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 대표 e스포츠 라운지 만들고파", '엘후에고' 박수용 디렉터의 이야기

인터뷰 | 박태균, 남기백 기자 |



2018년 10월, 대림동 '그린 게임랜드'의 폐업에 많은 철권 유저가 눈물을 흘렸다. 점점 죽어가던 아케이드 철권 시장을 비롯한 오프라인 커뮤니티에 끝내 종말이 찾아온 듯했고, 마음이 맞는 수십 명의 게이머가 옹기종기 모여 게임을 즐기고 밤새 이야기꽃을 피우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올해 e스포츠 라운지 '엘후에고'의 등장으로 철권을 비롯한 격투 게임 유저들에게 희망이 생겼다. 안락한 분위기로 꾸며진 '엘후에고'는 큰 규모와 탁월한 접근성을 자랑하는데, 철권을 비롯해 스트리트 파이터, 사무라이 쇼다운 등 각종 격투 게임의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하며 오픈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격투 게임 유저들의 새로운 성지로 떠올랐다.

국내 최초의 e스포츠 라운지 '엘후에고'는 어떻게 등장한 것일까? 왜 하필 격투 게임일까? '엘후에고'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많은 의문을 가진 채 '후에고'의 박수용 디렉터를 만나 '엘후에고'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Q. 독자분들께 간단한 인사를 부탁한다.

반갑다. '후에고'의 박수용 디렉터다.


Q. '엘후에고'란 이름이 생소한 게이머들을 위해 '엘후에고'를 직접 소개한다면?

'엘후에고'는 상수역과 합정역 사이에 위치한 e스포츠 라운지다. 현재 콘솔, 격투 게임을 위주로 다양한 e스포츠 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며 전 세계 게이머들이 모일 수 있는 오프라인 커뮤니티 역할을 하고 있다.




Q. '엘후에고'의 탄생 배경이 궁금하다.

'후에고'에서 축구 관련 비즈니스를 전개하며 막연히 e스포츠 산업에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최근 e스포츠는 빠른 성장과 함께 전통 스포츠에 편입되는 과정에 놓여 있지 않나. 이에 우리가 e스포츠 비즈니스를 하는 게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는 게 아니라고 판단했고, 작년 12월부터 공간 물색을 시작해 올해 2월 e스포츠 라운지 '엘후에고'를 본격 오픈한 것이다. 참고로 '후에고'는 놀이, 게임, 시합 등을 뜻하는 스페인어로 '엘후에고'는 관사 'el'을 붙인 것이다. e스포츠 라운지(esports lounge)의 약자 'el'과 중의적 의미이기도 하다.


Q. 기존 '후에고' 사업의 영향으로 축구 라운지의 느낌이 강한데, e스포츠 라운지가 맞나.

물론이다. 현재 다른 행사도 유치하고 있지만, '엘후에고'의 분명한 메인 테마는 e스포츠다.


Q. 격투 게임을 '엘후에고'의 첫 번째 주 e스포츠 종목으로 삼은 이유는?

물론 처음엔 축구 게임을 주 종목으로 생각했다. 실제로 위닝 일레븐 국가대표 선발전을 진행하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e스포츠와 관련된 여러 자료를 살펴보니 스포츠 게임은 기존 축구에 종속된 팬들을 위한 또 하나의 아이템일 뿐, e스포츠 그 자체로 운영될 수 있는 카테고리가 아니더라. 이에 다른 종목을 찾아봤는데, LoL이나 오버워치 등 메이저 종목은 막 e스포츠에 첫 발을 내디딘 '엘후에고'가 감당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이에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하드코어 격투 게임 유저인 동생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격투 게임은 마이너하지만 확실한 생태계와 글로벌 스탠다드가 갖춰져 있다는 걸 알게 됐는데, EVO를 관람하며 격투 게임 e스포츠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이후 가장 먼저 '잠입' 이선우 선수의 도움을 받아 스트리트 파이터 커뮤니티를 만들며 본격적으로 격투 게임을 다루기 시작했고, 사무라이 쇼다운 대회도 유치했다. 지금은 '컨티뉴티비'와 함께 철권 관련 행사를 주로 개최하고, 아프리카TV와 각종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Q. 지금까지 철권7 도조 토너먼트나 외국인 선수 초청, 연승 이벤트, TWT 단체 관람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는데, 아이디어가 나오고 실행되는 과정이 궁금하다.

