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창종 감독 - 6년 간의 kt 롤스터에 대해

인터뷰 | 박범, 남기백 기자 | 댓글: 34개 |



오창종 감독은 조심성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는 인터뷰를 앞두고 긴장한 기색을 계속 보였다. 근처 카페에 자리를 잡고 인터뷰를 진행하며 마실 음료를 기다릴 땐 더 그래보였다. 어떻게 하면 인터뷰를 잘해서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잘 전할 수 있을지 여부를 계속 물어봤다. 말주변이 없어 혹시 자신의 진심이 전해지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도 했다.

그리고 인터뷰 내내 오창종 감독은 차분하게 답변을 했다. 농을 던져도 별로 웃지 않았고 진중한 톤을 이어갔다.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랐던 내부적인 이야기를 할 땐 해야할 말을 했다. 선수들과 관련이 있는 소문에는 더욱 그랬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보기에 잘못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군더더기 없이 사과했다.

그런 인터뷰가 끝나갈 때 쯤. 오창종 감독은 함께 했던 선수들과 코치진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해명과 사과의 끝에 이들을 모두 감싸안았다. 그렇게 다사다난했던 LCK 생활을 잠시 놓은 오창종 감독은 중국 LGD에서 맞이할 도전에 대해서 말했다.




오창종 감독의 첫 시작은 프로게이머였다.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3에서 활동했다. 크게 이름을 알리진 못했다. 프로게이머 생활을 접고 일반 직장에도 다니는 삶을 선택했다. 그러다가 LoL 프로게임단 코치가 됐다. 명문 게임단에 입단했고 거기서 이지훈 당시 감독을 만났다.

"스타크래프트 등 많은 게임을 했다. 이후에 직장인 생활을 하다가 LoL이라는 게임을 남들보다 조금 일찍 시작했다. 그러던 중에 스타크래프트2 시연을 하러 kt 롤스터에 갈 기회가 생겼다. 그때 처음으로 이지훈 당시 감독님과 인연을 맺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LoL 프로게임단이 생긴다는 소식을 접했고 면접을 봐 합격했다.

내가 선수 생활할 땐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랬던 내가 kt 롤스터라는 명문 게임단에 코치로 들어가게 됐다. 여기서 잘해서 예전에 이루지 못했던 꿈을 이루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다."


"이지훈 감독님은 그때랑 지금을 비교했을 때 큰 차이 없다. 항상 배울 것이 많은 감독님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위치(프로게임단장)가 더 잘 어울리시는 것 같다. 기존 감독이셨을 때부터 총괄자의 느낌이 강했다. 선수 뿐만 아니라 코치진 등 선수단 전체를 잘 이끌어주셨다. 그래서 난 당시 코치의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그랬던 분이 부진한 성적에 대해 책임을 지고 나가셨다. 어떻게 보면 코치였던 나도 책임을 졌어야 했는데 회사에서는 우리가 역할을 계속 수행해주길 바랐다. 이지훈 감독님은 항상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고 실제 도움도 주셨다. 그 전에 워낙 많은 부분을 이뤄놓으셨기에 내가 그만큼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매번 들었다. 그런 부분에 대해 원래 내가 신경을 안 쓰고 있었다 보니 그걸 해나가기 위해 고민도 많이 했다."


이지훈 당시 감독의 지휘 아래 코치의 역할에만 전념했던 오창종 감독은 어느 순간 감독대행이 됐다. 선수들의 플레이와 경기 내적인 요소만 신경썼던 사람이 팀을 관리하고 전체적으로 돌봐야 하는 입장이 된 것. 고민도 많이 했던 오 감독이 생각했던 팀의 방향성은 그저 잘하는 것 뿐이었다.

"다 못 보여준 부분이 많았다. 슈퍼팀이라는 별명도 있었다. 모든 걸 다 바쳐서 잘하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그 해를 보냈다."




하지만 세상 일은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창종 감독과 kt 롤스터의 코치진도 그랬다. 잘 풀린 적도 많았지만, 팬들은 그것보단 부정적인 이슈를 더 오래 기억했다. '스맵' 송경호와 음주, 팬미팅, '프레이' 영입과 관련된 내용이 팬들 사이에서 쉼없이 오르내렸다.

오창종 감독은 선수 개개인에 대한 질문에는 특히 조심스러웠다. 자신이 이들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고자 말을 했다가 오히려 더 큰 오해를 낳을 수 있진 않을지 걱정했다. 하지만 직접 옆에서 그들을 지켜봤던 감독의 입장에서 오창종 감독은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가장 첫 질문은 '스맵' 송경호에 대한 것이었다.

