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장 거대했던 ‘꼬마’ - SKT T1을 떠나는 김정균의 메시지

인터뷰 | 석준규 기자 | 댓글: 67개 |



‘SKT T1’ 하면 떠오르는 얼굴들은 팀의 커리어만큼이나 참 많습니다. 협곡을 뒤집어 놓았던 선수들도 물론이지만, 협곡 밖에서 코치와 감독으로서 함께 역사를 써내려간 김정균도 빼놓을 수 없죠. 그런 김정균이 T1과의 작별을 고했고, 이는 당연히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스타테일에서의 앳된 얼굴이었던 김정균도 어느새 한국 나이로 35세가 되었습니다. 한 명의 사회인으로서도, 이제는 인생의 많은 전환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시기죠. 물론 그 자신 역시 어린 시절에 비해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겉으로만 보더라도 LCK 8회 우승, MSI 2회 우승, 그리고 롤드컵 3회 우승이라는 커리어가 생겼고, 잠시 짧았던 머리도 자랐고,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기도 한 남자가 되었습니다.

T1에서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황급히 인터뷰 일정을 잡았습니다. 정말 이젠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더욱 없어질 것 같아 조급한 마음이었죠. 화려한 커리어와는 달리 많은 비밀에 감춰진 그와 더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평소 공식 자리에서는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한 인터뷰를 해오던 그에게, 이번만큼은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기대하며 지하철 먼 길에 몸을 실었습니다.






“다른 팀으로 가는 결정을 하고 나서, 새 팀에서의 선수 영입에 뒤늦게 참가하게 되었어요. 좋은 선수 영입을 하기 위해 많이 힘쓰는 중이에요. 만나야 할 사람들도 정말 많은데 시간은 없어요. 그리고 당연히 결혼 준비도 하고 있고요.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지수(여자친구)가 잘 도와줘서 너무 고마워요. 지수에게는… 그 동안 제가 일에만 몰두하다보니 많은 것들을 잘 해주지 못했어요.”


T1의 공식 발표 후, 김정균은 엄청나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단순히 일 뿐만이 아닌, 이제는 예비 신랑으로서 많은 준비를 해야 하기에 몸이 두 개여도, 하루가 이틀이어도 힘들 상황. 이런 상황에서 도움을 준 예비 신부에게 거듭 감사의 인사를 하는 그였다.

문득 김정균의 어린 시절이 궁금해졌다. 샤프한 눈매와 함께 노트를 손에 놓지 않는 이미지에서 보이듯 엄청난 모범생이었을 수도, 조용한 사생활과 다소곳한 이미지에서 보이듯 의외로 방에서 게임만 해 온 순수한 사람이었을 것이라 생각되기도 했다.

“제가 어릴 적엔 너무나도 낙천적이고 밝은 사람이었어요. 정말… 매 순간 순간을 항상 밝게 보고, 행복해하던 사람이었어요. 세상 모든 것들을 좋게 봤죠. 학창 시절에는 정말 게임만 했어요. 세상 물정도 모르고, 게임만 하던 시절이었어요. 그리고 스무 살, 이후 전역을 하고서도 마냥 세상이 밝아 보여 즐거웠어요. 한편으로는 약간 자랑일 수도 있지만, 목표를 세우면 다 이루는 성격이었어요.


제가 목표를 이루고자 할 땐, 그 시간을 아주 길게 잡기도 했어요. 예를 한 가지 들어보면, 맨 처음 개인방송을 하던 시절에도 욕을 하지 않았어요. 제가 나중에 다른 공식 방송 활동을 하게 될 수도 있는데, 만일 욕을 하고 논란을 일으킨다면 그런 것들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식으로 미래를 길게 계획하며 살아왔어요. 물론 이러한 것들을 세우고 지키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있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마저 성취감으로 다가오기도 했어요.”

“재미있는 일들이 있었죠. 섭외를 받은 방송 프로그램('나는 캐리다')에서 잘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방송을 잘 하려면 게임을 잘 해야 한다는 생각에, 정말 게임만 하루종일 했어요. 일주일에 하루 방송국 가는 날만 빼고 말이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랭킹이 많이 올랐고, 당시 아주부 블레이즈에서 탑 라이너로 제의가 오기까지 했어요. 벌써 2012년의 이야기네요.


