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런 것도 될 수 있어? '이색 시뮬레이터' 8선

기획기사 | 김규만 기자 | 댓글: 6개 |



그리 머지 않은 과거만 해도, 게임 이름에 '시뮬레이터'가 붙었다는 것은 그 게임이 해당 분야에 대해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비교적 구체적인 정보와 체험할 요소를 가지고 있음을 뜻했다. 독일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한다는 유로 트럭 시뮬레이터나 파밍 시뮬레이터, 또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보다 더 오래 만들고 있는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시리즈 등이 그 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시뮬레이션' 게임의 범위가 엄청나게 확장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폭제가 되었던 것은 커피스테인 스튜디오의 게임 '염소 시뮬레이터'가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되면서부터일 것이다.

이게 정상적인 게임 플레이인지, 아니면 버그인지 알 수 없는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고트 시뮬레이터의 말도 안되는 게임플레이를 재밌어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이전과 비교해 훨씬 많은 기묘한 시뮬레이터들이 세상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 이런 게임들이 너무 많이 등장해 도대체 어떤 게임을 플레이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그러한 고민에 도움이 되고자, 여기 이미 출시되었거나 혹은 출시를 준비중인 '이색 시뮬레이터' 8종을 꼽아봤다.


KFC The Hard Way
실제 직원 교육에도 쓰인 치킨 튀기는 게임


VR의 미래에 대한 전망이 지금보다는 장밋빛이던 2017년, 글로벌 패스트푸드 브랜드 KFC는 VR을 통해 신입 직원들에게 치킨을 튀기는 방법을 교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큘러스 리프트를 통해 공식 VR 게임을 출시했는데, 그것이 바로 KFC The Hard Way 되시겠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 게임은 한 번 플레이하는 데 10분의 제한 시간을 가지고 진행하는 일종의 방 탈출 게임이다. 하지만, 방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열쇠를 찾는 대신 치킨을 튀겨야 한다. 그것도 정확하고 맛있게! 5단계로 나뉜 KFC 대표 메뉴 요리 과정을 진행해 나가면, 우리에게 익숙한 KFC 할아버지가 중간중간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이 게임이 출시된 당시 KFC는 앞으로 모든 주방 작업에 대한 교육과 실습 프로그램에 VR 시뮬레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약 2년이 지난 지금도 VR을 이용한 실습이 진행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꿀벌 시뮬레이터
"이 구역 벌꿀은 다 내 거야!"


이제는 심지어 바쁜 꿀벌이 정말 슬퍼할 겨를이 없는지도 시뮬레이션으로 알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바로 지난 11월 출시된 '꿀벌 시뮬레이터(Bee Simulator)'가 그 주인공이다.

당연하게도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꿀벌 시뮬레이터는 직접 꿀벌이 되어 꽃에서 꿀도 채집하고, 천적인 말벌에게서 살아남고, 공원이나 도시를 배회하면서 꿀벌의 삶을 체험해볼 수 있다.

개발사인 Varsav Game Studio에서는 센트럴 파크의 사실적인 풍경을 묘사하고, 심지어 교육적인 측면을 강조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전혀 폭력적이지 않기에 아이를 위한 건전한 게임을 찾는 부모에게도 안성맞춤이라고. 다만, 58점인 메타크리틱 점수는 충분히 고려하도록 하자.



▲ 심지어 완전 한국어화다


맨이터(Maneater)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시뮬레이터로 체험할 수 있는 게 어디 꿀벌뿐이랴. '맨이터'에서는 물속의 무법자인 상어도 되어볼 수 있다. 그동안 낚시 게임 시뮬레이션으로 물고기를 좀 낚아봤다면, 반대로 사람을 낚아보는 것은 어떨까.

오픈월드 상어 액션 RPG를 표방하는 맨이터는 처음에 비교적 작은 크기의 상어로 시작하게 되지만, 물속을 헤엄치며 먹을 먹은 만큼 더욱 크고 강해진다. 스킨 스쿠버는 물론 해변에서 유유자적 놀고 있는 사람, 바나나 보트를 타고 있는 피서객 등에게 사정없이 상어 이빨의 무서움을 보여주도록 하자.

킬링 플로어를 개발한 트립와이어 인터렉티브에서 제작하는 게임인 만큼, 상어를 성장하는 요소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을 전망이다. 플레이어의 상어는 잡아먹은 사람 숫자만큼 단순히 크기가 커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스탯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도 있다.

물론, 플레이어가 홀로 난동을 피우는 것을 용납할 만큼 물속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은 개발 단계이기 때문에 어떤 천적들이 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유혈이 낭자하는 상어 액션을 즐겨보고 싶다면 게임이 출시될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 보도록 하자.



▲ 심지어 진화도 된다고?


노숙자 시뮬레이터(Bum Simulator)
작년에 온다던 각설이, 올해는 꼭 올 수 있기를


길거리에서 구걸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이유 없이 손가락 욕을 날리거나, 쓰레기통에서 남은 음식을 찾아가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시뮬레이터가 있다?

지난 2019년 10월 6일 출시를 예정했던 '노숙자 시뮬레이터'는 바로 위와 같은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아직 트레일러 정도밖에 공개되진 않았지만, 이 게임 뭔가 상당히 본격적이다. 그저 장난으로 만드는 게임이라기엔 노숙자의 생활을 이름 그대로 '시뮬레이션'에 가깝게 보여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미 트레일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플레이어는 노숙자가 되어 쇼핑 카트를 이끌며 이리저리 돌아다니거나, 사람들의 불쾌한 시선을 애써 참아가며 구걸을 하고, 때로는 전당포에서 물건을 훔치기도 한다. 그리고 밤이 되면 박스 종이를 모아 잠자리를 만들고 하루를 마감하게 된다.

