 공개한 이후 반응을 보면서 이가라시 대표는 아웃소싱 업체와 자신이 원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기존 회사와 결별하고 다른 회사를 찾아야 했다. 특히 언리얼 엔진 기능 중 피지컬 셰이더를 잘 쓸 수 있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개발사가 필요했다. 물론 중간에 업체를 바꾸는 것은 굉장히 리스크가 컸다. 그렇지만 이가라시 대표는 그때 진행해야만 한다고 생각했고, 결국 결단을 내렸다.



    ▲ 여러 이유로 인해서 결국 발매 연기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서 업체도 변경했지만, 퀄리티라인의 차이는 여전히 존재했다. 당사자인 아트플레이와 달리, 외부 업체는 자신이 당사자, 오너라는 의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종 자신들의 기준에 맞춰서 퀄리티라인을 제시하고는 했다. 그렇지만 이가라시 대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유저들은 아트플레이나 외부 업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퀄리티를 바란다고 생각했고, 그렇기 떄문에 퀄리티에 대해서 까다롭게 접근했다. 의견 차이가 있었지만 결국 퀄리티를 맞춰나가기 위해 계속 수정을 거듭했다. 그렇게 제작하던 중 미들웨어에서 문제가 몇 번 발생했고, 이를 또 수정하면서 개발 기간이 늘었다.

    뿐만 아니라 배커 데모를 선보였을 떄 해외, 특히 북미와 유럽의 매체에서 평가가 좋지 않았다. 특히 3D로 만들면서도 2D 도트의 느낌을 만들려고 했었던 만큼, 라이팅에서 까다로운 점이 많았다. 데모 버전에서는 이를 온전히 구현하지 못했고, 이 부분에 대해서 지적을 받았다. 이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했던 것처럼 프로시저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왔고, 이를 하나하나 수정해나가야 했다. 그 과정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던 터라 개발 기간은 계속 늘어만 갔다. 그리고 변경 후에는 해외에서는 평가가 좋아졌지만 일본에서 평가가 안 좋아지면서 나라별로 다른 유저의 성향도 확인할 수 있었다.

    거기다가 판로를 확보할 때도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일본판은 해외판에 비해서 4달이나 늦게 출시됐는데, 이는 일본쪽 퍼블리셔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해외판 퍼블리셔인 505게임즈는 북미와 유럽쪽 판로는 갖고 있었지만, 아시아권에서는 그리 강세를 보이지 못해서 아시아권은 다른 퍼블리셔와 협력하는 구도가 됐다. 이 과정에서 결정이 잘 안 났고, 특히나 일본어판은 더욱 늦게 출시가 됐다.



    ▲ 배커 데모 이후 라이팅을 대폭 수정했다



    ■ 유저와 함께 만들어간 '블러드스테인드'




    그렇다면 과연 킥스타터를 해서 어떤 점이 좋았을까? 이가라시 대표는 우선 2D 액션 게임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던 것을 꼽았다. 그는 2D 액션 게임은 지금도 수요가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코나미를 그만두고 직접 만들고자 했다.

    막상 그만두고 작업에 착수하려고 하니 투자자로부터 2D 액션 게임이 시장성이 있나? 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다 킥스타터 이야기를 들었을 떄, 크라운드펀딩으로 자금 모을 수 있다면 시장성을 증명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킥스타터로 자신이 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팬층에게 어필할 수도 있었다, 또 그만큼 사람과 모금액이 모이면 수요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었다. 이를 증거로 해서 퍼블리싱까지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킥스타터 시작하자 첫 목표 금액보다 10배 이상의 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장점으로는 유저 피드백을 처음부터 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통상적으로 게임은 출시 6개월, 빠르면 1년 전부터 공개를 한다. 그러나 블러드스테인드는 기획 단계부터 아예 공개를 해버린 셈이었다. 통상적인 방식은 출시 6개월 전부터 피드백이 진행되기 때문에 제한이 있지만, 블러드스테인드는 처음부터 의견을 취합했기 때문에 피드백에 따라 사소한 디테일도 수정하면서 개발을 진행할 수 있었다.

    킥스타터를 하면서 배커가 디자인하거나 생각한 무기를 게임에 넣는다거나, 유저가 숨겨진 방을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것을 리워드로 걸었다. 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배커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만들었기 때문에 유저와 일체감을 느낄 수 있었다.