"'스코어' (고)동빈이에서 '스맵' (송)경호로 주장을 바꾸면서 팀의 중심을 새롭게 만들고 싶었다. 동빈이도 분위기메이커 역할에서도 많은 걸 해줬지만,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경호를 선택했다. 선수들에게도 '우리가 보여주지 못했던 부분을 잘 만들어나가보자'라고 말했다. 최대한 힘을 합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자는 마음이 강했다.

경호가 술을 좋아했던 건 사실이지만, 휴가 때 술을 마시거나 다같이 모인 자리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정도였다. 개인이나 팀 연습에 지장을 주는 일은 결단코 없었다. 팬들 사이에서 그 비판이 왜 나왔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내부적으로 특별히 문제가 없었다. 연습 시간에 나가서 술을 마셨던 것도 아니었고 팀 분위기를 해치지도 않았다."





팬들이 '스맵'과 음주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던 건 단순히 그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비슷한 시기에 '스맵'은 경기력 저하를 보였다. 음주 관련 이슈와 경기력 저하가 맞물렸고 팬들은 '스맵'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했다.

"경호의 경기력이 떨어졌다고 판단됐을 때 그 이유를 술이라고 생각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만약 그런 부분 때문에 경기력이 저하됐다면 당연히 피드백을 했을거다. 내부적으로 이슈가 되거나 경호가 술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없었다.

경기력이 저하된 것 같이 보였던 원인 중 하나는 팀 게임의 특성과 연관이 있다. 슈퍼팀이라고 해서 모두가 캐리할 순 없다. 정글러가 한 명이다 보니 팀의 방향성에 맞춰서 동선을 짜야 한다. 당시 팀적으로 '데프트' (김)혁규와 '마타' (조)세형이에게 더 비중을 두기로 했고 그런 운영을 자주 했다. 자연스럽게 경호는 혼자서 하는 플레이를 감수해야 했다. 그런 부분이 팬들에게 많이 보여서 경기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많았던 것 같다."


사실 kt 롤스터의 코치진을 끊임없이 괴롭혔던 건 팬미팅 관련 이슈였다. 어느 날 kt 롤스터 선수단은 경기 패배 후에 팬미팅을 가졌다. 선수들은 기죽은 표정으로 팬미팅에 임했고 팬들은 이를 안타까워했다. 그러던 중에 팬미팅 장소에 kt 롤스터의 감독과 코치진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글이 올라왔다. 곧장 성난 팬들의 분노는 그쪽으로 향했다.

보통 팬미팅에는 팀의 감독이나 코치진이 직접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선수들이 팬미팅에 임하는 동안 감독이나 코치진은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그 외 다른 업무도 봐야 한다. 그들이 팬미팅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흔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오창종 감독은 모든 걸 본인의 잘못으로 돌렸다.




"잘못했던 부분이라면 잘못했던거고 오해라고 하면 오해인 부분이다. 지금까지 코치와 감독으로 활동하면서 팬미팅이란 장소에 직접적으로 나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감독이라는 직책을 달고 나서 특정 상황이 발생됐을 때 직접 팬들 앞에 나가서 팀의 경기력 저하 등에 대해 소통을 많이 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책임감 있게 하지 못했던 게 잘못했던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겼을 때나 졌을 때나 팬미팅이란 곳에 내가 나가보질 않아서 정확하게 그 부분을 신경쓰지 못했다."

kt 롤스터는 2019 시즌을 앞둔 이적 시장에서 완패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프레이' 김종인을 놓치고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한 바텀 라이너 두 명과 함께 한 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 kt 롤스터 팬들은 이적 시장에서의 대응 미숙을 꼬집었다.

오창종 감독은 이번에도 오해를 푸는 동시에 사과도 했다. '프레이'만 바라보다가 이적 시장의 적기를 놓쳤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답했다. 어쩌면 앞선 이야기들보다 더 민감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해 오창종 감독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야기를 풀어냈다.

"첫 스프링 들어가기 전부터 바텀 라이너를 많이 찾아다녔다. 시장에 나온 거의 모든 선수들에게 모두 연락을 했지만 인연이 닿지 않았다. '프레이'에게도 정말 많이 연락하고 찾아갔다. 하지만 '프레이'가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 부분을 뒤집을 수 없었다. 스프링을 지나오면서 팀 자체에 문제도 있었지만 성적의 부족함을 우선 채우기 위해 '프레이'가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즌 중간부터 직접 찾아가 설득을 위해 노력했다. 섬머 들어가기 직전에 '프레이'가 마음을 바꿨다.