출시 일정을 연기한 개발자들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개발 일지를 공개하며 '노숙자 시뮬레이터'에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하는 등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할머니 시뮬레이터(Granny Simulator)
아이구 우리 손주, 손에 든 게 그게 뭐야?


손주가 집에 놀러 오면, 우리네 할머니들은 언제나 왜 이렇게 야위었냐며 먹거리를 끈임 없이 가져다주시곤 한다. 자나깨나 손주들이 굶고 다니지는 않을까 걱정하시는 우리 할머니. 그런데, 혹시라도 할머니의 입장을 헤아려보겠다고 이 게임을 하지는 말자.

2019년 4월 출시된 할머니 시뮬레이터는 손주와 할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그리는 게임과는 전혀 거리다 멀다. 2인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으로 한 명은 할머니, 한 명은 갓난 손주가 되어 게임을 하게 되는데, 할머니의 목표는 손주의 살인적인(물리) 장난을 피하며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영상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완전 콩가루 집안이 따로 없다. 어린 손주가 할머니에게 연장을 휘두르는가 하면, 할머니는 손주를 제압한답시고 테이져 건을 쏘고, 심지어 발로 차기도 한다! 약간 뒤틀린 저세상 시뮬레이션이지만, 스팀 평가가 매우 긍정적인 것을 보면 기분전환용으로 친구와 하기는 좋을 것 같다. 가격도 5,500원으로 저렴한 편.



▲ "안마해 드리려고요 할머니 ㅎ"


말하기 시뮬레이터
경찰청 철창살은 외철창살이고 검찰청 철창살은 쌍철창살이다


스피킹 시뮬레이터는 이름 그대로 '말하는 것'에 대한 시뮬레이터다. 사람과 똑같이 생긴 인공지능 로봇의 혀와 턱, 얼굴 근육 등을 움직여 최대한 사람에 가까운 말을 하는 것이 이 게임의 주된 목표다.

초등학교 영어 시간에 배운 혀의 위치를 잘 생각하면서 입속에 있는 버튼을 혀로 하나씩 누르다 보면 특정 알파벳의 발음이 완성된다. 그리고 그걸 여러 번 해서 단어를 만들고, 또 문장을 만들면 되는 아주 쉬운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트레일러는 보면 이후에는 실제 사람 앞에서 자신이 로봇임을 들키지 않도록 얼굴 표정까지 신경 써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발음을 잘 못 하거나 에러를 일으킬 경우 얼굴 군데군데가 폭발할 수 있으니 조심하자. 출시일은 1월 30일로 아직 직접 체험하지는 못했지만, 트레일러만으로도 세종대왕님에 대한 존경심이 솟아오르는 기분이 든다.


핸드 시뮬레이터: 서바이벌
두 손, 열 손가락으로 펼치는 기상천외한 배틀로얄


왼손, 오른손 모두 합쳐 열 손가락 모두 따로 컨트롤을 요구하는 괴상한 플레이로 많은 스트리머들의 입소문을 탄 '핸드 시뮬레이터'의 새로운 작품이 지난 12월 출시됐다. 외딴섬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이 게임의 이름은 '핸드 시뮬레이터: 서바이벌'이다.

전작인 핸드 시뮬레이터가 '러시안룰렛'과 같이 손으로 하는 조작에 집중을 했다면, '핸드 시뮬레이터: 서바이벌'은 거기에 생존 요소를 끼얹었다. 최대 8명까지 함께 진행할 수 있는데, 목표는 그들 중 가장 오래 살아남는 것이다.

바닥에 돌을 가져와 SOS를 그리든, 대나무를 엮어 집을 짓든, 플레이어들은 각자 살아남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 된다. 물론 양손을 '핸드 시뮬레이터'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조건 아래서. 게다가 체력은 물론 배고픔, 목마름, 스태미나 게이지까지 따로 있어서 생존하기가 마냥 쉽지도 않다. 게임이 궁금하거나 스팀 월렛에 1,100원 정도 남아있다면 한 번 시도해 보자.



▲ 으, 벌써부터 지친다


체르노빌 청산인 시뮬레이터
역사상 가장 끔찍했던 사고, 그 속으로


체르노빌 청산인 이란, 소련에 의해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재해를 처리하도록 요청받은 민간 및 군사 요원들을 뜻한다. Live Motion Games에서 개발하고 있는 이 시뮬레이터는 바로 핵 재해 당시 이들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은 티저 영상만 공개된 게임이지만, 하늘 높이 치솟은 연기와 희미하게 발광하는 체렌코프 현상 등의 연출이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여과 없이 전달한다. 지난해 HBO에서 방영된 미니시리즈 '체르노빌' 이후 관련된 게임들이 예전보다 많이 공개되고 있는데,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돌연변이 등 비현실적인 내용이 많았던 과거와 비교해 원자력 사고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 눈에 띈다.

한편, 체르노빌 사고를 배경으로 하는 또 다른 시뮬레이션 게임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체르노빌 1986'은 보다 전략 요소가 섞인 스타일로, 현장 요원들에게 직접 명령을 내려가며 체르노빌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을 그린다. 체르노빌 1986의 출시 예정일은 오는 9월 25일, '체르노빌 청산인 시뮬레이터'의 경우 출시 예정일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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