    ▲ 유저가 디자인한 무기를 게임에 추가하거나, 숨겨진 방을 디자인할 수 있는 리워드 업데이트도 진행했다

    아울러 킥스사터는 프로모션 효과도 컸다. 블러드스테인드가 당시 킥스타터 펀딩 게임 중에서는 가장 많은 모금액을 모은 게임이었고, 매체에서도 관심을 가졌다. 그러면서 프로모션을 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 킥스타터로 게임 개발, 이런 점이 어려웠다




    반면 킥스타터를 하면서 기획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문제도 있었다. 앞서 일반적으로 게임은 출시 1년 전, 늦어도 3개월 전에 유저에게 첫 선을 보인다. 게임 개발 과정을 돌이켜보면 대부분 만들다가 중간에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하거나, 생각하던 것보다 재미가 없어서 수정을 하고는 한다. 그렇게 수정한 기획이 어느 정도 확정이 된 후에 첫 선을 보인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획 단계부터 공개가 된 상황이었다. 뿐만 아니라 돈까지 받았기 때문에 기획을 수정할 수 없었다. 그 기획을 보고서 사람들이 투자를 했는데, 그걸 단순히 어려워서 그만둔다 이런 식으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번 프로젝트는 큰 도전을 하지 않는다는 컨셉이었다. 그간 이가라시 대표가 악마성 시리즈로 보여줬던 것을 집대성한다라는 것이 프로젝트의 취지였고, 그렇기 때문에 무언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서 겪게 되는 시행착오는 최소한도로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 새로운 것에 도전했다가 잘못해서 정말 재미가 없어지는 일도 피할 수는 있었다. 그럼에도 기획을 수정할 수 없다는 점은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었다.




    킥스타터를 진행하고 개발에 착수하면서 추가 모드나 추가 플레이어 등을 제작해나갔고, 그런 흐름을 탄 나머지 이가라시 대표는 여러 가지 공약을 내걸었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가볍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하나하나 쌓이면서 예상 외로 짐이 되어버렸다. 뿐만 아니라 미들웨어를 쓰는 등 제작 방식도 달라진 터라 모드 하나하나, 추가 요소 하나하나 만드는 것도 정말 진지하게 달려들지 않으면 안 될 정도가 되어버렸다.

    일반적적으로 게임의 프로모션 기간은 3개월에서 1년 정도로 잡지만, 블러드스테인드는 사정이 달랐다. 돈을 모금하고 출시까지가 프로모션 기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즉 4년 간 프로모션을 해야만 했다. 그 프로모션에 해당하는 것이 킥스타터 배커 업데이트였다. 모금자들에게 제작 과정을 보고하는 과정인데, 리텐션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 계속해서 게임 개발 과정과 관련된 흥미로운 무언가를 계속 올려야만 했다. 게다가 출시가 연기되면서 처음에 세워놨던 장기간 프로모션 계획도 갈아엎어야만 했다.



    ▲ 배커 업데이트로 내건 것들을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고액 모금자들을 위한 리워드로 자신의 사진을 게임 내 초상화로 내걸 수 있다거나, 애완동물을 적으로 출연시키는 등 다양한 것들을 내걸었다. 이는 프로모션 효과가 있었지만, 반대로 유저와 같이 만들어나가야 했기 때문에 상당히 진행하기 어려웠다. 메일을 보내도 답장을 보내지 않는 유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유저의 의견을 받아야만 프로세스가 진척이 될 수 있다보니 답장을 기다렸지만, 결국 답장이 끝내 오지 않아 최종 통보를 하고 자체적으로 개발한 것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 이가라시 대표는 자기를 믿어주고 리워드도 받지 않은 채 과감히 모금해준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감사의 표시로 해드리고자 하는 것이니 연락해줬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 개발 단계에서 겪은 어려움 - 인력 부족과 기술력 -




    킥스타터로 시작했기 때문에 겪은 어려움 말고도 개발 과정에서 겪게 된 문제도 여럿 있었다. 우선 대형개발사에서 근무했을 때와 비교했을 때 인재와 인력이 압도적으로 부족했다. 대형개발사들은 자체적으로 개발 시스템을 다 구축해둔 상태고, 모두가 어느 정도 프로세스와 시스템에 대해서 이해를 한 상태에서 진행하고는 한다. 그렇지만 블러드스테인드 개발 과정에서는 시스템부터 아예 새로 만들어나가야만 했다.