그런데 저는 그 동안 정글러로만 점수를 올려 왔어요. 그런데 탑 라이너를 맡으라니… 어떤 선수가 제게 ‘이퀄라이저만 잘 깔면 된다’라고 했는데, 그 당시 저는 그마저도 자신이 없었어요. ‘내가 들어가면 망하겠다’ 싶어서 고사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 이야기를 한 이유는, 목표를 잡고 정말로 열심히 노력하니 이런 기회가 굉장히 많이 왔다는 거에요.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했어요.”






▲ 스타테일 정글러 시절의 김정균. 우측의 '마파' 원상연과 하단 '류' 류상욱이 눈에 띈다.

목표와 노력, 그리고 찾아 온 기회들. 이제 시작한 인터뷰에서 벌써부터 교훈을 얻는 기분이었다. 그런 목표마저도 생기기 전, 김정균은 어떻게 게임에 흥미를 붙이게 되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일까?

“중학교 시절 스타크래프트 1으로 시작했어요. 물론 그 때에도 게임을 잘 했어요. 스타크래프트 1은 재미로 했는데도 동네에서 제일 잘 했어요. 그 이후에 워크래프트 3를 해봤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그 때 프로에 도전해보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어요. 하지만 집안의 반대로 당시 프로 게이머의 꿈은 접었어요.

시간이 흘러 스물 세네살 쯤, ‘카오스’라는 워크래프트 3 유즈맵으로 개인 방송을 하던 시절이었어요. 카오스를 하던 와중에도, 워크래프트 3도 간간이 랭크 게임을 돌리곤 했어요. 그리고 스물 여섯살 쯤에 랭킹 100위(확실하진 않지만) 안에 들면 스타크래프트2 오픈 베타 테스터 코드가 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래서 결국 테스터에 선정이 되었고, 어렸을 적 해보지 못한 프로 게이머의 꿈을 이루고 싶어졌죠. 아주 늦은 나이지만 많은 것들을 접고 스타크래프트 2 프로게이머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어요. 당시에 마지막으로 출전한 카오스 대회는 ‘푸만두’ 이정현과 함께 했던 기억이 나네요.

아무래도 그 때엔 스타크래프트 2 자체가 초기라, 플레이 한 경기 수로 경력을 밀어붙일 수 있었어요. 운 좋게 프로 팀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그 후 여러 빌드도 연습했어야 했지만 결국 올인 빌드만 하다가 스타크래프트 2 프로를 접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LoL이라는 게임이 생긴다고 들었고, 스타테일에서 제게 역할을 제의해 LoL 프로 게이머로서 또 다른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정말 오래 된 이야기네요. 엊그제 같지만 말이에요.”



16, 17세부터 프로 세계에 발을 들이는 요즘에 비하면 10년은 늦었던 김정균의 프로 게이머 커리어. 하지만 철저한 계획과 실행을 통해 그는 새로운 모험을 떠날 수 있었다. 늦은 나이의 시작이었던 만큼 그나마 20대 초반의 추억을 더 간직할 수 있었을까? 한참 청춘을 즐길 나이에 연습실에서 연습에 몰두하는 프로 게이머들의 상황이 생각나, 김정균에게도 혹시 있을지 모르는 그 당시의 미련에 대해 물어봤다. 그리고 프로 이전에 꾸던 다른 꿈에 대해서도.

“그 때는 집중하느라 아쉬운 것도 몰랐어요.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래도 그 때 못한 여러 가지 것들 중에서도 오히려 나중에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어, 어쩌면 좋을 수도 있다고도 생각해요.

저는 원하는 것을 다 하면서 이루고자 하는 것까지 다 이루긴 어렵다고 생각해요. 뭔가를 달성하고자 하면 포기해야 하는 것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 당시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모두 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에요. 저는 선택을 한 거에요.