이적 시즌에는 어떤 팀이라도 연락 가능한 선수들 모두와 접촉한다. 물론, 팀마다 우선순위를 정하겠지만 특정 한 선수에게만 '올인'하는 경우는 없다. 우리도 그랬다. 상위권에 있었던 바텀 라이너 자체가 많이 풀리지 않았던 상황이었고 그들 대부분이 팀에 계속 남거나 다른 팀으로 가는 선택을 했다. 중국에 있는 선수들에게도 확인을 해봤는데 경쟁이 너무 치열한 LCK 복귀가 무섭다는 선수들이 있었을 정도로 연이 닿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신인급 선수들 위주로 바텀 로스터를 꾸리게 됐다. 그러다 보니 '프레이' 쪽으로 더욱 집중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프레이'에겐 미안하다. 본인의 신념은 은퇴 쪽이었는데 같이 잘해보고자 해서 합류했다. 하지만 팀의 성적이 저조했다. 당시에도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했다.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프레이' 영입에 힘썼던 오창종 감독도, '프레이' 본인도 부담감이 심했다. 자신의 플레이에서 부족한 부분을 먼저 찾고 고치려고 노력한다고 알려진 '프레이'에게는 더욱 그랬을 터. 오창종 감독은 인터뷰를 빌어 '프레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간략하게 전했다.

"'프레이' 스스로 노력을 정말 많이 했다. 은퇴를 번복했던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했다. 팀 자체의 성적이 저조했기에 빛을 보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프레이'는 정말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본인에게 너무 가혹한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담을 많이 가졌던 상태에서 은퇴를 했었기 때문에 복귀 후에도 부담감을 많이 호소했다. 그 부분을 많이 신경써주려고 노력했는데 잘 못해줬던 것 같다."

이제 오창종 감독은 LPL의 LGD에서 제 2의 삶을 시작한다. 배우고 느낀 것이 많았던 만큼 각오도 남다를 것 같았다. 오 감독은 스스로에게 가혹했다고 답했음에도 여전히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고 싶어했다.

"올 시즌을 겪어보면서 배웠던 부분이 많다. 부족했던 걸 채워야 한다. 우선 실망했던 부분이나 보여드리지 못했던 걸 채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그러기 위해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제 LCK가 아니라 LPL에서 뛴다. LoL 월드 챔피언십에서 2회 연속 LPL이 우승했다. LGD도 LPL 1부 리그 팀인 만큼 손꼽히는 팀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다사다난했던 LCK에서의 생활을 잠시 접어두고 오창종 감독은 LPL행을 선택했다. 참 많은 일이 있었다. 팀의 부진한 성적이라는 원초적인 고난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루머와 비판에 시달렸다. KeSPA컵 우승, LCK 우승, LoL 월드 챔피언십 진출이라는 좋은 성적과 함께 누렸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코치나 감독대행 생활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많이 가혹했던 것 같다. 롤드컵에 진출했지만 마지막에 미끄러지는 모습도 보여드렸고 LCK 우승도 기대만큼 많이 하지 못했다. 그런 만큼 더 노력해서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욕심이 강했다. 스스로에게 굉장히 채찍질을 많이 했다.

매 시즌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임했는데 특히 올해 부진한 모습과 더불어 실망스러운 이슈에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하다. 부족한 부분을 채웠어야 했는데 거기서 되려 실망감을 드렸던 것에 나 자신에게 실망을 많이 했다.

동빈이와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쭉 함께 했다. '프레이'도 마찬가지지만, 동빈이의 마지막 시즌에 좋은 마무리를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레전드 선수인데 말이다. 동빈이와 함께 우승도 했었는데 그 뒤로 여러모로 아쉽다. 지금까지 지내면서 함께 했던 선수들과 코치진에게 다 고맙다. 다들 잘해줬다. 앞으로도 편하게 볼 수 있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다. 동빈이와는 팀을 나오고도 자주 연락하고 있다. 앞으로 군 복무 뿐만 아니라 그 뒤의 인생도 탄탄대로이길 빈다.

처음 입단 때 굉장히 큰 자부심을 갖고 시작했다.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코치로 첫 데뷔를 했을 때 3위를 했다. 그때 결승 무대를 보면서 저기에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그 마음으로 살다 보니 시간이 참 많이 지났다. e스포츠 초창기부터 기대를 많이 받는 명문 게임단의 일원으로 활동했는데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죄송하다. 나에게 친정팀이기 때문에 잘됐으면 좋겠다. 항상 응원하는 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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