    그뿐만 아니라 언리얼 엔진 전문 엔지니어를 일본에서 구하기가 어려웠다. 그 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도 인재들은 대형개발사로 가곤 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미들웨어가 굉장히 편리했기 때문에 과도하게 기대를 했던 것도 문제로 다가왔다. 어느 정도 수준까지 만드는 것은 무리가 없었지만, 퀄리티를 더 높이는 과정은 손이 너무 많이 갔다.

    최초에는 블루프린트를 활용해서 개발을 진행했다. 이가라시 대표가 보기엔 블루프린트로는 처리할 수 없는 프로세스가 있다고 봤지만 담당자가 네이티브화가 된다고 보고를 해서 승인했었다. 그렇지만 실제로 써본 결과 네이티브화로 안 되는 노드도 있었고, 쉬핑 빌드를 하면 바뀌어버리는 것도 있었다. 그래서 다시 작업을 진행해야 했다. 더군다나 외부 업체에서도 편리함 때문에 미들웨어, 시스템을 계속 덧붙이다보니 메모리나 키 어사인 문제도 발생했다.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는 화면각의 문제를 손꼽았다. 화면각이 커지면 필연적으로 뒤틀림이 발생하는데, 2D 횡스크롤 점프 액션에는 치명적인 결함이었다. 점프할 때 발을 어디에 디디게 되는지 잘 안 보이고, 때로는 캐릭터가 벽 뒤에 가려지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면각은 20도로 정했고, 경우에 따라서는 10도까지도 낮췄다.

    물리쉐이더, 특히 라이팅 작업에서도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화면각을 낮췄기 때문에 에셋의 뎁스를 높인 상태인데, 그때문에 광원이 끝까지 도달하지 않아서 명암이 어색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에 LFO를 적용하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결국 라이트를 하나하나 넣어야 했기 때문에 자연히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었다. 추후에 화면각을 크게 하면서 버텍스 쉐이더로 보정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고, 이를 시도해봤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그래서 새로운 기술을 생각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 가장 어려운 문제가 2D 액션 양식에 맞게끔 3D 화면각을 잡는 작업이었다



    ▲ 통상 화면각으로는 점프 액션의 묘미를 살릴 수 없어서 화면각을 조절했고, 라이팅 문제도 처리해야 했다




    ■ 블러드스테인드의 시나리오, 세계관, 설정은 어떻게 짰을까? -




    블러드스테인드는 악마성 시리즈의 요소를 집대성했지만, 어쨌든 새로운 작품이었다. 그 새로운 IP를 어떻게 만들어야할까에 대해서 이가라시 대표는 크게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고려했다.

    첫 번째는 세계관이었다. 이미 고딕 호러, 성이라는 테마를 담자고 결정이 된 상황이었다. 회사를 나오고 자신이 혼자 게임을 만들겠다고 한다면, 팬들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테마가 그 두 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중세에서 근대를 배경으로 하자는 생각을 했고, 여기에서 산업혁명기라는 키워드가 도출됐다. 산업혁명하면 자연히 영국이 떠올랐기 때문에 무대는 영국이 됐다.

    또한 산업혁명기라는 시대는 정신문화에서 물질문화, 즉 인력과 수공업 중심에서 기계가 중심이 되는 등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였다. 이 때문에 손해를 보는 사람과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보았고, 이런 테마를 담아내고자 여러 가지를 고려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연금술이라는 소재였다.



    ▲ 이미 메인 테마는 정해져있었기 때문에, 디테일을 추가로 확장해나갔다

    영국과 연금술이라는 소재를 생각한 뒤에는, 좀 더 세계관에 깊이를 더하기 위해서 실제 역사에 있는 요소들을 고려했다. 실존했던 연금술사인 존 디와 그가 에녹 문자로 썼다고 하는 로가에스의 서, 당시 유럽에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라키 화산 분화 등이 그 사례다.

    로가에스의 서는 성령을 소환하고 죽은 자가 생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서적이었고, 이가라시 대표는 이를 살짝 뒤틀어서 악마를 소환한다는 컨셉으로 녹여냈다. 라키 화산 분화는 악마가 대량 발생한 사건이라고 재해석했다. 사건을 좀 더 설명하면, 라키 화산이 분화되면서 유럽에서는 꽤 큰 사건으로 이슈가 됐고, 영국에서도 2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유달리 별 소식이 없었다. 이를 악마가 부활해서 덮어버렸거나, 쉬쉬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이가라시 대표는 자신의 해석을 붙였고, 이를 게임 속에서 풀어나가고자 했다.