게임을 하기 전에 되고 싶었던 다른 꿈을 물어보신다면…. 저는 프로 게이머로서 입상하는 것을 가장 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생각보다도 더 한결같았던 그의 20대 초중반 시절. 그리고 2012년 12월, 20대 후반이 된 그는 일생일대의 결정을 내리게 된다. 바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일명 ‘꼬치’ 김정균의 모습, SKT T1 김정균 코치로서의 인생을 걷게 된 것. 그리고 김정균 코치의 신중한 고민과 함께 전설적인 선수들의 영입 역시 시작되었다.

“당시에 최병훈 감독님이 제게 연락을 주셨어요. 여기에 ‘레퍼드’ 복한규도 있다는 이야기도 하셨죠. 저는 찾아갔고, 프론트와 이야기를 잘 나눠 SKT T1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그 당시 SKT T1에서 선수 영입을 할 때엔 두 달에 이르는 긴 테스트를 치러야 했어요. 모든 선수들이 그 기간 동안 팀원도 섞어보고, 보이스도 주고받고, 관전도 하며 험난한 테스트를 치렀죠. 테스트를 본 선수들 중에는 지금 유명한 선수들도 참 많았어요.”

“그런데 유일하게, ‘페이커‘ 이상혁은 테스트를 보지 않고 입단시켰어요. 테스트를 보지 않았다기보단 테스트를 볼 필요가 없었어요. 그 이유는 오로지 실력 때문이었어요. 상혁이는 독보적으로 너무 잘 했고, 같이 하고 싶었고, 당시 팀에서 가장 필요한 선수라고 판단해 1순위로 바로 계약을 했어요. 당시 다른 멤버가 없었음에도 훌쩍 와 준 상혁이에게 참 감사하죠. 그 후로도 나머지 선수들을 좋은 선수들로 채우기 위해 많은 테스트를 치렀어요.

그 중에서도 ‘뱅‘ 배준식과 ‘울프’ 이재완도 오래 지켜보며, 이 두 선수는 정말 잘 하게 될 것이라 직감했어요. 이 친구들은 최고가 될 거라고 자신했던 만큼 오랜 기간 경기에서 잘 보여줘서 정말 고마워요.

항상 우승만 바라보고 달려갈 수밖에 없었던, 팀의 목표를 같이 공감하고 오래 뛰어준 선수들 모두에게 참 고마워요. 고마운 선수들을 다 언급하려면 정말 끝이 없을 거에요. ‘스카웃’ 이예찬에게도 며칠 전에 청첩장 달라고 연락이 온 거 보면, 정말 ‘다들 근황을 보고 있구나‘ 생각이 들어요. 일할 때엔 냉정했지만, 이렇게 지나도 좋아해 주니까 참 감사해요. 나간 선수들이 다 좋아해주고 연락 오는 것에 대해 참 감사하지만, 연락이 너무 많아서 어렵기도 해요(웃음). 너무 많은 선수들이니까, 한 명씩 만나면 시간이 너무 없으니까요."

"봇 듀오 이야기를 하다보니 재완이를 위해 한 마디를 전하고 싶어지네요. 저는 SKT T1을 거쳐간 선수 모두를 응원하지만, 그 중에서 재완이의 공식적인 은퇴 소식을 처음 듣게 되었죠. 인생의 제 2막을 살게 될 재완이가 될텐데, 많은 응원 바라요. 그리고 앞으로도 시간이 계속 흘러, 은퇴를 알리게 될 모든 SKT 선수들의 행보를 많이 응원해주세요.”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긴다는 김정균. 인터뷰를 빌어 보내는 기나긴 감사 인사 만큼이나, 사실 그에게서 보여지는 이미지 중엔 ‘엄한 코칭‘도 있었다. ‘꼬초리’, ‘벨트 푼 김정균‘ 같은 별명이나 경기 후 영상들 속에서 비춰진 그의 엄한 모습. 반면, 팀을 떠난 선수와도 항상 안부를 주고받는 다정한 그의 모습. 이런 다양하게 알려진 그의 모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뭐든 영상으로만 보면 자극적으로, 세게 보여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영상에 찍힌다 싶으면 제 스스로 행동을 많이 안 하려고 해요. 모든 공이 선수에게 다 집중되길 바라기 때문이에요. 부디 영상만 보고 다 믿진 말아주세요.

