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담원 쇼메이커 "롤드컵, 더 큰 무대에 서고 싶다는 열정만 남았어요"

인터뷰 | 김병호 기자 | 댓글: 42개 |
리그 신인팀이 정규 리그에 합류한 그 해에 세계 무대에 진출하여 멋지게 활약한다.

만화-드라마에서 자주 봤을 클리셰입니다. 이 스토리에 충실했던 팀들은 모두 사랑을 받은 기억이 납니다. 대표적으로 2013년 SKT T1이 떠오르네요. 2015년에는 IMAY, 2017년에는 삼성 갤럭시, 2018년에는 퐁부 버팔로가 기억에 남습니다.

2019년, 조금 진부하지만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이 클래식 클리셰에 가장 가까운 팀을 꼽는다면 단연코 이 팀을 고를 듯 합니다. 2부 리그에서 신인들을 모아 LCK에 진출하고, 꿈에 무대에 올라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알리고 온 이들. 바로 담원 게이밍이죠.

올해 담원 게이밍에서 가장 꾸준하고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를 꼽는다면 저는 ‘쇼메이커’ 허 수를 지목하겠습니다. 모든 도전을 마치고 지난 대회 아쉬움이 갈무리된 지금, 그를 만나 지난 대회를 통해 느낀 점을 들어봤습니다.




롤드컵 선발전 승리
“한 해 동안 가장 짜릿했던 순간”


킹존과 5세트는 정말 기억에 남아요. 저희가 유리했던 경기를 역전당하고 5세트에 들어섰을 때, ‘내가 이 판에서 지면 정말 롤드컵을 가지 못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심장이 엄청나게 뛰었거든요. 마지막에 넥서스를 터트리면서는 팀원들 모두가 소리를 질렀어요.

사실 이기고 나서도 실감이 잘 안났던 거 같아요. 우리가, 그런 꿈의 무대에 선다는 게 믿기지 않았거든요. 서머 시즌 정규리그를 2등으로 마무리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SKT에게 압도적으로 패하면서 불안한 마음도 굉장히 컸었거든요. 한 해 동안 겪은 일 중에 가장 짜릿했던 순간이었어요.

감독님이 롤드컵에 가면 즐기면서 경기하라고 말해주셨어요. 편하게, 그리고 재밌게 하고 오라고. 그 말이 많이 힘이 됐던 거 같아요.



▲ 사진: 라이엇 게임즈

플레이인 스테이지의 독보적 강자
“쉬웠던 경기는 단 하나도 없었다.”


솔직히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는 다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팀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강했어요. 경기 내용만 봐도 저희가 초반에 불리했던 상황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모든 게임이 힘들게 느껴졌어요. 운이 좋었어요. 이길 수 없는 게임들을 상대가 실수해서 이긴 게임이 꽤 많았거든요.

국제무대 팀들이 초반 설계가 굉장히 좋았어요. 그런데 중반 운영에서 변칙적인 운영을 하면서 스스로 손해를 보더라고요. 김정수 코치님이 “운영 차이 많이 나니, 초반 불리해도 파밍하다보면 이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래서 후반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했던 거 같아요.

플레이인 스테이지는 도움이 정말 많이 된 것 같아요. 저희가 긴장을 풀고, 국제 무대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거든요. 그래도 할 수 있다면, 다음에는 그룹 스테이지부터 참가하고 싶어요(웃음).



▲ 사진: 라이엇 게임즈

디펜딩 챔피언 iG, 북미 최강자 TL
“그래도 해볼만 하다”


그룹 스테이지는 플레이인 스테이지랑 분위기부터 달랐어요. 경기장의 규모도 더 커졌고, 함성소리도 엄청났거든요. 팀 리퀴드도, iG도 모두 엄청난 선수들이 있잖아요. 그룹 스테이지 첫 번째 경기를 TL에게 패배하고 나서는 “여기가 그룹 스테이지구나”라는걸 실감했던 거 같아요.

‘루키’ 선수랑 라인전을 했던게 정말 기억에 남아요. 솔로랭크에서 루키님을 많이 만났었지만, 대회에서 만난건 정말 다른 차원이었던 거 같아요. 작년에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분이잖아요. 루키님이 루시안을 할 때는 움직임 하나하나마다 “날 죽여버리겠다”는 느낌을 세게 받았어요. 정말 잘하시더라고요.

그래도, 그래도 나름 루키님을 상대로 잘 버텼다고 생각해요. 저도 만약에 챔피언을 바꿔서 하면 저렇게 압박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 비벼볼만 하다는 생각?(웃음)

팀 리퀴드는 정말 노련한 팀이었어요. 첫 경기를 패배하면서 느꼈던 거 같아요. 저희를 상대로 스왑 전략도 썼었는데, 그 때도 많이 놀랐어요. 그래도 전체적으로 돌이켜본다면, 우리가 졌을 때는 우리가 못해써 진거였고, 상대가 졌을 때는 상대가 못해서 졌다는 느낌이랄까?



▲ 사진: 라이엇 게임즈

클리셰, 빌런 G2 앞에서 끝나다
“아쉬움만 남은 G2와의 경기”


저희가 G2는 이길 줄 알았거든요. 사실 G2를 이기고 SKT를 만나면 어떻게 할지 걱정하고 있었어요. G2 상대로 스크림 성적이 좋았기도 했고, 그리핀전에서 G2의 경기력이 그리 좋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대회에서 만나니 정말 잘하더라고요.

다이브 설계가 정말 기가 막혔어요. 캡스가 탑과 봇에 계속 로밍을 가주면서 그걸 이용해 이득을 보고, 그걸로 경기가 끝날 때까지 스노우볼을 잘 굴리더라고요. 저희랑 연습할 때는 그런 장면이 안나왔었는데..

다른 라인에 가지 못하게 내가 잘 잡아뒀어야 했는데.. 정말 많이 아쉽죠. 경기 전 날만 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끝이 나다니.

여기까지 왔으니 잘했다는 팀원도 있었고, 여기까지인게 아쉽다는 팀원도 있었어요. 솔직히 저는 정말 아쉬웠어요.




루키를 넘어 진짜 ‘쇼메이커’로
“더 큰 무대에 서고 싶다는 열정만 남았다”


처음 경험한 것들이 많았잖아요. 저에게 두 번째 기회가 온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함성소리에 주눅들지 않고, 상대팀에게 기죽지 않고, 배운 것도 그대로 써먹으면서 다음 번에는 정말 더 잘하고 싶어요.

내년에는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무대의 서고 싶다는 열정도 충분하고, 다른 팀들은 모두 이적 기사가 뜨고 있지만, 저희 팀은 아니잖아요. 이번에 8강 갔으니 다음엔 4강 이상 가 봐야죠.

더 열심히 해서 내년에는 4강 이상까지 가보겠습니다. 항상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그 마음에 제대로 보답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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