    ▲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엮어서 세계관에 깊이를 더했다

    시나리오를 짤 때 유의한 점으로는 모티베이션을 끊지 않도록 이끌어가야 한다는 점이었다. 블러드스테인드 같은 장르의 게임은 보스와 싸워서 이기면 동기가 사라진다. 그렇지만 그 뒤에 또 보스가 있으면, 꾸준히 동기부여가 된다. 그 이후에도 무엇인가를 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캐릭터성을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도 계속 고민했다.

    액션 게임은 인게임 영상이 길어지거나, 스토리 연출이 길어지면 몰입에 방해가 된다. 그런 일이 없게끔 가능한한 에피소드를 짧게 짧게 끊어가는 식으로 시나리오를 짰다. 그리고 매트로베니아인 만큼 멀티루트로도 시나리오가 성립이 되도록 해야 했다. 다만 입버릇이 같이 캐릭터마다 특색을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가 부족했고, 더 심고 있게 캐릭터를 구현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아울러 신규 IP였기 때문에 난이도는 낮추는 방향으로 잡았다. 프랜차이즈라면 줄곧 그 시리즈를 하던 유저가 주로 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계속 높아져야만 한다. 그렇지만 블러드스테인드는 새로이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난이도를 낮춰서 시작하기로 했다. 아울러 기존 악마성 시리즈 팬 외에도 신규 유저를 확보하고자 한 것도 이유였다. 그렇지만 진엔딩은 아무래도 좀 어려워야 할 것 같았고, 특히 최근에는 인터넷으로 공략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다양한 트릭과 기믹, 여러 가지 요소를 집어넣었다.

    출시 후, 블러드스테인드는 이가라시 대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 이유에 대해서 이가라시 대표는 "팬들이 안심하고 놀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자"는 마인드를 꼽았다. 아울러 그는 왕도를 걸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도 좋고, 시도도 좋지만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자신이 지켜온 것들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블러드스테인드 프로젝트에는 추가 플레이어, DLC, 그 외 고액 모금자를 대상으로 약속했던 이가라시 대표와의 식사 등 여러 과제가 남아있다. 그 외에도 버그라던가 최적화 등 이슈도 남아있다. 이에 대해서 이가라시 대표는 아직 개발이 끝나지 않았으며,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Q&A -

    Q. 2D도트에서 3D 그래픽으로 바꾼 결정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간단히 말하자면 2D 아티스트가 잘 안 모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멀티플랫폼 출시를 결정했는데, 이에 대응하기에는 3D가 더 편하다. 거기다가 카메라의 회전을 활용한 연출이나 트릭 등, 3D로만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었기 떄문에 3D로 결정하게 됐다.


    Q. 매트로배니아 장르에서 이건 꼭 지켜야 한다 싶은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

    메트로배니아 장르라고 하면, 우선 플레이 리듬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고, 오랫동안 플레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어디에서든 기승전결에 맞춰 즐길 수 있는 요소를 넣어줄 수 있을지, 또 유저의 동기부여를 어떻게 해야 계속 제공할 수 있을지 고려하면서 설계해나가야 한다.


    Q. 클라우드 게이밍 등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했다. 이것이 이가라시 대표의 개발 방식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나? 그리고 이 새로운 플랫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물론 클라우드 게이밍엔 흥미가 있다. 새로운 플랫폼이지 않나. 다만 구조상 볼 때 실제 게임을 돌리는 기기와 입력, 출력하는 기기 간의 물리적 거리 때문에 입력 지연이라던가 랙 같은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이 문제는 특히 내가 개발해온 2D 액션 스타일의 게임에서는 더욱 민감하다. 그래서 이것이 어느 정도 발생하고,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테스트를 해보고자 한다.

    구글에 이미 그와 관련해서 개발툴 지원을 요청한 상태고, 좀 더 테스트한 다음에 이를 고려하고자 한다.


    11월 14일부터 11월 15일까지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진행되는 인벤게임컨퍼런스(IGC X G-CON) 취재 기사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IGC X G-CON 2019 뉴스센터: http://bit.ly/33N9v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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