이것도 제 자랑 같아서 말하긴 좀 어색한데… 선수들이 좋아하고 찾아오게 하려면, 호통만 쳐서는 신뢰를 쌓을 수 없을 거에요. 저는 케어와 피드백의 밸런스를 잘 맞췄다고 생각해요. 저는 밖으로는 안 보이게 선수들 케어에 많이 신경썼다고 하고 싶어요. 선수들이 감독을 좋아하게 만드는 건 정말 어려워요. 프로 게임단 뿐만 아닌 모든 스포츠에서도 말이죠.

‘꼬초리‘ 같은 별명이 억울하진 않아요. 성적이 안 나오면 그런 이슈도 나올 수밖에 없어요. 그래도 항상 혼내지만은 않는다고, 케어를 꼭 한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벨트를 푼 적도 없고요(웃음).”






작은 영상 하나에도 크고 작은 논란이 따라올 수밖에 없는 SKT T1이라는 팀의 위치. 무엇을 해도 주목을 받는 부담스러운 자리에서 오래 함께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정이었을까, 혹은 안정이었을까? 김정균이 기억하는 가장 좋았던,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정든 SKT T1을 떠난 지금, 모처럼 턱을 괴고 과거를 회상할 시간을 가져 보았다.

“사실 제가 한 곳에 오래 있는 걸 좋아하기도 해요(웃음). 그냥… 다 좋아서 오래 있었어요. 팬도 좋고, 프론트나 사무국 다 좋고요. 의외로 돈은 논외였어요. 계속해서 해외에서 커다란 제의가 중간중간 계속 왔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SKT의 모든 것이 좋았고, 그래서 계속 함께 할 수 있었어요.”

“가장 좋았던 기억은… 어려운 질문이네요. 아마도 처음 간 LCK 썸머 시즌 결승전에서 ‘패패승승승‘으로 이겼던 때였을 거에요. KT를 상대로 제드가 등장했던 때였죠. 그 당시 코치로서는 처음 LCK결승에 갔었는데, 1, 2세트에서 ‘패패’ 가 나온 순간 정말 집에 가버리고 싶더라고요. 옆을 보면 단장님, 팀장님 다 계셔서 압박도 너무 심했어요. 하지만 프론트에서는 첫 해에 결승까지 진출한 저를 이미 참 자랑스러워하고 계셨고, 팬분들까지 모두가 응원을 하고 계셨는데 패패를 맞아 버리니… 쥐구멍에 숨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하지만 직후에 ‘승승승‘을 이루고나선 참… 그 때가 가장 짜릿하고 좋은 순간이었어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지금 생각해보면 힘든 적은 없었어요. 모두의 기대치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만큼 안고 가야 할 부분이죠. 물론 정말 힘든 순간도 있긴 했는데… 뭐가 그렇게 힘들겠어요? 다 지나고 보면 좋은 순간들인데요.

개인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이었는데, 18년도에 스스로 일을 잘 했다고 생각했어요. 여론은 안 좋았지만, 그래도 그 해 리프트 라이벌즈에도 나가고, 플레이오프도 가고 롤드컵 선발전도 갔어요. 힘들었던 순간엔 정말로 힘들었지만, 모쪼록 항상 최선을 다 했었고, 시간이 지나고 보면 ‘아, 다같이 아등바등 최선을 다했구나’ 하는 기억으로만 남게 돼요. 그리고 결국 팬들은 알아주세요. 못한 것은 못한 것이고, 당연히 혼나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좋게 추억을 해 주기도 하시더라고요. 제게 힘든 순간을 물어보셨지만, 힘들지 않았다고 하고 싶어요.”



언젠간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순간들이라 하지만, 당시 부진한 성적에 따르는 평가와 반응은 가혹할 따름이었다. 냉혹한 평가들이 비처럼 쏟아지는 가운데, '선수들이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그가 짊어어졌던 책임감 역시 막중했을 것이다. 선수를 위한 ‘방패’를 자처했던 김정균의 심정과, 자신의 책임을 이어받을 김정수 감독에게 어떤 말을 남길 지도 궁금했다.