어떠한 사업을 하는 데 굳이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해당 사업과 관련된 여러 전문가와 친하게 지내고, 그들과의 소통을 통해 행사를 기획하고 디테일을 잡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외부에서 e스포츠 판으로 들어와 어쭙잖게 아는 척을 하면 게이머들에게 반감만 사게 된다. 철권의 경우 '컨티뉴티비'가 생태를 잘 이해하고 있고 해설진이나 게이머들과 친분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행사를 도맡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지금의 최우선 목표는 파키스탄 철권 프로게이머들을 초청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철권은 한국이 독보적인 최강국이었는데, 파키스탄이 무림의 마교 느낌으로 등장하며 큰 이슈가 되고 있지 않나(웃음). 2019 EVO 재팬, EVO에서 모두 우승한 '아슬란' 외에도 '어웨이스 허니', '아티프 벗', '히라 말릭' 등 파키스탄 고수들을 '엘후에고'에 데려오기 위해 준비 중이다. 최근 '무릎' 배재민 선수가 파키스탄에 방문한 게 엄청난 이슈가 됐듯이, 파키스탄 선수들이 한국에 오는 것도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Q. 격투 게임 이외의 종목 확장 가능성은 있나.

물론이다. 격투 게임은 가장 중요한 아이템이지만, 언제까지나 격투 게임만 갖고 가려는 건 아니다. 한 가지 에피소드를 이야기하자면, 지난 도조 토너먼트 때 태국 e스포츠협회 회장, 부회장이 선수들과 함께 '엘후에고'를 방문했다. 대화를 나눠보니 12월 초 2019 동남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 종목이 진행되는데, 한국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싶은데 가능하겠냐고 묻더라. 이에 지인 및 파트너사와 협의해 '엘후에고'에서 스타크래프트2와 하스스톤을 훈련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또한 언젠가는 모바일 게임 e스포츠가 대세가 될 거라고 본다. 사촌 동생들이 중학생, 초등학생인데 PC 게임 대신 모바일 게임만 한다(웃음). 이렇게 어린 친구들이 미래의 e스포츠 주 소비층이 되지 않겠나. 이에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브롤스타즈 컨텐츠를 준비 중이고, 최근 출시된 콜 오브 듀티: 모바일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이렇듯 '엘후에고'의 종목 확장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고, 언젠간 LoL이나 오버워치 등 메이저 종목의 e스포츠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Q. 자선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수익에 다소 민감할 것 같다. 지속 운영이 가능할 정도로 수익성은 충분한가?

현재로선 다행히 현상 유지가 가능한 정도다. e스포츠 행사가 없는 날에 축구 행사나 공연, 대관 등 여러 용도로 '엘후에고'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프리카TV와 본격적으로 협업을 시작하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동근 PD님과 함께 '철권 BJ멸망전', '테켄 스타즈컵' 등을 진행했고, 내년부턴 '고인물 대전'까지 '엘후에고'에 정착하기로 했다. 솔직히 아프리카TV 시청자가 아니었는데 일을 같이 하며 관심을 가지게 됐고, 아프리카TV가 풀뿌리 e스포츠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걸 알았다.




Q. 아마추어를 위한 스폰서십 사업을 진행 중인 거로 아는데,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한다.

거창한 스폰서십은 아니고, '저스트 퍼포밍 게임스' 약자로 'JPG'라는 프로게이머 양성 및 지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스폰서가 없는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의 유저를 대상으로 '엘후에고'에서 개최 및 진행하는 행사를 무료로 하게 해주고, 대회 관련 정보 제공 및 트레이닝 상대 섭외, 방송 시청자들의 후원금을 전달하는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현재 'JPG'의 대표 선수로는 철권의 '물골드' 한재균 선수가 있는데, 앞으로는 스트리트 파이터를 포함해 다른 종목의 선수들과도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


Q. 스폰서십을 넘어 프로게이머 에이전시 역할도 할 예정이 있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e스포츠는 기존 스포츠의 시스템을 닮아가고 있다. 이에 프로게이머 에이전시의 필요성은 점점 커질 것이며, '엘후에고' 역시 크진 않더라도 그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여러 행사와 프로그램을 통해 유망주들을 발굴하고 파트너십 가능한 브랜드를 찾아 연결해주는 것이다. 물론 현재는 주 종목이 격투 게임이기에 큰 규모로는 불가능하겠지만, 만약 사업이 잘 풀린다면 더 다양한 종목, 더 많은 브랜드와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Q. '엘후에고'가 이상적으로 그리는 최종 목표는?

외국의 유명 e스포츠 라운지처럼, 전 세계 게이머가 한국의 e스포츠 라운지를 떠올렸을 때 '엘후에고'가 가장 먼저 떠오르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프로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풀뿌리 e스포츠의 성지 역할을 하고 싶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대한민국의 많은 게이머들이 e스포츠나 오프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본인만의 생각이 있을 거다. '엘후에고'는 언제든 열려 있으니, 괜찮은 그림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연락 달라. 앞으로도 '엘후에고'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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