“선수들은 매번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요. 그럼에도 결과로 나오는 성적에 대한 비난에 대해선 저는 책임지는 입장이라 비난도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이 게임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고만 싶어요. 그게 제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승패가 있는 싸움을 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팀에서 제게 그런 역할을 맡긴 거겠죠. 그냥 지면 제 잘못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번 롤드컵에서도 선수들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는데, 왜 졌는지, 누가 범인인지 찾는 것을 보면 슬프기도 했어요.”

“김정수 감독에게는 박수를 쳐주고 싶어요. 저는 누구보다 이 자리에 대해 잘 아니까, 정말 응원을 보내고 싶어요. 김정수 감독이 워낙 잘 해서 해줄 말은 크게 없어요. 반대로, 김정수 감독은 인게임이나 외적인 부분 모두 정말 잘 하니까, 팬분들께 그를 믿고 기다리고 응원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가 뭐라 해줄 말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감독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믿고 기다려 주시면 정말 잘 할 거에요.”


다음 감독에게 박수를 보내 달라는 쿨한 메시지를 보낸 김정균. 하지만 7년을 꽉 채운 기간 동안 정을 준 팀이기에, 떠나는 발걸음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려운 결정을 내린 그는 어떤 심경이었을까? 그리고 이제 그가 없는 T1에게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계약 종료가 발표되고, 반응은 다양했지만… 고생했다는 반응이 가장 많았어요. 혼자 울기도 했어요. 이 곳에 너무 오래 있었고, 팬들도 오래 봤고, 프론트와도 오랜 시간 같이 고생하며 친해졌으니 말이죠. 그리고 저보다도 팬분들께서도 이 결정에 대해 슬퍼하셨을 거라 생각하니 더 슬퍼졌어요. 다양한 반응들을 보며 밤에 펑펑 울었어요. 지금까지는 오래 같이 했던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갈 때 울었는데, 이제는 팬분들의 반응을 보며 제가 울었네요.”

“T1 관계자 모두에게는, 제가 이렇게 팀에서 나오는 선택을 하게 되어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유망주나 전 선수, 프론트, 코치진 등 모든 남겨진 선수단 전원에게 미안하다고요. 그리고 항상 응원한다고 이야기하고 싶네요.”








대답하는 목소리와 눈빛에서도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김정균을 보며, 화제를 약간 바꿔 보기로 했다. 다른 팀으로 가는 감독이기 이전의 결혼을 앞둔, 리더의 자질을 가진 남자 김정균은 어떤 사람이며, 그가 생각하는 리더의 덕목은 무엇일까?

“결혼 준비요? (웃음)잘 되고 있어요. 잘~ 되고 있다는 정도로만 이야기 할게요. 이렇게까지 잘 도와주신 가족들, 그리고 지수에게 고마워요. 


남자로서의 저를 굳이 말하자면… ‘여자가 싫어할 것 같은 남자‘에요. 일만 하니까요. 몸이 두 개면 나눌 수 있을텐데… 가정에도 충실하면서 일에도 충실하긴 어렵고, 자꾸 한 쪽에 더 기울게 되니까… 아무래도 상대가 더 힘들어지는 스타일의 남자가 아닐까 해요. 그래서 미안하기도 해요.”

“리더로서의 덕목은 결국 성적이 중요하다고 봐요. 리더의 갖가지 덕목들을 감성적으로 풀어내기는 참 쉽지만, 결과적으로는 성적을 내는 것이 중요해요. 아무리 통솔력이 좋은 리더라도 성적이 안 나오면 안 돼요. 성적과 더불어, 자신이 맡은 팀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더 나아질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것이 덕목이죠.”


인터뷰도 어느덧 마무리가 되어가며, 조금 더 먼 질문을 해보고 싶어졌다. 현재의 그를 넘어, 지금의 힘듦마저 모두 좋게 기억될 정도로 나이가 든 그의 모습. 비로소 kkOma라는 닉네임을 떼고 난 후의 김정균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제 인생의 성취도라면... 지금까지는 최선을 다 해서 과거를 후회하진 않지만, 모두가 열심히 하는 프로 씬에서 사람이 어떻게 100%를 이루겠어요. 저 역시 기계가 아니니까 힘든 점이 많았지만, 그래도 잘 해왔다고 생각해요. 실수가 있다면 고치려고 최대한 노력했고, 저 개인으로만 보면 열심히 잘 했다고 생각해요. ‘믿을 수 있는 감독’, ‘열심히 하는 감독‘. 지금과 훗날 모두 기억되고 싶은 감독으로의 모습이 있다면, 이 두 가지가 다에요.”

“나이가 더 많이 들고 이스포츠 씬을 떠난 후에 정말 여유가 된다면, 대학교 교수가 되고 싶어요. 아이들을 가르쳐주고 싶어요. 코치와 감독을 하면서도 많이 가르치긴 했지만 말이죠. 아이들의 인생에 있어 제가 가르쳐줄 수 있는 것들을 열심히 가르쳐주고 싶고, 발전할 부분을 이야기해주는, 한 사람에게 있어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워낙 팬분들께 받은 게 많다보니, 나중엔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다시 베푸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과거와 미래를 훌쩍 오가는 인터뷰를 하다보니 어느덧 바깥도 어둑해졌다. 목표만을 위해 달려 온 그의 드라마틱한 인생을 모두 담기에 질문은 단순했고, 시간은 너무나 짧았던 기분이었다. 안 그래도 귀했지만, 이제 더욱 귀해질 그와의 인터뷰를 아쉬워하며, 으레 그렇듯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을 요청했다. 평소보다 보다 더 진솔하게, 미련 한 올 없이 말이다.

“일단 제가 이 자리에 있게 된건 팬분들 덕이라 생각해서 감사드려요. 그리고 워낙 겁도 많아 사람들이 무서워 잘 만나지 않았던 제 곁에서 저의 말을 들어준 사람들도 고마워요. 박정석, 김동준, 성승헌, 손대영 형 같은, 말동무가 되어 줄 형들이 있어 정말 위안이 되고 좋았어요. 어리광도 많이 피우고 그랬죠. 고맙다고 꼭 전하고 싶어요.


해외 팬분들께도 감사드려요. 한 가지 죄송한 점이 있는데, 제가 영어를 못 하다보니 해외 팬분들께 직접 다양한 이야기를 못 해드려서 죄송하다는 거에요. 저는 해외 팬이나 국내 팬이나 모두 하나의 같은 팬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응원해주시는 해외 팬분들께 감사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게 큰 동기부여가 돼요. 그리고 이제 결혼 생활이 시작할 거에요. 힘들어도 지수가 항상 믿어줬으면 좋겠고, 지금까지도 항상 믿어줘서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 가족들, 장인 장모님들께도요. 보잘 것 없는 저를 믿어주셔서 감사드려요.”

“마지막으로 팬분들께 해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만약 시간이 있었다면 강연 같은 것으로 이야기를 풀어드리고 싶었는데, 못 했던 이야기에요. 초등학생부터 사회 초년생분들께 해 드리고 싶던 이야기에요. 


우리는 다 경쟁할 수밖에 없는 사회에 살고 있어요. 모두들 다 즐기고 스트레스를 안 받으면 가장 좋겠지만, 삶은 그렇지 않죠. 저도 이 씬에서 남들이 보면 부러워 할 수도 있는 위치에 있다고 하지만, 저는 사람도 피하게 될 정도로 말도 안 될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감당해야 할 것들이 많았어요. 그럼에도 저는 팬분들께서 저희의 경기를 보며 웃으시는 게 너무 좋아, 일에 몰두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왔어요.


자신의 꿈과 목표가 있다면 시간을 투자해서,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발전을 했으면 좋겠어요. 뭔가를 해내려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감내하고, 노력해야 해요. 감사 외에도, 어차피 경쟁할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도움이 될 말을 해 드리고 싶었어요. 꼭 당부를 드리고 싶던, 언젠가 팬분들께 꼭 너무나 해 드리고 싶던 이야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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